沈請

CoC 1:12021. 6. 3. 00:37
내 원은 가라앉기만 하누나.
내 넋은 가라앉기만 하누나.
누구 없소. 어이 거기 없소.
내 하나 청하니 부디 들어주소.

내 청을 들어주소.

 

 

 

@ASCE_MN님이 제작해주신 카드입니다.

 

 

 

 

 

 

개요

 

 

푹푹 찌는 여름 다가올 적마다, 어룡이 싸우난 듯 벽력이 내리난 듯¹한 폭풍이 사정없이 나라를 괴롭게 함은 어찌할 도리 없는 사실입니다. 그나마 먼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태풍이 더 많은 목숨 앗아가지 않게 하려거들랑 한 갑자, 열두 번에 한 번 돌아오는 진辰의 해 인당수에 젊은이를 바쳐야 한다던가요. 이는 조선이 조선이 아닐 적부터 구전되던 바다 신령님의 전설입니다. 인당수에 바쳐지는 젊은이로는 대체로 연고 없는 이나 미천한 신분의, 혹은 죄 지은 자의 식솔이 점찍히고는 했지요. 그들이 금세의 약자이므로 온전한 자의도 오롯한 타의도 아닌 것으로 바닷속 제물로 이끌리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이 고을의 전통이 그러하고 사람 하나 바쳐 한양을 비롯한 각 도를 보호할 수 있다니 임금께서도 오래 전 허하신 일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공양된 이는 KPC였습니다. 그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지 살아남은 사람들이 알 바는 아닙니다만, 듣기로는 드물게 인당수에 바쳐질 인신으로 자원하였다 했습니다. 한데 이상하게 공양식을 거행하고 난 뒤로 잠잠해져야 할 바다는 더욱 풍랑 휘몰아치고, 고을에는 이상한 일들이 숱하게 벌어집니다. 심지어 떠도는 말에는 바다에 빠져 죽었어야 할 KPC가 젖은 혼백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본 이도 있댑니다. KPC의 흠뻑 젖은 넋이 우우 귀신으로 노래한다는 소문.

누구 없소. 어이 거기 없소. 내 청 하나 들어주소.

 

 

¹판소리 심청가沈淸歌 中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1:1 타이만 시나리오

인원 : PC 1인+KPC 1인

배경 : 중~근세 동양, 조선

(지명을 차용한 가상에 가깝습니다.)

플레이 타임 : 5시간 내외

플레이 난이도 : 낮음~중간

키퍼링 난이도 : 중간

권장 기능 : 관찰력, 듣기, 수영, 자료조사

준 권장 기능 : 대인기능, 심리학, 의료, 항법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연관되어 금전 거래가 오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세션카드에 한해 커미션 및 금전 거래를 허용합니다. 

※ 키퍼링 해주실 분을 따로 두고, KPC 역할을 하는 PC를 포함한 PC 2인 및 다인으로의 개변이 가능합니다. 단, KPC 역할의 PC를 플레이하시는 플레이어 분은 키퍼가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알고 있어야 합니다.

※ KPC와 PC의 백스토리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권장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개변하여 플레이해주세요. 이에 대한 문의는 송구하오나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 KPC와 PC는 초면 관계 포함 어떤 관계여도 상관없습니다. 시나리오 본문 내에서는 적당한 구면으로 설정되었습니다.

※ PC의 성향은 크게 타지 않습니다. KPC는 시나리오 내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는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PC랑 관련된 게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충분합니다!) 다만 세상 사람들 다 죽고 나도 죽었으면 좋겠다! 하는 소원을 가진 캐릭터는 KPC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 시나리오 본문 내에서 PC는 중인 이상의 평민 신분으로 묘사되었으나, 개변으로 양반 혹은 천민 등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PC를 고을 관청의 사또나 관리로 개변한다면 한층 더 플레이 난이도가 낮아집니다!) 편히 개변해주세요. 고증이 철저하지 않습니다….

※ 테스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시나리오 하단에 플레이 타임 수집 폼이 있습니다. 플레이를 하셨을 시 평균 플레이 타임 명시와 이외 더 나은 방향으로의 수정을 위해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시나리오는 상해, 익사, 신체 변형, 인신공양 요소를 포함합니다. 이를 가볍게 다루고자 함이 결코 아니며, 미화할 의도 역시 없음을 밝힙니다.

※ 본 시나리오에서는 신화생물 및 주문과 고서에 대해 독자적으로 창조, 해석한 부분이 존재합니다. CoC 원작의 코즈믹 호러적 분위기와 상이할 수 있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 대한 공계에서의 무례한 언행, 스포일러성 발언이 발견될 시 즉시 비공개 처리됩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 외 문의는 @henceihateu의 DM이나 본 포스트 비밀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키퍼(GM)가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를리에 문서(룰북 p. 228)의 사본은 명과의 교류 도중 조선에 흘러들어온 금서입니다. 조선에는 『해궁지록海宮之錄』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진 이 위험한 책의 출처야 명이라는 것 이외에는 하나 아는 것 없는데, 첫 번째 사본인 두루마리를 베껴낸 그 한 편 한 편이 뿜어내는 기운이 원체 불온하여 곳곳에 버려졌더랍니다. 그렇게 한양 아닌 고을 구석에까지 흘러오게 된 것이 그 경유지요, 다행히 까막눈인 이들 많은 터라 더듬더듬 읽어낸 내용이 모독적인 신화의 것임을 알지 못하여―어쩌면 읽고서 지능 판정에 실패한 걸지 모르죠!―관청 낡은 서고에나 그곳이 목적지인 듯이 처박히게 되었답니다. 인당수에 인신공양을 해야만 하는 바다신령 대한 구전설화도 진실로 믿기고 있는 판에, 바닷속 깊이 잠들어있는 해신과 용에 대한 이야기야 흔한 것이지요.

KPC가 이것을 찾아낸 것은 어룡, 바다신령, 해신이라 칭해지는 다곤과 히드라(룰북 p. 286)와 접촉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정확히는 바다신이라 여겨지는 이들에 대한 소문을 듣고서 그들에게 의탁할 수밖에 없는 간절한 소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원을 이룰 방법을 찾아 헤매던 KPC는 마침내 관청 서고 구석에 있는 를리에 문서를 찾아내 다곤과 히드라와 접촉하는 법, 소통하는 법을 배웠답니다. 접촉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을 직면해야 했지만 물에 빠지고도 숨을 쉴 수 있는 방법조차 해궁지록에 쓰여있었으니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매번 제물을 바쳐야 한다는 인당수 근처에 다곤과 히드라가 있을 것을 짐작하고 KPC는 오로지 소원을 빌기 위해 제물을 자처하였습니다.

