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E-BLUE-HOLE

CoC 1:12024. 4. 30. 09:07
푸른 무덤이 곧 요람이 된다.
막막한 영혼이 종착하는 곳,
창백한 몰락과 서러운 자유가
여기에 너를 기다리고 있나니
너는 곧 하나의 우주다.

 

@UuU_UNU00님께서 제작해주신 카드입니다.

 

 

 

 

개요

 

축하합니다! 탐사자, 당신은 선택되었습니다. 바로 최근 생겨난 우주의 미지, 페일-블루-홀로 향하는 조사대의 일원으로 말이에요.

이것은 기실, 여태 이 우주를 연구하며 무려 우주 정거장에 위치해 있는 연구소에서 지지부진한, 혹은 평균적인 정도에 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당신에게는 몹시 희소식임과 동시에 의아한 사항이었을 것입니다. 다른 수석 차석 내로라하는 연구원들을 제치고 당신이라니요. 물론 이 연구소의 연구원들이란 당신을 포함하여 어느 누구라도 지구의 희망을 표방하는 빛나는 이지의 상징임이 틀림없지만, 게다가 완전히 초짜나 다름없는 신예 연구원 KPC를 데리고 하필 당신이 페일-블루-홀로 가야 한다는 건 좀 희한한 일이죠. 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고, 우리는 지구를 위해 책무를 다해야만 하는 여전한 푸른 별의 희망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저 새카만 미지 혹은 무지로 향해 갈 채비를 마치고, 미국의 시인 에드워드 E. 커밍스가 쓴 시구로 우리의 여정을 표현해 볼까요. ‘들으라: 옆에 멋진 우주가 있다; 가자.’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1:1 타이만 시나리오

인원 : PC 1인+KPC 1인

배경 : 근미래, 우주

플레이 타임 : 3~5시간

플레이 난이도 : 낮음

키퍼링 난이도 : 낮음

권장 기능 : 관찰력, 심리학, 자료조사, 자연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연관되어 금전 거래가 오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세션카드에 한해 커미션 및 금전 거래를 허용합니다. 

※ 키퍼링 해주실 분을 따로 두고, KPC 역할을 하는 PC를 포함한 PC 2인으로의 개변이 가능합니다. KPC 역할의 PC를 플레이하시는 플레이어 분께서는 하단의 진상 1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 KPC와 PC의 백스토리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권장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개변하여 플레이해주세요. 이에 대한 문의는 송구하오나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 KPC와 PC는…… 안 친해도 좋습니다. 초면도 가능합니다.

※ 테스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시나리오 하단에 플레이 타임 수집 폼이 있습니다. 플레이를 하셨을 시 평균 플레이 타임 명시와 이외 더 나은 방향으로의 수정을 위해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는 상해, 사망, 신체 변형, 권력의 압박 요소의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본 시나리오는 천문학자 크리스 임피의 블랙홀에 대한 저서 『별의 무덤을 본 사람들』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이 존재하나, 실제적 과학 지식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에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 본 시나리오에 대한 공계에서의 무례한 언행, 스포일러성 혹은 자작 발언의 발견 등 불미스러운 일의 발생 시 즉시 비공개 처리됩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 외 문의는 @henceihateu의 DM이나 최하단의 폼으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GM이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1

NASA를 비롯한 모든 우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집단의 목적은 언제나 하나였습니다. 이 우주 안에서 인류의 발전과 존속을 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선구자에 해당하는 한 연구단은 불과 1년 전, 페일-블루-홀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생성이나 이것의 작용 원리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었던 것은 오로지 이것이 블랙홀처럼 보임에도 불구, 중력으로 빨아들이는 것이 다른 별이나 물리적인 것이 아닌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이었던 탓입니다. 이를 소상히 밝혀내는 데에 실패한 과학자들은 의외의 곳에서 답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영적인' 혹은 '신화적인' 요소입니다.

'영적인' 단어를 하나 쓰겠습니다. 영혼. 그러나 통상적으로 알려진 바와 달리, 이 '영혼'이라는 단어는 한 존재의 존속을 위한 값이라 칩시다. 그 값 역시 수치와 질량을 지니고 있고, 우주에는 영혼의 정량이 정해져 있다면? 인류는 끊임없이 영혼을 가진 존재, 인간을 '생산'합니다. 단순히 죽는 것으로 이것이 사라지지도 않기 때문에(우리는 전생이나 환생 등의 이야기로 실제로 영혼이 소모되지 않는다는 가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주가 빠른 속도로 무너져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지구의 연합 정부에서는 페일-블루-홀에 대해 실마리를 찾아내려 안간힘을 썼고, 마침내 이곳의 작용을 알아냈습니다. 바로 영혼을 파괴하여 그 값을 0으로 만들어내는 것이죠.

그리고 사람마다 영혼이 지닌 값은 각기 다릅니다. 아직 이것에 대해 영향을 주는 요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요. 어쨌든 그렇다면, 영혼 값이 유달리 큰 사람 하나를 골라 페일-블루-홀에 집어넣는 것으로 전 인류의 보전 기간을 늘릴 수 있다면 그 얼마나 가성비가 죽이는 일입니까? 이를테면 탐사자 같은 사람 말입니다.

