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30. 14:49ㆍCoC 1:1
외계에서 온 한 어린 왕자*가 말했어.
사막이 아름다운 건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양치기에게 가르침을 주는 늙은 왕**은 말했지.
보물이 있는 곳에 도달하려거든 신의 표지를 읽어야만 한다고.
그런데 우리가 가려는 곳은 우물이 있는 곳도 보물이 있는 곳도 아니야.
잘 생각해. 우리는 순례자가 아니야.
이 사막 너머 우리가 정말로 가려는 곳은……
@B_Light_grayish님이 제작해주신 카드입니다.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개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الرياض에서 ‘성지’ 메카مكة المكرمة 까지 가는 길은 룹 알 할리الربع الخالي 사막을 횡단하는 도로입니다. 차로 장장 10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그건 달리 말하면 10시간 동안 내내 변모하는 사막의 면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연찮은 기회인 것은 분명합니다. KPC와 탐사자가 보려고 하는 것은 이슬람교의 오랜 성지 메카이지만, 이곳 서남아시아까지 와서 사막을 보지 않고 돌아간다는 것은 또 참으로 아까운 일이니까요.
문제가 되는 것은 그곳을 지나가려거든 오래도록 피로한 운전을 해야 한다는 점뿐이겠습니다. 리야드 외곽 주유소, 탄산음료 캔을 딴 KPC가 음료수를 몇 모금 넘기고 기분 좋게 제안합니다. “탐사자, 누가 운전할까. 내기할래?”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1:1 타이만 시나리오
인원 : PC 1인+KPC 1인
배경 : 현대(여행이 가능하다면 무관),
사우디아라비아 룹 알 할리الربع الخالي 사막(사막이라면 적당히 개변 가능)
플레이 난이도 : 중간
키퍼링 난이도 : 중간 ~약간 어려움
(전투 有, RP 힘들 수 있음)
권장 기능 : 관찰력, 자동차 운전, 자료조사, 전투 기능, 정신분석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연관되어 금전 거래가 오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세션카드에 한해 커미션 및 금전 거래를 허용합니다.
※ 키퍼링 해주실 분을 따로 두고, KPC 역할을 하는 PC를 포함한 PC 2인으로의 개변이 가능합니다. KPC 역할의 PC를 플레이하시는 플레이어 분께서 키퍼가 알고 있는 정보를 숙지하고 계셔야 합니다.
※ KPC와 PC의 백스토리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권장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개변하여 플레이해주세요. 이에 대한 문의는 송구하오나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 테스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시나리오 하단에 플레이 타임 수집 폼이 있습니다. 플레이를 하셨을 시 평균 플레이 타임 명시와 이외 더 나은 방향으로의 수정을 위해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는 자해, 자살 사고, 사망 요소의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를 미화할 의도는 전혀 없으며, 특히 실제로 시나리오 내 고의성을 가지고 스스로를 해하는 요소는 일체 긍정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본 시나리오는 크툴루의 부름 내 신화생물에 대한 독자적 해석 및 변형을 포함합니다. 더하여 장소의 특수성과 상징성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작성하였기에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두었으나 저는 사막에 가본 적 없습니다…… 실명 역시 현실과는 관계 없는 픽션으로 받아들여주세요.
※ KPC와 PC가 안 친한 사이여도 재미있겠지만 거대한 사막과 먼 성지로 여행을 가려거든 아무래도 그 긴 시간을 숨 막히게 보낼 만한 사람이 동행인으로 적합하지는 않겠지요……. 우선 목표는 최대한 어떤 페어라도 가능한 여행 시나리오로 잡고 썼던 고로, 본 시나리오에 꼭 권장하는 관계는 따로 없으나…… KPC: 죽고 싶다(이런 말 안 하지만 그럴 만한 여지의 설정은 있음) / PC: 뭐래? 밥이나 (처)먹어 ← 같은 캐릭터들이라면 무난한 플레이가 가능할 듯합니다.