만난 것까지야 좋았습니다. 그러나 어룡, 실상 호시탐탐 뭍의 인간들을 노리고 있는 다곤과 히드라가 고작 소원 하나 빌려고 제발로 찾아온 기회를 놓칠 리 없습니다. 기실 인당수에의 인신공양은 그 다곤과 히드라를 가두기 위한 오랜 봉인을 위한 대가였고(어떻게 보면 바다를 잠재우기 위해 공양하기 시작했다는 설은 정말 맞는 것이었지요), 사람 한 명분의 목숨으로 유지되던 수면 아래의 봉인은 정작 이번 대의 제물로 바쳐진 KPC가 살아 물속으로 들어감으로 깨어졌습니다. 심해인의 아버지 다곤과 어머니 히드라는 봉인이 풀린 김에 KPC를 살려놓고 끝까지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그야, 제물인 KPC가 '물속에서 죽으면' 다시 봉인은 완성되고 자신들은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거니까요. 뭍에 가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침입을 대비하도록 이르지 못하게, 그렇다고 물속에서 죽어 봉인을 완성시키지도 못하게 하기 위하여 다곤과 히드라는 KPC를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말로 현혹하여 자신들의 수궁 정원 안 연꽃에 가두는 한편 지상의 사람들에게 손을 뻗치기 시작했습니다. 고을에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 사람들이 점점 심해인으로 변하거나 마른 폐에 물이 차 죽어가는 것, 어부들이 실종되는 것도 전부 그들 탓입니다.

천만다행일까요? KPC가 아주 속지는 않았습니다. 수궁에 갇힌 이후로부터 제 맘대로 나갈 수 없다는 사실과 더불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눈치챘거든요. 가둬진 상태에서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던 KPC는 해궁지록에 적혔던 또다른 주문 하나를 기억해냅니다. 이른바 유체이탈, 영혼과 육신을 분리하여 의식이 있는 영혼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주문이었죠. 주문을 시전하여 혼백만 뭍으로 나온 KPC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사흘. KPC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에 대해 알리고 육지가 해신에 의해 점령당하는 최악의 사태를 막고자 합니다! (혹은 그저 PC나 본인의 가족이라던지 소중한 이들만을 구하려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난 소원 빌려고 했지 이러려던 게 아닌데… 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외면당하는 간절한 청. 모든 것을 촉발한 KPC의 깊은 청. 이야기가 끝날 때 안온할 수 있는 건 몇이나 될까요?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의 모든 대사는 KPC의 성격에 맞게 변용해주세요.)

 

 

 

 

 *시나리오 전반~중반 부분은 탐사자의 행동 반경을 좁히기 위해 회상처럼 전개되는 부분이 군데군데 잦습니다! 편하신 대로 개변 부탁드려요.

 

 

 

 향화香火는 풍랑風浪을 쫓고,

 

 

그날은 가랑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똑똑히 기억하지요. 푹푹 찌는 여름 다가올 적마다, 어룡이 싸우난 듯 벽력이 내리난 듯한 폭풍이 사정없이 나라를 괴롭게 함은 어찌할 도리 없는 사실입니다. 고을 앞바다에 이 시기쯤이면 풍랑이 일고 파도가 심히 거칠어 어부들은 배를 띄우지도 못하는 때이니, 그나마 먼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태풍이 더 많은 목숨 앗아가지 않게 하려거들랑 한 갑자, 열두 번에 한 번 돌아오는 진辰의 해마다 한 번씩 바다 멀리 암초 하나 우뚝 선 것으로 구분하는 곳 인당수에 젊은이를 바쳐야 한다던가요. 이는 조선이 조선이 아닐 적부터 구전되던 바다 신령님의 전설입니다. 실제로 제물을 바쳐야 하는 해가 가까워오면 가까워올수록 뱃사람들이 사고를 당하는 때가 잦고 겉보기로도 바다는 사나워지곤 했습니다. 한양이며 각 도, 그리고 이 고을을 지키려면 어쩔 도리 없으니 임금께서도 이미 허하셨지요.

그래서 다시금 그날 아침부터 되새겨보자면, 보통은 연고 없는 천민, 죄인들이나 종의 자식들, 나을 기미 없는 병자들을 데려오는 데 반해 이번에는 KPC가 산 제물로 자처했다는 소문이 고을에 자자했습니다. 저 치 광증이라도 걸린 게 아니냐는 손가락질과 더불어 도대체 왜냐고 의문하는 이도, 자원한 목숨 하나 바쳐 이번 열두 해도 그나마 별 일 없이 살겠다 내심 안도하는 이도 있었겠습니다. 탐사자는 어느 쪽이었을까요?

뒤집어쓴 도롱이 끝에 빗방울이 톡톡 맺힙니다. 탐사자가 그날을 분명히 기억하는 연유는 아침, 어떤 이유로든 그날 집을 나섰을 적에 마지막으로 보게 될 KPC를 마주쳤기 때문일 텝니다. 바람도 이 계절답지 않게 스산한 이른 시각.

KPC는 말끔한 얼굴로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돌아오지 못할 외출이자 바쳐질 준비를 말이에요. 그러다 당신을 보면, 그저 무던히 인사를 건넬 뿐입니다. 일상의 한순간처럼.  

 

 *'진짜 몸을 가진' KPC와의 거의 유일한(…) RP 구간입니다. 원한다면 KPC가 광기에 걸린 채라는 상정으로 RP를 해도 괜찮습니다.

 이 부분에서 KPC는 최대한 본인의 소원을 숨기려 합니다. 탐사자와의 관계에 따라 얼른 털어놓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정말 사랑하는 연인이거나 가깝고 숨길 것 없는 가족이거나 소중한 관계가 아닐 경우에는 아무래도 고을 안에서 KPC를 더러 미치광이 취급하는 이들도 있을 테고, KPC 자신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거나 혹은 탐사자가 소원을 이룰 방법을 함께 알고 선수를 쳐버릴 거라 생각할지도 모르죠. 물론 관계와 KPC의 성향에 따라 편하게 바꿔주셔도 무방합니다. “탐사자, 나 소원을 빌러 가. 바다신령님께 간청할 거야.” 라고 광기 상태에서 흘려줘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요컨대 '나는 다 생각이 있다!' 는 느낌입니다.

 KPC가 탐사자에게 진의를 숨기려 할 경우, 심리학 판정이 가능함을 알려주셔도 좋습니다. 성공 시 그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음을, 극단적 성공 이상 시 KPC 자신이 목숨에 대해 전혀 염려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 기다리고 나면 뱃사람들이 찾아옵니다. KPC를 데리러 온 것입니다. KPC는 덤덤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발걸음을 뗍니다. 바닷바람이 댕기를 흔들고 옷자락을 어지럽히던 아침.

……그것이 보름하고도 아흐레 전의 일입니다. 계절은 비 잘게 내리는 초여름을 지나 완연한 하중이 되었습니다.

 

지능 성공 시▶ 그날 유독 바다는 험하게 출렁였습니다.

지능 실패 시▶ 그날 일었던 풍랑이 밤에는 결국 멎었던가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이 날 다곤과 히드라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명월明月은 해문海門에 잠겼도다.

 

 

그리고 이후부터였덥니다. 탐사자는 기억을 더듬어 올라갑니다. 보름하고도 아흐레. 분명 제물을 바치면 이쯤 되어 거친 해풍 멎을 때도 되었습니다만…… 이상하게도 날이 갈수록 궂은 기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KPC가 인당수에 자진하여 뛰어든 일 이후로도 늘 그렇듯 평상시로 돌아갔으나, 당장 엊그제만 해도 이상한 일이 숱했죠. 탐사자, 그저께 어느 곳을 들렀고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나요?

