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tz for You
CoC 1:12021. 7. 16. 12:24
춤춰요, 나와 함께.
춤을 춰요, 마지막으로 청합니다.
당신, 당신을 위해.
개요
오래도록 한 점을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춤을 추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따금씩 부는 바람이 뺨을 간질였으니. 몇 시간인지 몇 날인지 알 수 없는 영원 비슷한 만큼의 간극 동안 있다, 문득 당신이 혼자라는 것을 알아챕니다.
이어받을게. 그렇게 말했던 날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말인즉슨 넘치도록 당신을 괴롭게 하는 당신의 기억을 내가 기어이 넘겨받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우리는 꿈속의 도서관입니다. 수많은 기억 속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한데, KPC. 지금은 어디 있어요? 어느 샌가 곁에서 사라진 KPC를 당신은 찾아냅니다.
바닥에 어질러진 수많은 책들로 너저분한 주변, 찾아낸 KPC는 둥실 떠 있습니다. 꿈속이라지만 더 꿈같은 모습입니다. 당신을 바라보던 KPC가 말합니다. 뜬금없이.
“배고프다, 탐사자.”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1:1 타이만 시나리오
인원 : PC 1인+KPC 1인
배경 : ?
플레이 난이도 : 낮음
키퍼링 난이도 : 중간
권장 기능 : 관찰, 대인기능, 심리학
준 권장 기능 : 듣기, 손재주, 은밀행동, 자료조사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세션카드에 한해 커미션 및 금전 거래를 허용합니다.
※ 키퍼링 해주실 분을 따로 두고, KPC 역할을 하는 PC를 포함한 PC 2인으로의 개변이 가능합니다. 이 경우 KPC 역할의 PC를 플레이하시는 분께서는 시나리오 전반을 숙지하셔야 하셔야 합니다.
※ KPC와 PC의 백스토리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적극 권장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개변하여 플레이해주세요. 이에 대한 문의는 송구하오나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 본 시나리오는 CoC 비공식 팬메이드 타이만 시나리오이자 배포 계정의 200팔로우 기념 이벤트에 당첨되신 0운(@zero_un_un)님께 헌정하였던 《Waltz on Scales》 (이하 '왈촌스', https://for-your-tender-story.tistory.com/8 ) 의 3번 엔딩 후속 시나리오입니다. 해당 엔딩을 보지 않았더라도 해당 엔딩을 보았다는 가정 하에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 《왈촌스》에서의 KPC와 PC가 고정됩니다.
※ 본 시나리오는 상해, 직접적이지 않은 식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서는 신화생물에 대해 독자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존재하며, 신화생물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CoC 원작의 분위기와 상이할 수 있습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 외 문의는 @henceihateu의 DM이나 최하단의 폼으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키퍼(GM)가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묻습니다. 모독적인 신의 권능을 가진 사람은 여전히 인간인가요?
기억합니다. 이어받을게. 탐사자가 KPC를 마주하고서 그렇게 말했던 날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말인즉슨 넘치도록 KPC를 괴롭게 하는 수많은 기억을 그가 기어이 넘겨받겠다는 말이었습니다. KPC의 기억을 대신 죄다 받는 그릇이 되겠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었던 기억도 없이 차원을 엿보고 넘나드는 능력만 가진 KPC는 이제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입니까? 심지어는 그 우연히 가지게 된 능력조차 신의 것이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데요. 그렇습니다, KPC는 이제 인간성을 잃고 요그 소토스(룰북 p. 326)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무릇 신의 것을 가지게 되면 인간의 것이 밀려나는 것이니, 인간성을 잃는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을 겁니다.
요그 소토스는 어떤 신입니까? 어느 차원의 평행 세계이든 생물을 먹어치우고 싶어하며, 실제로 흔적도 없이 그 끔찍하고 흉측한 외계의 구체에 삼켜진 세상들이 숱하지요. 당장 KPC가 원래 살아왔던 세상이 이미 삼켜지듯 망하지 않았습니까. 그것과 같아진다는 것은 세 가지를 의미합니다, 첫째, 그는 우주로 부유하여 마침내는 모든 차원을 떠돌게 될 것입니다. 둘째, 인간보다 신적인 존재에 가까워지며 인간으로서의 기억을 잊게 될 겁니다. 셋째, 인간, 나아가 생물에게 식욕을 느끼게 될 겁니다. 말인즉슨 KPC는 이 꿈속을 떠날 것이며, 탐사자에 대한 기억도 종국에는 알지 못할 것이고, 심지어는 이 꿈속에 단 하나뿐인 생명인 탐사자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라는 소리죠.
KPC도 본인의 이상을 어느 순간 알아차렸지만, 망각의 속도가 그보다 아주 조금의 차이로 더 빨랐습니다. 탐사자에게 몇몇의 당부를 남겨놓으려다 곧 무엇에 대한 당부를 하고자 하였는지 잊어버려 반쯤 실패합니다. 탐사자를 먹지 않겠다는 마음은 남아있는지라 제 몸을 물어뜯거나 식욕을 참으며 견뎌왔으나, 이곳은 꿈속이고 KPC와 탐사자는 이미 단둘이 갇혀있지요. 이대로라면 KPC가 탐사자를 흡수하거나 씹어삼켜 죽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은 자명합니다. 꿈속에서조차 죽어버리는 겁니다.
