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ystalized Grave
CoC 1:12020. 11. 30. 00:28돌아갈 수 없는 곳에서 돌아올 수 있도록
당신, 당신 이름 하나만을……
@COMI_nyu님께서 제작해주신 카드입니다.
개요
여기는 북극. 별이 반짝이고 오로라가 베일처럼 하늘을 덮습니다. 그러나 KPC와 탐사자는 마냥 아름다운 광경에만 빠져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 이곳으로 도망쳐왔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멸망하는 중입니다. 고루하다 싶을 정도로 간단히요.
사람을 위한 땅이 아닌 곳으로 도망쳐온 것은 다만 세계를 파멸시킨 주체가 우리라는, 정확히는 우리 둘 중 탐사자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멸망이란 것이 한 사람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인지 의문하기도 이전 억울한 원인의 이름을 던져주자 땅 위에 남은 사람들은 당신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습니다. 그나마 KPC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죠. KPC가 그 시점 왜 당신을 도왔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아직도 물음표가 붙은 채입니다.
혹한의 바람이 붑니다. 당신과 살기 위해 도망친 KPC가 문득 당신을 돌아봅니다.
사람을 위한 땅이 아닌 곳. 멸망한 세계. 눈발에 그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KPC가 입을 뗍니다.
"됐어? 이제 세상을 돌려내."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1:1 타이만 시나리오
인원 : PC 1인+KPC 1인
배경 : 북극
플레이 타임 : 3~5시간
플레이 난이도 : 중간
키퍼링 난이도 : 중간
(RP가 필요한 NPC가 있습니다.)
권장 기능 : 관찰, 듣기, 심리학, 자료조사
준 권장 기능 : 과학, 자연, 전투 기능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연관되어 금전 거래가 오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세션카드에 한해 커미션 및 금전 거래를 허용합니다.
※ 키퍼링 해주실 분을 따로 두고, KPC 역할을 하는 PC를 포함한 PC 2인으로의 개변이 가능합니다. 단, KPC 역할의 PC를 플레이하시는 플레이어 분은 키퍼가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알고 있어야 합니다.
※ KPC와 PC의 백스토리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권장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개변하여 플레이해주세요. 이에 대한 문의는 송구하오나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 KPC와 PC의 관계보다는 KPC의 성향을 탈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 본문은 구면을 상정하고 작성되었으나 몇 가지 요소를 개변하면 초면도 가능합니다.
※ KPC는 흔히 사용되는 '세계와 너' 클리셰에서 당연하게 세계를 택할 사람이면 문제없습니다. 다수를 위해 세상을 구하고자 하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세상을 구하고자 하든, 개요에 나와있는 그대로 PC에게 다짜고짜 요구할 만큼 세상, 생존, 혹은 생존한 이들에 대한 애착이 있으면 플레이가 쉬울 듯합니다. KPC-PC가 혐오 관계여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본 시나리오는 배포 계정의 1,000 팔로우 기념으로 트위터 투표를 통해 만들어진 개요로 구상되었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 테스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시나리오 하단에 플레이 타임 수집 폼이 있습니다. 플레이를 하셨을 시 평균 플레이 타임 명시와 이외 더 나은 방향으로의 수정을 위해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시나리오는 사망 요소와 신체 변형 묘사를 포함합니다. 이를 가볍게 다루고자 함이 결코 아니며, 미화할 의도 역시 없음을 밝힙니다.
※ 본 시나리오에서는 신화생물과 유물에 대해 독자적으로 창조, 해석한 부분이 존재합니다. CoC 원작의 분위기와 상이할 수 있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 대한 공계에서의 무례한 언행, 스포일러성 혹은 자작 발언의 발견 등 불미스러운 일의 발생 시 즉시 비공개 처리됩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 외 문의는 @henceihateu의 DM이나 최하단의 폼으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키퍼(GM)가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탐사자를 아세요? 그 사람이요. 아니, 사람이 아니죠. 지구에 온 고대종(룰북 p. 281)이 빙하기에 멸종하기 전 가장 후에 만들어낸 마력으로 이루어진 생물이요. 하여 인간으로서는 불멸에 가까운 그 이름이요.
세계의 멸망에 대해 말하기 이전에, 탐사자가 어떤 존재인지 아직 파악을 하지 못한 당신을 위해 친절히 설명하겠습니다. 머나먼 옛날 지구에 온 고대종은 비밀스러운 실험을 하다가 실수로 지구에 생물들을 만들었습니다. 노예로 부리기 위해 만든 쇼고스 역시 그 중 하나죠.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자신들의 요소를 포함한 자신과 거의 비슷한 생물이 바로 탐사자입니다. 왜, 사람도 인간을 창조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인공적으로 지능을 창조해내고 로봇을 발명하는 등 갖은 시도를 하잖아요. 고대종도 다르지 않았던 거지요. 비록 마력으로 탐사자를 만들어내고 자신들은 지구에서 그들 자신의 문명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지만 말이에요.
탐사자가 처음부터 인간의 형태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집단을 이루는 것이 유리하고, 지식과 삶의 관습을 축적해나가는 쪽이 오래 살아남는 데에 도움이 되겠죠. 신화생물이므로 지독하게 오래 사는 탐사자에게는 더욱이 배척당하지 않고 오래도록 머물 종족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가장 유리한 조건에서 원초적으로 생존이 쉬우려면 지구를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이 마땅할 종족 인류에게 속해 있어야 합니다. 생존욕에서 비롯된 갈구는 고대종의 모습과 비슷했던 탐사자로 하여금 점차 인간의 형상을 의태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탐사자에게는 형상 흡수(룰북 p. 263)와 비슷하나 조금 더 간단한 기준의, 그를 만든 고대종의 주문이 걸려 있었으니 모습을 빌리는 것은 몇 천 년 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탐사자는 왜 이런 사실을 모르냐고요? 그야 당연하죠. 생존에 유리하기 위한 조건은 단순 살아남는 것에 대한 것뿐만이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불구와 우울, 참담한 것들이 생존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 같나요? 인간 사회에 속해 있는 척 하면서 자신이 결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존재이자 자의로 죽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위대하고 끔찍한 생물이라는 것을 시시각각 새기고 있을 때에 닥치는 비참함이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할 것 같습니까? 그래서 탐사자는 스스로 불멸이자 생존의 방법 중 하나를 터득했습니다. 그건 바로 죽어 다시 태어나는 것이에요. 물론 정말 죽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목을 매든, 불에 타든, 칼에 찔리든, 혹은 그냥 평화로이 늙어 죽든 보통의 인간이라면 죽을 즈음에 그저 오래 잠드는 것이지요. 실제로는 단 며칠, 길게는 몇 년만 잠들어 있는 것이라도 깨어났을 때 탐사자의 기억은 완전히 백지가 됩니다. 살기 위해 스스로를 잊어요. 그리고 다시 '처음 이 세상에 온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겁니다. '탐사자'로서의 삶 역시 이것은 가장 불완전하고 인간적인 형태의 불멸. 인간이 되고 싶은 한 신화의 발악질에 가깝습니다.
