안녕, 가막살나무

CoC 1:12020. 7. 31. 00:00
우리가 꾸는 그것은 불구의 꿈이야.
결코 스스로를 구할 수 없는 꿈.
그래서 나는 차라리 죽음이 사랑보다 강하기를 바랐어.

 

 

 

 

 

 

 

 

@YBYcommission 님이 제작해주신 카드입니다.

 

 

 

 

 

 

 

 

개요

 

 

태어날 적부터 이어지는 전생의 기억이란 어떤 종류의 저주일까요.

더이상 마차도, 화형식도, 드레스와 사교계도 없는 세상입니다. 마차 대신 자동차가, 화형 대신 인도적인 처벌이, 여성의 권리는 꽃처럼 아름다운 인형에서 차차 벗어나는 현대. 당신은 이 순간에 살아가며 하필이면, 전생과 전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첫 생과 둘째 생의 기억을 전부 가지고 당신은 또다시 낯선 시대에 태어나 발을 내딛었습니다. KPC는 어디 있습니까. 이제 마녀라는 이름이 없는 이 시대에서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당신에게는 더이상 없습니다. 지금 이 시대는 재앙의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인류 모두에게요.

당신이 태어나고서 스무 해가 지났을 적 지구의 중심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았습니다. 화산처럼 뿜어져나온 녹청색의 불기둥은 꼭 나무처럼 보이기도 한다는데, 이것이 나타난 이후 아무 이상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이 타들어가는 격통을 겪으며 죽어나갔습니다. 사람들은 마침내 세상이 멸망할 재앙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내일은 또 누가 목숨을 잃을까요. 어쩌면 당신일 수도 있겠죠. 거리에 시체가 곳곳 쓰러졌어도 여전히 살아남아 있는 당신을 포함한 사람들. 그 세상에서,

당신에게 엽서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발신인에 KPC의 이름이 적힌, 내용 없이 가막살나무의 꽃잎만이 붙어있는.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1:1 타이만 시나리오

인원 : PC 1인+KPC 1인

배경 : 현대, 아포칼립스

플레이 타임 : 3~6시간 

플레이 난이도 : 낮음~중간

키퍼링 난이도 : 중간

(전투 룰을 포함합니다. RP가 필요한 NPC가 있습니다.)

권장 기능 : 관찰, 듣기, 자료조사

준 권장 기능 : 근접전(격투), 근접전(도끼: 근력으로 대체 가능합니다.), 오컬트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연관되어 금전 거래가 오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세션카드에 한해 커미션 및 금전 거래를 허용합니다. 

※ 키퍼링 해주실 분을 따로 두고, KPC 역할을 하는 PC를 포함한 PC 2인으로의 개변이 가능합니다. 단, KPC 역할의 PC를 플레이하시는 플레이어 분은 키퍼가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알고 있어야 합니다. 

※ 본 시나리오는 CoC 비공식 팬메이드 타이만 시나리오 《가막살나무 아래의 마녀》 (이하 '가나마', https://for-your-tender-story.tistory.com/20 ) 와 《가막살나무 아래의 약속》 (이하 '가나약', https://for-your-tender-story.tistory.com/22 ) 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후속 시나리오입니다. 반드시 《가나마》, 《가나약》을 먼저 플레이한 후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 KPC와 PC는 고정됩니다.

※ KPC와 PC의 백스토리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권장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개변하여 플레이해주세요. 이에 대한 문의는 송구하오나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 KPC는 지정 성별 여성을 추천하며 KPC와 PC의 관계는 개요에서와 같이, 전생인 《가나마》와 전전생인 《가나약》에서의 기억을 잇는 초면 아닌 초면 관계로 고정됩니다.

KPC의 등장 비중이 상당히 적습니다.

※ 테스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시나리오 하단에 플레이 타임 수집 폼이 있습니다. 플레이를 하셨을 시 평균 플레이 타임 명시와 이외 더 나은 방향으로의 수정을 위해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시나리오는 상해, 살해, 사망 요소와 신체 변형 묘사를 포함합니다. 이를 가볍게 다루고자 함이 결코 아니며, 미화할 의도 역시 없음을 밝힙니다.

※ 본 시나리오에서는 신화생물에 대해 독자적으로 창조, 해석한 부분이 존재합니다. CoC 원작의 분위기와 상이할 수 있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 대한 공계에서의 무례한 언행, 스포일러성 혹은 자작 발언의 발견 등 불미스러운 일의 발생 시 즉시 비공개 처리됩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 외 문의는 @henceihateu의 DM이나 최하단의 폼으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키퍼(GM)가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어느 날 솟아오른 녹색 불기둥, 그러나 온기조차 없는 이 불길의 이름이 툴즈차(룰북 p. 335)임을 당신이 알지 모르겠습니다. 맞아요, 보이는 그대로입니다. 어느 날 지구에 강림한 툴즈차는 주문 불타는 재앙(룰북 p. 261 '죽음의 주문' 차용, 시나리오 내에서는 술자로부터 대상이 10미터 내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없는 형태로 변형)을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퍼부었습니다. 툴즈차는 죽음과 타락, 부패를 무엇보다 좋아하는 신이 아닙니까.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앞으로도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죠. 세상은 어쩌면 정말로 멸망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KPC는요? KPC는 무슨 연관이 있단 말입니까? 아니, 그 전에 대체 어디 있는 거죠?

앞서 《가막살나무 아래의 마녀》에서 도망치거나 탐사자를 떠나거나 죽은 KPC는 다시금 탐사자와 같이 현대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그 영혼의 체질만은 여전했습니다. 오히려 더 강해졌죠. 유령을 불러들이는 체질 말입니다. 《안녕, 가막살나무》의 KPC가 특히 선명하게 보다 못해 이끌어내기까지 할 수 있는 유령은 《가막살나무 아래의 약속》에서의 KPC를 포함하여, 살아생전 지독히 억울한 일을 겪어 죽은 원혼들입니다. 이를테면, 또 다른 마녀들 말입니다. 죽고 오랜 시간이 지나 세상에 대한 원망밖에 남지 않았던 마녀들의 원혼은 유일하게 자신들을 알아볼 수 있고 살아 움직일 수 있는 KPC에게 들이닥쳤습니다. 유령을 보는 인간이라 해도 평범한 신체를 갖고 있는 KPC가 수많은 귀기에 영향을 받으며 멀쩡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로 인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원망에 시달리던 KPC는 결국 영구 광기에 걸려, 마녀들의 원한에 의해 원치 않게 세상을 멸망시킬 방도로 툴즈차 접촉 주문을 외우게 됩니다. 즉, 어찌 됐건 사람들이 죽어가기 시작한 원인은 KPC입니다. 이 땅에 툴즈차를 부른 게 KPC니까요.