이 간결한 꿈을 보고서 지나치다 멈춘 이가 있었으니, 니알라토텝(룰북 p. 315)입니다. 흥미라고 해야 할지 자비라고 해야 할지 호의라고 해야 할지 모르나, 니알라토텝은 탐사자를 해하지 않기 위해 권능을 가졌음에도 인간으로 남아있는 KPC에게 곧 그가 변하게 될 미래를 말해줌과 더불어 하나의 제안을 합니다. KPC에게서 요그 소토스의 능력을 도로 없애 모든 것을 되돌려주는 것은 요그 소토스의 실수 혹은 고의였기 때문에 그에게도 능력 밖이나, KPC가 알고 있는 어떤 마법의 형태라도 보여 자신을 불러낸다면 탐사자는 이 꿈에서 빼내 다시 살아가게 해주겠다고요.
KPC가 알고 있는 마법의 형태는 뭡니까. 언젠가 KPC가 살던 세상이 망할 적에 그는 어떤 마법을 목격했습니까. 그려진 마법진 위로 춤추는 왈츠.
춤추자. 모든 준비가 끝나면 KPC가 말할 것입니다. 더이상 인간이 못 되는 KPC가요. 오로지, 오로지 탐사자를 위해서.
너를 위한 왈츠를.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의 모든 대사는 KPC의 성격에 맞게 변용해주세요.)
*시나리오 시작 시점에 KPC의 이성은 요그 소토스에게 동화되며 깎여나가, 최대 40으로 시작합니다. 40 이하로 설정해주세요. 부제로 표시한 큰 단락이 지나면 KPC는 1d6씩의 이성(GM 비밀 다이스로 굴려주세요.)을 잃게 됨과 동시에 기억 감퇴, 식욕, (신화 생물의 언어를 섞어 쓰게 되어) 탐사자와의 대화 일시적 불가+탐사자에게 언뜻언뜻 요그 소토스와 닮은 모습을 보이게 되는 현상을 보이게 됩니다. 편의상 광기와 비슷한 현상이라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HUNGER
오래도록 한 점을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춤을 추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따금씩 부는 바람이 뺨을 간질였으니. 몇 시간인지 몇 날인지 알 수 없는 영원 비슷한 만큼의 간극 동안 있다, 문득 당신이 혼자라는 것을 알아챕니다.
이어받을게. 그렇게 말했던 날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말인즉슨 넘치도록 당신을 괴롭게 하는 당신의 기억을 내가 기어이 넘겨받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우리는 꿈속의 도서관입니다. 수많은 기억 속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한데, 지금은 어디 있어요? KPC?
*탐사자는 KPC를 찾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관찰, 듣기, 추적 등의 기능을 쓰는 것은 자유입니다.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판정 진행해주세요. 다만 탐사자가 있는 층에서 찾는다면 ‘보이지 않는다’라는 정보만 전달 부탁드립니다.
도서관의 구조는 《왈촌더》에서 4층 이상의 구조를 빼고 층수를 늘린 것과 같습니다. 정확히는 몇 층을 올라가도 3층과 같은 구조가 나오며, 옥상으로 올라가는 문 역시 없어 도서관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핸드아웃을 수정하여 제공하는 등의 행위를 허용하나,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 층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층에 있는 걸까요? (*탐사자가 계단을 올라간다고 선언할 시 판정을 진행합니다.)
관찰 성공 시▶ 계단을 올라가려던 탐사자는 계단에 흩어져있는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살펴보니, 종이 두께만큼 얇은 플라스틱 조각입니다. 카드였던 것을 부러뜨린 것 같아요. 이런 게 원래 있었습니까?
관찰 실패 시▶ 계단을 올라가려던 탐사자는 계단에 흩어져있는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얇고 딱딱합니다. 이런 게 원래 있었습니까?
관찰 어려운 성공 이상 시 or 더 자세히 살펴본다고 탐사자가 선언했을 경우 추가 서술▷ 맞춰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각조각에는 각각, 바코드와 유독 잘게 쪼개진 KPC의 이름, 그리고 가장 큰 조각에 말끔히 적힌 문구가 있습니다. ‘▒▒ ▒요 당신, 함께 춤을 춰요.’ 불규칙적으로 잘라진 탓에 모든 문장을 알아볼 수는 없지만요.
*《왈촌더》에서의 KPC의 출입증입니다. 자신 세계에서의 기억을 잃기 직전 KPC는 출입증을 가지고 있다가도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 여겨 아무렇게나 잘라내 버렸으나… 동시에 탐사자에게 남긴 단서이기도 합니다. ‘춤을 춰’달라는.
위층에 다다르면, 크지 않은 소리가 들립니다. 이곳이 숨 막히게 고요하므로 당신이 의도치 않은 소리를 듣는 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듣기 성공 시▶ 빽빽한 책장 사이 벽을 맞댄 구석에서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툭, 툭. 무언가 바닥으로 둔탁하게 떨어지는 소리입니다.
듣기 실패 시▶ 무엇이 다른 무언가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입니다. 어디서 들리는 건가요? 서가를 둘러봅니다. (*실패 시 탐사자가 스스로 찾는다는 선언을 해야만 KPC를 찾을 수 있습니다.)
걸음을 옮긴 당신은 이윽고 책장 사이 구석에 틀어박힌 KPC를 찾아냅니다. KPC는 당신의 인기척에 하던 것을 멈춥니다. 책장에서 책을 뽑아 바닥에 떨어뜨려놓는 일을 그만두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닥에 어질러진 수많은 책들로 너저분한 주변, 그 가운데 KPC는…… 허공에 둥실 떠 있습니다.
고작 몇 센티미터 정도뿐이고, 아무리 이곳이 꿈속이라지만 더 꿈같기는 한 모습입니다. 어질러진 책들 탓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노라면 당신을 바라보던 KPC가 말합니다. 뜬금없이.