탐사자에 대한 설명이 끝났으니 이제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세계가 멸망했다는 것은 얼추 사실입니다. 그야, 고대종이 완전히 멸종한 게 아니니까요. 적어도 지구에서는 자취를 감췄지만, 우주에는 아직 쇠퇴하지 않은 고대종이 남아있었는 걸요. 이 고대종 무리는 지구를 발견하고 이 행성을 침략하기 위해 우선 지상을 점거한 인간을 몰아내려, 마력으로 충격을 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운석이 마구잡이로 떨어졌으나 와중 사람들도 가만히 있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연구한 집단이 있었고, 그들은 결국 이것을 '신화적' 요소에 의한 멸망 진행이라 결론지었지요. 심지어 이 연구단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고대종의 사진까지 입수했습니다! 원인에는 조금 더 명확하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만, 우주에 있는 고대종 무리를 한낱 인류가 물리칠 수 있을 리 없었죠. 신화에 대한 정보는 빠르게 대중에게 퍼져나갔습니다. 손쓸 수도 없게. KPC도 평범하게 살다 신화에 대해 알게 된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 탐사자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고대종과 유사한 존재―정확히는 그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지만, 원래 형체는 그것과 가까우니까요.―라는 것을 들킨 것은 완전히 우연입니다. 그야, 주문은 몇 천 년 전에 걸어졌습니다. 희미해질 수도 효과가 흐릿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이전 세기들에서 분명 탐사자는 그런 식으로 들켰을 테고, 그로 인해 괴물로 몰려 죽었으나 곧 다시 태어났겠지요. 하지만 이번은 다릅니다. 탐사자의 본 모습은 세계 멸망의 주체와 모습이 같지 않습니까? 타개할 방법이 전혀 없는 재앙, 내부에 등장한 같은 모습의 적. 자연히 원망의 시선이 탐사자에게 쏠렸습니다.
탐사자의 모습을 보고, 혹은 그에 대해 전해 듣고 충격을 받은 것은 KPC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KPC는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죠, 뭇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소문과 위협과 오독당한 신화로 빚어진 잘못된 전제, 탐사자를 죽이면 멸망이 끝날 것이라고. 탐사자와 세계는 전혀 연관성이 없고, 절멸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원인은 바깥에 있음을 누구도 모릅니다. 탐사자라는 답이 나온 이상 알려 하지도 않을 테고요. 한 사람이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 좋죠. 멋지고 낭만적이에요. 하지만 그런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외부에서 일어나는 절망을 안쪽에 있는 고작 한 사람인 KPC 당신이 어떻게 막습니까?
어쨌든 잘못된 전제, 그러나 대부분의 이들에게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조건을 수립하기 위해 KPC는 방법을 찾고 또 찾습니다. 살고 싶었으니까요. 혹은 지키고 싶었으니까요. 어느 쪽이든 KPC는 꽤 많은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잘못된 정보와 제대로 된 정보와 필요하지 않은 정보, 유효한 정보가 섞인 채라는 것은 차치하고요. 북극에 고대종의 수정(룰북 p. 266)이 하나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는 추정, 고대종의 수정―고대종이 만들어낸 생물을 복종시키는 데 필요한 힘을 담기 위해, 이지만, KPC가 그 정보까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이 마력을 담을 수 있는 용기라는 점, 그리고 탐사자가 마력으로 만들어진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것. 마력으로 이루어진 괴물 탐사자. KPC가 북극으로 탐사자를 끌고 온 목적이 바로 이것입니다. 북극에 숨겨져 있다는 고대종의 수정을 찾아 그 안에 탐사자를 영영 가둘 것. 지식은 때로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여기는 북극. 별이 반짝이고 오로라가 베일처럼 하늘을 덮습니다. 이곳이 바로 KPC가 마련한, 눈부시게 아름다운 탐사자의 무덤입니다.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의 모든 대사는 KPC의 성격에 맞게 변용해주세요.)
*시작하기 전 KPC는 따로 탐사자의 본모습을 본 것에 대한 이성 판정(SANC 0/1d6)을 진행합니다. 탐사자의 모습은 여전히 몇 천 년 전 걸린 주문으로 인해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오래된 주문인 만큼, 탐사자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신력 판정에 실패하면 잠깐씩 풀리고 맙니다. 임의로 정신력 판정을 더 늘려주셔도 괜찮습니다.
시나리오 내 KPC의 광기는 '탐사자에 대한 공포'로, 탐사자의 광기는 '불신'으로 고정됩니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습니다. 아무도 믿을 수 없습니다. 내가 괴물이라니요? 당신이 사람이라니요? 세계의 존망은? 나의 존재는? 정체는? 이유는?
Leaving
발을 딛으면, 설원입니다. 언 땅이 새삼스럽게 차갑습니다.
이곳으로 온 것은 여행이 아니라 떠남이라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세상은 멸망하는 중입니다. 고루하다 싶을 정도로 간단히요. 그야, 하늘에서 불타는 운석이 미친 듯이 이곳저곳에 떨어져 내리는데 사람들이 죽지 않고 배기겠습니까.
사람을 위한 땅이 아닌 곳, 기실은 땅조차 아니어서 녹는다면 그만 익몰할 곳에 굳이 온 이유는 탐사자가 세계 멸망의 원인이라 득달같이 달려들던 사람들이 한몫을 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멍청한 누명이 다 있는 거죠? 멸망이란 것이 한 사람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인지 의문하기도 이전 억울한 원인의 이름을 던져주자 땅 위에 남은 사람들은 당신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습니다. 그나마 KPC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죠. KPC가 그 시점 왜 당신을 도왔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아직도 물음표가 붙은 채입니다.
혹한의 바람이 붑니다. KPC가 문득 당신을 돌아봅니다.
사람을 위한 땅이 아닌 곳. 멸망한 세계. 하필 이곳까지 와서 어쩌자는 말일까요. 밤의 눈발에 그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희미한 오로라를 뒤로 하고 KPC가 입을 뗍니다.
"됐어? 이제 세상을 돌려내."
