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안아줘

CoC 1:12020. 6. 30. 23:29
미약한 마음이 미약한 걸음으로. 미약한 걸음이 다시 미약한 마음으로.

/이제니, 언젠가 가게 될 해변

 

 

 

 

 

 

 

 

 

개요

 

 

해 지는 해변, 여름의 시작. 당신은 바다에 섰습니다. 모래사장 위 방금 뭍에서 나온 것 같은 사람을 발견합니다.

바닷물로 온통 젖은 KPC가 말합니다. 그늘진 KPC의 모습이 왜 바다 같다는 생각을 했을까요.

"안아줘."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1:1 타이만 시나리오

인원 : PC 1인+KPC 1인

배경 : 무관, 해변

플레이 타임 : 1시간 안팎

플레이 난이도 : 낮음

키퍼링 난이도 : 낮음

권장 기능 : 관찰, 심리학

준 권장 기능 : 플레이어가 원하는 모든 기능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연관되어 금전 거래가 오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세션카드에 한해 커미션 및 금전 거래를 허용합니다. 

※ 키퍼링 해주실 분을 따로 두고, KPC 역할을 하는 PC를 포함한 PC 2인으로의 개변이 가능합니다. 단, KPC 역할의 PC를 플레이하시는 플레이어 분은 키퍼가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알고 있어야 합니다. 

※ KPC와 PC의 백스토리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권장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개변하여 플레이해주세요. 이에 대한 문의는 송구하오나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 KPC와 PC의 관계는 초면을 포함하여 대다수 수용 가능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아주 짧은 시나리오입니다. 시간 제한이 있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써보고 싶었어요…)

※ 테스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시나리오 하단에 플레이 타임 수집 폼이 있습니다. 플레이를 하셨을 시 평균 플레이 타임 명시와 이외 더 나은 방향으로의 수정을 위해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시나리오는 시인 이제니의 시 〈언젠가 가게 될 해변〉을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해당 시가 전반적 분위기를 설정하는 데 토대가 되고 엔딩부 지문에 시를 인용하였으나, 이로써 원작자의 권리를 어떤 방식으로든 침해할 의도가 일절 없음을 밝힙니다. 최하단에 전문을 첨부하였으니 마음에 드셨다면 시집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을 구매하시는 것을 매우 추천드립니다! 같은 이유로 본 시나리오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는 한 영구 배포로 둘 생각입니다.

※ 본 시나리오는 신체 변형의 요소를 포함합니다.

※ 본 시나리오에서는 신화생물 및 주문에 대해 독자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존재하며, 신화생물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CoC 원작의 분위기와 상이할 수 있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 대한 공계에서의 무례한 언행, 스포일러성 혹은 자작 발언의 발견 등 불미스러운 일의 발생 시 즉시 비공개 처리됩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 외 문의는 @henceihateu의 DM이나 최하단의 폼으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키퍼(GM)가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여기, 우주에서 온 색채(룰북 p.301)가 지구에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여타 우주에서 온 색채들과 다소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는 이 색채에게 지구까지 오는 것은 너무 힘든 여정이었어요. 다른 색채들과 달리 이 색채는 온도에 아주 민감합니다. 단순히 어둡고 시원한 곳을 좋아하는 우주에서 온 색채들과 다르게, 이 색채는 어둡고 시원한 곳은 물론이요 흔히들 '상온'이라고 부르는 온도에서 조금 더 낮은 온도에서만 자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비정형의 지성체가 다른 행성이 아닌 온난한 지구로 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오자마자 쨍한 여름이 시작된 이곳, 태양의 온도를 노을지는 것조차 견딜 수 없어 얕은 바닷물에 뛰어든 것도 이해가 갑니다. 긴 여정의 끝에 허기도 졌을 겁니다. 그리고 색채의 앞에 마침 있습니다. 바닷물에 발을 담근 KPC가요. 색채가 입―굳이 표현하자면 입이겠지만, 우리와 같은 방식은 아닌 것이 분명한―을 벌린 것도 당연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햇빛을 가릴 곳이 없는 황량한 바다에 잠긴 채로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KPC의 생명력을 빨아먹을 겁니다. 특성치는 덤이죠. 보통 타는 듯한 고통을 안겨주는 생명력 탈취의 과정에서 그러나 KPC는 이 성질이 다른 색채에게 흡취당하며 반대로 '얼어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낍니다. 