※ 본 시나리오에 대한 공계에서의 무례한 언행, 스포일러성 혹은 자작 발언의 발견 등 불미스러운 일의 발생 시 즉시 비공개 처리됩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 외 문의는 트위터 계정 바이오의 메일 혹은 최하단의 폼으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키퍼(GM)가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로이고르(룰북 p.288)들은 본래 힘의 소용돌이입니다. 인간의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 그들의 몸에는 극단적으로 비관적인 관점이 온몸에 배어 있지요. 최근 로이고르의 활동이 있던 곳은 웨일즈, 로드아일랜드, 이라크…… 그렇다면 이라크와 인근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룹 알 할리 사막에도 그들이 있으리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신이 이 신화를 제대로 알다 못해 샅샅이 최근의 동향까지 조사했다는 전제 하에서만. 당연히 KPC와 탐사자는 이를 모르고 성지 메카를 이 빌어먹을 무덤 같은 사막을 달려 향할 예정입니다. 아름답고 황량한 모래 둔덕들 사이에 어떤 기막힌 우울이 잠재되어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요.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란 로이고르가 오래 전에 이 지층 밑에 잠들고 그것의 정신만이 이곳에 잔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게, 사막은 그것에게도 공평하게 각박한 장소였거든요. 룹 알 할리라는 말부터가 공백지대라는 뜻이잖아요. 아무리 문명이 발달했다 한들 그 무도한 인류조차 사막을 점령하는 것이 어려웠으므로, 노예로 부릴 지성체를 찾지 못한 로이고르 역시 달리 이 사막에서 할 일이 없었습니다. 거대한 의식만이 층으로 나뉘지 않은 채 룹 알 할리 사막에 함정처럼 존재하고 있지요. 사막이라는 장소에 맞게 함정보다는 신기루처럼 남아 있다는 표현이 더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을 지나가려 하는 둘은 반드시 그 신기루 같은 우울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여행은 돌아오는 것까지가 여행이니까요. 우리는 순례자가 아니므로, 우리가 갈 곳은 성지가 아니라 결국에는 우리의 집입니다. 이 사막 너머로, 무사히. 흔들리는 마음을 붙들고서.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의 모든 대사는 KPC의 성격에 맞게 변용해주세요.
가독성을 위해 파트를 나눈 소제목 중 이슬람 성경 꾸란의 구절 일부를 차용한 바 있으나, 이에 신성 모독의 의미는 없고 이것이 플레이 캐릭터들에게 직접적으로 주어지는 정보도 아니므로…… 적당히 이슬람 국가―성지 메카를 향하고 있다는 시나리오 배경의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한 연출적 장치 정도로 양해해 주십사 합니다.)
열 시간을 달려 사막으로
렌트카 라디오에서 시원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KPC가 고심한 플레이리스트죠. 음악 덕분인지 건조하고 더운 바람도 한결 선선하게 느껴지네요.
두 사람은 리야드에서 막 나오는 참입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새하얗거나 모랫빛으로 칠한 건물 벽들, 리야드와 맞닿은 디리야의 세계 최대 진흙 벽돌 도시 앗 투라이프, 대도시 리야드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킹덤 센터의 통유리창이 따가운 햇빛에 번쩍이는 것까지 착실하게 눈에 담았습니다. 이곳의 볕은 한층 날것인 듯한 느낌이어서, 떠나온 곳과 똑같이 내리쬔다고 해도 손끝에 다가서는 감각부터 다른 것 같았죠.
영어나 뜨문뜨문 배워온 아랍어로 더듬더듬 이곳, 리야드의 외곽 주유소 직원에게 기름을 가득 넣어 달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제 지금부터 그 볕을 내내 뚫고 지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서남아시아 여행 마지막 목적지는 이슬람의 성지 메카인데, 이곳까지 가려거든 10시간 동안 룹 알 할리 사막을 횡단하여 꼬박 달려야 하니까요. 10시간 내내 변모하는 사막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이지만, 글쎄요, 나눠서 운전을 한다고 해도 피로할 게 뻔합니다. 메카에 도착하면 완전히 기진맥진이 되겠는걸요.
