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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순례자가 아니다
외계에서 온 한 어린 왕자*가 말했어.사막이 아름다운 건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고.양치기에게 가르침을 주는 늙은 왕**은 말했지.보물이 있는 곳에 도달하려거든 신의 표지를 읽어야만 한다고.그런데 우리가 가려는 곳은 우물이 있는 곳도 보물이 있는 곳도 아니야.잘 생각해. 우리는 순례자가 아니야.이 사막 너머 우리가 정말로 가려는 곳은…… @B_Light_grayish님이 제작해주신 카드입니다.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개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الرياض에서 ‘성지’ 메카مكة المكرمة 까지 가는 길은 룹 알 할리الربع الخالي 사막을 횡단하는 도로입니다. 차로 장장 10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그건 달리 말하면 10시간 동안 내내 변모하..
2025.03.30 -
마주치지 않는 아상블라주
그때 네가 돌아보았다. 너를 마주하지 않고도 나는 네가 등에 불이 붙은 사람처럼 뒤를 돌아보았다고 느낀다. 알지 못하고 느낀다는 말은 이상하지. 너는 말했다, “망하거나 망하지 않거나 계속해야 한다는 건 끔찍해.” 나는 네 말을 주의 깊게 듣거나 혹은 집중하지 못했다. 네 말대로 이 통화는 그것과 상관없이 계속된다. 단순히 끊어내지 않았기 때문에.네가 말했다. 등에 불이 붙거나 벼락이 떨어진 사람처럼, 타고 있는 사람처럼, “이제 말해줘. 정확하게 말해야 해.”“정확한 건 언제나 어려우니까.” @jiro__C님이 제작해주신 카드입니다. 개요 자정을 한 시간 조금 넘게 앞둔 밤입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KPC에게서입니다.일생 끝에 겪을 죽음을 연습하듯 잠에 들어야 할 시간에 마주하지 않고 하는 대화..
2025.01.17 -
PALE-BLUE-HOLE
푸른 무덤이 곧 요람이 된다.막막한 영혼이 종착하는 곳,창백한 몰락과 서러운 자유가여기에 너를 기다리고 있나니너는 곧 하나의 우주다. @UuU_UNU00님께서 제작해주신 카드입니다. 개요 축하합니다! 탐사자, 당신은 선택되었습니다. 바로 최근 생겨난 우주의 미지, 페일-블루-홀로 향하는 조사대의 일원으로 말이에요.이것은 기실, 여태 이 우주를 연구하며 무려 우주 정거장에 위치해 있는 연구소에서 지지부진한, 혹은 평균적인 정도에 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당신에게는 몹시 희소식임과 동시에 의아한 사항이었을 것입니다. 다른 수석 차석 내로라하는 연구원들을 제치고 당신이라니요. 물론 이 연구소의 연구원들이란 당신을 포함하여 어느 누구라도 지구의 희망을 표방하는 빛나는 이지의 상징임이 틀림없지만, 게다가 ..
2024.04.30 -
Uncanny Wedding
내 최고의 가치는 너야.너와 일생을 함께하려고 해.너의 최우선이 내가 될 수 있도록. @mxmdesigncm님께서 제작해주신 카드입니다. 개요 마침내 당신의 결혼식날입니다. 새하얀 웨딩드레스, 혹은 부케와 같은 꽃인 부토니에를 가슴에 단 턱시도. 예복과 함께 식장은 온통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오늘로 우리는 부부가 됩니다. 평생을 함께하리라 약속하게 되는 것입니다. 너의 최우선이 내가 될 수 있도록.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흰 꽃이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있는 버진 로드를 걷고, 기도 같은 주례사와 함께 우리는 서로의 손에 반지를 끼웁니다. 그리고 영원을 약속한다면, 맹세의 키스를. 면사포가 불지도 않는 바람에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KPC를 마주봅니다. 언제고 당신..
2022.09.13 -
아직은 잠들지 말아줘
눈이 감겨도 졸음이 와도 꿈으로 달아나지 마밤이 끝나고 기어이 잔인한 아침이 올 때까지도아직은, 아직은 잠들지 말아줘 @LnJ_DesignS님께서 제작해주신 카드입니다.표제의 글씨는 @InHa_Calligraph님이 작업해주신 캘리그라피입니다. 개요 간밤에 무슨 꿈을 꿨던 것 같습니다.당신은 막 일어난 참입니다. 하얗게 쏟아지는 아침 햇살 아래 기억나지 않는 꿈만 눈가에 잠시 맺혔다 떨어집니다. 꾼 꿈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아주 보통의 일이죠. 노곤한 몸을 일으키면 쾅, 쾅, 별안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문 좀 열어줘." KPC의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립니다. 이른 아침에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면, 희게 질린 얼굴의 KPC 뒤로, 총을 들고 완전 무장한 군인들과 실..
2022.01.24 -
무지개 엘레지
보고 싶었어.꿈의 틈을 비집어 열 만큼,무지개를 넘어 건너올 만큼,나는 네가 많이 보고 싶었어. @ROSIE_COMM님이 제작해주신 카드입니다. From. Stollen Chloris Marzipan,To. Frankenstein Scabiosa Symphoniarum. 개요 어딘가로 붕 떠오른 것 같기도 하고, 까마득히 추락해버린 것 같기도 했습니다. 분명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신이 있는 이곳은 꿈이겠죠. 아주 진부하고 낡아빠진 연출의.하늘은 하얗고 발 아래는 파랗습니다. 당신은 반짝반짝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좁은 길 위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 너머 파란 허공, 얼마의 틈을 두고 같은 모양을 한 하얀 길 위에 KPC가 당신을 보고 서 있..
2021.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