심리학 성공 시▶ 당신을 쳐다보는 눈길에 묻은 것은 분노에 더불어 일말의 두려움입니다. 왜? 이 사람조차 탐사자를 더러 세상을 망하게 해버린 파멸의 주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게 아니라면, …….
심리학 실패 시▶ 당신을 쳐다보는 눈길에 무엇이 묻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이 사람도, 이 사람조차, 탐사자를 더러 세상을 망하게 해버린 파멸의 주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물론 성공 시의 지문은 KPC의 탐사자에 대한 태도로 바꿔주셔도 됩니다. 평소 알던 탐사자가 아닌, 신화생물의 모습을 알게 된 이후의 탐사자를 보는 심경으로 바꿔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후 KPC와의 RP가 가능합니다. 이곳까지 오는 데 KPC는 탐사자의 동의 없이 거의 끌고 온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멸망에 대해 얼마 대화하지 못했다는 설정이면 괜찮을 것 같아요. 어찌 됐건 KPC 역시 진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없으므로 뭇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탐사자가 멸망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KPC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탐사자를 살갑게 대하지는 못하겠지요? RP시 심리학 판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플레이어 분께 고지해주세요.
KPC는 이 부분에서 RP 시 진상을 알리지 않고 / 탐사자와 대화하며 탐사자 스스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느낌, 혹은 탐사자는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 이라고 여긴다는 뉘앙스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이 조건을 충족했다면 적당한 데서 대화를 끊고 다음으로 넘어가주세요.
다음은 RP 예시입니다.
세상을 돌려내란 말이 무슨 뜻이냐.
- 말 그대로다. 아직도 모르는 척 할 셈인가.
너까지 내가 세계 멸망의 주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 아닐 리가 없지 않나.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뭔가. 애초에 한 사람이 운석을 내리고 세상을 절멸시키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나.
- 사람이 그럴 수 있을 리는 없지만 너는, (심리학 성공 시 KPC가 잠깐 동요함을 눈치챕니다. 탐사자가 스스로를 계속 사람이라고 여김을 이 시점에서 KPC는 복기합니다. 탐사자는 실제로 여태 '인간'으로서 잘 살아왔잖아요?)
그러면 이곳에는 왜 온 것이냐.
-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라. 운석 낙하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에서 네게 요구하고 싶었다. (심리학 성공 시 KPC가 무언가를 숨기려 하는 것 같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KPC가 숨기고자 하는 것은 안전한 곳이기 때문에 북극까지 온 것이 아니라 탐사자를 가두기 위한 고대종의 수정을 찾으러 북극에 왔다는 사실입니다.)
날 구해주지 않았나. 날 구하려 든 게 아닌가.
- 사람들에게 그냥 죽게 내버려두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네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일단 빼내온 것이다. 안전한 곳으로 오고자 했다 하지 않았나. (심리학 어려운 성공 이상 시 KPC가 거짓으로 둘러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KPC는 말을 끊어버리고 한참 탐사자를 보다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고개를 젓습니다. 그가 등을 돌리는 순간 공기를 찢는 굉음이 들립니다.
듣기 성공 시▶ 듣자마자 몸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으로 오면서도 익히 들어왔던 소리입니다. 곧 하늘에서 불덩어리가 낙하할 거예요.
듣기 실패 시▶ 이곳으로 오면서도 익히 들어왔던 소리입니다. 이 소리는……
쾅! 곧이어 멀리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것, 발밑의 설원이 지독히 흔들립니다. KPC, 북극이 운석 낙하로부터 안전하다는 말은 어디서 들은 거죠? 세계 곳곳의 땅이 꺼지고 운석과 충돌하며 불탔습니다. 건물이 무너지고 마을이 불타 없어지고 도시가 마비되고. 생각해보면 여기라고 다를 것도 없는데 KPC는 왜 이곳이 안전하다고 확신하며 탐사자를 여기 데려온 거죠? 쿠구궁… 얼음으로 된 땅이 울리는 소리가 불안합니다.
불안해요.
정신력 성공 시▶ 얕게 시야가 흔들립니다. 곧 진동이 멎습니다.
정신력 실패 시▶ 얕게 시야가 흔들려 무릎이 꺾이며 주저앉습니다. 주저앉아 언 땅 위로 손을 짚었는데, 손이, …… 방금 잘못 봤나요? 눈 위로 얹힌 그림자가 부글거리며 거대하게 변하는 착시.
어지러운 머리를 제대로 들고 바로 서면 KPC가 저만치 멀리서 서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다리고 있다니요, 바보 같은 소리예요. 무정한 설원 위에 설령 당신이 그를 따라 가더라도 어디 설 곳이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그의 눈도 발길도 당신에게 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널 함부로 위협할 사람은 없으니까 이제 온전히 안전한 곳을 찾을 거야. 같이 가."
심리학 or 지능 성공 시▶ 거짓말. 사람 때문에 온 것이라고 하지 않았잖아요. 재앙으로부터 안전한 곳을 찾았다고 했으면서, 말을 쉽게 바꾸는 것이 도리어 의심스럽습니다. 부식되지 않는 불신.
심리학 or 지능 실패 시▶ 그의 말은 영 애매합니다. 불신은 부식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탐사자가 KPC의 말이 거짓이라는 의심 때문에 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KPC는 대인 기능(매혹 이외의 말재주, 설득, 위협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매혹은 좀…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렇잖아요)을 꼭 하나 월등하게 찍고 가서 탐사자를 눌러(…) 따라오게 만듭시다! 뭐니뭐니 해도 CoC는 주사위 게임이니까요! (끝내주는 RP로 설득하거나 도발하여 따라오게 만들어도 물론 괜찮습니다!)
눈보라는 조금 약해졌습니다. 둘은 다시 걷습니다. 설원 위로요.
North Pole
매캐한 연기가 멀리서 희고 검게 하늘에 번집니다. 덕분에 총총히 박힌 별도 위협적으로 우리를 노려보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지구에 내린 재앙은 하루는 고사하고 한 나절이 멀어 내내 떨어지는 불타는 별 덩어리들이었고, 이곳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한참 걸어가는 도중에도 [[1d5]]개의 굉음이 하늘을 갈랐습니다. 쿵, 쿵, 충돌하는 소리와 진동. 이곳이 안전하다고 믿은 KPC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상적인 비일상의 풍경과 같아 그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게 만듭니다. 지구 최북단 도시인 롱이어비엔에서 더 북쪽인 여기까지 오는 데 배를 띄우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죠. 같이 떠나오면서 잠들고 깨어나고 길을 걸어가는 것을 이끌고, 돌아보면 KPC의 입에서 당신을 배려하는 말이 나왔던 것은 언제쯤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앞서 탐사자와의 RP에 따라 유동적으로 지문을 변형해주세요! 다음은 탐사자가 KPC가 한 말 모두를 의심했다는 전제로 쓰였습니다.) 세상을 파괴한 것이 탐사자라고 믿는 KPC. 당신을 의심하면서도 이곳까지 기어이 데리고 온 KPC. 이곳이 안전하지 않음에도 여기에 온 목적이 있는 KPC.