와중에 KPC는 직원이 주유를 시작하는 것을 보고서 의자 등받이에 푹 기대더니 에어컨의 바람을 조금 더 약하게 조정했습니다. 선크림을 아무리 덕지덕지 발랐대도 떠나오기 전보다 확실히 혈색 좋게 그을린 얼굴. KPC가 휘파람을 불듯이 탄산음료 캔을 따고는 몇 모금 음료수를 마신 뒤 불쑥 말했습니다. “탐사자, 누가 운전할까. 내기할래?”
이것 참, 한 사람만 피곤하자 이거군요?
*별 건 아니고 어쨌든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운전을 해야 해서 그렇습니다. 달리 시나리오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며(이후 진행 시 KPC/탐사자의 운전할 두 경우 모두 기재했습니다.) 그냥 여행 왔는데 놀면 좋잖아요. 그런 고로 간단히 미니 게임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행운 판정을 한다든가, 롤20의 기능으로 도둑잡기를 한다든가, 동전 던지기 [[1d2]]를 굴린다든가…… 모두 OK입니다. RP를 하며 가볍게, 여행 분위기를 즐겨주세요.
내기가 끝나고 운전자가 결정되기 무섭게 주유도 끝났습니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연료량은 한계까지 꽉 찼습니다. 이젠 정말 지옥의 운전뿐이야……. KPC는 내비게이션―당연히 언어 설정을 모국어로 바꾼―을 만지면서 말합니다. “그래도 말이지, 한 도로만 쭉 타면 되는 거니까 지루할 뿐이고 딱히 가는 길이 어려운 것 같진 않더라.” 말마따나 내비게이션을 보면 80M번 도로를 경유하는 40번 도로를 타면 된다고 나오는군요. “너무 피곤하면 잠깐 차 세워서 눈 붙이지 뭐. 그때 가서 교대해도 되고.” 그는 쉽게도 말하지만 사실 밤의 사막도 볼 기회가 흔치 않죠. 어쨌든 그 광경을 한 번은 마주치게 될 겁니다.
운전석을 내기에서 진 사람에게 돌려주고, 주유소를 떠나는 사이 노래가 세 번쯤 바뀝니다. 혹시 모르니 도로의 시작점에 보이는 마지막 카페에서 화장실도 좀 다녀오고, 군것질거리도 챙겨오고. KPC가 손을 씻으러 간 사이 탐사자는 건과일을 한 봉지 샀습니다.
카페 벽 쪽에 전단지들이 붙어 있네요.
관찰력/교육 성공 시▶ 전단지와 함께 붙어 있는 것은 경고 문구입니다. 40번 도로 부근에서 차가 이탈하는 사고나 오래된 시신이 발견되는 일이 잦다고 하네요. KPC의 말로는 도로를 쭉 따라가면 되니 운전이 어렵다고 하지는 않았는데, 게다가 시신 발견은 별개의 일인가?
관찰력/교육 실패 시▶ 전단지와 함께 붙어 있는 것은 경고 문구입니다. 40번 도로 부근에서 사고가 많이 난다고? KPC의 말로는 도로를 쭉 따라가면 되니 운전이 어렵다고 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카페 직원에게 탐사자가 성공/실패한 위의 사건에 관해 물어보려 한다면 RP로 아래와 같은 정보를 전달해주세요.
- 보신 대로 메카로 가는 도로에서 근래 다량의 사고가 발생하여 경찰이 붙여놓을 것을 권고했다. 요즘 좀 흉흉한 소식이 많이 들린다지만,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아닌 것 같으니 괜찮지 않을까 한다.