지구에 강림한 툴즈차는 지구의 핵에서부터 땅을 뚫고 녹청의 불기둥으로 강림하며 지구의 인류를 곧바로 말살시키기를 원했으나, 아무리 이계의 신이라 해도 마력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 존재로서는 한 번에 그를 이룰 수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한두 명, 많아봐야 하루에 너댓씩 저주를 걸 수 있었을 뿐이죠. 조금 더 손쉬운 파괴를 위해 방법을 찾던 툴즈차는 소수의 신도들을 이용해 자신을 이 행성에 불러낸 술자를 찾아냅니다. 그 술자, KPC의 등에 덕지덕지 붙은 증오로 이루어진 혼이라고 해도 무방할 유령들도 함께요. 툴즈차는 이 명계로 돌아가지 못한 원혼들과 그것을 불러낼 수 있는 KPC의 생명력자신 마력의 양분 삼을 작정입니다.

KPC는 툴즈차가 있는 근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생명력을 빨아먹히면서 식물화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생명력은 남았으나 움직이지 못하도록 식물이 되고 있는 중인 겁니다. 그것이 하필 가막살나무인 까닭은 그것이 아주 오래 전 KPC의 의식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탓일 겁니다. 그리고 나무로 변하기 직전 광기 속에서 KPC는 본능적으로 재앙의 원인이 자신임을 깨달았습니다. KPC는 스스로 자신을 해할 수 없는 나무로 변해가며 유일하게 모든 전말을 알고 있는 탐사자만이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여겨, 역시 유령들로부터 얻게 된 신화적, 모독적 방법으로 툴즈차를 피해 탐사자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 세상의 멸망과 생명력을 빼앗기는 고통을 막을 방도는 하나뿐이죠.

탐사자가 받게 되는 엽서는 KPC의 마지막, 마지막 전언입니다. 세 번의 생을 넘어서 당신에게 전하는 마지막.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 나무를 닮은 세계를 멸망시키는 불꽃. 그 옆의 가막살나무.

우리 결국 시시한 재앙의 앞에 섰습니다. KPC를 위한 인삿말은 준비되었나요?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의 모든 대사는 KPC의 성격에 맞게 변용해주세요.)

 

 

 

 

 

 *툴즈차가 시나리오 내에서 쓰는 주문 '불타는 재앙'은 '죽음의 주문'의 변형된 형태입니다. 이 주문은 몸을 안에서 태우는 주문이며, 본래 '죽음의 주문' 또는 '불타는 재앙의 저주'는 주문의 대상이 술자로부터 10미터 이내에 있어야 하나 본 시나리오 내에서는 술자인 툴즈차와 대상의 거리에 상관없이, 그리고 툴즈차의 고정된 마력에 국한되지 않고 시전 가능합니다. 이는 유령들과 KPC의 생명력이 툴즈차의 마력으로 변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로 변하기 직전 광기 속에서 KPC는 유일하게 모든 전말을 알고 있는 탐사자만이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여겨, 역시 유령들로부터 얻게 된 신화적, 모독적 방법으로 툴즈차를 피해 탐사자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탐사자가 KPC와 (이번 생에) 초면이더라도 KPC는 어떤 방법으로든 이번 생의 탐사자에 대해 이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알고 있어야 하므로, 그에 관련한 백스토리를 정해주세요.

 또한, 스무 해라고 적어는 놓았으나 툴즈차가 강림하는 데에는 더 적거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 수 있습니다. KPC와 탐사자의 나이에 따라 자유롭게 설정해주세요.

 

 

 

 

 

 

 

 

 The Beginning of the End

 

 

자, 한번 기억해볼까요. 당신의 첫 번째 생은 그녀에게 인질로 잡힌 기억이 점거합니다. 마녀 사냥. 함께 달아나다 끔찍하게 죽어가는 여자, 억울한 생을 지나온 여자, 여자 이전에 무참하게 학살당했던 사람들. 당신의 두 번째 생은 가문과의 연을 잇는 도구로 사용되던 귀족 영애의 흰 옷자락에 얼룩덜룩 묻은 핏자국으로 함께 점철됩니다. 첫 번째에도 두 번째에도 그녀는 말했습니다. 사랑이 있냐고. 사랑이란 게 진짜 있는 거냐고.

(《가나마》 Ending 1 경우) 두 번째의 생애, 도망친 KPC는 이후로도 복수, 복수를 자행하다 어느 날 당신의 곁을 소리없이 떠났습니다.

(《가나마》 Ending 2 경우) 두 번째의 생애, 그대로 붙들린 KPC는 사형에 처해졌다 들었습니다.

(《가나마》 Ending 3 경우) 두 번째의 생애, 당신의 손으로 그녀를 단죄했었죠.

(《가나마》 Ending 4 경우) 두 번째의 생애, 보낸 이후로 그 생 단 한 번도 KPC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요, 당신, 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태어날 적부터 이어지는 전생의 기억이란 어떤 종류의 저주일까요.

그리고 눈을 뜨면 지금은 더이상 마차도, 화형식도, 드레스와 사교계도 없는 세상입니다. 마차 대신 자동차가, 화형 대신 인도적인 처벌이, 여성의 권리는 꽃처럼 아름다운 인형에서 차차 벗어나는 현대. 당신은 이 순간에 살아가며 하필이면, 전생과 전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첫 생과 둘째 생의 기억을 전부 가지고 당신은 또다시 낯선 시대에 태어나 발을 내딛었습니다. KPC는 어디 있습니까. 이제 마녀라는 이름이 없는 이 시대에서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당신에게는 더이상 없습니다. 지금 이 시대는 재앙의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인류 모두에게요.