그의 등을 바라보면 다시금 멀리에서 운석이 떨어졌는지 쾅, 소리가 천지를 울립니다. 등이 잠깐 굳었다가 다시 걸음을 옮깁니다.
지능 판정, 성패 상관없이▶ 무엇이 저 치를 저렇게 필사적으로 만들었단 말입니까? 한낱 인간, 인간 하나가 세계의 존망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텐데도.
눈이 당신 뺨에 자꾸만 달라붙고 바람이 살을 저밀 듯이 몰아치는 중에 KPC가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의 고개가 들린 곳을 바라보면 우리가 걸어온 얕은 경사 위로 얼음절벽이 커다랗게 서 있습니다. 하얀 채 파묻힌 바위 동굴, 옆에 듬성듬성 떠오른 빙하가 꼿꼿하게 얼었습니다. 그 사이로 크게 집중력을 기울여 살펴보지 않아도 금방 눈에 띄는 파인 자국 비슷한 게 보이네요.
탐사자는 얼음절벽, 바위 동굴, 빙하 사이의 자국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 얼음절벽
여태 걸어온 경사는 경사라고 눈치채지 못할 만큼 얕은 것이었습니다만, 바위가 켜켜이 쌓인 채 우뚝 솟아 있는 것에 눈과 얼음이 오래 덮여 깎아지른 절벽을 만든 지형을 보고 있자니 새삼스럽게 안쪽으로 꽤 들어왔구나 싶은 감상이 듭니다. 얼음은 투명합니다. 검은 바위 위를 유리처럼 덮은 얼음 위로,
*여기서 한 번 정신력 판정. 실패할 시에만 관찰 판정합니다.
관찰 성공 시▶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눈길이 마주 닿았나 싶은 무렵, ……일순 숨을 쉬기 위해 벌린 당신의 입에서, 여러 갈래의 촉수가 나오더니, 구물거리며 움직입니다. 부정한 움직임은 규칙이 없습니다. 당신이 눈을 뜨면 기이한 파란 빛이 번득이고…… (SANC 0/1d3) 착각이었나. 잠깐 눈앞이 흐리다 맑아집니다.
관찰 실패 시▶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눈길이 마주 닿았나 싶었던 무렵에, 입김에 하얗게 흐려집니다.
(*정신력 판정 성공 시 바로 이쪽으로 넘어갑니다.) 절벽은 그저 거대한 한 덩어리일 뿐입니다. 고드름이 기다랗게 늘어섰습니다.
관찰 or 자료조사 성공 시▶ 자세히 보니 고드름 뒤로 공간이 있습니다. 얼음으로 조각된 어떤 생물의 형상입니다. 인공적으로 깎아낸 것으로 보여요. 이곳 기후라면 쉽게 녹지도 않을 텝니다. 어쩐지 불경하고 삿된 모양새가 움직이는 착각이 듭니다. 왜 보자마자 생물이라고 생각된 걸까요? 저다지도 끔찍한 형태를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SANC 0/1)
관찰 or 자료조사 실패 시▶ 자세히 보니 고드름 뒤로 공간이 있습니다. 얼음으로 조각된 무언가의 형상입니다. 인공적으로 깎아낸 것으로 보여요. 이곳 기후라면 쉽게 녹지도 않을 텝니다.
*사교의 신도인 이누이트 무리가 남긴 것입니다. 이외 관찰 성공 시의 경우 뒤이어 과학 기능치의 판정이 가능합니다. 과학 성공 시, 길게 찢어진 사람 같은 형상이나 팔이 지나치게 늘어져 있어 기형적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생물의 머리는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음에도 불타오르는 것 같이 꿈틀거릴 듯하고 앙상한 뼈마디에 서리가 서려 있는데… 그림자 안에 깊게 파인 것이 두 눈자위 같습니다. 이타콰(룰북 p. 330)입니다. 북극 지방에서 이타콰에 대한 이야기는 꽤 흔한 편이며, 사교도가 아닌 다른 이누이트 무리도 이를 굳이 치우지 않은 이유는 이타콰를 두려워하여 물리치려는 의도로 만든 장소로 알고 지나쳤기 때문입니다. 얼음절벽에 자리잡은 바위 동굴 안에 제단을 만든 사교도들은 사람을 위한 땅이 아닌 극지방에서 살아온 만큼 신화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편입니다. - 바위 동굴
눈을 파헤치고 나면 안은 생각보다 넓어 보입니다. 바위 동굴에 들어서기 전, 잠시 두통이 골을 울리고 지나갑니다.
정신력 성공 시▶ 어느 정도 괜찮아진 뒤에야 걸음을 뗍니다. 안에 사람의 흔적은 거의 없습니다만, 군데군데 알 수 없는 제단과 조각상이 놓여 있습니다. (*얼음절벽에서 조각상을 봤다면 비슷한 모양이라고 설명해줍시다. 조각상을 들여다보려면 자료조사 판정. 성공 시 생물을 넘어선 숭배받는 어떤 것이라는 느낌을 받고, 실패 시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낍니다.) KPC가 동굴 안에 들어서 있는 당신을 보고서 그만 나오라는 손짓을 합니다.
정신력 실패 시▶ 어느 정도 괜찮아진 뒤에야 걸음을 뗍니다. 안에 사람의 흔적은 거의 없습니다만, 군데군데 알 수 없는 제단과 조각상이 놓여 있습니다. (*얼음절벽에서 조각상을 봤다면 비슷한 모양이라고 설명해줍시다. 조각상을 들여다보려면 자료조사 판정. 성공 시 생물을 넘어선 숭배받는 어떤 것이라는 느낌을 받고, 실패 시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낍니다.) "탐사자, 그만 나오……" KPC가 동굴 안에 들어선 당신을 보고서 손짓하며 안쪽을 쳐다봤다가 순간 굳고 맙니다.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어려운 성공 이상 시에만 KPC의 눈이 잠깐 보아선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성 판정은 하지 않지만, 계속 사람이었다 괴물이었다 하는 탐사자의 모습을 보는 KPC도 곤욕일 텝니다. 탐사자가 정말 인간인지, 의태를 하고 있는 괴물인지에 대해서 KPC는 계속 고민 중입니다.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탐사자의 태도가 자꾸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같아서요.