“……배고프다, 탐사자.”
지능 성공 시▶ 이상한 말입니다. 이 꿈속에서 그의 입으로 들어본 적 없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재차 여기는 꿈속이잖아요. 탐사자 스스로조차 이곳에서 허기를 느껴본 적은 없습니다.
지능 실패 시▶ 한 번도 그의 입에서 들어본 적 없는 말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이 꿈속에서는요. 뜬금없네요.
심리학 성공 시▶ 자신의 말이 상당히 맥락이 없었음을 자신도 아는 모양입니다. 무의식중에 말한 것 같으니 거짓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심리학 실패 시▶ 어쨌건 자신의 말이 맥락없이 툭 튀어나왔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자유로운 RP가 가능합니다. 이때의 KPC는 아직 탐사자에 대한 전반적인 기억(《왈촌스》에서의 기억)은 망각하지 않았으며, 니알라토텝에게서 막 자신의 상태에 대한 설명과 탐사자를 꿈에서 빼내어주겠다, 구제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시점입니다. 책을 마구 뒤지고 있던 것은 ‘탐사자의 생애’에 대한 책과 ‘자신이 알고 있었던 마법’에 대한 책을 찾아 자신이 잊지 않게 기록을 남길 심산으로 한 행동입니다.
“배가 고프다”라는 말은 탐사자를 보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나온 것으로, 이후 RP에서도 허기지다는 티를 낼지에 대해서는 키퍼분의 재량에 맡깁니다. 공중에 부유하고 있음에 대해서 탐사자가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반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에 대해 숙고하고 있음을 보여주어도 좋지만, KPC는 결국 탐사자에게 제안이나 자신에게 곧 닥칠 상태에 대해 아무것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RP를 마쳤거나 탐사자가 발치에 있는 책 혹은 KPC에 대해 살피려 하면 다음 부분으로 넘어갑니다.
바닥의 책을 살필 경우
▷어지럽게 널려있는 책. 뒤죽박죽 섞여 KPC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관찰 or 자료조사 성공 시▶ 얼핏 표지에 적힌 글자들을 보면 아예 해독할 수 없는 오싹한 언어들이 태반입니다. 중간중간 그나마 눈에 띄는 공통된 글자는 ‘신화’일까요. KPC가 당신의 시선을 알아채고는 황급히, 주섬주섬 책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정돈보다는 탐사자가 당장 보지 못할 등 뒤로 치운다는 표현이 더 알맞겠지만요.
관찰 or 자료조사 실패 시▶ “나는 이해할 수 있지만 너는 이해할 수 없는 책들이야, 탐사자.” KPC가 당신의 시선을 알아채고 황급히, 주섬주섬 책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정돈보다는 탐사자가 당장 보지 못할 등 뒤로 치운다는 표현이 더 알맞아보이지만요.
KPC를 살필 경우
▷ 특별히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그의 상태가 이상함은 한눈에 들어옵니다. 공중에 얼마쯤 떠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허깨비라도 본 것처럼 눈을 깜빡일 때마다 그의 주변에 거품처럼 생긴 구체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를 반복하는데…… 이 기이함과 위화감은 뭘까요, 알 수 없습니다.
“뭔가 이상해?” KPC는 영문도 모르는 얼굴로 탐사자에게 묻습니다. 어질러진 책은 한쪽 구석으로 슬슬 밀어 치운 지 오래입니다.
심리학 성공 시▶ 이상하다고 묻는 그에게 대답을 하고자 한다면, 당연지사 예스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그가 당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어쩐지 낯설다는 느낌이 들고요. 그럼에도 구석으로 쌓여 즐비한 책들을 봅니다. 무엇에 필사적이기에 저렇게 무언가를 책 속에서 찾아내고자 했던 걸까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건만.
심리학 실패 시▶ 이상하다고 묻는 그에게 대답을 하고자 한다면 당연지사 예스입니다. 그의 눈길에서 묘한 위화감을 읽습니다. 아니, 이건 낯섦일지도 모르겠습니다.
*KPC의 기억은 이 순간에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더 찾을 게 있어.” KPC가 말합니다. “내가 할 일이니 이만 돌아가보는 게 좋아.” 어조는 전에 없이 단호합니다.
*RP와 함께 대인기능 판정이 가능합니다. 성공 시 KPC는 머뭇거렸다, 자신이 어질러놓은 책을 다시 정리하려고 한다며 그냥 원래 있던 책장에 꽂아주기만 해달라, 는 말을 남기고 얼른 구석의 책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실패 시 KPC는 탐사자가 도우려는 것이나 말하는 것에 대해 폐쇄적인 반응을 보이며 괜찮다, 이만 아래층에 돌아가 있어달라는 이야기만 반복합니다. RP를 이어가며 재도전이 가능합니다. (가능한 성공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재도전과 강행에도탐사자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아래 부분은 제하고 진행해주시기 바랍니다.
어지럽게 흩어진 책을 정리합니다. KPC가 위태롭게 쌓아 든 채로 절반 좀 덜 되는 만큼을 치우려 먼저 가져가버렸으니 남은 것은 열 권 남짓뿐이지만, 살펴볼 수는 있겠죠.
관찰 성공 시▶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뒤적이며 책 내용을 대강 훑어보기도 하고, 표지의 제목을 읽어보기도 합니다. 그 중 한 책이 당신의 눈에 띈 까닭은 다만 책의 제목이 <XXXX.XX.XX(*탐사자의 생년월일), 탐사자> 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밖에도 알아볼 수 없는 글자로 쓰인 책들이 많으나, 몇 읽을 수 있는 단어는 ‘마법’뿐입니다.