 

 *이 부분은 탐사자의 직종과 신분에 따라 유동적으로 개변해주시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가령 탐사자가 상인일 경우 상단 혹은 저잣거리에 들른다던지요. 탐사자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을 가고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아직까지 다곤과 히드라는 탐사자의 일상을 뒤흔들지 않았습니다. 예시 지문은 아래 간단히 기재하니 참고하여 키퍼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탐사자가 상민일 경우▷ 그렇죠, 당신 저잣거리에 들렀었습니다. 탐사자의 삶의 터전이죠. 정신없이 엽전 냥수를 세고, 품목을 떼고, 들여온 물건들이 제대로 전부 있는지를 확인하다보면, 

 탐사자가 농민일 경우▷ 여느 때처럼 당신은 일군 밭으로 향했습니다. 요즘 같은 때 농작물이 피해를 입을 적이 많으니 더욱 신경써주어야 해요. 농기구 들고 허리 숙여가며 김맨 밭을 쏘다니고 잡초를 뽑는 것도 한참이었습니다.

 탐사자가 아낙, 양반가의 종일 경우▷ 언제나처럼 일은 산더미입니다. 빨래는 여름날이어 눅눅하고 아이들 옷감 더럽힌 것은 또 어찌나 잦은지요. 바느질이며 마당 빗질할 일도 정신없던 와중,

 

주변 지나치는 행인(*혹은 동료들로 설정하셔도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들의 이야기가 들립니다.

기 성공 시▶ “어저께부터 바람이 장난이 아니구먼.”, “비단 어저께만 그랬나, 이 사람아! 큰일이야, 바다신령께서 노하신 모양일세, 왜, 그 덩치 큰 장정 여씨네 아들놈이 쫄딱 물 맞고 온 것 못 봤나 몰라.”, “배 타고 여씨랑 나간 그놈 말인가? 그러고 보니 여씨가 안 보이는구먼….”, “그 집 마누라가 없어진 남편 찾겠다고 아들놈 붙잡고 아주 울고불고 난리더라니까.”, “헛참, 이상하군, 다른 이면 몰라도 그 치는 이짝 바닷길 다닌 지 삼십 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러니 용왕님께서 노하셨단 이야기 나오는 게지….”  

듣기 실패 시▶ “바람이 장난이 아니구먼, ……”, “비단 어저께만 그랬나. 왜, ……네 아들놈이…”, “배 타고 나간 그놈 말인가? 그러고 보니 안 보이는구먼….”, “헛참, 이상하군, 다른 이면 몰라도….”, “그러니 용왕님께서 노하셨단 이야기 나오는 게지….”   

 

여하간 수군거리는 양은 탄식에 가까운데, 이야기의 주제는 사라진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다 결국 바다가 노하였다는 것으로 결론이 납니다. 어찌할꼬, 어찌할꼬…… 넋두리처럼 따라붙는 혀 끌끌 차는 소리 멀어집니다.

바람이 한 차례 붑니다. 그들 말대로 심히 불온하고 거친 바람입니다. 바닷바람 소금기 실린 것도 기꺼운 적 있었건만 오늘의 바람은 향내마저 그저 매섭습니다. 날도 내내 지독하게 흐리고요. …그래도 오늘의 일은 마쳐야겠지요?

 

 *탐사자가 짧은 RP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세요. 집으로 돌아갈 즈음 / 일을 마칠 즈음 / 혹은 탐사자가 장소를 이동했을 즈음에 적당한 타이밍에 다음 부분 스크립트로 진행합니다!

 

그때입니다. 다시 한 번의 바람. 저녁이 저뭅니다. 

듣기 성공 시▶ 그 사이로 절벅. 절벅이는 젖은 걸음 소리가 주변에서 들렸습니다.

듣기 실패 시▶ 그 사이로 절벅, 인기척이…… 어디에서 나는지 가늠되지 않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저쪽에 그림자가 하나 비쳤습니다. 장정의 인영입니다. 축축히 젖은 옷에서 뚝뚝 물기가 떨어지기에 가는 족적마다 젖어듭니다. 저 사람……

관찰 성공 시▶ 어디서 저렇게 푹 젖어온 걸까요? 의문하다 보면 짠내가 훅 실려옵니다. 하기사 이 고을에서 강이나 호수를 찾기보다 바다에 뛰어드는 것이 훨씬 쉽겠지요. 

관찰 실패 시▶ 어디서 저렇게 푹 젖어온 걸까요? 그야말로 바다나 냇물에 빠졌다 온 사람처럼 온몸이 축축 젖었습니다.

 

 *지능 판정을 우선하여 성공할 시, 사내가 아까 사람들이 말하던 어부 여씨임을 기억해낼 수 있습니다. 탐사자가 이 부분에서 NPC를 확인하러 뛰어갈 수도 있겠습니다. 굳이 유도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탐사자가 남자에게 다가갈 경우 다음 문단, 남자의 정체를 확인하러 가지 않을 경우 그 다음 문단으로 진행합니다.  

 

젖은 남자에게 접근할 시▷ 걸음걸음은 축 쳐지고 느려 따라잡기 아주 어렵지 않았습니다. 물에 퉁퉁 분 시퍼런 살이며 당신이 뒤에서 다가가는 소리 혹은 목소리를 내어도 돌아보지 않는 것이 정신 어딘가 단단히 팔린 듯합니다. 큰 길 접어드는 길목으로 비틀비틀 걸어가다가, 어느 순간, “컥.” 그가 괴성을 냅니다. 거진 단말마에 가까웠습니다. 철퍽하는 소리가 그의 발밑에 후두둑 떨어집니다, 사내가 뱉어낸 물입니다. 후둑, 후둑, 그는 몇 번을 비린 물 기침처럼 뱉어내더니 쿵 쓰러지고 맙니다. ……눈깔 희게 뒤집힌 채 움직이지 않는 치. 죽었습니다. (SANC 0/1)

그의 주변에 당신만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지나가다 놀란 행인들이 사내를 알아봅니다. “어, 어이, 여씨?” 시체 주변은 그가 살아있던 방금 전 뱉어낸 물로 가득하고, 그가 죽었음을 알아챈 청년이 헛숨을 삼킵니다. “이, 이게 무슨…… 사또께 말씀을……” 아무래도 이 자의 실종은 이미 누군가 관아에 알렸나 보죠. 어느새 불어난 사람들이 웅성거립니다. 조금 있다보면 나졸들이 부리나케 뛰어옵니다. 경위를 파악하고 시신을 수습할 모양입니다.

 

젖은 남자에게 접근하지 않을 시▷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일을 전부 마쳤으니 이제 도로 집으로 가다보면, 그러나… 한참 뒤 고성이 들리고, 사내며 아낙이며 아이들이 분주히 뛰어다니며, 어디론가 나졸들이 뛰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나졸들이 향하는 방향은 아까 물에 젖은 남자가 걸어가던 쪽입니다. 

듣기 성공 시▶ “여씨 아니야, 여씨?!”, “아이고 저 사람 변씨는 어찌하고 저 모양이 되었다는가?!”, “미쳤지, 미쳤어… 기이한 일이로세….” 

듣기 실패 시▶ 수군거리는 음성은 소란스럽습니다. 고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떤 이의 죽음에 대해 술렁이고 있는데, 아무래도 아까 그 사내가 죽은 모양이지요. 하지만 어쩌다 갑자기?

 

그러나 다음 순간 당신, 기억합니다. 그날의 끝이 유독 서늘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불온한 바람에 실려,

듣기 판정, 성패 상관없이▶ 누구 없소, 거기 없소. 누구 없소…… 언젠가 또렷이, 들었던 것 같은 목소리가 울리는데…….

지능 성공 시▶ KPC의 목소리. KPC의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KPC라니요?

지능 실패 시▶ ……이 목소리의 주인을, 당신, 아나요?