한편 KPC는 안쪽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습니다. "아니야… 이것도 아니고……" 중얼거림이 흘러나옵니다.
관찰 성공 시▶ 그가 샅샅이 건드리고 있는 것은 결정으로 굳은 듯한 얼음 조각들입니다. 북극에서는 흔하죠.
관찰 실패 시▶ 그는 동굴 안쪽의 언 벽을 보고 있습니다. 뭘 찾고 있는 걸까요? - 빙하 사이의 자국
관찰 or 지능 성공 시▶ 날카롭게 얼음을 짓치고 지나간 자국은 폭이 일정합니다. 드문드문 나 있는 발자국을 보아하니 짐승이 끄는 썰매를 타고 누군가 지나간 모양입니다.
관찰 or 지능 실패 시▶ 무언가 지나가고 가늘게 남은 자국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자국 역시 사람의 것이 아닌데, 아무래도 이 주변에 짐승이 있는 걸까요?
자국은 꽤 일정하게, 그리고 한두 번 지나간 것이 아닌 것처럼 익숙하게 자리잡았습니다. 이런 데에 사람이 있다면…… (*자연이나 과학, 인류학, 여타 일리 있는 다양한 판정 성공 시 이런 지역에 살 만한 집단은 이누이트밖에 없으리라는 유추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나면 눈발은 어느새 그쳐있습니다. 흐린 아침이 밝아오기 전 KPC는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자며 동굴 옆에 파묻혀 있던 작은 동굴을 찾아내 침낭과 함께 어렵게 몸을 뉘었습니다. 북극으로 오기까지도 여러 날이 걸렸습니다. 침묵 속에 보낸 밤은 또 몇 손가락을 꼽아야 다 셀는지요. 그간 지켰던 정적만큼 신의가 쌓인 것은 아니어서, 무슨 말을 구태여 하기도 어렵습니다.
*티격태격 RP를 해주셔도 됩니다. 제가 탐사자 같으면 좀 어이없을 것 같거든요. 세상 돌려내라며, 속 편하게 잠 잘 시간은 있고, 하면 KPC는 좀 머쓱하고 겸연쩍어합니다. 맞는 말이긴 하잖아요. 어쨌든 탐사자도 자리에 누우면,
침낭 안에 눕자 피할 수도 없이 하늘이 망막에 들어찹니다. 다시 한 번 쐐애액― 하늘을 길게 가로지르는 유성 역시 거기에 있습니다. 여기에 떨어지는 건 아니겠죠? 어쩐지 불안합니다. 추락하는 것들의 파음은 가까이서 차마 듣고 싶지 않을 만큼 거대하고 파괴적이어서 고요한 새벽의 장막마저 전부 찢어 세상을 전부 밤으로 만들 듯합니다. 사실 이미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죠. 당장 떠올려보세요. 어느 날 급작스레 쏟아져 내린 운석들. 세계 각지에서 울리는 경고음과 번잡한 뉴스. 아무리 천재지변 앞에 무력한 인간이라지만 그 어떤 연구진의 관련된 발표도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인터넷도 전부 끊기고 그러한 관련 정보는 서류로밖에 찾아볼 수 없을 테지만, 하다못해 그때까지는 기지국이 제대로 작동을 하여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 순위란에서 '운석 충돌', '지구 종말', '별똥별' 따위가 한창 오르내리던 시절에도 이 원인에 대한 자세한 소견을 밝힌 전문가가 있긴 했나요? 뉴스고 신문이고 전부 '원인 모를'이라는 말만 헤드라인 앞에 수식되지 않았던가요.
과학 성공 시▶ 물론 유성우, 라고 불리는 현상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유성으로 끝났을 때의 이야기죠. 유성체가 타다가 남아 땅에 닿으면서 폭발을 일으키는 경우 그것을 운석이라 구분합니다. 하나쯤은 다 타버리는 유성체로 끝날 법도 한데, 운석은 내리는 족족 전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습니다. 정말로 예견된 파괴적 종말이라도 온 것처럼요.
과학 실패 시▶ 그러니까, 이것은 처음으로 명명되어야 할 현상일 텝니다.
그리고 떠도는 소문이 있었더랬습니다. 소문의 출처도 내용도 다양했습니다. 대중 사이에서 대두되는 가장 굵은 낭설은 '신'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개신교나 천주교, 불교나 이슬람, 힌두교…… 모든 수많은 기존 종교에 등장하는 신이 아닌 훨씬 더 모독적이고 끔찍하고 존재만으로 불경한, 공포스러운, 숭배할 것들의 궤를 벗어난. 발음조차 하기 어려운 존재 말이에요. 그들이 관련된 신화에 대한 조각조각들이 전해지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처럼 사람들 사이를 돌고 돌았습니다.
지능 극단적 성공 이상 시▶ 그것들은 촉수와 날개, 썩어가는 신체와 더듬이와 수많은 눈과 입을 가지고 있고……. 개중에는 인간보다 발달된 종족도 있겠죠. 촉수가 있고 부패하는 듯한 샛푸른 색으로 물든 눈이 있고…. 그런 뒤틀린 형태를 한 채 우주의 근본과 과학을 탐구한 생물체도 그 신화의 것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 것들이 바깥에서 혹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멸망을 도래하게 하고 있다면?
지능 어려운 성공 이하 시▶ 그것들은 촉수와 날개, 썩어가는 신체와 더듬이와 수많은 눈과 입을 가지고 있고……. 개중에는 인간보다 발달된 종족도 있겠죠. 그런 것들이 바깥에서 혹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멸망을 도래하게 하고 있다면?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고작 한 사람이 멸망에 대해 이해하려 든다고 정말 이해할 수나 있을까요? 옆을 보면 KPC는 피로하고 수척한 낯으로 잠들었습니다. 흐린 아침이 밝아옵니다.
Something to ■■■■
쿵.
쿵.
진동에 눈을 떴습니다. 아닙니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습니다. 쿵. 쿵. 느린 박동이 편안합니다. 당신은 부유하고 있습니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시간 속을 유영합니다. 이전 생의 흔적들이 당신 속에 있습니다. 당신은 탐사자입니다. 또 탐사자입니다. 저 시대에서도 이 시대에서도 탐사자였고, 어리게 살다 어른이 되었다 늙어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고.