탐사자와 신예 연구원으로 위장―물론 정말 신예 연구원일 수도 있습니다―한 KPC는 기실 과학에 대해 아는 바가 그다지 없습니다. 그가 연구하는 학문은 모독적인 크툴루 신화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그는 지구 연합 정부의 사람이므로, 사교도와 같은 식으로 맹목적인 자세를 취하고 신화를 따르기보다는 그것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에 해당합니다. KPC가 아는 사실은 하나, 지구의 존속을 위해 이번에는 탐사자를 페일-블루-홀에 바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탐사자의 영혼이 남은 지구의 인류 중 가장 큰 값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사단'으로서 탐사자와 함께 배치되며 그가 받은 지령 역시 이와 동일하고요. 실제로 연합 정부는 여태 얼마의 영혼 값이 비대한 사람을 바쳐 지구, 나아가 우주를 존속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망설일 이유는 없겠지요?

 

 

 

2

자, 앞서 우리는 한 존재의 존속을 위한 값을 영혼이라고 지칭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혼을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페일-블루-홀의 진짜 정체는 뭔가요? 지구의 연합 정부는 이곳을 단순히 영혼을 파괴하여 값을 0으로 만들어내는 어떤 특수한 중력 작용을 하는 '무덤'이라고 여기지만,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페일-블루-홀은 우주에 아직 인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적의 잔재와 인류가 우주에 끼친 영혼의 무게가 가한 힘에 의해 억지력으로 발생한, 인간의 영혼―이성SAN을 없애는 곳. 다시 말해 그곳에 들어선 인류를 다른 우주의 '신화'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하는 어떤 장치입니다. 당연하죠. 위대한 옛 것들은 우주에 그 거대한 존재와 힘을 지니고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영혼이라는 개념을 가지지 않은 말 그대로 '신화'입니다. 신이란 무소불위의 힘을 가져 도리어 관조하는 자라고 했던가요. 물론 신은 그 자신의 존재마저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는 이이므로, 이곳에 다다른 탐사자는 KPC의 처우, 자신의 영혼 파괴의 여부, 그리고 신화생물로 다시 태어날지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푸른 무덤이 곧 요람이 됩니다. 막막하게 추방된 영혼이 종착하는 곳, 창백한 몰락과 서러운 자유가 손을 잡은 채 나란히 탐사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의 모든 대사는 KPC의 성격에 맞게 변용해주세요.)

 

 

 *애초에 시나리오는 레일로드이지만, 탐사자에 대한 KPC의 태도를 앞서 정해두고 가면 좋을 듯합니다. 함께 조사대로 편성된 KPC가 흘리는 정보가 시나리오 막바지에 맞닥뜨리는 페일 블루 홀의 정체에 대해 내포하는 부분이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KPC의 성격, KPC와 탐사자의 관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예시로 'KPC가 탐사자에게 조사 포인트를 제공하는 이유'를 하단에 기재해둡니다. 우선 시나리오 전반의 지문은 하단의 가장 후자의 경우를 가정하고 쓰였으나, 이외의 경우여도 마음대로 개변해주세요.

 

 KPC-탐사자의 관계가 나쁘거나, KPC가 미친놈(!) 계열 캐릭터일 시: 일부러 조사 포인트를 제공하여 탐사자에게 혼란과 선택을 종용

 KPC가 선의에 대해 아는 캐릭터일 시: 위와는 다른 연유(탐사자에게 일말의 선택지를 주기 위함)로 조사 포인트를 고의로 제공

 KPC가 집단/단체에 대해 압박을 쉽게 받는 캐릭터일 시: 탐사자에 대해 가지는 죄책감보다 억압을 더 크게 느끼므로, 숨기려 하는 태도를 고수, 조사 포인트 제공은 순전히 실수

 (어쨌든 제공은 해야 합니다. 이해하세요…….)

 

 더불어, KPC의 시트에서 '정신분석' 기능을 80 이상으로 맞춰 주세요. 페일 블루 홀에 도달하기 전까지 KPC는 그의 정신을 가급적 광기가 오지 않도록 유지할 작정입니다. 온전한 '영혼'을 위해 그런 지령도 받았거든요.