 

 *KPC의 혼백이 뭍으로 올라온 지 첫 날이었습니다!

 

 

 

 

 

 

 닻 감어라. 어기야 어야. 어기야 어야야.

 

 

그리고 바로 어제입니다. 고을의 분위기는 그 단 하루만에 급격히 흉흉해집니다. 불길하고 험흉한 소문은 그렇지 아니한 것보다도 곱절은 빠른 법이고, 사람이 죽었다는 내용이면 더욱이 그러니 새삼 놀랄 것도 없습니다. 바람은 이전 나날보다 더 유난하여 걸어닫은 문이 흔들릴 지경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일상을 영위하지만, 분위기마저 예전과 같았을까요?

어쨌든 어제도 탐사자는 그날의 일과를 위해 외출했습니다. 집 밖을 나서자마자 공터에서 돌치기 놀이를 하고 있던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듣기 성공 시▶ “귀신이 돌아다녀, 귀신이!”, “무슨 귀신 말이야?”, “저번에 인당수에 갔던 그 형/누나 말이야!”, “뭐? 거짓말!”, “거짓말 아냐! 옆집 순이 누나가 봤다고 했단 말이야. 그 누나는 거짓말 안 해!”, “우리 큰형도 봤다고 했어!”, “귀신이 어떻게 생겼는데? 막 도깨비처럼 뿔 있구 그래?”, “아니, 그건 아닌데 온몸에 물이……”, “게다가 막 뭐라구 했다고 그랬는데?”, “뭐라고 했다는데?”, “왜, 고을이 위험하다고…… 바다로부터 다들 도망가야 한다고, 그런데 자기는 소원이 있다고, 깊고 깊은 청이 있다고…….”

듣기 실패 시▶ “……말이야?”, “저번에 인당수에 갔던 그 형/누나……!”, “거짓말 아냐! 옆집 순이 누나가……”, “우리 큰형도 봤다고……”, “……생겼는데? 막 도깨비처럼 뿔 있구……?”, 아니, 그건 아닌데 온몸에 물이……”, “게다가 막 뭐라구 했다고 그랬는데?”, “뭐라고 했다는데?”, “왜, ……이 위험하다고…… 자기는 소원이 있다고, 소원이 있다고, 깊은 청이 있다고…….”

 

딱! 소문에 대해 이야기를 처음 꺼낸 소년이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틈에 땅바닥에 세워진 돌을 맞추고, 돌이 단번에 쓰러집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보지 않는 동안 술수를 쓴 게 아니냐며 금세 반칙이니 아니니로 아웅다웅 화제를 돌립니다.

 

 *KPC의 이후 탐사자가 짧은 RP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세요. RP가 이어지는 중에 간간이 바람이 오늘도 몹시 거칠게 분다, 멀리서 세차게 파도 밀려오는 소리가 들린다는 지문을 출력해주세요. 탐사자가 장소를 이동했을 때 다음의 관찰 판정으로 진행합니다.  

 

저쪽 멀리서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관찰 성공 시▶ 저 방향… 저잣거리와 반대이니 포구에서 오는 사람들이겠군요. 이 날씨에도 배를 띄웠다가 돌아오는 어부들이 있는 걸까요? 과연 자세히 보자면 눈에 익은 뱃사람들 얼굴이 몇 보이는데, 이상합니다. 저 사람들…… 전부 어쩐지 흠뻑 젖어있지 않은가요? 아니, 그것 말고도 그들 모습은 어쩐지 괴이쩍습니다. 꼭 귀신이라도 본 사람들마냥 눈에 죄다 초점이 없는데다, 손이 퉁퉁 불다 못해 손가락 사이사이로 물갈퀴 같은 것이 붙었습니다. 짚신 사이로 비죽 버선을 뚫고 비어져나온 것은 인간의 것이라고 보기 힘든 거대한 발톱입니다. 절벅, 절벅, 출렁이는 걸음소리가 홀린 듯 멀어져갑니다. 

관찰 실패 시▶ 저 방향… 저잣거리와 반대이니 포구에서 오는 사람들이겠군요. 이 날씨에도 배를 띄웠다가 돌아오는 어부들이 있는 걸까요? 과연 자세히 보자면 눈에 익은 뱃사람들 얼굴이 몇 보이는데, 이상합니다. 저 사람들…… 전부 어쩐지 흠뻑 젖어있지 않은가요? 아니, 그것 말고도 그들의 분위기가 어쩐지 괴이쩍습니다. 꼭 귀신이라도 본 사람들마냥 눈에 죄다 초점이 없어요. 짚신 사이로 비죽 버선을 뚫고 비어져나온 저것은 또 뭐죠? 절벅, 절벅, 출렁이는 걸음소리가 홀린 듯 멀어져갑니다.

 

관찰 성공 이후 듣기 성공 시▶ “닻 내려라, 어기야 어야……”, “닻 내려라, 어기야 어야야…… 바다…… 집으로 가야……”, “바다……” 배 위에서가 아닌데도 혼 빠진 뱃노래와 함께. 

관찰 성공 이후 듣기 실패 시▶ “닻 내려라, 어기야 어야……”, “닻 내려라, 어기야 어야야……배 위에서가 아닌데도 혼 빠진 뱃노래와 함께. 

 

 *심해인이 되어가는 어부들의 모습입니다. 이들은 심해인 혼혈이 변화를 거치는 것과 비슷한 과정 중에 있어, 바다가 나오는 이상한 꿈과 함께 포구(해안)를 떠나지 못하는 동시에 집으로 가고자 하는 그리움도 커졌습니다. 

 

철썩, …… 문득 파도 맹렬히 부서지는 소리가 탐사자의 귓전에도 들리는 듯했습니다. 우르릉, 기어이 하늘 위에서 시커먼 천둥 소리 울리고 바람이 마구 몸을 할퀴고 지나갑니다.

지능 성공 시▶ 이는 여지껏 겪어본 적 없는 폭풍의 전조입니다. 적어도 탐사자가 고을에서 보낸 일생 중에서는 가히 최초라 할 수 있겠지요. 아무래도 심상치 않습니다. 일과는 아무래도 접어두어야 할까, 탐사자는 생각했었어요.

지능 실패 시▶ 아무래도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일과는 아무래도 접어두어야 할까, 탐사자는 생각했었어요. 

 

“자네,” 그때, 탐사자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고을 이방입니다. 게으르고 남에게 일 미루기로 소문 자자한 성질머리 변변찮은 필부이지요. 요즈음 일이 많아졌을 텐데 이곳에 웬일일까요? 그의 뒤로는 나졸들이 거리를 두고 따르고 있습니다. 보아하니 길 가는 아무개인 하나 탐사자를 붙잡은 모양인데, 답잖게 급한 얼굴입니다. 

“뭔 하루 멀다하고 일들이 생기는지 원.” 그는 불만 가득한 낯을 해보이며 허둥거립니다.

 

 *이방과 짧은 대화가 가능합니다. 대인기능 판정에 성공하면 그는 투덜거리는 투로 어부들이 사라진다는 이야기, 물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물 먹은 듯 익사한 사람이 몇 생겼다는 이야기, 그밖에도 사라진 사람들의 모습이 이상하게 변해가며 바다로 사라진 것을 보았다는 소문을 죄 미주알고주알 말해줍니다. 대인기능 판정에 실패할 시 이 정보는 키퍼님의 재량에 따라 일부만 전해지거나 묻는 것에 짧게 답만 해줄 뿐 '자네가 뭘 알려고 그러나?'하는 태도를 고수합니다! 대화가 끝나갈 즈음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주세요. 