KPC는 탐사자와 함께 여행을 온 것일 수도 있고, 바닷가에 혼자 놀러온 사람일 수도 있고, 이곳이 아예 KPC와 탐사자가 사는 근처의 바다일 수도 있겠습니다. 중요한 건 해가 지는 시점 KPC가 얕은 데에나마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었고 탐사자가 그것을 목격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이제 막 일어난 사고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잃어가는 그를 보더라도 너무 괴로워하지 맙시다, 탐사자. 언제나 사고는 있기 마련이고 그에 휩쓸리는 이들도 늘 어쩔 수 없는 우연에 의해 선택되는 거잖아요.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의 모든 대사는 KPC의 성격에 맞게 변용해주세요.)

 

 

 

 

 

 

 *우주에서 온 색채의 정신력은 2d6*5로 결정, KPC는 15분마다(재량껏 조절해주셔도 됩니다!) 색채와 정신력 대항 판정을 합니다. 색채가 이기면 KPC는 근력, 건강, 정신력, 민첩성, 외모를 영구적으로 빨리고 1d6점의 피해도 입습니다. KPC가 이기더라도 체력 수치 상의 피해만 입지 않을 뿐이지 색채에게 생명력을 빨리는 것은 여전합니다. 정신력을 색채에게 갉아먹히고 있기 때문에 KPC의 상태는 일종의 광기에 가깝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만약 정신력 대항 판정에서 이겼다면 "안아줘."라는 말 대신 탐사자에게 피하라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네요.(물론 이는 관계와 KPC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 바다에 빠진 색채가 아직 물에 있는 KPC의 발을 붙들고 있는데다 정신 공격까지 함께 더하고 있어 자의로 나갈 수는 없습니다. 탐사자가 끌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중간중간 특성치를 빨리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RP시 얼굴이 점점 무너지고 노화되거나 피부가 급격히 기괴하게 말라붙는 모습을 보여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를 본 탐사자는 SANC 0/1. 체력이 반 이하 떨어지면서부터는 해가 지는 모습을 뒤로 하고 KPC의 모습이 다채로운 색깔로 아름답게 일렁입니다. 색채가 빨아먹는 탓입니다. 사실상 세션의 길이는 KPC의 체력 수치가 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네요.

 

 

 

 

 

 

 

해 지는 해변, 여름의 시작입니다. 바닷바람이 거세고 윤슬이 반짝이는 물결은 눈부십니다. 당신은 바닷가에 섰습니다. 모래사장 위 방금 뭍에서 나온 것 같은 사람을 발견합니다. KPC입니다.

관찰 성공 시▶ 물기에 햇빛이 반사되는 것을 보아하니 그가 흠뻑 젖어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겠습니다. 언뜻 바람이 심하게 분 것 같았습니다. 바닷가의 바람 강도는 원래 세기는 하지만요. 실려오는 바람에 짠내가 실립니다.

관찰 어려운 성공 이상 시 추가 서술▶ 아니, 이건 짠내가 아니라…… 무슨 냄새죠? 희미하게, 바다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냄새가.

관찰 실패 시▶ 물기에 햇빛이 반사되는 것을 보아하니 그가 흠뻑 젖어있다는 건 확실히 알겠습니다.

 

바람이 잠시 멎자 바닷물로 온통 젖은 KPC가 턱을 들었습니다. 당신과 한 박자 늦게 마주칩니다. 당신이 이미 보고 있던 KPC는 이제야 당신을 발견한 모양입니다. 여름의 경계에서 그림자의 색상은 한층 어둡습니다. 그가 말합니다.

 

"춥다. 너무 추워."

심리학 성공 시▶ 그늘에 잠긴 그는 그럼에도 희게 질린 것이 보일 만큼 낯이 파리합니다. 춥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군요. 거짓말을 하거나 장난을 치는 기색은 아닙니다.

심리학 실패 시▶ 이 여름에 춥다니요? 젖어서 그런 걸까요? 너무 오래 물에서 놀다보면 그럴 수 있죠.

 

추위에 떨고 있는 한 사람을 두고서 황혼의 햇살은 따뜻하고 화려하게 몰락합니다. 번쩍이며 역광을 비춥니다. 이다지도 눈부실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녁노을은 하늘과 땅의 경계를 지우며 색색의 영혼을 우리 눈앞으로 끌어오는 것만 같고.

관찰 성공 시▶ 그늘진 KPC의 모습이 왜 바다 같다는 생각을 했을까요. 바다와 완전히 일체라도 된 것처럼. 그가 발을 담근 바닷물이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관찰 어려운 성공 이상 시 추가 서술▶ …햇빛을 전혀 받지 않아도요. 