당신이 태어나고서 스무 해가 지난 어느 날 지구의 중심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았습니다. 화산처럼 뿜어져나온 녹청색의 불기둥은 꼭 나무처럼 보이기도 한다는데, 이것이 나타난 이후 아무 이상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이 타들어가는 격통을 겪으며 죽어나갔습니다. 사람들은 마침내 세상이 멸망할 재앙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당신은 새벽에 눈을 떴습니다. 끔찍한 비명이 꿈을 깨웠습니다. 사람의 비명에 깨는 것은 이제 일상 다반사입니다. 창문 너머에서 들리는 누군가 죽어가는 소리.

새벽의 거리에서 비명의 근원지를 찾기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른 시각이니만큼 거리에는 사람이 없고, 사실 인파가 많았더라도 뚜렷했을 겁니다. 끄억, 꺽……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괴로운 소리와 함께 그의 귀와 코, 벌린 입과 눈에서마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으니까요.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살점에서 익은 고기의 지독한 냄새가 풍깁니다. (SANC 0/1) 뉴스에 따르면 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현상은 갑작스럽게 체내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안쪽에서부터 붙은 불이라 꺼뜨릴 방법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지능 성공 시▶ 냄새는 기억을 불러일으킨다고 하던가요. 아주 오래 전의 것이라도 말이에요. 화형대에 묶여 뼈가 드러나고 지글지글 끓는 살점과 피고름이 뭉친 몸으로 비명을 지르던 '마녀'를 기억합니까. 도합하여 세 번의 생, 전부 기억한다는 것은 이런 면에서 꼭 저주인 것입니다. 

지능 실패 시▶ 냄새는 기억을 불러일으킨다고 하던가요. 아주 오래 전의 것을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 첫 번의 생에서 당신, 당신 말이에요. 그만 어떻게 할 수도 없어 지나쳐버렸던 불타는 사람에 대한 것 말이에요. 

 

문득 방금까지 꾸고 있었던 파편 같은 꿈을 생각하면,

정신력 성공 시▶ 살려줘. 나는 결백해. 어떻게 나를! 어떻게 우리를! 불태우리라! 모조리 불태워버려! 목소리는 고막에 기생하는 불씨처럼 시끄럽게 타올랐다 사그라듭니다. 그 속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람. 잊을 수 없는 얼굴이 말했던 것 같습니다. 나랑 약속해. 이 생을 넘어서. 죽음조차 넘어서. 여자의 피곤한 얼굴 뒤로 풍경이 비 내리는 숲에서 어두운 저택으로 바뀌고, 피 튀긴 낯을 한 그녀의 입술이 다시 열렸습니다.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니. 나는 보복하고 싶었어. 내가 죽은 그 나무 아래서. 죽음보다 강한 사랑 아래에서. 그녀 뒤에서 울부짖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 그러나 이토록 처절하여 들릴 수밖에 없는…….

정신력 실패 시▶ 살려줘. 나는 결백해. 어떻게 나를! 어떻게 우리를! 불태우리라! 모조리 불태워버려! 목소리는 고막에 기생하는 불씨처럼 시끄럽게 타올랐다 사그라듭니다. 그 속에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얼굴이 있습니다. 그 울부짖는 음성들 가운데요! 

 

 *유령들은 KPC와 같은 시대, 같은 시간을 살아왔던 탐사자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막연히 불길한 분위기와 불길만이 꿈에 나타나는 반면, 탐사자에게는 꽤 뚜렷하게 그 이미지가 나타나는 편입니다.

 

그러나 세 번째 생애, 탐사자는 KPC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야말로 KPC는 무얼 하고 있단 말입니까. 아직도 복수를 끝내지 못했을까요. 아니면 그녀 불행이 매번 그 발목에 질질 그림자처럼 끌려다녔으니, 그녀조차 이미 죽어버린 것은 아닐는지요.

 

그 사이 바깥에 끊길 듯 끊길 듯 끊어지지 않던 비명이 멎었습니다.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를 당신은 이번 생에서도 듣고 맙니다. 이제야 이른 아침이 되어 하나 둘 바깥으로 나오던 사람들이 안쪽에서부터 불타 꺼멓게 죽은 시체를 두렵게 흘끔거리며 지나갑니다. 내일은 또 누가 목숨을 잃을까요. 어쩌면 당신일 수도 있겠죠. 어떤 전조도 없이 삽시간에 인간을 죽여버리는 이 현상이 나타난 지 몇 달이 지났습니다. 황망한 세상은 돌아가는 법을 잊은 것처럼 천천히 멈췄습니다.

그때입니다.

듣기 성공 시▶ 똑똑, 현관문을 익숙하게 노크하는 소리가 두어 번 들렸습니다.

듣기 실패 시▶ 방금 문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나요? 

 

현관으로 가보면 집배원이 노크했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소포가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가장 바빠진 것은 집배원들입니다. 사람들이 막연한 재앙에 바깥에 나가지 않으려 하니 당연한 수순입니다. 소포 옆에는 이 시국에 새로이 세워진 신문사인지, 무료 배포용 조간신문이 한 부 놓여져 있습니다.

 

  • 소포
    소포는 크지 않은 상자입니다. 송장에는…… 당신이 단 한 번 만나지 못했으나 그럼에도 알고 있는 이름입니다. KPC.

    (송장을 볼 시)
    자료조사 성공 시▶ 주소를 보면 그다지 가깝지 않은 교외입니다. 적어도 기차를 타고 한나절은 가야 하는 곳입니다. 그러고 보니, 문제의 녹색 불기둥이 솟은 데가 이 근방이 아니었던가요? 
    자료조사 실패 시▶ 주소를 보면 그다지 가깝지 않은 교외입니다. 적어도 기차를 타고 한나절은 가야 하는 곳. … 어쩐지 낯이 익은 주소인데, 

    (안의 내용물을 볼 시)
    안에는 엽서 한 장이 들었습니다. 꽃잎들 사이에 파묻혀 있는 것을 들어보니 엽서에도 스카치테이프로 꽃잎 하나가 붙어있습니다. 그 외에 엽서는 깨끗합니다. 발신인에 역시 KPC의 이름이 적힌 것을 빼면, 그 무엇도 적혀있지 않습니다.

    지능 성공 시▶ 상자 가득히 쌓인 것은 가막살나무의 꽃잎입니다. 하얗고 작은 꽃잎들이 몇 움큼 뜯어낸 듯이. 심지어 계절도 맞지 않아요. 이때에 피는 꽃이 아닐 텐데요.
    지능 실패 시▶ 상자 가득히 쌓인 하얗고 작은 꽃잎들은 몇 움큼 뜯어낸 듯 수북합니다.