- 차가 도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사실 쉽게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사막의 편편한 지대에 놓은 도로라 지반이 약한 것도 아니고, 커다란 동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 게다가 근처에서 발견된 시신들에 대해서는 경찰도 범죄에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 모쪼록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 무탈한 여행 되시기를 바란다. 사막의 신기루에 홀리지 말고.
그러며 직원이 카운터에서 일을 보거든 한쪽에서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손님 하나가 탐사자에게 흘끔, 시선을 줍니다. 그는 대뜸 탐사자에게 말을 걸며 “그 도로로 가려면 멀미약을 사는 게 좋을 텐데.” 말합니다. 카페 안에 잡상인이 있어도 되나…… 의심스럽게 생각할 때쯤 그가 주머니에서 무엇을 꺼내 건넵니다. “자네 멀미를 할 게야.”
정신력 성공 시▶ 뭔지 몰라도 그냥 빨리 사 주고 나가는 게 덜 성가시겠습니다.
정신력 실패 시▶ 그 말 직후 일순 어지럼증이 찾아듭니다. ……뭐지? 차에 타기도 전인데 말이죠.
“차에 타기 전에 먹게.” 남자는 탐사자가 알약을 먹을 때까지 끈질기게 쳐다봅니다. 먹고 나면 손을 내밀며 50리얄 정도를 요구합니다. (*재력 실패해도 그냥 주고 갑니다.) 그는 킥킥, 큭큭, 킥, 별안간 기분 나쁘게 웃으며 문을 열더니 “순례자라면 무릇 사막을 걸어야지.” 중얼거리고 바깥으로 나가 사라집니다.
*사교도입니다. 이 남자는 이미 사막에서 발생하는 자살 사건이 로이고르의 의식 탓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로이고르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전형적 사교도로, 본래는 클라우 웁 퐁(크툴루 신화 대마도서 p. 119)을 알약의 형태로 만들어 시험하려 했으나…… 재료를 잘못 안 탓에 오히려 로이고르의 정신에 접촉하지 못하게 하는 역효과가 나고 말았습니다. 알약은 길르앗의 향유와 호안석, 유향과 아그리모니 풀, 겨우살이를 섞어 만든 것입니다. 먹는다고 해서 이성 수치를 잃지는 않습니다. 끝내주게 맛없습니다.
KPC에게 이 정보를 전달하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이상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며…… KPC답게! 바가지 씌였다며 놀려도 좋습니다.
KPC가 돌아오고 나면 둘은 카페에서 나옵니다. 한 사람은 운전석에, 한 사람은 조수석에. (물론 뒷좌석에 타도 됩니다.) 지금이 오후 4시를 조금 넘겼으니 날이 계속 맑으면 일몰하는 사막 역시 차를 탄 채로 볼 수 있겠습니다. 햇빛이 노랗게 테를 두른 채 짙어지는 가운데, 쭉 뻗은 도로로 차가 막힐 것 없이 달립니다.
*적당히 RP를 하며 다음 파트로 넘겨주세요. 최대한 시시껄렁하고도 즐거운 분위기를 잃지 말고…… 나중 가면 우울증에 찌든 RP를 해야 하니까 여기서 많이 즐겨두시는 게 좋습니다…….
순례하는 자와 기도하는 자와 허리 구부려 예배하는 자를 위해 나의 집을 신성케 했노라*
(*이슬람 성경 ‘꾸란 القرآن ’ 중)
리야드를 떠나온 지 두 시간이 조금 넘은 때. 해가 서쪽으로 흐르듯이 넘어가는 가운데, 한 지점을 넘겼다는 것은 오직 표지판으로만 알 수 있었습니다. 세상이 다 다르고도 비슷한 모양인지라 사막 초입의 도로는 꼭 미국 서부의 황야 위에 놓인 차도를 보는 듯합니다. 군것질거리도 어느새 다 떨어져가고, 운전석/조수석에 앉은 KPC는 어느 순간부터 말이 없어 무료한 표정입니다.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은 피멍이 든 것 같고……, 모래 위로 드리우는 그림자가 불온하게 짙은 색을 띨 때.