<XXXX.XX.XX, 탐사자>를 살펴볼 시▷ 당신의 꿈 밖에서의 세계에서 살았던 생이 자서전처럼 쓰였습니다. 아, 이 때 먹은 음식이 맛있었고… 언젠가 즐거웠을 때도 있었죠. (*탐사자의 백스토리를 간단히 묘사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 꿈속에 들어오고 나서는 단 한 번 무언가를 먹은 적도 잠에 든 적도 없습니다. 이따금씩 밀려오는 짊어진 기억의 무게에 벅찬 두통이 인 적은 있었으나.
관찰 실패 시▶ 그러나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뒤적이며 책 내용을 대강 훑어보기도 하고, 표지의 제목을 읽어보기도 하면 대부분이 모르는 언어로 적혀있습니다. 이런 언어가 있을 수 있나 싶게 생긴, 어쩐지 오싹한 형태의 글자들…… 그 와중에 몇 읽을 수 있는 단어는 ‘마법’뿐이군요. 형용할 수 없는 언어를 보고 있자니 또다시 두통입니다. 이 꿈속에 들어오고 나서 바깥 세계에서처럼 단 한 번 무언가를 먹은 적도 잠에 든 적도 없지만, 이따금 밀려오는 짊어진 기억의 무게에 벅찬 두통만이 통증으로 하여금 아, 이전의 삶을 기억하게 해주는 모순.
어질러졌던 책들을 책장에 가지런히 꽂습니다. 다시 책장 사이를 지나 자신이 있었던 구석으로 돌아온 KPC와 마주합니다.
관찰 성공 시▶ 눈이 마주치는 순간 KPC의 모습이 일순 흐트러집니다. 아니, 흐트러진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까? 거품처럼 일그러지는 듯하기도 하고, 어떤 구체들이 엉겨붙은 모습이기도 하고…… 인간의 것이라고 도무지 볼 수 없는 형태. (SANC 0/1d2)
관찰 실패 시▶ 눈이 마주치는 순간 KPC의 그림자가 일순 흐트러집니다. 인간의 것이 아닌 형태로…… (SANC 0/1)
“…사자, 탐사자?” KPC가 재차 이름을 부릅니다. 눈을 깜빡이자 멀쩡한 모습의 그가 다시 눈에 비치고, 어쩐지 조금 아연해집니다. 방금은 뭐였죠?
“내려가자.”
KPC는 따라오라는 듯, 그리고 아주 여상한 투로, 말을 이으며 돌아봅니다. 아래층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겁니다.
*내려가는 도중 계단에서 이전의 관찰 시도 시 실패했다면 다시 한 번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성공 시 앞서 서술한 지문을 출력해주세요. 함께 계단을 내려가는 KPC에게 들키지 않고 그것을 주우려면 손재주나 은밀행동 판정이 필요합니다!
판정 이후 탐사자가 KPC에게 무언가 물어보려고 해도 막아주세요! 바로 다음 부분으로 진행합니다.
MEMORY
……
무언가 당신의 안에 담기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생각이 아니라 감각으로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차츰 젖은 솜처럼 당신의 안에서 무게를 더 불리고, 불리고, 무거워져서……
눈을 뜹니다. 얼마나의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기억은 KPC와 함께 계단을 내려오는 것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다시 너른 도서관 1층의 홀입니다. 기억하는 단면은 놀랍도록 깨끗합니다. 완전히 절단된 기억. 사고.
정신력 성공 시▶ 문득 쨍하고 머리를 쪼개는 것 같은 두통에 걸음마저 비틀거립니다. 수많은 목소리와 장면이 보지도 않는데 눈 안으로, 들리지도 않는데 귓전으로, 맡지 못했던 냄새와 공기의 향과 스치는 기류와 입에 넣지도 않은 것의 맛까지 전부 느껴집니다. 아, 이어받는다, 라고 말했던 것이 오만처럼 느껴질 정도의 고통입니다. 드문드문 흘러들어오던 타자의 기억은 늘 이런 식이었습니다. 다만 그 속에 위화감을 느끼는 자신이 있습니다, 이다지도 급류처럼 빨랐던가요? 세찼던가요? 정신을 잃는 일도 이따금 있었으나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은 근래 처음입니다.
정신력 실패 시▶ 문득 쨍하고 머리를 쪼개는 것 같은 두통에 걸음마저 비틀거립니다. 수많은 목소리와 장면이 보지도 않는데 눈 안으로, 들리지도 않는데 귓전으로, 맡지 못했던 냄새와 공기의 향과 스치는 기류와 입에 넣지도 않은 것의 맛까지 전부 느껴집니다. 아, 이어받는다, 라고 말했던 것이 오만처럼 느껴질 정도의 고통입니다. 드문드문 흘러들어오던 타자의 기억은 늘 이런 식이었습니다. 이번만큼 고통스러운 것은 드물지만요.
*두 사람이 나눌 이미 멸망한 다른 세상, 다른 사람들의 인간으로서의 기억을 KPC가 버림에 따라, 탐사자가 짊을 기억의 양이 더 많아졌습니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섭니다. 어질한 시야를 붙잡고 다시 고요의 끝으로 침잠하는 도서관 안을 훑습니다. 그러니까, 또 혼자인 탓입니다. 매번 함께 감당하던 통증이 눈앞의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다 해서 이만치 더 심해진 걸까요.
(*탐사자가 주위를 돌아본다고 선언하면) KPC는 1층 카운터에 있곤 했습니다. 빌려갈 사람도 책을 돌려줄 사람도 없는 이 도서관에도 이상하게 카운터는 멀쩡합니다.