 

 

 

 

 

 

 

 우주 항해의 시작

 

 

 

“선배,”

KPC의 부름에 당신은 고개를 듭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우주 정거장 안에 위치한 연구소의 복도를 걷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는 이제 막 연구소장의 마지막 호출에 응하고, 면담을 한 뒤 조사를 위해 초소형 우주선에 오를 것입니다. 여태 탐사자가 별 말이 없었다 해도 정신을 빼놓고 있던 것은 아닐진대(아마도요), 당신을 부른 KPC의 얼굴은 어째 그 부분에 대해서 똑바로 인지를 하고 있으라 설명을 조잘조잘 늘어놓을 것 같은 귀찮은 표정을 하고 있군요. 연구소에서의 실적이 어떻다 한들 일단은 당신이 선배인데 정말 그런 풍경이 된다면야 모양 빠질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듣고 있어요?” 저 성가신 신예 연구원에게 차라리 먼저 말을 걸어 말문을 막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왜, 이 녀석이 우주에 있는 연구소로 올라온 지 일주일쯤 되어 얼굴이나 이름 따위야 익혔다지만 그뿐, 탐사자가 아직도 KPC의 소속이나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 제대로 아는 바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짧은 RP 구간입니다. KPC의 백스토리를 마구 푸세요. 단…… 진상에 대한 건 쏙쏙 피해가는 편이 좋습니다. 탐사자가 페일 블루 홀에 대한 질문을 하면 '지금 그것을 들으러 연구소장님께 가고 있지 않나' 같은 대답으로 막아주시면 됩니다. 도입부인 만큼 진상 접근보다는 편한 RP 구간이라고 생각해주세요. KPC와 탐사자는 적당히 걸어가며 연구소장실로 향하고, 곤란한 질문이 나오거나…… 너무 루즈해지지 않을 때쯤 다음 구간으로 넘어가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들르게 된 연구소장실에서 나눈 이야기는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KPC와 탐사자가 함께 조사하게 될 페일-블루-홀은 알다시피 강력한 중력 작용을 하는 블랙홀과 유사한 구조로 추정된다는 것. 페일-블루-홀은 무언가를 선별하여 흡수하는 듯한데 선별의 기준과 흡수하는 물질의 성질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분명한 것은 페일-블루-홀이 나타난 해부터 우주의 팽창 속도가 더뎌지는 듯 관측된다는 점까지. 모든 것이 오리무중인 페일-블루-홀과 이 연구소가 있는 우주 정거장과의 거리는 무려 37만 광년이나, 특수 제작되어 자동 항해 기능을 갖춘 KPC와 탐사자가 탈 소형 우주선은 불과 닷새―물론, 지구의 시간으로는 딱 1년입니다― 정도면 페일-블루-홀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고, 연구소장은 말했습니다.

 

그리고 연구소장의 설명을 듣기 이전에 탐사자는 이미 일찌감치 준비를 끝냈습니다. 그야 옷가지나 세면도구 따위의 기본적인 것들도 준비해야 하긴 했지만, 페일-블루-홀이 워낙 미지에 싸인 만큼 챙겨갈 만한 자료가 그닥 없었거든요. 아마 KPC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나 봅니다. KPC는 당신이 기다린 수 분 뒤에야 우주선으로 향하는 통로에 나타납니다. 

 

관찰력 성공 시▶ 두둑한 가방 안에서 삐져나온 것으로 추측컨대, 그의 가방 안에는 연구 자료가 한가득입니다. 저렇게 많이 가져갈 필요가 있나?

관찰력 어려운 성공 이상 시 추가 서술▶ 심지어 우주선을 위해서라도 일단은 짐을 최소한으로 갖추는 것이 좋을 텐데, 언뜻 삐져나온 제본된 책자를 보니 이건 뭐, 듣도 보도 못한 논문 주제의 제목이 섞여 있습니다. 《우주와 신화》라뇨?

관찰력 실패 시▶ 가방이 두둑하군요. 뭘 저렇게 챙겨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참, 지구 시간으로 하면…… 탐사자 선배, 오늘 생일이시라면서요.”

KPC가 말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랬죠. 원체 우주에서 오래도록 있다 보니 생일은 고사하고 날짜가 지나가는 것도 새삼스러운 지경입니다. “생일 축하해요.” KPC는 좀 멋쩍은 듯 말합니다.

 

 *이 사이에 심리학 판정을 넣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KPC의 심정이 탐사자에 대해 짙은 흥미를 느끼고 있거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면 더욱이요. 이 부분 이외에도 PL분께 KPC를 향해 심리학 판정을 언제든지 시도할 수 있음을 알려주세요.

 

KPC가 우주선 안으로 들어가면 탐사자 역시 탐사자의 개인실로 들어갈 수 있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저 새카만 미지 혹은 무지로 향해 갈 채비를 마쳤으니, 미국의 시인 에드워드 E. 커밍스가 쓴 시구로 여정을 표현해 볼까요. ‘들으라: 옆에 멋진 우주가 있다; 가자.’ 

 

 

 

 

 

 

 별의 무덤 위로 어른거리는

 

 

 

닷새의 항해. 이틀 동안은 꽤 순항이었습니다. 그야 첨단 중의 첨단의 기술로 만들어진 이 우주선이 순조롭게 자동으로 항로를 설정하고 나아갔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당신과 KPC는 어떻게 지냈나요?

연구에 대해 논의를 하기도 했을 것이고, 함께 작은 식당에 모여 튜브 형태의 식사를 하고 난 다음에는 각자의 연구실로 돌아가거나, 침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작은 갑판에 중력유지기기를 발목에 설치하고 호흡기와 산소통을 멘 뒤 올라가 본 적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세기의 기술이란 우주를 최소한의 장비를 가지고도 볼 수 있게 하는 법이어서요.