정신력 성공 시▶ (탐사자가 운전자일 시) 잠시 도로가 뻗친 앞의 시야 사이로 아뜩한 감각을 느꼈습니다. 송곳이 뇌리로 파고드는 듯한, 그러나 어디에도 날카로운 것은 없었으니 그건 그저 착각이겠지요. / (탐사자가 탑승자일 시) 잠시 차창 밖을 보던 시야 사이로 아뜩한 감각을 느꼈습니다. 송곳이 뇌리로 파고드는 듯한, 그러나 어디에도 날카로운 것은 없었으니 그건 그저 착각이겠지요.
정신력 실패 시▶ (탐사자가 운전자일 시) 잠시 도로가 뻗친 앞의 시야 사이로 아뜩한 감각을 느꼈습니다. 송곳이 뇌리를 파고들어 헤집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차체가 불안하게 흔들립니다. 아니, 흔들리고 있는 게 맞나요? / (탐사자가 탑승자일 시) 잠시 차창 밖을 보던 시야 사이로 아뜩한 감각을 느꼈습니다. 송곳이 뇌리를 파고들어 헤집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저 멀리서 사막이 달려오는 것 같았어요. 아니, 정말로 달려드는 것은…….
*KPC도 여기서 함께 판정합니다. 성패는 상관없습니다. KPC는 탐사자와 달리 로이고르의 의식 가장자리에 접촉하며 처음, 끔찍한 우울의 기미를 느낍니다. 이하의 충동적인 행위의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탐사자가 운전자일 시) 불현듯 KPC의 손이 조수석에서 튀어나옵니다. 탐사자가 반응할 새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핸들을 홱 꺾은 그가 당신의 팔을 우악스럽게 내칩니다. 차가 반 바퀴를 요란스럽게 꺾으며 모래밭을 향해 맹렬하게 돌아갑니다. (SANC 0/1) KPC는 탐사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이 자식 뭐하는 거죠 지금? 욕을 씹어 뱉든 말든 탐사자가 딱 그러고 싶은 심정이든 아니든…… 간신히 브레이크를 밟아 멈춘 차 안에서 KPC가 뛰쳐나갑니다. 저 치의 갑작스런 기행을 막는 게 좋겠습니다! 어쨌든 당신의 동행인이잖아요. 이번 여행의.
(탐사자가 탑승자일 시) 불현듯 KPC가 핸들을 홱 꺾습니다. 부딪칠 만한 것은 어디에도 없지만 그게 문제입니다. 차체는 저 혼자만의 힘으로 극심하게 흔들려 한쪽으로 쏠립니다. 차가 반 바퀴 요란스럽게 꺾이며 모래밭을 향해 맹렬하게 돌아가나, 멈추지 않습니다. (SANC 0/1) 미친, 이 자식 뭐하는 거죠, 지금? 탐사자가 욕을 씹어 뱉든 말든 딱 그런 심정이든 아니든…… KPC가 모는 차는 도로를 이탈해 사막으로 달려갑니다. 그가 한계까지 액셀을 밟습니다. 뭐가 튀어나오든 이 기행을 막는 게 좋겠습니다! 어쨌든 당신의 동행인이잖아요. 이번 여행의.