관찰 실패 시▶ 그늘진 KPC의 모습이 왜 바다 같다는 생각을 했을까요. 여름의 낭만은 어처구니없습니다.

그의 발밑에서 파도가 일렁입니다. 얕은 밀물이 밀려오는 젖은 모래사장에 서서, 춥다면서도 꼼짝을 하지 않습니다. 탐사자가 있는 쪽으로 육지로 더 걸어나오려하지 않습니다. 대신 떠는 두 팔을 겨우 들어보일 뿐입니다.

 

"안아줘."

 

KPC는 미약한 걸음으로조차 걸어나오지 않습니다. 물에서.

 *KPC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구조요청이나, 받아들이면 탐사자 역시 색채에게 붙들린 KPC에게 엉겨붙어 함께 빨아먹히게 될 것입니다. 아래로는 KPC의 외모 특성치가 빨아먹히며 모습이 변형되는 지문을 간단히 적어놓겠습니다. 관찰 판정으로 보게 해주셔도 좋습니다. KPC의 모습이 변하는 것을 본 탐사자는 SANC 0/1.

 

문득 본 KPC의 얼굴이 이상합니다. 환한 노을은 그늘을 더불어 어둑하게 만드는데, 그 틈으로 새어나온 어둠 같은 것이 그의 눈가에 주근깨처럼 후두둑 자리합니다. 노인의 검버섯 같은 그것은 피부를 갉아먹듯 KPC의 낯에 덕지덕지 기생합니다.

눈의 흰자위가 점점 드러나며 젖은 머리임에도 푸석해지는 것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얼굴 거죽이 트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탐사자." 당신을 호명하는 입술 역시 까슬하고 부르텄습니다. 늙어간다고 표현하기보다, 저것은 거의… 형태가 무너지고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시간이 급격히 흘러 죽어가는 과정을 빨리감기로 돌려보고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이 해변에서 KPC는 한 발짝도 떼지 않은 채 문드러져 죽어가고 있습니다. "추워. 춥다고." 색이 시커멓게 변한 손톱 밑과 눈두덩 주위. 그럼에도 굳건한, 얕은 밀물 속의 저 발.

 

해가 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이 무너진 몰골로 바다에 발만 잠긴 채 KPC가 말합니다. "너무 추워……." 이 계절에서 홀로 얼어 죽는 말도 안 되는 비밀을 가지고서 당신이 죽어갑니다. 잊어버릴 것 같은 목소리로. 무언가 다른 눈으로 너무 달라진 눈으로 나를 보면서.

 *해가 완전히 지는 것은 세션 시작 후 ORPG 기준 약 1시간~1시간 30분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이 역시 재량껏 정해주세요. 해가 지기 전에 탐사자가 KPC의 안아달라는 말에 응했거나 KPC처럼 바다에 들어갔을 경우는 Ending 1, 해가 지기 전 KPC를 두고 바다를 벗어났을 경우 Ending 2, 해가 질 때까지 결정하지 못했을 경우 Ending 3으로 진행 부탁드립니다.

 

 

 

 

 

 

 

엔딩

 

 

 

1. 해가 지기 전 KPC를 안거나 KPC와 같이 바다에 들어갔을 경우

 

 

미약한 마음으로 혹은 미약한 걸음으로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당신이 무슨 비밀을 얻어 천천히 죽어갈 때 나는 길게 그늘지는 하늘 아래에서 당신처럼 해변에 서 있기로 합니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당신이 선 곳에 서면 일순간 오존 비슷한 냄새와 함께 세상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색깔로 빛이 일렁입니다. 붙들린 것처럼 다리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얼어붙는 듯한 여름의 격통. 뭍을 돌아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늙고 무너진 당신이 완전히 다채로운 색깔로 변하여 흔들리며 시듭니다. 파도처럼 부서지는 색색의 영혼이 포말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면 오판인가요. 고통은 언제고 다시 가게 될 여름의 해변처럼.

이건 사고예요. 평범한 불운이에요.

노을이 점점 옅어지고 있습니다. 통증이 점점 진해지고 있습니다.