어쨌든 오늘은 망망대해 같은 우주를 여전히 나아가 페일-블루-홀로 향하고 있는 사흘째입니다.

그리고,

쿵!

‘이틀 동안은’ 순항이었다는 말은, 사흘째인 오늘은 영 그렇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갑자기 몸을 바로잡을 수 없는 진동이 우주선을 울렸습니다. 탐사자는 마침 복도에 있었고요.

 

민첩 성공 시▶ 우주선 안이 중력이 약하다 해도, 장치의 힘으로 어느 정도는 지구나 우주정거장 안과 가까운 중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심을 제대로 잡은 탐사자는 겨우 몸을 가눕니다.

민첩 실패 시▶ 우주선 안이 중력이 약하다 해도, 장치의 힘으로 어느 정도는 지구나 우주정거장 안과 가까운 중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심을 한 번 잃어버리면 평범한 지구의 바닥에서처럼 고꾸라지게 되는 것이지요. 쿵! 복도가 한 번 더 울렸습니다.

 

그리고 우주선 안의 기물들이 급격히 기울어져 일제히 쿵, 쿵 충돌하는 소리를 내는 것을 듣고서, 탐사자가 선 곳과 지척에 있던 KPC의 개인실의 문이 벌컥 열렸습니다. 그 역시 당황하여 중심을 겨우 가누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죠.” 분명 항로는 충돌할 만한 혜성이나 중력이 강한 거대 행성이 없는 곳을 지정하여 잡았을 텐데 말입니다. 

 

지능 성공 시▶ 한쪽으로 뱅글뱅글 돌듯이, 혹은 한 방향으로 잡아당기듯이 기우는 우주선의 벽. 그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정도는 아니지만,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어딘가로, 점점 강한 힘으로 빨려들어가듯이…….

지능 어려운 성공 이상 시 추가 서술▶ 설마, 블랙홀이 근처에 있는 걸까요?

지능 실패 시▶ 한쪽으로 뱅글뱅글 돌듯이, 혹은 한 방향으로 잡아당기듯이 기우는 우주선의 벽.

 

KPC는 탐사자의 상태를 확인한 뒤, 조종석으로 가보자며 손짓합니다. 그러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은 그곳까지 가지 않아도 될 일이었던 것이, 조종석으로 향하는 동안 탐사자가 블랙홀을 목도해버렸거든요. 두터운 특수 유리 너머로 보이는 블랙홀을 보며 KPC가 낭패라는 얼굴을 합니다. “항로를 설정한 뒤에 막 블랙홀이 생겼나봐요.” 분명 연구소장이 말하기를, 정해진 항로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경우 항로 이탈 레버를 당기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중간중간 RP를 곁들여 주셔도 좋습니다. 가능한 긴박하게…….

 여기서 KPC의 입으로 '블랙홀'과 페일-블루-홀의 차이에 대해 간단히 의문해주셔도 좋습니다. KPC는 신화 연구자들 사이에서 아직 우주에 한 번도 파견되어 본 적 없던 연구원이므로, 도리어 페일-블루-홀에 대해서만 알 뿐 블랙홀에 대해서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만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이때 탐사자에게 지능 판정 / 심리학 판정이 가능하다는 말로 KPC가 페일-블루-홀을 직접 목격하여 조사할 연구원으로서의 역량이 의심된다는 지문을 출력해줄 수 있습니다. 하단에는 KPC가 '잘못 알고 있거나 모를 만한' 블랙홀에 대한 지식(저도 처음 알았어요)을 짧게 첨부합니다. 출처는 모두 주의사항에 쓴 〈별의 무덤을 본 사람들〉입니다.

 

 - 평균 이하의 질량을 가진 별은 핵연료가 소진되고 나면 잉걸불처럼 죽어갑니다. 이는 백색왜성이라 불립니다.

 - 큰 질량을 가진 별은 중성자별이나 블랙홀로 죽음을 맞습니다.

 - 따라서, 별이 남기는 흔적은 그것이 생명을 시작할 때의 질량에 따라 정해집니다. 모든 별은 죽기 전에 질량을 잃습니다.

 - 블랙홀은 엑스선으로 감지할 수 있습니다. 블랙홀로 끌어당겨진 가스는 부착원반을 만들고, 이는 아주 높은 온도까지 가열되어 엄청난 엑스선을 방출합니다.

 - 블랙홀은 거대한 질량을 지니지만 지구에서 관측할 시, 혼자서는 검출될 수 없습니다. 시각 자료로 발기와 표면 온도를 알 수 있지만, 거리와 그에 따른 광도를 측정하려면 별도의 관측이 필수이며, 질량을 추산하기 위한 항성 모델 역시 필요합니다.

 - 죽은 별만이 블랙홀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블랙홀의 필요조건은 빛이 탈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중력을 만드는 높은 밀도입니다.  

 

조종실은 애초에 무인으로 설계된 만큼 협소합니다. KPC가 조종간을 두리번거리는 사이 탐사자는 한쪽에 떡하니 설치된 큰 레버 하나를 발견합니다. 잠깐, 이거 커도 너무 큰데요?! 당기려면 꽤 힘이 들어가겠습니다.