*'이전 생에서의 탐사자'입니다. 정확히는 이 모습의 인간으로 있기 전까지의 탐사자지요. 아예 다른 생을 살았다고 날조해주셔도 좋고, 같은 세션을 몇 번 다닌 사이라면 현대 이전을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나 탁에서의 플레이 등을 가져와 인용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1n세기 배경의 세션이면 딱이겠네요!
정신력 판정, 성패 상관없이▶ 사람들이 매번 죽고 환생한다는 것이야 사실인지 아닌지 당신은 모르지만, 적어도 당신은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멀 것 같은 정신을 붙잡고 뒤를 돌아봅니다.
멀리서 무슨 소리가 들립니다. 멀리서 무슨 소리가 들립니다.
"―…!"
"탐사자."
눈을 떴습니다. 아는 목소리와 모르는 목소리가 섞였습니다. 호명한 것은 KPC의 것,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누구죠? 주위를 둘러보면 북슬북슬한 모자가 달린 두꺼운 털옷을 입은 사람들이 볼과 코가 추위에 빨개진 채 둘을 보고 있습니다. 이누이트족입니다.
*KPC와 탐사자가 영어권 사람이 아니라면 대화하기 위해서는 교육 판정 혹은 외국어(영어) 판정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RP 예시입니다.
- 북극엔 어쩐 일로 왔나.
- 세계 종말에 대한 소식은 우리 역시 전해 들었다. 당신들도 봤는지 모르겠지만, 운석이 종종 떨어져 문명의 매체로 확인하지는 못해도 무슨 일이 생겼구나, 싶기는 했다.
- 낭설이 돌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당신들은 그것이 낭설이라 생각하는가?
이 부분에서 탐사자는 KPC의 반응을 살필 수 있습니다. 심리학으로 굳이 판정하지 않아도 KPC는 이것에 대해 탐사자가 듣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누이트족의 말을 막을 것도 없죠. KPC에게는 수정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 질문이 나온 다음부터 키퍼분은… 혼자 열심히 RP해주셔야 합니다! 이누이트족에게 KPC는 대인기능 판정을 시도하고, KPC의 대인기능 판정과 동시에 탐사자의 듣기 기능치 판정 역시 진행하게 됩니다. 다음은 성공 시에 탐사자에게 온전히 들리는 문장의 예시로, 난이도를 조정하려 하시거나 탐사자가 실패할 시에 적당히 부분부분을 가려주셔도 좋습니다.
- 신화는 사실이다. 당신들이 자고 있던 곳도 사교를 믿는 무리가 만들어놓은 '설원귀신 웬디고'에의 제례를 지내는 장소 같았다. 다른 이름이 있을지 모르나 우리는 우선 그렇게 부르고 있다.
- 웬디고는 예시일 뿐이다. 세상에는 훨씬 더 많은 신화적 존재들이 있다.
- 지구 종말에 대한 것도 그들이 꾀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위의 정보를 포함한 대화까지 진도가 나갔다면, 다음 부분으로 진행합니다.
심리학 성공 시▶ KPC가 일순 하던 말을 멈추고 당신의 눈치를 살핍니다.
심리학 실패 시▶ KPC가 잠시 말을 고릅니다.
이내 그가 꺼내는 말은 한 문장입니다. "그렇다면 이곳에 있다는 '고대종의 수정'에 대해서도 당신들은 알고 있겠군요."
듣기 판정, 성패 상관없이▶ 고대종, 수정. 정신이 잠시 일그러지는 것을 느낍니다.
정신력 성공 시▶ 이내 맑아진 시야로 시시각각 어두워지는 날을 봅니다. 당신의 앞에 서 있던 이누이트 하나가 당신을 보더니 숨을 들이킵니다.
정신력 실패 시▶ 통증이 크게 머리를 강타합니다. 당신의 앞에 서 있던 이누이트 하나가 문득 당신과 마주칩니다, "헉." 숨을 들이킵니다. 뒷걸음질칩니다. 왜? 고개를 돌리니 우드득, 하고 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 손을 들어 만져보면, 당신의 차가운 살갗이 만져집니다. 앞에 있던 그가 마른세수하고서는 여상한 얼굴을 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 KPC가 당신의 지척에 섰습니다. "가자." 이누이트들에게서 물어볼 것을 전부 물은 모양이죠.선잠을 잤다고 생각했는데 날은 어느덧 재차 저물었습니다. 북극의 낮이 지독히 짧기 때문일 겁니다. 저녁 무렵이 되니 눈발 섞인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합니다. 불온하게 흔들리는 시야. 멀리서 운석이 땅에 충돌하여 쿵,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멸망, 세계의 절멸이요.
지능 성공 시▶ 하지만 이게 정말 바깥에서 온 존재가 일으키는 멸망이라면요? 어떻게 할 방법은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지능 실패 시▶ 이게 정말 사람들 사이에 섞인 존재가 일으키는 멸망이라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뻔하지 않습니까?
조심하라는 당부가 그들 특유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억양을 띤 채 등 뒤로 울립니다. KPC는 말이 없습니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생각해보면 이곳에 온 이래로 그는 한 번도 당신에게 닿은 적이 없습니다.
Crystalized Grave
[[2d6(*마음대로 해주셔도 됩니다)]]시간 남짓 되는 동안 KPC는 찾고, 찾고, 또 찾아다녔습니다. 저다지도 필사적으로. 처절하게. 절망을 코앞에 두고서 빠지지 않으려 용을 쓰는 사람처럼. 하기사 당신이라고 다를 것 없죠. 하지만 지상에 단 한 명조차 믿어주지 않는 멸망의 원인을 알아내 봤자 뭐하겠습니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그 원인이 아니라면요.
멸망의 해결. 전부 온전히 되돌려놓을 수 있는 이유.
당신도 바라죠? 탐사자.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오기를.
설원은 아득합니다. 걷고 또 걷습니다. 이따금 동굴이 나오고, 깎아지른 산맥, 낯을 얼리는 바람, 미끌거리는 얼음 땅을 지나쳐서, 지나쳐서 나아갑니다. 어찌나 눈발이 혼란한지 이 밤조차 하얗게 보일 지경입니다.
*탐사자가 실패할 때까지 적당히 적당히 KPC가 수정 찾는 헛짓을 하는(…) 지문을 쳐주면서, 정신력 판정을 진행합니다. 실패하면 바로 다음 부분입니다!