돌아보면 그러나, 종종 KPC가 앉아있던 카운터의 의자가 비어있습니다. 또 어디로 간 걸까요? 거기다 카운터는…… 누군가가 마구 헤집어놓은 것처럼 어질러져 있습니다. 이전의 서가 구석처럼요. 분명 이곳에는 당신과 KPC 밖에 없으니, 누가 어질러놓았는지는 퍽 자명합니다. 하지만 요즘따라 그가 왜 이러는 걸까요?
카운터 위에는 안내판이 올려져있습니다. 안쪽에 들어가 아래를 보면 삼단 서랍과 사물함이 있군요.
탐사자는 카운터 위와 안내판, 삼단 서랍, 사물함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카운터 위
책들이 아무렇게나 놓여있음은 물론, 수많은 메모지가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어질러져 있다고 느낀 것은 이 탓입니다. 책은 일전과 비슷하게 여기저기 널려 있는데……
관찰 성공 시▶ ‘마법’ 분류의 책들인 모양입니다. 한데 펼쳐진 몇 권을 뒤적이다 보면 드문드문 찢어진 부분을 발견합니다. 일부가 뜯겨나간 게 아니라 한 페이지가 통째로 뜯겼습니다. KPC가 찢은 것일까요? 무엇 때문에?
관찰 실패 시▶ ‘마법’ 분류의 책들인 모양입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KPC는 마법에 관련한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메모지를 살펴볼 시▷ 탐사자의 이름과 KPC의 이름, 도서관에서의 일, 모르는 언어로 된 문장들이 반복하여 휘갈긴 채 쓰여 있습니다. 글씨에 묻은 다급함과 절박함.
▷안내판
말이 안내판이지 이곳에는 안내할 것도 들일 손님도 없으니 이것은 그저 카운터에 세워진 빈 플라스틱판일 뿐입니다. 그 위로 흰 메모지가 붙어있는데, 당신은 해독할 수 없는 글자와 함께 복잡하게 그려진 어떤 문양을 봅니다. 원 형태입니다. 마법진을 연상시키는……
▷삼단 서랍
맨 윗단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확히는 그늘 탓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관찰 성공 시▶ 안에 손을 넣어보니 작은 무언가가 잡힙니다. 꺼내보면, 열쇠입니다.
관찰 실패 시▶ 깊은 서랍 안은 그늘져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군요.
*사물함을 열 때 쓰는 열쇠입니다.
중간의 서랍에는 굵은 펜이 들어있습니다.
마지막 맨 밑의 서랍에는 서류철로 묶여있는 종이가 있습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자료조사 성공 시▶ KPC의 글씨입니다. 휘갈겨진 탓에 꼼꼼히 읽어야겠습니다. 중간에 글씨를 알아보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요.
「KPC
평행세계 세계마다 기억이 있다 기억=무게 무게가 전부 똑같지 않으면 무게가 가벼운 쪽이 휘발되어 사라진다 탐사자의 세계는 탐사자가 내 기억의 무게를 짊어지게 되어 탐사자의 의식이 현실로 영영 돌아가지 못하는 대신 세계가 가벼워 멸망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나는 이미 멸망한 다른 세계에서 왔다 내 세계는 이미 멸망한 것 같다?
탐사자가 ▒▒ 싶다 안 돼
불러와야 한다 내가 알고 있었던 마법이 필요하다
다시없을 기회 꿈에 간섭하는 자 신 내가 ▒▒갈지도 몰라 나는 이미 먹▒▒ 있어
원래라면 주어질 수도 없는 기회였다 이걸 놓치면 안 돼」
자료조사 실패 시▶ 자필로 쓰였습니다. 휘갈겨진 탓에 꼼꼼히 읽어야겠습니다. 글씨를 알아보지 못해 읽어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KPC
평행세계 세계마다 기억이 있다 기억=무게 무게가 전부 똑같지 않으면 무게가 가벼운 쪽이 휘발되어 사라진다 탐사자의 세계는 탐사자가 내 기억의 무게를 ▒어지게 되어 탐사자의 ▒▒이 ▒▒▒ ▒영 돌▒▒지 못하는 대신 세계가 가벼워 ▒▒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나는 이미 ▒▒한 ▒▒ 세계에서 왔다 내 세계는 이미 멸망한 것 같다?
탐사자가 ▒▒ ▒다 안 돼
불러와야 한다 내가 ▒▒ 있었던 ▒▒이 필요하다
다▒▒을 ▒▒ 꿈에 간섭하는 자 ▒ 내가 ▒▒갈지도 몰라 나는 이미 ▒▒고 있어
원래라면 주어질 수도 없는 ▒▒▒다 이걸 놓치면 안 돼」
*KPC가 쓴 게 맞습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속도에 다급하여 본인이 알고 있는 것들을 적어놓은 기록입니다. 성공 시에 나오는 전문에서 가려진 문구는 ‘탐사자가 먹고 싶다’, ‘내가 날아갈지도 몰라 나는 먹히고 있어’. KPC는 주어진 능력을 제어하지 못하는 채로 요그 소토스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물함
덜컹, 잠겨있습니다. 열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앞서 삼단 서랍에서 열쇠를 얻었다면 열 수 있습니다.
안쪽에는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제목은 <하나인 전부>. 내용을 살펴보면 흐르고 터지며 형태를 바꾸는 어떤 끔찍하고 혼돈스러운, 존재 자체로 모독적인 신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마법사들의 주신, 차원을 여행하며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요그 소토스. ……어쩐지 오싹한 공기가 척추를 훑어내립니다. 이름만으로 섬뜩한 어떤 신.