 

근력 성공 시▶ 겨우 당겼습니다! 철커덕, 소리와 함께 KPC가 당신을 그제야 돌아봅니다.

근력 실패 시▶ 역시 안 되겠다. KPC에게도 도움을 요청합시다. 

 

다시 한 번,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벽이 급격히 기웁니다. 우주선이 중력에 맞서 벗어나려는 것입니다. “선배!” KPC가 기우뚱 하는 당신에게 손을 뻗칩니다.

 

민첩 성공 시▶ 다시, 겨우 몸을 가눌 수 있었습니다. 

민첩 실패 시▶ 아예 쓰러질 뻔한 찰나, KPC가 당신의 팔을 붙잡습니다. 

 

이제는 조종실의 창 바깥으로도 블랙홀이 보입니다. 그런데 저게 뭐죠? 블랙홀이 아니라, 블랙홀의 주변에……

 

관찰력 성공 시▶ 오로라처럼 불길한 녹빛, 혹은 각혈한 핏빛, 그도 아니라면 희끄무레한 안개 같은 명도로 어른거리는 베일 같은 것이 있습니다. 형체의 윤곽을 제대로 잡을 수 없습니다. 저것은 블랙홀에 빨려들어가지도 않습니다. (SANC 0/1d4) 어쩐지 두려운 마음에 가쁜 호흡으로 KPC를 돌아보면, 그 역시 저것을 보고 있습니다. 분명하게.

관찰력 실패 시▶ 오로라처럼 불길한 녹빛, 혹은 각혈한 핏빛, 그도 아니라면 희끄무레한 안개 같은 명도로 어른거리는 베일 같은 것이 있습니다. 형체의 윤곽을 제대로 잡을 수 없습니다. 저것은 블랙홀에 빨려들어가지도 않습니다. (SANC 0/1d4) 어쩐지 두려운 마음에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자연 성공 시▶ 저것은 분명 성운은 아닙니다. 육안으로 봐도 커다란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블랙홀이 일으키는 기형적인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물질이라니요? 저런 건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자연 실패 시▶ 저런 우주 물질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우주에서 온 색채(룰북 p. 301)입니다. 여긴 우주니까요! 그들 역시 신화의 존재이므로 블랙홀의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80 이상으로 맞춰온 KPC의 정신분석 기능! 이 대목에서 써주시면 됩니다. 물론 KPC 성향에 따라 안 하셔도 됩니다. 판정이 성공하면 (가능한 판정이 성공할 수 있도록 실패한다면 강행해주세요.) 룰대로 탐사자는 이성을 1d3 회복합니다. 위에서 밝힌 대로, KPC는 페일-블루-홀에 도달하기까지 가급적 탐사자의 정신을 맑은 상태로 유지할 작정입니다.

 

심리학 성공 시▶ KPC는 이상하리만치 침착합니다. 저것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던 사람마냥.

심리학 실패 시▶ KPC는 이상하리만치 침착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당신은 이상을 포착합니다. 블랙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이상 현상에 대해 눈도 깜빡이지 않는…… 저 치는 대체 뭐죠?

 

 *원한다면 여기서 RP를 더 해도 좋습니다. 마음껏 수상한 티를 내세요.

 

 

 

 

 

 

 

 우주보다 더 깊게 어두운 것

 

 

 

재차 페일-블루-홀까지 순항하게 된 나흘째의 밤, 당신은 꿈을 꿉니다.

꿈속에서 당신은 이것이 꿈이란 것을 알 수 있지만, 가위에 눌린 듯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우주보다 더 깊게 어두운 것, 넘실거리고 타오르는 것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에게 기형적인 몸짓으로, 소리 없는 언어로, 속삭이는 묵음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리로 와. (SANC 0/1)

 *아자토스(룰북 p.323)의 부름입니다. 그는 신들의 제왕으로, 거대한 질량의 영혼을 가져 페일-블루-홀로 향해 신적인 것으로 탄생하기 직전인 탐사자의 무의식을 부르고 있습니다.

 

눈을 뜨면, 우주선 안은 어둑합니다. 기이할 정도의 어둠이 이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창밖을 봐도 우주는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습니다. 어제 본 이상한 색의 물질, 블랙홀에 대해 수상할 정도로 알지 못하는 KPC, 당신과 KPC가 하필 페일-블루-홀을 향한 조사대원으로 가게 된 경위에 대해 지금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탐사자가 방을 나와 KPC의 개인 연구실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해주세요! 