 

“아차차, 이게 아니지.” 이방은 제 이마를 스스로 치며 아뿔싸, 소리를 내더니 이내 탐사자의 손을 덥썩 잡습니다. “자네를 부른 게 말이지…… 실은 내 부탁 하나만 하고 싶어 그러는데. 아니 되겠나? 으응?”

무슨 소리인가 하니…… 요는 관아의 검시실에 놓고 온 문서가 있는데 이를 새로 작성해야 할지도 몰라 가져와야 했던 것을, 검시실 안에 들어가기가 여간 꺼림칙한 것 아니어 들고 오지도 못했다는 말입니다. 

심리학 성공 시▶ 검시실이 꺼림칙한 것이야 당연하지만, 그가 말하는 데에는 찜찜한 감이 더 있습니다. 사람 죽는 것이 평화로운 고을에서 흔한 것 아니지마는 저렇게도 할 일 제쳐놓고까지 끔찍해할 일인가요?

심리학 실패 시▶ 검시실이 꺼림칙한 것이야 당연하지만, 이방이라는 자가 할 일도 제대로 못 하면 어쩐답니까? 하여간 한심한 작자입니다.

 

“검시실에 문서는 하나밖에 없으니, 읽지 말고 꼭 내게 가져와주게나. 내가 사례는 어떻게든 하겠네.”

어쨌든 무책임하게 탐사자에게 일거리를 떠맡겨버린 이방이 헐레벌떡 포구 쪽으로 향합니다. 나졸들도 얼른 그 뒤를 따릅니다. 그래서 어제의 흐린 오후, 탐사자는 관아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우후청강雨後淸江 좋은 흥興을, 묻노라.

 

 

관아에 도착했을 때에는 문지기들이 청 앞을 수문하고 있는 광경을 가장 먼저 보았지요. 그들은 굳은 얼굴로 무어라 이야기 나누고 있덥니다. 날씨에 관한 이야기, 실종자들에 관한 이야기, 귀신에 관한 이야기…. “말세야, 말세……” 한숨 같은 말끝에는 혀 끌끌 차는 소리도 붙었습니다. 그러다 탐사자가 왔을 때 급히 경계 태세를 갖춥니다.

“무슨 일이시오?” 하기사 일반 백성이 고을의 관청에 들를 때는 죄를 지을 때가 거의 전부입니다. 칼 찬 이들의 목소리는 한층 낮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해줘야겠군요.

대인기능 성공 시▶ 탐사자의 말을 들은 병졸들이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일그러뜨립니다. “하여간 그 작자 일 못하는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됐소, 됐소. 얼른 들어갔다 나오시오.” 성가시다는 얼굴로 길을 비켜주는 것도 금방이었습니다.

대인기능 실패 시▶ 탐사자의 말을 들은 병졸들은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일그러뜨립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평민이 어찌 관아에 들락날락한단 말이오?” 아무래도 설득이 더 필요할 것 같죠?

 

 *탐사자가 관청 관계자(사또 등 고을 관리거나 관아 소속 노비)라면 이 대인기능 판정 구간은 삭제하고 진행하셔도 좋습니다! 양반 계급이라면 대인기능 판정에 보너스 다이스를 붙여주세요. 계급사회의 힘입니다…. 탐사자가 이방이 시켰다며 기깔나는 RP를 해도 재량으로 보너스 다이스 붙여주셔도 좋습니다.

 

수문하는 문지기도 둘이었는데, 청 안에 들어와보니 관아는 이상할 정도로 사람이 없습니다. 이방을 따라가는 나졸들을 떠올리면 능히 짐작이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고을에 벌어지는 일들이 정말 한둘이 아닌 모양이죠. 탐사자는 마루 위를 걷습니다. 습기를 먹어 조금 눅눅한 나무 바닥. 

관청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는 복도를 조금 덜 들어가 외따로 떨어져 문턱 조금 아래로 파인 껌껌한 데가 있습니다. 시취가 역하게 몰려오는 것 보니 검시하는 장소인 모양이죠. 습한 여름이라 시신은 시시각각 썩어갈 테니 냄새 지독한 것도 당연합니다. 옆으로 꺾지 않고 바로 고개를 들면 맨 안쪽에는 고을 군수의 방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어요. 사또께서조차요.

복도 옆의 검시실, 가장 안쪽 고을 군수의 방에 자리잡은 좌·우측과 중앙의 서가, 그리고 탁상. 조사 가능합니다.

 

 *서가 조사는 자료조사 기능을 필수적으로 요구합니다. 플레이어가 탐사자를 고을 군수-사또로 설정했다면 이방의 방으로 변경, 앞의 전개에서 이방의 심부름을 삭제하고 스크립트로 탐사자가 관청을 조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편을 권합니다. 

 

  • 검시실

 볕이 제대로 들지 않아 안에 등잔대 여럿 놓여 있는 곳입니다. 낮도 흐려 깜깜한 와중 시신은 관 같은 넓적한 대 위에 누워있었습니다. 파헤쳐지고 썩은 부분들…… (SANC 0/1) 고약한 이방. 이런 데서 문서를 가져오라 시키다니요. 

 관찰 어려운 성공/의료 성공 시▶ 시신을 보다보면 알게 됩니다. 부검을 위해 갈라진 데를 제외하고는 상처가 아예 없고, 온몸이 말라 있으나 파헤쳐진 흉부의 검은 피에 말라붙은 허파에서만 이상하게 피비린내 아닌 바닷물의 물비린내 난다는 사실을요.

 관찰 성공 or 관찰/의료 실패 시▶ 시신을 흘긋 보다보면 부검을 위해 갈라진 데를 제외하고는 상처가 아예 없음을 알아챕니다. 그러면 이 사람은 어쩌다 목숨을 잃은 걸까요?

 

 이방이 말하던 문서는 불붙지 않은 등잔대 옆 한쪽에 놓여있었습니다. 검시 결과를 적어놓은 모양인데, 이 시신의 사인은 ‘익사’였습니다. 그밖에 자질구레한 행정 목록이 다음 장에 엮여있군요.

 

  *다곤과 히드라의 봉인이 풀리고 그들이 지상에 손을 뻗친 영향으로 고을 사람들은 무작위로 심해의 숨결 주문(룰북 p. 253)에 걸려 사망했습니다. 그 희생자 중 한 명입니다. 

 

  • 좌측 서가

 자료조사 성공 시▶ 한쪽에 몰려 있는 불교 관련 서책 속에서 언문으로 적힌 『심청전』을 발견합니다. 이는 보통 소리꾼들 구전되는 이야기일진대 누군가 듣고 받아적은 채로 놓아둔 모양입니다.  

천자 이 꽃 반기 여겨, 요지벽도화(搖池碧桃花)를 동방삭(東方朔)이 따온 지가, 삼천년(三千年)이 못 되다니, 벽도화(碧桃花)도 아니요. 극락세계(極樂世界), 연화(蓮花)꽃이 떨어져, 해상(海上)에 떠왔는데, 그 꽃 이름은, 강선화(降仙花)라 지으시고,

 '연화꽃' 글자 아래에는 주석이 쓰였습니다. ‘연화는 무량한 생명을 의미하나니.’