*모든 조사를 끝냈다면 탐사자가 카운터를 벗어나기 전에 바로 다음 부분으로 진행합니다.
“뭐하는 거야?”
고개를 들면 KPC의 얼굴과 마주칩니다. “왜 네가 거기 있어.” 그의 표정을 굳이 살피지 않아도 목소리만으로 이미 심기가 불편함이 분명합니다. 카운터를 뒤적거리던 것을 알면 KPC와 다투기라도 할 것 같으니, 적당히 둘러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짧은 RP. 탐사자는 대인기능으로 KPC의 심리학 판정에 대항할 수 있습니다. KPC는 카운터에 자신이 기록한 것들을 숨겨놓았으며, 탐사자가 이를 전부 알아서는 탐사자를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낼 수 없음을 알고 있으니 경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이 정도는 잊지 않았습니다!)
외려 탐사자가 KPC의 행적에 대해 경계하는 태도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탐사자가 어디 있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물으면 여느 때처럼 책을 찾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생애에 대하여 다시 곱씹고 있었다, 정도로 대답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되도록 길게 끌지 마시고 탐사자가 KPC를 더 혼내기(!) 전에 KPC가 바깥에 나와 있는 (탐사자가 발견한) 자신의 기록을 발견하도록 해주세요.
무어라 말을 하려던 KPC의 눈길이 일순간 한 점에 멎습니다. 입을 벌린 채 잠시 굳는 모양에 당신도 그의 시선이 향하는 데로 눈을 돌릴 밖에 없습니다. 그는 빠르게 카운터로 다가옵니다, 당신이 읽었던 서류철의 종이를 빼앗듯이 들어올립니다.
“봤어? 이걸 네가 왜 봤어?”
관찰 성공 시▶ 그 순간에 당신은 들어올려진 KPC의 소매 안쪽을 보게 됩니다. 그의 팔목 안쪽이 붉습니다. 시퍼렇습니다. 보랏빛입니다. 상처라도 입은 건가요? 이 안에서?
관찰 실패 시▶ 그 순간에 당신은 들어올려진 KPC의 소매 안쪽을 스치듯 본 듯합니다. 그의 팔목 안쪽의 색깔이…… 왜 저런가요? 다치기라도 한 건가요?
*탐사자가 KPC의 팔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KPC의 소매를 걷습니다. 그의 팔 바깥쪽이든, 안쪽이든, 얼룩덜룩하게 피멍이 선명합니다. 스스로 물어뜯은 듯한 잇자국과 함께입니다. 혹시나 하여 다른 팔을 걷어봐도 마찬가지인 상태입니다. 경악스러울 만도 한 상처들인데 KPC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도대체, 왜?
심리학 성공 시▶ 언뜻 뇌리를 스치는 KPC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의식하지 않고 나온 듯한 짧은 말마디, 언젠가 그가 말했습니다, “배고프다, 탐사자.”
심리학 실패 시▶ 설마, 자기 자신의 팔을 이로 물어뜯은 건가요? 스스로의 살을?
지능 판정, 성패 상관없이▶ 알잖아요, 우리는 단 한 번 이 꿈속에서 허기가 진 적도 목이 마른 적도 잠을 잔 적도 없습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는 오래도록을 함께 꿈으로서만 여기에 머물렀는데, 배가 고파 스스로의 팔을 뜯었다니요? 현실 같지 않은 이곳에서조차 현실성이 없습니다.
KPC는 조용히 소매를 손목까지 다시 내립니다. 입모양이 중얼거리는데, 발음되어 나오는 음성은,
듣기 성공 시▶ “괜찮아,”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내가 다 돌려놓을게.” 언젠가 그가 그랬듯이.
듣기 실패 시▶ “괜찮아.” 귓가에 나직하게 내려앉는 목소리. 언젠가의 기시감입니다.
그랬지 않습니까, 그 꿈에서도. 당신이 아직 현실에 발 담그고 있을 시절, 세계의 존속에 대한 법칙을 몰랐을 시절의 일입니다. 걱정 마, 탐사자. 그때에도 그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웃었던가요. 이제 와서는 모든 기억이 선명한데, 그 표정만 왠지 기억에서 흐려진 듯 뿌옇습니다. 아니, 뿌옇게 변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의 시야인가요?
관찰 성공 시▶ 엷은 장막이라도 사이에 두고 보는 것 같은 KPC의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일그러질 수 없을 만큼 일그러지다, 이내 거품과 구체 같은 기괴한 형태로 터지고 흘러내리는 착각…… 착각, 입니까? (SANC 1/1d3)
관찰 실패 시▶ 엷은 장막이라도 사이에 두고 보는 것 같은 KPC의 표정이 거품처럼 이그러집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착각…… 입니까? (SANC 0/1)
FOR YOU
눈을 뜨면 당신은 도서관 안에 서 있습니다. 아니, 도서관이 맞습니까? 분명 꿈속의 그 도서관이어야 할 텐데, 이제 탐사자가 있을 곳은 그곳뿐인데. 분위기가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것은 눈앞에 놓여 있는 커다란 조형물 때문입니다.
서가가 있는 도서관의 끝없는 숫자의 층 내부와 같지만, 이곳에는 책장 대신 커다란 유리 돔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단절, 마지막 기억은 분명히 KPC와 KPC가 스스로 낸 상처를 목격했을 순간일 텐데, 여기는 어떻게 온 것이며 왜 기억은 자꾸 사라질까요.