 

정작 그 주인이 자리에 없는 KPC의 개인실 안은 퍽 너저분합니다. 바닥에 흘린 서류부터가 한가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차라리 이렇다면 당신이 들여다보느라 조금 어질러놓아도 누가 발을 들였는지에 대해서조차 알 수 없을 겁니다. 바닥의 종이, 책상, 모니터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 바닥의 종이
    흐트러진 서류는 책상 위의 봉투에서 떨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아마 급하게 나간 주인의 뒤에 지저분하게 남은 듯하지요. 몇 장을 주워 읽어 보면,

    자료조사 성공 시▶ 거기에는 당신이 모르는, 어디에서 유래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신화’에 대한 것들이 빼곡히 인쇄되어 있습니다. 이건 과학의 자료가 아닙니다. 틀림없습니다. 가장 마지막 장은 인쇄된 위로 필기가 어지러이 휘갈겨져 있는데, 그 위로 적힌 ‘Pale-blue-hole’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눈에 띕니다. 아래에는 역시 알아보기 몹시 어려운 글씨로 ‘영혼에도 질량이 있다’, ‘우주에는 담을 수 있는 정량의 질량이 있다’, ‘종말을 늦추기 위한 방법’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자료조사 실패 시▶ 거기에는 당신이 모르는, 어디에서 유래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신화’에 대한 것들이 빼곡히 인쇄되어 있습니다. 이건 과학의 자료가 아닙니다. 틀림없습니다. 가장 마지막 장은 인쇄된 위로 필기가 어지러이 휘갈겨져 있는데, 알아보기 몹시 어려운 글씨로 ‘영혼에도 질량이 있다’라고 쓰인 문장을 발견합니다.

  • 책상
    반면 책상은 바닥의 종이가 모아져 안에 있던 듯한 봉투 하나가 올라간 것 말고는 꽤 말끔합니다. 봉투 위에는 ‘국제신화연구소’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연구소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안에는 떨어지지 않고 남은 서류가 반쯤 들어 있군요. 

    자료조사 성공 시▶ 이것은 명단입니다. 이름 옆에 있는 숫자들은 어떤 질량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명단 내에서 가장 큰 수치는 탐사자의 이름 옆에 있습니다.
    자료조사 실패 시▶ 이것은 명단입니다. 하지만 이름 옆에 있는 숫자들은 대체 뭐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명단 내에서 가장 큰 숫자는 탐사자의 이름 옆에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봉투 가장 안쪽에서 편지 하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편지라지만 역시 공적인 문서인 듯, 쓰인 어투는 정갈합니다.


    「연구원 KPC에게.
    자네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페일-블루-홀을 처음 관측한 뒤 그것이 영혼의 질량을 0으로 만들 수 있는 신화적인 우주의 부분임이 밝혀지고 나서부터 우리는 오래도록 이 일을 해왔네. 거대한 영혼 값을 가진 인물을 페일-블루-홀에서 소거시키는 일 말일세. 절대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언제나 논란이 되어 왔지만, 그럼에도 인류 자체를 존속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이 이외에 방법이 없다면 후대에 악한으로 평가되더라도 우리는 이 방법을 고를 걸세. 자네 선배들도 유구히 해온 일이니 부디 이번 파견에 죄책감일랑 갖지 않기를 바라지.
    무사히 영혼을 바치는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온다면 (*KPC가 원하는 것)을 이룩하고자 재차 연합 정부에 요구해보겠네. 부디 잘 다녀오게.
    신화연구소장 H.P.로부터.」

  • 모니터
    우주선 안 배치되어 있는, 연구소에 남길 기록을 위한 작은 모니터입니다. 여기에서는 당신의 목소리를 녹음하거나 본부에서 보내는 자료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기능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단 닷새, 왕복으로도 고작 열흘이니까요. 더군다나 초소형 우주선이니만큼 고작 개인실에 있는 기기에 많은 통신 기능을 넣어놓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관찰력/자료조사 성공 시▶ 한데 KPC의 개인실에 있는 모니터는…… 무려 지구에의 통신 기능이 있습니다. 어디로 통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것으로 그의 뒤에 당신의 연구소가 아닌 또 다른 세력이 있음은 확신할 수 있겠습니다.
    관찰력/자료조사 실패 시▶ 한데 KPC의 개인실에 있는 모니터는 당신의 방에 있는 것과 조금 다릅니다. 좀 더 살펴볼까요? (*페널티 없이 재시도 가능합니다.)

 *조사를 마치면, 아마 진상 1 정도를 깨달았을 탐사자가 이때 뭔가 할 틈을 주지 마시고(!) 곧바로 다음 파트로 진행하세요.

 

휘청이며 KPC의 개인실에서 나오면 급작스레 당신에게 꿈이 찾아듭니다. 아닙니다. 이건 꿈이 아닙니다.

 

 

 

 

 

 

 PALE-BLUE-HOLE

 

 

 

일순간 어둠 속에서 탐사자는 하나를 포착합니다. 노래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하나의 언어이되, 어떤 이도 이 언어를 흉내 낼 수 없습니다.

이해할 수밖에 없는 동시에 해독할 수는 없는 노랫말이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청각이 아닌 직감에 가까운 감각으로 이것을 듣습니다. ``저것``이 당신에게 속삭이고 있습니다. 저 창백한-푸른-구덩이가요!

 

하늘을 보라, 이 높은 곳을.
이 밤의 별들이 지금 제자리를 찾았으니.
영겁의 시간이 지난 지금 마침내,
감옥의 벽이 무너지고, 당신께서 깨어난다!