    관찰 성공 시▶ 꽃잎을 파헤쳐보면 엽서 말고도 내용물 하나가 더 있습니다. 작아 미처 못 보고 지나치기 십상이었을 그것은 엄지손가락 한 마디쯤 되는 유리병입니다. 너무 작아서 무언가를 넣을 수나 있을까 싶은 유리병에는 눈대중으로 보면 딱 너댓 방울쯤 될 녹색의 액체가 들어있습니다. 
    관찰 실패 시▶ 상자 안은 엽서 외에는 꽃잎만 가득합니다. 뭔가가 더 있을까요? (*탐사자가 상자를 탈탈 털어내버리면… 관찰에 성공하지 않아도 유리병을 획득합니다.)

     *가막살나무 꽃잎과 녹색 액체는 이후 엽서의 내용을 알기 위해 이븐 가지의 가루(룰북 p. 258)를 만드는 데 쓰입니다. 꽃잎에 녹색 액체를 떨어뜨리면 회백색의 가루가 되며, 이를 엽서의 깨끗한 면에 뿌리면 마력이 1점 소비되고 심장이 열 번 뛸 동안 그 내용이 보일 것입니다. 녹색 액체는 KPC가 툴즈차의 신도에게서 훔친 것으로, 종종 독이나 모독적인 합성물을 만들 때 쓰이는 신화생물의 피입니다.
     또한 참고로… 가막살나무의 꽃은 5월 경에 핍니다. 제가 쓰는 시점이 7월 말이라 계절이 맞지 않다, 라 기재했습니다만, 배경이나 탁의 플레이 시점에 따라 해당 문장은 자유롭게 삭제해주세요. 



  • 조간신문
    무료배포용인 듯한, 들어본 적 없는 신문사의 신문입니다. 1면에는 이제 지겨울 지경인 이 재해로 인한 각국의 사망자 숫자가 실렸습니다.

    자료조사 성공 시▶ 몇 장을 넘겨보다 구석에 있는 한 기사에 시선이 닿습니다. 종말의 불기둥이라 불리는 그 녹청색의 불길이 솟은 근처에 난데없이 숲이 생겼다는 내용입니다. 해당 지역은 숲의 조성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합니다. 위치를 보면… 소포의 발송지와 같습니다.
    자료조사 실패 시▶ 몇 장을 넘겨보다 구석에 있는 한 기사에 시선이 닿습니다. 종말의 불기둥이라 불리는 그 녹청색의 불길이 솟은 근처에 난데없이 숲이 생겼다는 내용입니다. (*탐사자가 송장의 주소와 기사의 장소를 대조해본다면 별도의 판정 없이 같은 장소임을 알 수 있습니다.)

     *KPC가 있는 곳이 맞습니다. 툴즈차는 KPC의 생명력과 KPC가 불러들이는 영혼의 증오로 마력을 대체하고 있으므로, 사람들이 KPC를 찾아내 먼저 죽여버리지 않도록 환각으로 만든 숲속에 나무가 된 KPC를 숨겼습니다. 나무를 숨기기에는 숲이 가장 제격이잖아요.

 

이번 생에조차 엮이기로 작정한 KPC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당신이 알 도리는 없습니다. 보란 듯이 행선지를 정해놓는 뻔뻔함에 박수라도 쳐줘야 할까요. 불현듯 꿈이 떠오르면 탐사자의 머릿속은 더더욱 확신을 굳힙니다. KPC 당신, 아직도 세상에 대한 보복을 마치지 않은 건지요.

세상은 멈췄습니다. 작동하는 것보다 작동하지 않는 것이 더 많습니다. 탐사자의 일정도 기실 하루를 살아내는 것밖에는 더할 것이 없었을 겁니다. 얼마 동안 재해를 흩뿌렸다가 이제와 당신을 찾는 연유가 대체 무엇일까 싶습니다.

탐사자, 기차역으로 향합시다.

 

 *기차역으로 향하기 전, 탐사자가 이븐 가지의 가루를 만들기 위한 재료(소포 내용물 전부)를 챙길 수 있도록 해주세요! 만약 이 부분에서 탐사자가 움직이기를 거부한다면 사람들이 타죽는 현상은 계속되고 결국 인류는 멸망합니다. KPC 역시 그쯤 되면 생명력이 완전히 없어져 있을 겁니다. 탐사자와 KPC 모두 로스트. 별도의 엔딩 지문은 없습니다.

 

 

 

 

 

 

 

 

 With A Petal Letter

 

 

역에서 기차가 떠나기 시작합니다.

칩거하는 이들이 많아지다보니 교통수단 역시 운행이 줄어들었습니다. 자가용이나 버스 같은 경우 더했죠. 운전하다 승객이나 운전자 중 한 명이라도 불타 죽는다면 더 큰 인명피해를 불러올 게 뻔했으니까요. 기차는 하루에 두 번 밖에 운행하지 않는데, 당신이 그나마도 오전 운행 중 열 손가락 안에 꼽는 승객이었습니다.

기차에 올라보니 객실 안은 텅텅 비었습니다. 탐사자의 대각선 앞 자리를 제외하고는요. 탐사자의 몸을 싣고 기차가 떠납니다. 차창으로 비치는 날씨는 유별나게 맑습니다.

 

관찰, 듣기, 심리학, 은밀행동 등 기척을 살피는 데에 인정될 수 있는 기능치 성공 시▶ 아무래도 승객이 없다보니 허전한 기색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선 앞에 앉은 저 승객도 그런 걸까요? 흘긋 시선을 돌렸다가 눈이 마주칩니다. ……어쩐지 자주 마주치는 것 같습니다. 이쪽을 주시하는 것처럼.

관찰, 듣기, 심리학, 은밀행동 등 기척을 살피는 데에 인정될 수 있는 기능치 실패 시▶ 아무래도 승객이 없다보니 허전한 기색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선 앞에 앉은 저 승객도 그런 걸까요? 시선이 한 번 어색하게 붙었다가 금방 떨어집니다.