일순 쨍한 통증이 속에서 울렁거립니다. 그것과 동시였습니다. KPC가 바위의 틈에 손을 뻗어 무언가를 꺼낸 것은. 멀미에 시달리기라도 하는 듯 시야가 어질거립니다. 장갑마저 하얗게 얼어 있는 KPC의 손에 들린 것은 커다란 수정입니다. 얼음처럼 보이지만 다릅니다. 투명하게 흰 빛을 반사하는 것은 스스로 빛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꿈처럼 머릿속을 휘젓습니다. 수정을 들고서 한결 환해진 얼굴로 당신을 돌아본 KPC의 얼굴이,
당신의 눈동자에 담긴 내 모습이. 수정에 비친 내 모습이. 아. 잠시만요. 스스로를 내려다봅니다. "……이제 알았어?" KPC가 어쩐지 질린 낯으로 묻습니다.
입구멍 비슷한 데서 나온 구물거리는 촉수가 더운 숨을 뿜으며 벌름거립니다. 시퍼렇고 형형한 빛을 내는 눈동자가 깊게 찢어져 있습니다. 막 같은 거대한 날개, 흉측한 다리가 얼음 위로 다섯 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나의 것이 분명한 발자국 혹은 끔찍한 궤적이. 누가 봐도 인간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괴물! 괴물이야! 저것이 멸망의 원인이다! 소리치던 사람들과 영문을 몰랐던 나날이 스쳐지나갑니다. KPC는 그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그러니까, '어떤 반박도 하지 않고' 이곳에 함께 도달했습니다.
…이게 정녕 내 모습이라고요? (SANC 1/1d6)
정신력 성공 시▶ 다시 정신을 차리면,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던 손바닥이 사람의 것으로 돌아옵니다. 착각이 아니라, 이건.
정신력 실패 시▶ 다시 정신을 차리면,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던 손바닥이 사람의 것으로 돌아올, 것처럼, 깜빡이다가, 길게 털이 난 다리가 바람에 현실처럼 서리고.
어떻게 이런.
어떻게 이런.
*정신력 판정이 끝나면 플레이어에게 핸드아웃/귓속말로 다음 지문을 전달해주세요. 진상의 일부입니다.
[ 머나먼 옛날 지구에 온 고대종은 비밀스러운 실험을 하다가 실수로 지구에 생물들을 만들었습니다. 노예로 부리기 위해 만든 쇼고스 역시 그 중 하나죠.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자신들의 요소를 포함한 자신과 거의 비슷한 생물이 바로 탐사자입니다. 왜, 사람도 인간을 창조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인공적으로 지능을 창조해내고 로봇을 발명하는 등 갖은 시도를 하잖아요. 고대종도 다르지 않았던 거지요. 비록 마력으로 탐사자를 만들어내고 자신들은 지구에서 그들 자신의 문명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지만 말이에요.
탐사자가 처음부터 인간의 형태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집단을 이루는 것이 유리하고, 지식과 삶의 관습을 축적해나가는 쪽이 오래 살아남는 데에 도움이 되겠죠. 신화생물이므로 지독하게 오래 사는 탐사자에게는 더욱이 배척당하지 않고 오래도록 머물 종족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가장 유리한 조건에서 원초적으로 생존이 쉬우려면 지구를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이 마땅할 종족 인류에게 속해 있어야 합니다. 생존욕에서 비롯된 갈구는 고대종의 모습과 비슷했던 탐사자로 하여금 점차 인간의 형상을 의태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탐사자에게는 형상 흡수(룰북 p. 263)와 비슷하나 조금 더 간단한 기준의, 그를 만든 고대종의 주문이 걸려 있었으니 모습을 빌리는 것은 몇 천 년 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탐사자는 왜 이런 사실을 여태 몰랐냐고요? 그야 당연하죠. 생존에 유리하기 위한 조건은 단순 살아남는 것에 대한 것뿐만이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불구와 우울, 참담한 것들이 생존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 같나요? 인간 사회에 속해 있는 척 하면서 자신이 결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존재이자 자의로 죽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위대하고 끔찍한 생물이라는 것을 시시각각 새기고 있을 때에 닥치는 비참함이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할 것 같습니까? 그래서 탐사자는 스스로 불멸이자 생존의 방법 중 하나를 터득했습니다. 그건 바로 죽어 다시 태어나는 것이에요. 물론 정말 죽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목을 매든, 불에 타든, 칼에 찔리든, 혹은 그냥 평화로이 늙어 죽든 보통의 인간이라면 죽을 즈음에 그저 오래 잠드는 것이지요. 실제로는 단 며칠, 길게는 몇 년만 잠들어 있는 것이라도 깨어났을 때 탐사자의 기억은 완전히 백지가 됩니다. 살기 위해 스스로를 잊어요. 그리고 다시 '처음 이 세상에 온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겁니다. '탐사자'로서의 삶 역시 이것은 가장 불완전하고 인간적인 형태의 불멸. 인간이 되고 싶은 한 신화의 발악질에 가깝습니다.
기억났어요? 기억, 났어요? 탐사자? 이제 기억 났습니까? ]
"여태 몰랐던 거야, 정말? 여태……"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은 KPC도 마찬가지입니다. 혹한이 이해할 수 없는 거리만큼 우리를 갈라놓은 것 같습니다. 입술을 달싹이던 그가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신화에 대한 지식과, 떠돌던 소문, 그리고 당신의 모습에 대한 의혹.
*역시 KPC는 탐사자를 설득하기 위해 아는 진상을 전부 말합니다. KPC가 아는 진상에 한해서입니다. 꼭 말해야 할 것은 1. 탐사자가 고대종 혹은 고대종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 2. 세계 멸망의 주체가 탐사자와 똑같은 모습을 한 괴물이라는 것. 그것이 곧 탐사자일지도 모른다는 것, 3. 수정 안에 탐사자를 봉인시킬 수 있다는 것. 세 가지입니다. 만일 KPC와 탐사자 둘 다 죽지 않는 엔딩을 원한다면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이것만이 방법이라고 여겼다." 라는 말로 살짝 틀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이후 탐사자의 지능 판정을 진행합니다.
지능 성공 시▶ 그런데, 정말로 내가 한 게 아니라면요? 나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면요? 내가 괴물일지언정, 그것과 별개로 바깥에서 온 존재가 일으키는 멸망이라면요? 어떻게 할 방법은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지능 실패 시▶ 그리고, 정말로 내가 한 게 맞다면요? 나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데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요? 이게 정말 사람들 사이에 섞인 나라는 괴물이 일으키는 멸망이라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뻔하지 않습니까?