당신은 그 이름으로 모든 것을 되찾으시리니,
당신이 이 요람에 돌아올 때, 희망은 검게 변하리라.
그때에 세상은 다시 우리의 것이 되리니.
별들이 빛나고 불타오르며, 끓어오르고 요동치며.
종말의 귀환을 예언한다.

 

이것은 당신의 영혼으로 우는 노래입니다.

당신 영혼의 일부가 노래에 스밉니다. 빼앗기는 것입니다. 혹은 죽어가는 것일지도. (SANC 1d4/1d10)

그리고 당신은 모든 것을 깨닫습니다. 우주 안에 정해져 있는 영혼이 지닌 값의 정량. 개중에서도 거대한 질량을 지닌 것들을 인류가 바쳐온 제단이자 무덤이 바로 이곳입니다. 영혼의 무게가 정해져 있는 우주 안에 넘쳐나게 태어나고 있는 영혼을 가진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이미 어느 정도의 세월을 닳은 영혼을 가진 사람을 저울에서 추 내려놓듯 소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고작 영혼을 소멸시키는 무덤 따위가 아닙니다.

페일-블루-홀이 당신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은 인간이 아닌 것, 위대한 옛 것이자 영원히 새로운 것, 신적인 것으로 다시 태어나리라고.

 

그렇다면 당신은 끝내 인류를 위하여 소거될 목숨입니까, 혹은 새로이 탄생할 영혼입니까?

KPC를 찾아갑시다. 그에게 전말을 들어야겠습니다. 분명 그는 페일-블루-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을 겁니다.

당신과는 달리 ‘돌아갈 사람’이므로. 

 

 

 

 

 

 

 너는 곧 하나의 우주다

 

 

 

우주선 안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싶더니, KPC는 갑판에 있었습니다. 발목에 중력조절장치를 매달고 호흡기와 산소통을 멘 채로.

우주는 어떤 소리도 전달해주지 못하는 매질 없는 진공이므로 우리가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입 모양을 잘 살펴야 합니다. 물론 듣지 않아도 전달되는 언어가 있겠지요. 직관적인 몸짓과 손짓, 그리고 인간의 것이 아닌 언어를 통해서도. 탐사자가 직전에 들었던 페일-블루-홀의 노래처럼요. 머리 위에서는 우주선과 우리의 육신을, 그런 것 따위는 중력으로 끌어당기지 않는 창백한 파랑이 있습니다.

 

 *RP 구간입니다. 물론 RP의 용이성을 위해서 우주선 위로 뚜껑 같은 유리 돔 천장…… 따위가 덮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KPC가 밝힐 수 있을 만큼의 진상을 밝히고, 탐사자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하세요. 그리고 나면, 선택하게 해주세요. 여기서 KPC가 알고 있는 페일-블루-홀에 대한 인지의 한계를 보여줘도 좋겠습니다.

 

탐사자가 택할 수 있는 좁은 길을 가리킨 KPC가 아연한 낯으로 웃습니다. 여전히 진실의 일부만 알고 있는 그는 당신을 긍휼히 혹은 불쌍히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종種인데도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인류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각기 하나의 우주일까요. 그렇다면 또 다른 우주이자 한낱 인간일 뿐인 KPC가 말했습니다. “탐사자.” 우리의 고향 별에서는 1년이 지났을 겁니다. 그러니 다시, 그가 내놓은 덧없는 말은 이랬습니다.

“생일 축하해요, 탐사자…….”

 

 *엔딩은 오로지 탐사자의 결정에 따라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여기에서 KPC의 처우에 대한 것은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함께 신이 되거나 도망칠 수도, 여기까지 자신을 데리고 온 KPC가 괘씸하여 탐사자가 죽여버릴 수도 있겠죠!) 탐사자가 페일-블루-홀에 영혼을 바치고 지구를 위해 소명하기로 결정했다면 Ending 1, 탐사자가 도망친다면 Ending 2, 탐사자가 페일-블루-홀에서 신화생물로 다시 태어나기로 결정했다면 Ending 3으로 진행해주세요. 또한, KPC의 처우에 대해서는 다양한 상황을 대비해 최소한의 지문만이 들어가 있으니 탁의 상황 따라 유동적으로 지문을 추가해주시기를 권장드립니다. 


 

 

 

 

 

 

 

 

 

엔딩

 

 

 

1. 탐사자가 페일-블루-홀에 자신을 소명하기로 결정했을 시

 

 

 

죽음이 곧 자유라고 할 수 있다면, 이곳에는 자유가 있습니다. 더없이 막막하고 막연한 자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으로 하여금 지구를, 인류를 한 움큼 구할 수 있다면 차라리 다행인 일입니다. 당신이 처음 우주정거장의 연구소에 발을 디뎠을 때부터 이것은 예정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모든 것은 인류를 위함이었으니까요. 나의, 당신의, 우리의 창백한 푸른 점을 위하여.