 

 자료조사 실패 시▶ 한쪽에 몰려 있는 불교 관련 서책을 발견합니다. 부처와 열반, 승려들의 일과나 법문에 대해 적혀 있지만 영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1d3]]시진*을 소비합니다.

 

  *시진은 시간 단위의 하나로, 한 시진은 현재의 약 15분 정도입니다. 이후 KPC가 가둬진 연꽃이 엔딩을 나누는 열쇠로 쓰일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연꽃이 불교의 상징이고 내세의 무량한 생명을 상징하기는 하나, 이외 시나리오 내용은 불교와는 전혀 연관이 없음을 알립니다!) 

 

  • 우측 서가

 자료조사 성공 시▶ 고서 사이 삐져나와 있는 서책 한 권, 『해궁지록海宮之錄』을 발견합니다. 제목으로 보건대 잘 봐줘도 용왕이나 바다에 대해 전래되는 이야기 따위나 엮어놓았을 것 같은 책인데, 이상한 점은 최근에 자주 펼친 듯 몇 부분이 잘 펼쳐지도록 접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점입니다.

 잡히는 부분을 펼치면, 예상과 다르게 바닷속의 이야기는 이야기이되 믿을 수 없는 것들이 적혔습니다. 모독적이고 불경한, 감히 입에 담는 것조차도 삿된 언어가 눈에 폭력적으로 비치며 마구잡이로 뇌리에 전해지기 시작합니다. 방울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착각, 높이를 알 수 없는 곡조, 기이한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아, 환청인가요? (-SAN 1d5, 크툴루 신화 +5 *원래 룰북에 적힌 것은 2d6이긴 하나… 본격적 연구가 54주나 걸리는 문서인 까닭에 일부만 봤다는 간주 하에 이성 손실 수치와 크툴루 신화 획득 수치를 조금 줄였습니다!)

 정신을 차리면, 그 가운데는 세필로 밑줄이 그인 부분이 둘 있었습니다.

해신海神은 용과 뱀,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짐승의 모양새 합한 채 비늘로 뒤덮인 눈동자 끔뻑이는 위대하고 험흉한 두 마리 존재렷다. 그들과 말 잇는 법은 바닷물 한 모금 마신 채 세 번을 달 떠오르는 방향 향해 절하며 기도함으로 이루어지리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신성한 힘이며 제 존재 일부도 역시 바쳐야 하느니. …… 
…수중에서 숨을 쉬는 법은 간단하다. 기도와 함께 인류의 신성한 힘을 일부 바치는 것이다. 이것을 거둬들이고자 하면 바닷물을 한 움큼 머금었다 뱉어야 한다…… 

  *위는 다곤과 히드라와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창작 주문, 아래는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창작 주문입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신성한 힘=가지고 있는 마력의 ⅓, 존재 일부=이성 1d10입니다. 좀 주문답게 써보려고 위는 저렇게 서술했습니다만… 플레이어에게는 적당히 키퍼 정보를 고지해주세요. 메타적으로 다곤과 히드라와의 소통 주문은 굳이 필요없음을 알리셔도 괜찮습니다!

 

 자료조사 실패 시▶ 먼지에 읽을 수 없는 고서도 한것 쌓여있어 애초에 이해할 만한 서편 찾기도 어렵덥니다. [[1d3]]시진을 소비해버렸습니다.

 

  • 중앙 서가

 자료조사 성공 시▶ 유난히 먼지 퀘퀘한 냄새 묵은 한구석, 오래된 두루마리 하나를 찾았습니다. 먼지를 털고 풀어보면 ‘발화發火하는 법’입니다. 물속에서 불을 발하게 하는…… 말이나 되는가요?

 자료조사 실패 시▶ 이곳도 영 정리되어 있지 않았군요. [[1d3]] 시진을 소비했습니다.

 

  *수중에서 발화시키는 주문(연꽃을 제물로 바치고자 태울 때 쓸 수 있습니다!)을 습득하였음을 탐사자와 플레이어에게 알려주세요. 주문이 시전되는 비용은 마력 1d3입니다.

  좌우와 중앙 서가에서의 자료조사 판정은 두 번째로 실패하면 병졸들이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와 아직도 멀었냐며 탐사자를 재촉합니다. 기회는 각각 세 번째까지! 만약 세 번째도 실패했을 경우… 문지기들이 안으로 들어와 군수의 방에 있는 탐사자를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왔냐며 쫓아냅니다. (탐사자가 고을 군수라면 이방이 찾는다는 말로 재촉하여 바깥으로 나오도록 해줍시다! 되도록이면 행운을 깎는 하우스 룰을 적용해서라도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탁상

 사또께서 쓰다 만 상소문이 두루마리로 놓였습니다. 번듯한 글자가 읍소하고 있었습니다. ‘해신께 제물을 바쳤으나 금해의 재앙은 무마되지 아니하고 고을을 덮나니 이를 어엿비 헤아려 병력을 충원하여 주시옵소서…….’

 

 

바깥엘 나오면 문지기들이 어디론가 가고 없습니다. 와중 저녁이 저물었는지 하늘은 어둑했지요. 한낮 내내 해가 나지 않았으니 저녁도 유달리 깜깜합니다.

그리고, 우우…… 우우우…… 적요한 와중 폭풍의 전야처럼 귓가를 흔드는 울음소리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울지 않고 말하는 것인데 파도 소리 유난하여 물비린내 스민 귀신 울음처럼 들렸던 것일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무엇이 그리 원怨이 되어 저리 처절하게 우는 것일까요? 불현듯 아이들의 입에 올랐던 소문을 떠올립니다. 소원이 있다고, 소원이 있다고…… 깊고 깊은 청이 있다고.

그때였습니다, 당신의 시야 끝에서 희끄무레한 것이 번뜩 스쳐지나간 것은. 탐사자는 벼락처럼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무엇인지, 보다는 누구인지, 라는 수식어가 더 옳았을까요.

KPC 말이에요.

 

 *탐사자가 쫓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주세요! 이방과의 약속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 백구白鷗야, 홍요월색紅寥月色이 어늬곳고.

 

 

숨차게 달렸던 순간도 찰나였습니다. 인적 드문 길목으로 먹구름 끼고 땅거미 지는 아래 그가 멈춰섭니다. 어쩌면 그가 사라진 이후로부터 모든 것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죠. 

KPC. 반투명한, 말 그대로 혼백 같은, 공중에다 백묵으로 금을 그어 그린 것 같은 이질적인 모습의 그가 당신과 시선을 마주했습니다. (SANC 0/1)

 

 *RP 구간이자 첫 번째 엔딩 분기입니다. KPC는 탐사자에게 진상을 말해줍니다. 소원이 있었다는 것, 그러나 해신―다곤과 히드라는 그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는 것, 그리하여 제 청은 해수 중에 깊게 가라앉기만 했다는 것. 한편 제물로 바다신령을 달래는 것은 일부 들어맞는 사실이라, 자신의 '죽지 않음'이 그들의 봉인을 깨웠다는 것, 이대로라면 고을이며 조선 팔도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것, 물론 탐사자를 포함해서요. 그리하여 해신들로 인해 갇힌 자신이 넋과 육신을 나누어 이 말을 전하기 위해 나왔으나 누구도 들어주지 않고 귀신 취급에만 급급하였다는 것까지. KPC가 살고 싶은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KPC의 성향대로 자유롭게 정해주세요.