*《왈촌더》에서의 5층에 있는 그 유리 돔이 맞습니다! 니알라토텝이 탐사자에게도 공평(!)하게 진상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꿈속의 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유리 돔은 안쪽에서 순간순간 바뀌며 반짝이는 빛이며 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치 홀로그램이라도 안쪽에 띄워놓은 것처럼요.
(*탐사자가 유리 돔을 살핀다는 선언을 할 시) 아, 자세히 보니 안쪽에 비치는 것은 현실 같은 영상입니다. 투명한 유리 돔 안쪽으로 팔을 뻗으면 쑥 발 들일 수도 있을 것 같은 영상에,
KPC와 탐사자가 등장합니다.
도서관 안쪽에서 여느 때처럼 KPC는 탐사자의 곁에 있습니다. 침묵이 편안한 사이가 되었으니 이제 억겁 같은 시간과 우주만큼의 기억의 무게를 함께 짊는 것만 남았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있다 무언가에 대해 잠잠히 대화하다가 다시 침묵합니다, 말로 나눌 수 있는 것보다 같은 통증을 지는 것으로 더 자주 이야기하는 우리. 그러다, 탐사자가 책을 들고 일어나는 순간에.
시간이 멈췄습니다. 탐사자가 든 책의 책장이 미동도 없습니다. 본래도 적요했던 도서관 안에 KPC만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는 당혹한 얼굴입니다. KPC는 무심코 손을 내려다봅니다, 노이즈처럼 그의 손끝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하고 흐르고 터지기를 반복합니다.
“네가 곧 네 세계를 멸망시킨 신에게 동화되고 있다는 증거지.”
그리고 낯선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른하고 여유롭습니다. 모든 것을 전부 알고 있다는 듯한 남자의 목소리.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습니까.” KPC가 굳은 채 묻습니다.
“나는 기어드는 혼돈이니.” 남자가 웃습니다.
이윽고 그가 말을 잇습니다. 요그 소토스. 하나이자 전부인 끔찍하고 위대한 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무수한 평행세계, 기억의 무게, KPC와 탐사자가 이 꿈에 갇혀있게 된 모든 전말. 그리고 그는 홀로 멈춘 시간 속에 있는 탐사자를 가리키며 덧붙입니다.
“배가 고프지 않나?”
“…….”
“너도 그 신처럼 생명을 먹어치우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게 되겠지. 인간일 때의 기억을 전부 잊고 신이 되자마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먹어치울지 몰라. 이 꿈에서는 나갈 수 있겠지만, 그러면 애써 살린 저 인간과 저 인간의 세계는?”
“…….”
“우연하게 지나치다 본 너희들의 모양이 아주 가여워, 친히 제안을 하나 하러 왔다.”
KPC의 시선이 똑바로 남자를 향합니다. 남자가 웃으며 물었습니다. “마법을 알고 있지 않나?”
“네가 아는, 알았던 마법으로 나를 불러. 기꺼이 와 저 이, 세상의 법칙을 무시하고도 탐사자가 현실에 다시 발 들일 수 있게 하겠다. 잊어가고 있는 와중의 조건으로는 가혹할지 모르나, 네게 닥칠 이후의 미래를 생각하면 넘치도록 훌륭한 기회지. 어떤가?”
시간이 다시 흐르기 직전, 검은 남자는 공중에서 녹아드는 듯 투명해지며 KPC를 향해 말합니다. “네겐 남은 시간이 얼마 없겠지. 기다리고 있겠네.”
……
영상이 꺼집니다. (SANC 0/1d3)
생각합니다, KPC의 기록, ‘신’, ‘불러와야 한다 내가 알고 있었던 마법’, ‘다시없을 기회’, 배가 고파 스스로를 물어뜯은 팔의 잇자국, 괜찮아, 탐사자, 속닥이던 목소리.
그리고 탐사자, 당신.
당신을 위하여.
유리 돔이 반짝입니다. 너무 눈부신 것들은 가끔 꿈속에서도 꿈이라도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까무룩 정신이 멀어지는 것도 알지 못하는 꿈속입니다. 이곳은 꿈속이니까요. 꿈은 깨어야 꿈이니까요.
드디어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는데, 억겁의 시간도 우주만큼의 무게도 지내고 짊지 않아도 된다는데, 그리하여 당신은 서러울 이유도 단 하나 없는데 서럽습니다.
LAST WALTZ
눈앞이 점멸하더니, “탐사자.” 부르는 KPC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창문 밖으로 지금, 이 찰나에 유난히 빛나는 몽중의 하늘이 처음 망막에 맺힙니다. 아름답게 물든 밤하늘이에요. “탐사자.” KPC가 재차 부릅니다.
심리학 성공 시▶ 기쁜 기색이 여실히 묻어나오는, 더없이 익숙한 목소리.
심리학 실패 시▶ 더없이 편안하고 익숙한 목소리.
시야가 똑바로 개었을 때에 당신은 바닥에 펼쳐진 무수한 종이를 봅니다. 수많은, 책에서 뜯어낸 듯한 종이 위에,
관찰 성공 시▶ 굵은 펜으로 그어댄, 수많은 문양으로 가득한 거대한 원이 보입니다. 필사적으로 그린 것이 분명한 그것은, 안내판에 붙은 메모지에 그려져 있던 마법진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관찰 실패 시▶ 굵은 펜으로 그어댄, 수많은 문양으로 가득한 거대한 원이 보입니다. 필사적으로 그린 것이 분명한.
지능 판정, 성패 상관없이▶ 아, 필시 이게 바로 그것일 텝니다. KPC가 그토록 찾았던, ‘기어드는 혼돈’이 KPC에게 자신을 불러낼 때 사용하라 했던, 그 마법이요.