 

 *툴즈차를 모시는 사교도입니다. KPC의 상태를 살피고 KPC가 불러들인 러 탐사자와 마찬가지로 숲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툴즈차가 출현한 이후 눈에 띄게 이동해오는 인구가 줄었습니다. 사실 없다시피 합니다. 누가 그 불길한 신에 가까이 가고 싶어 하겠어요?

 

그러고 두어 시간쯤 지났을 때입니다. 앞에 앉았던 승객이 화장실에라도 가려는지 잠시 일어납니다. 마침 기차가 커브를 도느라 옆으로 쏠리는 것도 그때였습니다. 덜컹. 일어난 승객의 것 같은 짐가방이 바닥에 쿵 쓰러지고, 탐사자가 가지고 있던 소포 상자의 뚜껑이 미끄러져 열립니다. 가막살나무 꽃잎이 몇 닢 흩어집니다.

다시 갈무리하려 하는데 이번에야말로 똑똑히 눈이 마주칩니다. 깡마르고 신경이 무딘 것처럼 몽롱하게 비틀거리며 섰으나 형형하게 눈만은 살아있는 사람. 기이한 확신이 탐사자를 덮칩니다. 위험하다.

 

 *시기에 피지 않는(혹은 소포에 있는) 가막살나무의 꽃잎을 보고서 사교도는 탐사자를 KPC와 연관이 있는 자라고 확신합니다. 사교도와의 전투를 시작합니다. 툴즈차를 모시는 사교도의 특성치는 근력 40, 건강 30, 크기 50, 민첩 50이며, 체력은 8, 기능치는 근접전(격투) 30, 회피 25입니다. 탐사자가 사교도의 체력을 5 이상 감소시켰을 때에 사교도를 기절시킬 수 있습니다. 이후 다음 지문으로 이어집니다.

 

이 사람은 대체 뭐하는 사람이죠? 다짜고짜 달려들다니요. 제압하기는 했지만 얼떨떨합니다. 눈을 들면 쓰러진 그의 뒤로 이 사람의 자리인 듯한 대각선 앞쪽, 짐이 널려 있습니다. 커브와 함께 와르르 쏟아져 나온 책더미와 짐가방 안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책더미

    어디로 가져가려고 했으며 무슨 용도로 이렇게나 많은 책들을 모아 죄다 기차칸에 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걸 들고 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게 여겨질 정도예요.
    별도의 판정 없이 제목을 훑어볼 수 있습니다. 한눈에 책들의 제목을 훑었을 적 머리가 아파옵니다. 구역질이 나는 글자들, 본능적으로 꺼려지는 무언가를 앞에 두었을 때의 감각. (SAN 0/1)

    자료조사 성공 시▶ 눈에 띄게 자주 만진 듯한 책 세 권을 발견합니다.
    자료조사 실패 시▶ 눈에 띄게 자주 만진 듯한 책 두 권을 발견합니다.


  • 첫 번째 책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입니다.

    관찰 or 자료조사 성공 시▶ 중간에 한쪽 끝이 접힌 페이지가 손끝에 만져졌습니다.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문장,
    관찰 or 자료조사 실패 시▶ (*행운 판정에 성공하면) 아무 페이지나 펼쳤습니다.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문장, (*행운 판정에도 실패 시 다음 내용을 찾지 못합니다.)

 …… 드리오페는 너무 무서워 달아나려고 했다. 그러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발을 떼려고 해도 상체만 조금 움직일 뿐 그녀의 몸은 갈수록 딱딱한 나무로 변해갔다. 두렵고 괴로운 나머지 머리를 쥐어뜯었으나 손 안에 잡히는 것은 나뭇잎뿐이었다. …… 


 *토마스 불핀치(1796~1867)의 저서 《그리스 로마 신화》(1855)의 일부입니다. KPC의 상태와 일맥상통합니다.



  • 두 번째 책

    제목이 없는 책입니다. 까만색 가죽 표지의… 성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직감은 그렇지 않군요. 내용을 펼쳐보면 역시나 점성과 은밀한 주술, 흑마법 등에 관한 내용이 줄줄 적혀 있습니다. 황당무계하지만 불길합니다. 어쩐지 두통이 다시 일어나는 기분입니다. (SAN 0/1)

    관찰 or 자료조사 성공 시▶ 역시 한쪽 끝이 접힌 페이지를 찾아냅니다. 형광펜으로 줄이 그어져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유령과 접촉하는 주문'.
    관찰 or 자료조사 실패 시▶ 역시 한쪽 끝이 접힌 페이지가 있지만, 한두 페이지가 아닙니다. 다시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재시도 가능합니다.) 

    주문을 눈으로 읽은 순간,
    오컬트 성공 시▶ (*탐사자의 마력이 1 줄어듭니다.)
    오컬트 실패 시▶ (*탐사자의 마력 절반이 줄어듭니다. 더하여 이성 역시 1d3만큼 감소합니다.)

    "……오랜만이네." 허공에서 반투명한 형상이 나타납니다. 분명 진짜 천이었다면 아주 검고 묵직했을 로브가 그 몸을 가리고 있습니다. 햇살이 반투명한 몸을 투과합니다. 그늘이 있었다면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 얼굴은 반쪽이 흐릿하게 상처입었습니다. 그래요, 당신, 전전생에 그녀를 보았습니다.
    마녀, 혹은 사람을 살리던 여자, 세크레타입니다.

     *이후 세크레타의 유령과 대화가 가능합니다. 세크레타가 말해줄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는 바로 KPC는 전생(*《가나마》)에서도 유령을 볼 수 있는 체질이었다. 아마 하고 많은 영혼들 중 내가 탐사자에게 오게 된 것은 전전생을 함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KPC의 영향이 아무래도 클 것. 
     -저승이 아닌 이승에 여태 있었음을 기억은 하나, 무엇을 했는지는 이상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누군가 완전히 기억을 비워버린 것처럼. 유령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이계에서 온 모독적인 것들 뿐일 것.
     -마찬가지로 KPC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내가 아직도 이승에 있는 것을 보면 KPC도 살아있긴 할 것이다. 그러므로 KPC를 찾는 데에 도움은 줄 수 있다. 

     -KPC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내가 투명하지 않고 '실제 사람'의 모습에 가까워질 것이니, 그것을 보고 KPC와의 거리를 판별하면 된다.
     -인간이 안에서부터 불타죽는 재앙? 오래 전이긴 하지만 내가 말해줬지 않나. 끔찍한 재해 같은, 마법이 일어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그것은 보통 사람의 것이 아닌 이유라고.