 탐사자가 이대로 KPC를 외면한다면 Ending 1로, 그를 도와 바다에 뛰어들겠다 승낙·결심한다면 이후 스크립트로 진행합니다. 

 

탐사자의 대답을 들은 KPC는 바람 흔들리면 사라질 것처럼 웃었습니다. “밤의 바다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내'가 갇힌 데로 널 이끌어줄 수가 없다. 동이 트면 가겠어?” 수많은 평안을 예비하기 이전에 고맙다는 인사를 끝내 하지 아니한 것은 자신이 희생하지 않았다는 죄책일까요.

KPC는 바닷가 큰 바위 앞에서 보자는 말을 남기고 허공에 녹듯 사라집니다.

 

 

 

 

 

 

 일강세우一江細雨에, 노평생鷺平生에, 너는 어이 한가하더냐. 

 

 

그리고, 마침내 오늘.

아침이 되면 야속하게도 바람은 더욱 휘몰아칩니다. 결국 향할 곳은 바닷속이니 이마저 두려움 마비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편 날은 더욱이 어두워 아침이 된 것도 몰라보도록 볕이 희미한데, 해중에서 길을 살필 수나 있을까요……. 괴이한 바다신을 목도하러 가는 길입니다. 

KPC의 혼이 어느새 나타나 탐사자의 주변을 맴돕니다. “가자.” 청유는 간결합니다. 저 아래 어떤 사고가 깔려있을지 탐사자로서는 짐작할 수 없습니다. 다만 소금기 실린 비린 바람은 어쩐지 피바람과 닮은 데 있습니다. 어떻게 사람을 잡아먹을지 모른다는 점에 있어서……. 재앙이 두려움은 어느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고, 탐사자가 지금 KPC와 함께하겠다 약조한 것도 그에 아주 이유를 두지 않지는 아니하였겠지요.

포구에 도착하면 배들이 거칠게 출렁이는 파도 위로 위태롭게 정박해있습니다. 흔들리는 뱃머리. 시퍼렇다 못해 검게 비치는 물, 사람 뼈처럼 허연 파도의 포말.

서둘러야 합니다. KPC의 육신 안으로 그의 넋이 우선 되돌아가려면요.

 

 *배를 타고 바다 중간까지 가기 위해서는 항법 기능의 성공이 필요합니다. 항법 기능치는 한 번 판정합니다. 성공하면 배를 타고, 실패하면 맨몸으로 가는 수밖에요. 바닷속에서는 리얼타임 20~30분 or 탐사자의 행동 지문 4번마다 수영 기능치를 탐사자만! 판정합니다. 실패할 시 체력이 1씩 소모됩니다. 배를 타고 간 뒤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수영 기능치는 총 3번 판정하고, 배를 타지 않고 바로 바다에 뛰어들었을 경우 수영 기능치 판정은 총 6번입니다.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주문을 외울 수 있도록 KPC 혹은 키퍼가 알려주세요! 가는 도중 둘은 당연히 말을 할 수 있으므로 RP가 가능합니다. 

 

 

 

 

 

 

 범피창파泛彼蒼波 높이 떠서, 도용도용 떠나간다. 

 

 

심해로 들어갈수록 바다는 오히려 적막합니다. 물풀과 물고기가 이따금 발끝과 뺨을 스칩니다. 보글거리는 기포. 시간은 얼마나 지났을까요. 바닥까지 무탈히 당도할 수 있을까요.

한참 헤엄치다보면 시야에 바다 바닥의 무언가 들어옵니다.

 

행운 성공 시▶ KPC가 설명한 해신이라는 것은 자리를 비운 모양입니다.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수궁과 호화로운 정원. 진정 해궁海宮입니다.

행운 실패 시▶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수궁이, 진정 해궁海宮이 거기 자리했습니다. 그 위로 심연 그 중으로 물결 크게 일으키는 끔찍하고 거대한 꼬리가 하나 있습니다. 물속에서도 쉬익거리는 소리, 어떤 성음은 살을 에는 것 같은 감각 줄 줄은 또 처음 알겠습니다. 괴물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그것을 목도합니다. (SANC 1/1d10) 아직 우리를 발견하지는 못한 모양이에요.

행운 대실패 시▶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수궁이, 진정 해궁海宮이 거기 자리했습니다. 그 위로 심연 그 중으로 물결 크게 일으키는 끔찍하고 거대한 꼬리가 둘 있습니다. 헤엄쳐 다가오는 물속에서도 쉬익거리는 소리, 괴물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그것을 목도합니다. …저것이 오고 있습니다. 저것이 오고 있습니다! (SANC 1/1d10) 

 

그리고 저기, 연꽃이 보입니다. 환한 봉오리 꽃잎 살짝 벌어진 사이로 눈을 감은 KPC가 보입니다. KPC의 육신이에요.

 

 *다곤과 히드라의 특성치 및 공격 기능치는 룰북을 참고해주세요. 전투 발생은 시나리오에서 딱히 권장하는 사항은 아니지만 탐사자의 주운이 별로라면 어쩔 수 없지요…… (…) 행운 대실패 시 리얼타임 30분의 제한시간이 주어집니다. 물론 재량껏 해주세요……. 다곤과 히드라는 바닷속에서 KPC나 탐사자가 죽으면 자신들이 봉인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둘을 심해에서 죽이려고 하지는 않고, 도망친다면 기꺼이 놔줄 텝니다.

 더불어 두 번째 엔딩 분기입니다. KPC가 육신에 들어갔으나 죽기를 원치 않고 탐사자와 함께 빠져나온다면 Ending 2, KPC가 자진하여 육신에 들어가지 않거나 제물을 다시금 자처하였을 경우 Ending 3, 탐사자가 KPC를 대신하여 제물을 자처할 경우 Ending 4, 수중발화 주문을 사용하여 연꽃을 태워 바칠 경우 Ending 5로 진행합니다.   

 

 

 

 

 

 

 

 

엔딩

 

 

 

 

1. 탐사자가 KPC를 외면한 경우

 

 

그 밤, 그 밤 창호지 바른 문을 뒤흔드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탐사자는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의 소원은 다만 과욕이었을 뿐입니다. 인정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가능한 청은 차라리 아주 가라앉으라고…… 침몰하여 익사하라고…….

……바람은 새벽 즈음에야 잦아들었습니다.  

그 다음 날, 오늘이 되자 몰아치던 바람과 풍랑은 오히려 잠잠합니다. 이제 더 이상의 재해가 닥치지 않을 것을 탐사자는 압니다.

다만 이후로 바다에 빠져 죽었어야 할 KPC가 젖은 혼백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본 이도 있댑니다. KPC의 흠뻑 젖은 넋이 우우 귀신으로 노래한다는 소문. 바닷물도 눈물도 짠맛이지요. 바닷물도 핏물도 눈물도 전부 닮은 데가 있습니다. 사람을 쉬이 삼킬지 모른다는 것.

누구 없소. 거기 없소. 어이 거기 없소……. 

 

 

Ending 1. 내 청 하나 들어주오.

탐사자 생환, KPC 로스트.

고을의 소문은 곧 가라앉고 재앙이 멎습니다.

 

 

 

 

 

2. '제물'을 바치지 않고 도망쳤을 경우

 

 

바닷물결 흔들릴 때에 KPC는 혼백 녹듯 사라집니다, 이내 연꽃 속의 KPC가 눈을 떴지만 목숨 앞에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우리는 손을 잡고 물갈퀴 달리지도 않은 발이 헤엄쳐 절박하게 달아납니다, 그것도 순간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순간입니다. 순간.