해변은 우리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Ending 1. 안는 물거품으로

탐사자, KPC 로스트

 

 

 

 

2. 해가 지기 전 KPC를 두고 바다를 벗어났을 경우

 

 

미약한 마음으로 혹은 미약한 걸음으로 당신에게서 멀어집니다. 당신이 무슨 비밀을 얻어 천천히 죽어갈 때 나는 길게 그늘지는 하늘 아래에서 당신을 두고 떠나기로 합니다. 늙고 무너진 당신이 완전히 다채로운 색깔로 변하기 전에. 흔들리며 시들기 전에. 파도처럼 부서지는 색색의 영혼이 포말로 흩어지는 것을 이 눈으로 목격해버리기 전에, 나는 비굴이 되고 비겁이 되고 생존자가 되고.

이건 사고예요. 평범한 불운이에요. 당신은 불운해요.

노을이 점점 옅어지고 있습니다. 통증이 점점 진해지고 있습니다. 해변은 당신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언젠가 바다가 당신 이름이 될 거예요. 그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Ending 2. 기억의 해변

탐사자 생환, KPC 로스트

 

 

 

 

 

 

3. 해가 지기 전까지 결정하지 못했을 경우

 

 

미약한 마음으로 혹은 미약한 걸음으로 여기 섰습니다. 당신이 무슨 비밀을 얻어 천천히 죽어갈 때 나는 길게 그늘지는 하늘 아래에서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보고만 있습니다, 뭍으로도 물로도 가지 못하는 사람이란 무슨 생물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당신은 시간 틈에 빨려들어간 것처럼 늙고 무너져갑니다. 우리는 우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내 해가 지면 늙고 무너진 당신이 완전히 다채로운 색깔로 변하여 흔들리며 시듭니다. 파도처럼 부서지는 색색의 영혼이 포말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면 오판인가요. 파도가 밀려듭니다, 발치에 차들어오는 것을 알아채는 것이 늦었습니다. 고통은 언제고 다시 가게 될 여름의 해변처럼.

이건 사고예요. 평범한 불운이에요.

노을이 점점 옅어지고 있습니다. 통증이 점점 진해지고 있습니다.

해변은 우리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Ending 3. 물거품과 물거품으로

탐사자, KPC 로스트

 

 

 

 

 

추천 BGM

Hazy - Miracle :: https://www.youtube.com/watch?v=2vfGTmNznzk 

 

 

 

 

플레이하신 뒤 여유가 있으시다면 작성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https://url.kr/i2oxp7 <

 

 

 

 

 

 

 

 

언젠가 가게 될 해변
                                이제니


 해변은 자음과 모음으로 가득 차 있다. 모래알과 모래알 속에는 시간이 가득하다. 시간과 시간 사이로 모래알이 스며든다. 미약한 마음이 미약한 걸음으로. 미약한 걸음이 다시 미약한 마음으로. 너는 너를 잃어가고 있다. 너는 너를 잃어가면서 비밀을 걷고 있다. 노을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슬픔은 점점 진해지고 있다. 언젠가 가게 될 해변. 우리가 줍게 될 조약돌과 조약돌이 호주머니 속에 가득하다. 흰 돌 하나 검은 돌 하나. 다시 흰 돌 하나 검은 돌 하나. 휩쓸리고 휩쓸려 갈 조약돌의 박자로. 잊어버리고 잊어버리게 될 목소리의 여운으로. 흰 돌 하나 검은 돌 하나. 다시 흰 돌 하나 검은 돌 하나. 미래의 빛은 미래의 빛으로 남겨져 있다. 언젠가 언제고 가게 될 해변. 별이 쏟아질 수도 있는 밤하늘의 저편으로. 전날의 나무들이 줄줄이 달아나던 들판이 겹쳐 흐를 때. 비밀 없는 마음이 간신히 비밀 하나를 얻어 천천히 죽어갈 때. 물새와 그림자 사이에서. 파도와 수평선 너머로. 저녁노을은 하늘과 땅의 경계를 지우며 색색의 영혼을 우리 눈앞으로 데려온다.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서 액체가 흘러내린다. 우리는 우리로부터 달아나면서 가까워지고 있다. 그때. 무언가 다른 눈으로 무언가 다른 풍경을 바라볼 때. 그때. 그 밤의 그 맑음을 무엇이라 불러야 했을까. 그때. 그 어둠의 그 환함을 우리의 몸 어디에다 새겨둬야 했을까. 모래 혹은 자갈 속에서. 물결 혹은 물풀 사이에서. 해변은 기억으로 가득 차 있다. 걸음과 걸음은 얼굴과 얼굴을 데려온다. 무한히 전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간이라 부를 때. 그러니까 해변은 무언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어제와 오늘의 구분 없이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음과 물음으로. 물거품과 물거품으로. 언젠가 가게 될 해변. 언제고 다시 가게 될 우리들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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