  • 세 번째 책

    책이라기보다는 얇아 노트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펼쳐보니 인쇄된 글씨가 아닌 필체가 휘갈겨 있는 것을 보아하니 더욱 그렇습니다. 상당한 악필이네요. 글자는 뒤로 갈수록 알아보기가 힘들어집니다. 그와중에 탐사자는 보란 듯 반 접혀있는 페이지를 찾아냅니다. 거친 필기체.

    언어(모국어) or 자료조사 성공 시▶ 하나, 유령과 사람 생명력을 마력으로 변환하는 방법. 둘, 생명력을 마력으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대상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여야 한다는 조건. 셋, 사람을 나무로 만드는 주문. …… 이게 뭐죠? (SAN 0/1)
    언어(모국어) or 자료조사 실패 시▶ 하나, 사람의 생명력을 마력으로 변환하는 방법과 둘, 사람을 나무로 만드는 주문이 적혀있습니다. ……이게 뭐죠? (SAN 0/1)



  • 짐가방

    유리 용기를 찾아냅니다. 다행히 깨지지 않았습니다. 용기의 반절 가까이 녹색의 액체가 차 있습니다.

    (소포 안에서 유리병을 찾은 경우)
    관찰 성공 시▶ KPC의 소포 상자 안에 들어있던 것과 똑같은 액체입니다.
    관찰 실패 시▶ 끈적거리는 점도가 어쩐지 기분 나쁘군요.

     *소포 상자 안에서 유리병을 찾지 못한 경우 짐가방 안의 유리 용기에 든 액체를 대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나면 세크레타가 유리병/유리 용기에 든 액체의 정체에 대해 말해줍니다. 다음 부분으로 진행합니다.

 

 

"이건…… 지구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군."

 

세크레타가 말합니다. 그녀의 손은 무엇도 집지 못하기에 그저 가리킬 수 있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너머의 풍경이 비치는 손끝이 향하는 것은 녹색의 액체와, 이어 가막살나무 꽃잎입니다. 상자 안에 들어있는.

 

"용도를 알겠어."

"날 믿어, 탐사자. KPC가 네게 보내야만 할 말이 있었나보군."

"그걸 꽃잎에 부어. 그러면 흰 가루가 만들어질 거야. 그걸 엽서에 뿌리면 숨겨진 글씨가 보일 거다."

 

얼굴을 보이지 않고 비로소 내어놓을 수 있는 언어가 있다는 걸 믿습니다. 

 

 *탐사자가 이븐 가지의 가루를 만들어 엽서 위에 뿌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녹색 액체를 상자 안에 담긴 꽃잎에 부으면 1d10분이 지난 뒤 회백색의 가루가 만들어집니다. 

 

 

 

 

 

 

 

 

 Beyond Three Lives

 

 

 

하늘이 짙어집니다. 이제 곧 도착입니다. 차창 밖으로 낯선 풍경이 지나치고, 멀리 숲이 보이는 것도 같아요. 덜컹이는 기차 안에 적막만 그득합니다.

세크레타의 말대로 엽서 위에 가루를 뿌립니다.

일순 눈앞이 눈부신 윤슬을 마주했을 때처럼 아득해졌다가, 곧 새하얀 종이 위에 느리게 적혀나가는 글자를 볼 수 있습니다.

차례로 나타나는 문장은 이러한 순서로 눈에 비쳤다가, 심장이 열 번 뛰었을 때에 역시 차례로 흐려집니다. 

 

잘 지냈어?

복수를 하기 위해 떠났지만 고작 내 손으로 이루어낸 보복은 지금 와 생각해보면 제대로 된 것도 아니었지.
그러므로 지금에 닥친 이 재앙은 내가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으나, 꼭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니어서.

재앙을 물리고 싶지 않니. 그렇잖아도 세상은 충분히 잔인해서 살아가기 벅차잖아.
네게 선택지를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부탁을 하고 있는 거야.
나를 찾아와 그만 재앙의 근원을 없애달라고.

첫 번의 나도 두 번째의 나도 마녀였다면 지금의 나는 무엇일 것 같아?
첫 번의 네가 인질이고, 두 번째 네가 친우
(*《가나마》에서의 관계에 따라 변형해주세요!)이고,
지금의 네가 그 무엇이든.
네가 무사하기를 바란다. 나는.

……이것도 사람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면.

이제 생을 건널 필요는 없어. 하물며 죽음조차 건널 필요는 더더욱.
우리는 이미 세 번의 생을 건너왔지 않나.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말하는 게 네게 훨씬 좋은 인사가 될 것 같다보니 이 부탁은 어쩐지 죄 같다. 그러나……

 

관찰 성공 시▶ 흐리게 빛나는 마지막의 문장을 읽습니다. 

 

나 네가 보고 싶어, 탐사자.

 

 *이렇게 적어놓긴 했지만… 진상 관련을 제외하면 KPC의 성향과 말투에 따라 무엇이든지 바꿔주셔도 괜찮습니다! 특히 마지막의 문장은 KPC가 이번 생의 탐사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주세요.


어느새 오후입니다. 햇빛이 먼지처럼 부유합니다. 기차가 도착합니다. 

자꾸 흐려지는 눈을 억지로 들고 기차를 내리면 말도 안 되게 거대한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역 앞부터 쭉, 황무지였을 공간을 삼키듯이 꾸역꾸역 녹음이 자라있고. 그 너머에 뉴스로나 보고 듣던 녹청색의 불기둥이 보입니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불길하기만 한 저 색깔. (SAN 1/1d3) 

 

"저 안에 있어. 분명해. ……이 나무들도 상당히 위화감 있는데."

 

세크레타가 탐사자를 이끕니다. 숲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와 풀에서 나는 녹음의 향내가 깊숙합니다. 나무 사이사이로 비치는 햇빛에 무성한 연둣빛. 걸어갈수록 숲은 더 빽빽해지고 녹색 불기둥이 가까워질수록 어쩐지 숨이 막히는데,

멀리 흰 꽃을 보았습니다. 탐사자, 보이나요.

아. 당신을 알아볼 수 있어요. 약속해달라고 했잖아요. 기억해달라고 했잖아요. 당신의 얼굴이 나뭇잎 아래로 스칩니다. 거기에 그대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막살나무입니다.