KPC의 손이 새삼스러운 추위에 떨립니다. 추위는 더 이상 우리를 소스라치게 할 수 없으므로 당신의 손이 떨리는 것은 추위 때문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수정을 내밉니다. 돌아갈 수 없는 곳에서 돌아갈 수 있도록 당신, 당신 이름 하나만을 이곳에 묻어두고 싶다고.
당신이 준비한 나의 무덤.
*엔딩 분기입니다. 탐사자가 스스로 선택하여 죽고자 했거나 KPC의 설득에 수긍하거나 KPC가 전투에서 승리했을 경우 Ending 1, 탐사자가 스스로 죽고 싶지 않거나 KPC와의 전투에서 승리했을 경우 Ending 2, 탐사자가 스스로 죽고 싶지 않으며 세상의 멸망에 대해 자신의 죽음이 전혀 연관성이 없다는 말로 KPC를 설득할 경우 Ending 3으로 진행해주세요. 플레이어가 전투를 원한다면 고대종과 유사한 힘을 지니고 있는 탐사자는 근력이 (4d6+24)×5가 됩니다. 피해보너스는 +3d6. KPC는 진정한 신화생물의 힘을 맛보게 될 겁니다….
엔딩
(*각각의 엔딩명은 허연 시인의 시 〈지옥에 관하여〉에서 발췌했음을 알립니다. 아래 전문을 첨부하였으며, 마음에 드셨다면 해당 시가 수록되어 있는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시집인 허연 시인의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도 구입하여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1. 탐사자가 스스로 선택하여 죽고자 했거나, KPC의 설득에 수긍하거나, KPC가 전투에서 승리했을 경우
지옥이 있다면 이런 데겠죠. 차갑고 두렵고 가엾고…… 스스로에 대한 정체조차 확립하지 못하여 영원히 눈 속을 떠도는. 얼음 위를 부유하는 잃어버린 영혼처럼. 기실 비유가 아니라 정녕 당신이 그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육신을 잃고 방랑하는 것이죠. 원래부터 당신의 것은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멸망이 나의 이유라면 내가 먼저 사장당하기로 합니다. 세상과 나의 무게를 함부로 재고자 합니다. KPC의 선택이 옳았을 겁니다. 만들어진 존재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이 아름다운 작은 무덤에 잠기고 세상을 구하는 것이 어쩌면 마땅함을 넘어 목숨보다도 값진 추일지 모릅니다.
수정이 기이하게 빛나고 눈보다 더 희고 얼음보다 더 차가운 빛이 탐사자를 휘감습니다. KPC가 쉰 목소리로 말합니다.
"……미안하다."
하지만 지옥이여. 세계여. 나를 버리고도 세상이 온전하지 않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죠?
Ending 1. 나는 불타고 싶구나.
탐사자 로스트, KPC 생환.
2. 탐사자가 스스로 죽고 싶지 않거나 KPC와의 전투에서 승리했을 경우
지옥이 있다면 이런 데겠죠. 차갑고 두렵고 가엾고…… 스스로에 대한 정체조차 확립하지 못하여 영원히 눈 속을 떠도는. 얼음 위를 부유하는 잃어버린 영혼처럼. 그러나. 그러나. 부정의 어두가 당신 혀끝을 맴돕니다. 기어코 나오고 맙니다.
그러나 세상의 절멸이 뭐란 말입니까? 고작 한 사람이 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한 사람, 어쩌면 한 사람조차 아닐지 모르지만, 목숨 하나 영혼 하나로 칭할 수는 있는 당신이, 내가, 죽음을 바라지 않는데. 고작 하나와 하나를 뺀 세상 총량의 무게만으로 저쪽이 더 중하다, 판단해버리면 나는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그렇게 구해질 세상이라면 언젠가는 망해버리는 것이 마땅합니다!
마력이 분개처럼 끓어오릅니다. 북극의 흰 얼음을 다 녹일 듯이.
죽고 싶지 않습니다. 죽고 싶지 않습니다.
괴물이 깨어났습니다.
나는 생을 구가하고자 입을 벌렸습니다. 이 지옥에서.
Ending 2. 모르는 언어로 말하고 싶구나.
탐사자 생환?, KPC 로스트
3. 탐사자가 스스로 죽고 싶지 않으며, KPC를 설득할 경우
만약 내가 아닌 다른 이유라면?
내가 괴물일지언정, 내가 죽는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당신이 그걸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세계와 어떤 하나의 영혼 중에 고르라는 선택지를 주면 당신 세계를 택할 텐데. 지금도 순간순간마다 세계는 망해가고 있습니다. 쿵, 쿵, 굉음이 사고를 뒤흔듭니다. 지옥이 있다면 이런 데겠죠. 차갑고 두렵고 가엾고…… 스스로에 대한 정체조차 확립하지 못하여 영원히 눈 속을 떠도는. 얼음 위를 부유하는 잃어버린 영혼처럼.
아무것도 찾지 못하는. 우리는 그래서 세상을 지옥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나를 믿어요. 누구도 죽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믿으세요.
세상은 지옥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지옥의 법칙은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KPC가 별안간 웃었습니다.
Ending 3. 미리 지옥을 보지 않겠니.
탐사자, KPC 생환.
추천 BGM
MZ - 녹슨 허파 :: www.youtube.com/watch?v=pIEcaspKSdo (Leaving)
MZ - Cresent (RAGNAROK Album ver.) :: www.youtube.com/watch?v=0NH1HJ-nh5Y (North Pole)
Alan Walker - Darkside for cello and piano (COVER) :: www.youtube.com/watch?v=zrKMC4fAKp0 (Something to ■■■■)
Ryan Choi - Dellage :: www.youtube.com/watch?v=pY-Ed_gvHjU (Crystalized Grave)
플레이하신 뒤 여유가 있으시다면 작성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지옥에 관하여
허연
때로는 사람이 지옥을 찾지 않고 지옥이 사람들을 찾기도 한다.
두려움일 수도 가엾음일 수도 있고, 두통이거나 복통일 수도 있고, 이렇게 지옥의 목소리가 사람들을 찾아 오기도 한다.
나는 불타고 싶구나.
모르는 언어로 말하고 싶구나.
미리 지옥을 보지 않겠니.
고통에는 크기가 없듯이. 이곳에서는 신을 보기 위해 같은 노래를 여러 번 부른다.
그래도 그들을 견디게 하는 건
몇 장의 고증된 그림들과 진중한 건반들이다.
지옥이 두려운 사람들
누군가는 오른손에서 빛이 흘러나왔다고 하고, 누군가는 물 위를 걸었다고 했고, 누군가는 갈라진 하늘에서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착각이 시작됐다.
지옥은 오는데
아직 그는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