발목의 중력조절장치를 떼어내고, 멀리서 본 당신의 고향 별과 꼭 같은 창백한 푸른색을 지닌 구멍으로 향합니다. 이것은 별의 무덤을 닮았고, 그러나 중력으로 당신을 끌어당기며 당신의 영혼―이성SAN을 한 조각씩 소멸시킵니다. 그러니 이것은 별의 무덤이 아니라 당신 영혼의 무덤. 당신은 이제 혼백 흩어져 영원히 이 우주에 남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영원히 인간으로서 죽어갈 것입니다. 당신이 그러기로 결정했으므로.

……

……

멀리서 별이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당신의 죽음을 온 우주가 애도합니다. 정적.

 

 

Ending 1. 기일

탐사자 생환?, KPC ?

 

 

 

 

 

 

2. 탐사자가 페일-블루-홀로부터 도망쳤을 시

 

 

 

죽음이 자유라 할 수 있겠습니까? 부정합니다. 이곳에 자유란 없습니다. 더없이 막막하고 막연한 고독뿐이지요.

그것으로 하여금 지구와 인류를 구할 수 있대도, 세상의 절멸이 뭐란 말입니까? 고작 한 사람이 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다수를 위한 소수 혹은 단 한 영혼의 소멸은 옳은 일입니까? 내가 죽음을 바라지 않는데. 내가 바치기를 원하지 않는데.

그러므로 창백한 푸른 점은 언젠가 점멸할 것입니다. 당신 없는 채로 남겨져서.

조종실로 향해 항로를 이탈합니다. 멀리서 본 당신의 별과 꼭 같은 색을 지닌 창백한 푸른색을 띤 구멍을 뒤로 하고, 당신은 묘지 아닌 막막한 생으로 향합니다. 광활한 우주에 당신의 혼백이 흩어져 남을 일은 없습니다. 당신은 인간으로서, 한 생명으로서, 기어이 끈질기게 죽어갈 것입니다. 죽어간다는 말은 살아간다는 말과 동의를 지니므로.

당신이 그러기로 결정했으므로.

……

……

그러니 애도는 여기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생이 이어질 것입니다. 별빛이 처절하게 반짝입니다.

 

 

Ending 2. 망명일

탐사자 생환?, KPC ?

 

 

 

 

 

 

 

3. 탐사자가 페일-블루-홀에서 다시 태어나고자 했을 시

 

 

 

이것은 기회입니다. 그러니 축하한다고 해야 마땅할까요?죽음은 뒤이어 태어남이 있다면 자유일 수 있고, 당신은 그것을 의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당신 영혼의 값이 거대하다는 것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우주에게서 부여된 자격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이곳은 푸른 무덤이자 요람. 당신이 태어난 고향, 창백한 푸른 점을 닮은 당신의 두 번째 고향이 될 우주의 구멍인 동시에 아늑한 죽음의 잠자리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무참하게 기쁜 마음으로, 절망적일 만치 환한 환희로 새로운 탄생을 받아들입니다. 발목의 중력장치를 떼어내고 저곳으로 향합니다, 육신은 으스러지고 영혼은 나뉘어집니다. 

이 이름으로 당신은 모든 것을 되찾고, 희망을 검게 태우며 현현합니다.

세상은 다시 당신의 것이고, 별들은 빛나고 불타오릅니다.

이 밤 우주 이곳의 별들이 제자리를 찾아 당신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바야흐로 더 바랄 것 없는 축일입니다.

……

모든 별들이 당신에게 귀 기울입니다. 자, 이제 당신 스스로를 명명하세요.

당신은 누구인가요?

 

 

Ending 3. 탄신일

탐사자 생환?, KPC ?

 

 

 

 

 

 

 

 

 

추천 BGM

Haruka Nakamura - World's end Rhapsody :: https://www.youtube.com/watch?v=jIVSI-9Z8qY (우주 항해의 시작)
Interstella OST - Cornfield Chase :: https://www.youtube.com/watch?v=7GlsxNI4LVI (별의 무덤 위로 어른거리는)
Tony Ann - TAURUS "The Tenacious" :: https://www.youtube.com/watch?v=aTiIXhtu9rk (우주보다 더 깊이 어두운 것)
Monique Danielle - Carol of the Bells :: https://www.youtube.com/watch?v=P55xHoufYZc (PALE-BLUE-HOLE)
Interstella OST - No Time for Caution :: https://www.youtube.com/watch?v=2o9KfyPqQzY (너는 곧 하나의 우주다)
Alvedon - retire (final) :: https://www.youtube.com/watch?v=guQ_Sy7uAEI (Ending 1)
알레프(ALEPH) - 아무도 그대를 바라지 않는 (Schadenfreude) (MR/inst) :: https://www.youtube.com/watch?v=9V6ePQHJZjM (Ending 2)
FINAL FANTASY XVI Theme Song | Kenshi Yonezu – Tsuki Wo Miteita - Moongazing (Instrumental) :: https://www.youtube.com/watch?v=Bz8SQ_fYXBQ (Ending 3)

 

 

 

 

플레이하신 뒤 여유가 있으시다면 작성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 https://url.kr/tyhoq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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