그려진 원의 중앙에서 KPC가 손을 내밉니다. 덧없이 환한 낯. 별빛보다 오래도록 반짝입니다.
“탐사자, 우리 춤출래?”
마지막 왈츠는 당신을 위하여.
“춤추자. 이거 마지막으로 청하는 거야.”
너를, 나를 위해. 나는 당신이 말하지 않은 마지막 말을 압니다.
*엔딩 분기입니다. 자유로운 RP를 권장합니다. KPC는 아직 니알라토텝이 이 직전에 탐사자에게 전말을 알려주었다는 사실을 모르므로, 탐사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탐사자와의 RP로 사실을 알게 되면 설득해주세요. 자신은 어차피 어떻게든 요그 소토스의 일부가 될 것이다, 버텨봤자 네게 이익이 되는 건 없다, 꿈속에서 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다시없는 기회일지 모른다, 어떻게 해도 내가 망하는 결과라면 너만이라도 돌아가는 게 낫지 않겠나, 등으로요. 그리하여 탐사자가 KPC와 춤을 추겠다 결정한다면 Ending 1, 춤추기를 거부한다면 Ending 2로 진행해주세요.
엔딩
1. KPC와 함께 춤추기를 선택했을 경우
세계를 구하기 위해 당신을 죽이겠다더니, 이제는 오로지 나를 위해 당신만 죽이겠다는 당신. 그런 당신이 가엾습니다. 한없이 서럽습니다. 생각해보면 내가 함께 지내온 당신은 그런 선택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였습니다. 그 어떤 세계의 당신이라도 전부 똑같이 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서러우면서도 웃음이 납니다.
멍청한 당신.
나를 위하여 함께 안고 손을 잡고 춤을 추자 말하는 당신.
손을 잡습니다, 몸이 가까이 붙고, 발은 종이를, 종이 위에 그려진 문양을 한 번씩 가볍게 밟으며 돌아갑니다. 진실을 알고도 손을 내민 것은 예정된 결말이었던가요. 무엇이 이토록 꿈속에서조차 우리를 서럽게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세계와 당신과 나를 저울 위에 올려놓더니, 이제는 나와 당신의 소멸을 올려놓고서 우리의 왈츠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창문 밖으로 별들이 헤이지도 않을 듯 돌고 있습니다. 쏟아질 것 같은 별하늘, 별하늘. 세계.
그리고 빛이 쏟아집니다. 끝내 내게만 쏟아집니다. KPC는 웃습니다. 바보같이 웃습니다.
우리 아닌 내가 이런 형태로 살아가는 것이 못내 억울하더라도.
꿈과 설움과 울음 속에서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것, 버틸 수 있는 것, 네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나의 구원, 당신의 안온, 그 모든 것을 막론하고.
“탐사자.” 안녕, 안녕. 이제 눈물처럼 웃으며 작별을 말하는 당신에게 내가 말하겠습니다.
Ending 1. 너를 위해 살아갈게.
탐사자 생환, KPC 로스트
생환 보상 SAN+ 1d6
2. KPC에게 이곳에 남겠다고 말할 경우
세계를 구하기 위해 당신을 죽이겠다더니, 이제는 오로지 나를 위해 당신만 죽이겠다는 당신. 그런 당신이 가엾습니다. 한없이 서럽습니다. 생각해보면 내가 함께 지내온 당신은 그런 선택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였습니다. 그 어떤 세계의 당신이라도 전부 똑같이 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서러우면서도 웃음이 납니다.
나는 당신이 당신을 죽이는 게 싫습니다. 이제 세계의 사활이 걸려 있지 않더라도 당신이 설령 나를 씹어삼켜 내가 꿈속에서조차 살지 못하더라도 당신이, 인간이 아니더라도, 존재한다면 그것만으로 괜찮을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그것을 지켜볼 수 있다면 그걸로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내가 할 선택은 뭐겠어요. 처음부터 하나밖에 정해져 있지 않잖습니까.
어떤 참혹은 아주 가까이에 있고, 당신에게 용서받지 못하리라는 생각도 잠깐 합니다. 그러나 내가 사는 것은 곧 당신을 잃는 것이요, 나를 집어삼킬지도 모를 당신을 잃는다면 나는 기어코 나의 한 시절을 잡아먹힐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KPC를 바라보고만 서 있자, 바닥에 깔아놓은 종이가 휘날립니다, 창문 바깥으로 날아갑니다. 창밖으로 별들이 헤이지도 않을 듯 돌고 있습니다. 쏟아질 것 같은 별하늘, 별하늘. 세계. 이 좁은 세계에서 나는 당신이라는 사람의 마지막 사람으로 남을 거예요.
마법은 끝났습니다. KPC가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어깨가 젖습니다. “탐사자.” 웃음처럼 울음 터뜨리는 당신에게 이제 나는 말하겠습니다.
Ending 2. 여기에 머무를게.
탐사자 로스트, KPC 로스트?
추천 BGM
Ludovico Einaudi - Primavera :: https://www.youtube.com/watch?v=n-Jl71LY5tc (HUNGER)
Tony Anderson - Diana :: https://www.youtube.com/watch?v=RL5wDSzOtsM (MEMORY)
Cicada - Ocean Foam :: https://www.youtube.com/watch?v=WR-O5wzhMlA (FOR YOU)
Tomoya Naka - Rainy Song :: https://www.youtube.com/watch?v=jUFCuC4rIAo (LAST WALTZ)
플레이하신 뒤 여유가 있으시다면 작성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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