파도 소리가 미친듯이 귓가를 울립니다. 뭍에 다다라 숨을 내쉬면 고막은 일순 멍해집니다. 깊은 바다에서 잠수하다 나오면 으레 그러듯이 머리가 쨍하니 아파오고…… 싯푸른 그림자가 있습니다.

소금기 실린 비린 바닷바람은 피바람과 닮은 데 있지요. 어떻게 사람을 잡아먹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뒤를 돌아보면, 시커멓고 거대한 파도가 우리를 향해……

아.

 

 

Ending 2. 어이 거기 없소.

탐사자, KPC 로스트.

조선에는 대재앙이 닥칩니다. 조선은 결국 다곤과 히드라가 다스리는 뭍의 또다른 물속 왕국처럼 될 수도 있겠어요. 

 

 

 

 

 

 

3. KPC가 제물로 다시 바쳐졌을 경우

 

 

심해는 춥고 외로운 지대입니다. 그곳까지 소원 하나 간곡히 청하겠다 당도했던 그는 그리로 다시 돌아가기를 택합니다. 마치 그곳이 고향인 듯이 겸허하게, 혹은 뒷모습 말없이 서럽고 외롭게…… 한 발을 들이밀면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어떤 틈으로 우리는 손을 뻗고.

서로를 외롭게 바라봅니다. 슬픈 것을 더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눈의 마주침이 필요한 것처럼.

바닷물결 흔들릴 때에 KPC는 혼백 녹듯 사라집니다, 손을 흔듭니다, 인사입니다. 

……

탐사자는 물 밖으로 나옵니다. 마침내 나온 뭍에서 갠 하늘, 햇볕이 반짝입니다. 누구도 이 이야기를 알지 못합니다. 고을은 열두 해 동안 이제야, 다시금 평안하겠지요.

그리고 어디에도 당신은 없습니다.

가지 마라, 가지 마. 같이 살자. 그런 말을 하는 게 나았을까요.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진정……. 

 

 

 

Ending 3. 가지 마오.

탐사자 생환, KPC 로스트.

고을의 소문은 곧 가라앉고 재앙이 멎습니다.

 

 

 

 

 

 

4. 탐사자가 제물이 되었을 경우

 

 

심해는 춥고 외로운 지대입니다. 그곳까지 소원 하나 간곡히 청하겠다 당도했던 그가 있었으니, 이번에는 내가 그리로 다시 돌아가기를 택합니다. 마치 그곳이 고향인 듯이 겸허하게, 혹은 뒷모습 말없이 서럽고 외롭게…… 한 발을 들이밀면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어떤 틈으로 우리는 손을 뻗고.

서로를 외롭게 바라봅니다. 슬픈 것을 더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눈의 마주침이 필요한 것처럼.

탐사자는 숨을 멈추기 위해 바닷물을 머금습니다, 뱉습니다. 살아갈 겁니다. 빌 수 없게 된 KPC의 청처럼 내 욕망이 마모된 지문처럼 흔적도 남기지 않고 닳을 때까지. 그것은 마음이 무딜 때에 끝내 죽을 것이라는 말과 유사합니다. 끝내 무뎌질 때까지. 그리고 사람을 위해. 어쩌면 당신을 위해. 고을은 열두 해 동안 이제야, 다시금 평안하겠지요.

그리고 어디에도 탐사자는 없을 것입니다. 

KPC의 마지막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 표정…… 아, 그 표정.

가지 마라, 가지 마. 같이 살자. 그런 말을 하고 싶었을까요.

 

 

Ending 4. 제발 가지 마오.

탐사자 로스트, KPC 생환.

고을의 소문은 곧 가라앉고 재앙이 멎습니다.

 

 

 

 

 

 

5. '영원한 제물'인 연꽃을 태워 바쳤을 경우

 

 

물속에서 피어오르는 불은 푸른 불입니다. 연꽃, 무량한 생명처럼 생생한 연꽃이 물속에서 새파랗게 타오릅니다. 눈부십니다. 불꽃은 물결 속에서도 일렁이는 아지랑이를 내어 우리 마주보는 얼굴을 흔들리게끔 하는데. 

…일순간 바다가 밝게 흔들립니다. 평안한 진동이 심박 같아 우습게도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이상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해신은 영영 잠들고, 우리는 인간으로만 살아갈 거예요. 

손을 잡고 물갈퀴 달리지도 않은 발이 헤엄쳐 나오면, 파도가 망막 위로 출렁입니다. 그것도 순간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순간입니다. 순간. 마침내 나온 뭍에서 갠 하늘, 햇볕이 반짝입니다.

욕망이 마모된 지문처럼 흔적도 남지 않고 닳을 때에도 살아갑시다. 모든 것은 변하고, 때로 우리는 실패조차 만들어내고, 절망 스스로 빚고 좌절하는 습성이 있는 어리석은 인간이지만.

함께 안녕히 살아갑시다. 깊고 깊은 청이 이루어지지 않는대도, 

 

 

Ending 5. 단 하나 이리 청하노니.

탐사자, KPC 생환.

고을의 소문은 가라앉고, 재앙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후, 고을에 인신공양의 풍습이 사라집니다.

 

 

 

 

 

 

 

 

추천 BGM

구가의 서 OST - The Life and myth :: https://www.youtube.com/watch?v=Mk6EbvwW74w (향화香火는 풍랑風浪을 쫓고,)
아가씨 OST - 오래된 흉터와 신선한 분홍색 상처 Old Scars and Fresh Pink Wounds :: https://www.youtube.com/watch?v=Kedtg93QXPc (명월明月은 해문海門에 잠겼도다.)
무신 OST - 구름에 가리운 태산 :: https://www.youtube.com/watch?v=u1pdLbPYepQ (닻 감어라. 어기야 어야. 어기야 어야야.)
육룡이 나르샤 OST - 하날히 달애시니 :: https://www.youtube.com/watch?v=89P893PHJ2s (우후청강雨後淸江 좋은 흥興을, 묻노라.)
육룡이 나르샤 OST - 민막 :: https://www.youtube.com/watch?v=aPvuTNzvEKA (저 백구白鷗야, 홍요월색紅寥月色이 어늬곳고.)
아가씨 OST - Wedding :: https://www.youtube.com/watch?v=EFFi5DEzxCE (일강세우一江細雨에, 노평생鷺平生에, 너는 어이 한가하더냐.)
구가의 서 OST - Evil Eyes :: https://www.youtube.com/watch?v=CtzlTereYsM (범피창파泛彼蒼波 높이 떠서, 도용도용 떠나간다.)
왕이 된 남자 OST - Before Fall Down :: https://www.youtube.com/watch?v=rBsPQiiQg5k (엔딩 1)
기황후 OST - Destiny:: https://www.youtube.com/watch?v=NOhpJjCbuIA (엔딩 2)
변요한 - 무이이야(inst) :: https://www.youtube.com/watch?v=HpyJLAKiYD8 / 왕이 된 남자 OST - Back to the dust ::  https://www.youtube.com/watch?v=_tgarwUz0IU (엔딩 3, 4)
MZ - 재회 :: https://www.youtube.com/watch?v=vHcCCSMo7G4 (엔딩 5)
+ 엔딩 때 같이 틀면 좋은 파도 소리 (https://www.youtube.com/watch?v=lwtHl6yEaM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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