 

 

 

 

 

 

 

 

 Goodbye, Viburnum

 

 

청록의 불길, 그 지척의 아래에서.

세크레타가 일순 선명해지더니, 무어라 말도 하지 않고 사라집니다. 탐사자는 그에 놀랄 새가 없습니다. 비유가 아니라 KPC의 낯은 나무에 조각되어 채색한 듯 꼼짝없이 가막살나무에 붙었기 때문에. 얼굴뿐만 아니라 추락할 것 같은 몸이 괴롭게 나뭇가지와 꽃과 잎과 함께 엉켰습니다. 저런 거였나요.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만든다는 건 저런 거였나요. 생명력을 흡수하기 위해……. (SAN 0/1d2)

지금 이 순간에도 느리게 느리게 나무껍질로 덮이고 있는 KPC가 탐사자를 바라봅니다. 메마른 입술이 겨우 떼어집니다.

세 번째. 세 번째의 재회.

꼭 마지막 같은.

 

 *KPC가 전해야 할 진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신은 탐사자와 함께, 이번에도 환생했다는 것. 그러나 유령을 불러들이는 체질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

 2. 주로 내게 응답하고 이끌려온 영혼들은 전부 나와 같이 마녀 사냥으로 죽어간 사람들이라는 것.

 3. 재앙은 우리 옆에 있는 이 불기둥 형태를 한 이계에서 온 신에 의해 이루어진 것.

 4. 이 신은 재앙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마력을 KPC의 생명력과 KPC가 불러들이는 영혼으로 대체하고 있으므로, KPC 자신을 죽이면 재앙도 끝날 것이라는 것.

 

 그 이외 《가나마》에서 엔딩을 본 이후의 백스토리는 자유롭게 말해주셔도 좋아요. 

 

말을 마친 그녀가 웃었습니다. 겨울의 나무 같은 웃음입니다. 자신의 계절이 어디쯤에서 끝을 맺을 것인지 아는 표정이요. 손을 들어 어디를 가리킬 수도 없는 KPC는 대신 힘겨운 턱짓으로 탐사자의 뒤를 가리킵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날선 도끼가 땅 위에 놓였습니다.

"세크레타가 가버렸네." KPC는 말합니다. "아마 저 불꽃 때문이겠지. 우리 영혼도 생명력도 다 가져가버리니까." 우리. 그녀의 입에서 나온 우리, 는 어딘지 낯선 빛을 띱니다. 

 

"우리가 꾸는 그건 불구의 꿈이야. 결코 스스로를 구할 수 없는 꿈. 우리라고 칭하는 내 뒤의 원혼들이 사람의 사랑은 거짓 약속보다 얄팍하다고 말해. 사람을 아끼고 귀히 여기는 건 다 바보 같다고. 그래서 나는 차라리 죽음이 사랑보다 강하기를 바랐어." 

"그런데 있잖아, 내가 너를 부른 것도 결국 어떤 형태의 죽음으로부터 나와 다른 모든 이를 구하기 위해 저지른 사랑이 아닐까 싶어. 결국 나는 사랑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나봐. 한 생애는 죽고, 한 생애는 죽이고,"

"그래서 이번에는 사람을 살려보고자 해."

"보복으로부터의 용서를 바라는 건 바보 같지만 세 번을 살아 이제는 좀 공평하다 싶다."

 

탐사자. 결코 KPC는 당신을 부르지 않습니다. 탐사자.

두 번을 죽고도 다시 한 번 내 앞에서 무너지려 하는 당신. 세상에 의해 망쳐지고 세상을 향해 욕설을 뱉었다가 이제와서는 세상을 지키려는 너.

탐사자.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엔딩 분기입니다. 자유로운 RP를 권장합니다. 나무가 된 KPC를 베는 데에는 근력 혹은 근접전(도끼) 판정이 한 번 필요하며, 탐사자가 원한다면 성공할 때까지 시도할 수 있습니다. KPC가 베어지면 툴즈차는 지구에서 물러나 아자토스의 궁정으로 송환됩니다. 엔딩은 둘로 나뉩니다. 나무가 된 KPC를 벤다면 Ending 1, 베지 않거나 베지 못한다면 Ending 2로 진행합니다.

 

 

 

 

 

 

 

 

 

 

 

엔딩

 

 

 

 

1. 탐사자가 가막살나무(KPC)를 베어낼 경우

 

 

 

 

도끼 자루를 말아쥐고 묵직한 쇠 빛이 숲내음에 묻히리라 생각하며 그것을 들었을 때 나는 다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끝과 함께, 그럼에도 영겁은 아닐 너의 순간을 지나치고 나면 나는 기필코 어떤 바람도 견딜 수 있게 단단해질 거야. 바람이 내 위로 흘러가면 지층의 무늬가 남은 조약돌처럼 무수한 빗살이 마음에 새겨졌다가 그마저 지워지고 마침내는 작고 반짝이는 모래알갱이로 흩어질 거라고, 우리가 서로 다시는 이런 식으로 만나지 않게. 꺾일 것 같은 마음을 잡고 자꾸 내리쳐도 너는 울음 비슷한 소리도 내지 않고.

 

당신이 쓰러집니다.

 

거짓말처럼 불길이 걷히면 KPC를 둘러싸고 있던 숲도 사라집니다. 먼 지평선 너머로 이제 저녁 하늘이 환하게 불을 켰는데 그 순간 착란처럼 뜬금없는 한낮의 광경이 망막에 맺혔다 떨어집니다.

한낮 속에 살기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곳으로, 원하는 곳을 향해 숨이 차게 달리는 여자가 웃었습니다.

눈물처럼 나부끼는 머리칼에 산산이 부서지는 햇빛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게 누구인지 압니다.

 

우리는 우리를 기억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만 잘 지낼 수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서로를 기억하는 사람 또한 우리였지. 네가 다시는 돌아보지 않을 걸 알아. 그래서 이렇게 뒷모습이 눈이 부신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잘 지내라고 살아가라고 한 마디 하지 않고 잔인한 소원만 내어놓았지만 나는 기적처럼 행복할 겁니다. 가끔 수액처럼 눈물을 흘리고 또 가지처럼 손을 뻗고 자주 햇빛에 흔들리는 잎사귀처럼 웃으면서 살아갈 거라고.

 

……다만 그리워하지 않겠다는 말은 못 할 거야. 그래도,

 

 

Ending 1. 안녕, 가막살나무.

탐사자 생존, KPC 로스트.

툴즈차는 지구에서 사라지고, 세상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2. 탐사자가 가막살나무(KPC)를 베어내지 않거나 베어내지 못할 경우

 

 

 

 

도끼 자루를 말아쥐고 묵직한 쇠 빛이 숲내음에 묻히리라 생각하며 그것을 들었다면 나는 다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너의 순간을 지나치고 나면 기필코 어떤 바람도 견딜 수 있게 단단해질 거야. 바람이 내 위로 흘러가면 지층의 무늬가 남은 조약돌처럼 무수한 빗살이 마음에 새겨졌다가 그마저 지워지고 마침내는 작고 반짝이는 모래알갱이로 흩어질 거라고, 우리가 서로 다시는 이런 식으로 만나지 않게.

 

그런데 영원이 지나고 나서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이 흔들리는 이파리의 그림자는 어떻게 하죠. 거기에 또 끈질기게 비치는 볕은 도대체 어떻게 하죠. 무슨 이유든 손바닥으로 하나하나 짚어도 끝나지 않는다면 네 뒤의 원혼들이, 한 번 죽음을 겪은 그들이 말하는 대로 죽음이 사랑보다 강할지도 몰라. 세상의 심중을 기어이 우리가 찢어놓았다면 그야말로 바라는 바일지도. 그러므로 탐사자는 세 번째로 보게 된 가막살나무를 베지 않습니다.

 

불길이 흔들립니다. 

 

우리는 우리를 기억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만 잘 지낼 수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서로를 기억하는 사람 또한 우리였지. 이번에는 스스로 떠날 수도 없는 네가 나를 미워할 걸 알아. 그래서 가장 손쉽게 눈을 감는다.

거대한 불꽃은 이끼로 뒤덮인 고목처럼 푸르게, 푸르게, 영영 거기 있을 것 같은 녹음으로 일렁입니다. 그 순간 착란처럼 뜬금없는 한낮의 광경이 망막에 맺혔다 떨어집니다.

한낮 속에 살기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곳으로, 원하는 곳을 향해 숨이 차게 달리는 여자가 울음처럼 웃었습니다.

저 화염은 분명 불길하고 지독한 것으로 여겨졌는데 영원하지 못할 이 순간, 절정에 번쩍이는 이 순간에, 이토록 찬란합니다.

 

이젠 더 이상 무엇도 약속하지 말아요. 그냥, 

 

 

Ending 2. 안아줘, 가막살나무.

탐사자, KPC 로스트.

툴즈차에 의한 인류의 멸망.

 

 

 

 

 

 

 

+210413, 히든 엔딩을 추가했습니다. 제보해주신 탁의 키퍼분과 플레이어분, 그리고 사랑하는 탐사자 K와 사랑할 수밖에 없는 KPC Q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3. 탐사자가 가막살나무에서 KPC를 떼어내고 숲 및 가막살나무를 파괴하기 위해 불을 지를 경우 

 

 

 

 

도끼로 찍어내린 나무 둥치에 불길이 치솟습니다. 비로소 붉습니다. 저 불길한 녹음처럼 차가운 색을 띠지 않고서, 빌어먹게도 온난해요. 숲이 불붙어 거대한 녹색 불길도 사라져가는 가운데 우리만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아, 이 계절을 아리게 살아버리려면 어떡하죠. 어떻게 사랑이 죽음보다 강할 수 있죠.

불티가 튀어오르면 나부끼는 화염, 일렁이는 아지랑이 속에서 산산이 부서지는 햇빛이 들이칩니다. KPC가 세 번의 평생동안 봐왔던 숱한 영혼들이 유리처럼 깨어지며 웁니다, 웃습니다, “우리가 꾸는 그것은 불구의 꿈이야. 결코 스스로를 구할 수 없는 꿈. 그래서 나는 차라리 죽음이 사랑보다 강하길 바랐는데……”

 

……
뚝.
……비가 내립니다. 기적 혹은 눈물처럼.


낙수하는 빗줄기. 거짓말처럼 볼품없이 숲에 번진 불이 젖어 사그라들어요. 깨어져 투명해진 영혼은 이제 눈에 보이지 않고, 그립고 원망스러운 사람, 사람은 당신 앞에 쫄딱 젖은 채 섰습니다. 빗속에서 풀썩 주저앉은 웃음이 흔들립니다. 우리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원하는 곳으로, 원하는 곳을 향해 숨이 차게 달릴 수 있도록, 이 계절에 아리게…….

 

그래서 우리는 죽어간 혼이 미처 맺지 못한 말의 끝을 압니다.

 

이제 사랑할 수 있겠어요? 죽음보다 강하게,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어요, 당신?
빗소리가 귓전에 속닥입니다, 그리하여 죽음이여, 끝내 사랑 앞에 스러져다오.
그러므로 사랑이여, 생을 넘어서, 영원보다 더 영원하기를…….

 

 

 

 

Hidden Ending. 안녕히, 가막살나무.

탐사자, KPC 생환.

툴즈차는 지구에서 사라지고, 세상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추천 BGM

July - Blue Black :: https://www.youtube.com/watch?v=H4CQvX2SGKA (The Beginning of the End)

라테일 OST / BGM - 세레스의 신전 내부 (i-re-ne)(Piano ver.) :: https://www.youtube.com/watch?v=YLOdOZpSi_w (With A Petal Letter)

라테일 OST / BGM - 별가루 평원 (Astro rain)(Piano ver.) :: https://www.youtube.com/watch?v=pZyz0l0RSks (Beyond Three lives)

Fearless Motivation - WHY DO YOU LEAVE ME ALONE NOW :: https://www.youtube.com/watch?v=9sf4zpRF67M (Goodbye, Viburnum)

MZ - Bien à vous :: www.youtube.com/watch?v=tZyrPlIghPs (엔딩 1)

Ori and The Blind Forest - Light of Nibel(feat. Aeralie Brighton) :: https://www.youtube.com/watch?v=kN_LvY97Rco (엔딩 2)

 

 

 

 

 

 

 

플레이하신 뒤 여유가 있으시다면 작성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https://url.kr/i2oxp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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