*탐사자가 운전자일 시 차로 따라잡으면 OK(이때는 탐사자가 자동차 운전 기능으로 따라잡아야 합니다), 탐사자가 탑승자일 시 전투가 시작됩니다. KPC가 운전자일 시 페널티 주사위를 하나 받고, 탐사자를 공격하지는 않습니다만 메타적으로 차를 거칠게 몰고 있으니 탐사자가 다칠 수 있다~ 는 느낌으로 전투 페이즈를 진행해주세요. KPC는 돌연 강력한 자살사고에 사로잡힌 상태이나, 그가 운전자일 시 다행인 점은 이 사막에 콱 차를 박을 만한 데가 없다는 것이겠습니다…… 뭐 박을 만한 데가 없어도 언덕 위로 올라가서 높은 경사에서 몇 번 구르면 되지 않을까? 라고 KPC는 생각하고 있긴 합니다. 실제로 그러면 죽긴 하겠네요. 전투를 다 할 필요는 없고 KPC의 HP가 3 이상 깎일 시 고꾸라지고 운전석에서 떨어져 나가 걷기 시작했다~ 라고 해주시면 됩니다. 가오를 지키고 싶다면 탐사자를 좀 더 패도 좋습니다. 성향에 따라 편하게 진행해주세요.
탐사자가 운전자일 시에는 원한다면 (정말 이걸 원하시는 KP분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만) 추격을 진행해주셔도 됩니다. 따라잡은 다음 전투로 들어가도 OK입니다. 마찬가지로 KPC의 성향(공격적인 정도)에 따라 편히 진행해주세요. 요점은 이 자식 미쳤나←라는 인상을 강력하게 심어주는 것입니다…….
딱 봐도 제정신인 눈빛이 아닙니다. 차를 등지고, KPC는 도로가 아닌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탐사자가 붙잡거나 말을 걸면 뿌리치거나 무시합니다. 그가 렌트카를 내버려두고 걷고 있으나, 차를 타고 더 사막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므로 탐사자는 그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KPC를 따라가야만 합니다.
한참의 걸음.
그 사이 해가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오렌지빛 석양이 선명하게 붉은색으로 번졌습니다. 피 칠갑인 사람의 피부에다 한 겹의 핏물을 더 문지르는 것처럼. 그렇다면 이 사막의 하늘은 시체의 피부란 말입니까. 고작 그딴 묘사를 떠올렸을 때 KPC가 엎어졌습니다. 그는 모래 위에 머리를 박고 한참 동안 죽고 싶은 사람처럼, 혹은 이미 죽어버린 사람처럼 꼴사납게 나자빠져 있었습니다…… 기도라도 하듯이! 무슨 빌어먹을 예배를 드린답시고!
*우울증 RP 시작입니다……. 가급적 평소에는 우울할 만한 과거나 심리가 있어도 티를 내지 않던 KPC라면 이 부분이 용이하겠습니다만, 전혀 우울하기 않을 만한 캐릭터가 나 죽고 싶어…… 하는 것도 제법 시나리오 취지에 맞습니다. 탐사자가 이해하지 못할 RP를 해주시고, 정신분석 기능을 사용하도록 해주세요. 물론 소용없습니다! 이때를 이용해 탐사자에게 하지 않았을 말(과거 고백, 고해성사, 우울 심리 발사, 탐사자한테 상처 주기 등)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엔딩 분기의 RP를 위한 빌드업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습니다.
짜증스러움을 넘어 막막함까지 부닥쳤을 때 탐사자의 눈에 문득 보이는, KPC의 너머에 있는 것은……
사원에 가는 것을 방해하는 자와 그 안에서 신성함을 불결케 하는 자는 그들로 하여금 고통의 징벌을 맛보게 하리라*
(*이슬람 성경 ‘꾸란 القرآن ’ 중)
사람입니다. 덩치 큰 사람들의 그림자가 멀리에 모여 있었습니다. 밤이 내리기 직전이어 어두워진 사위 때문에 잘 보이지 않기는 하지만, 낙타나 선인장의 그림자는 아닙니다. 분명 사람이에요.
탐사자가 사람이 있다고 가리키면 KPC는 느리게 고개를 듭니다. 그는 말없이, 얼이 빠진 옆얼굴을 하고서 그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합니다. 휘적거리는 걸음으로, 비틀거리며 모래 위의 발자국을 남기면서. 저들에게 도달하고 나면 꼭 죽여 달라고 부탁이라도 할 인간 같습니다. 그가 방금 보인 이해할 수 없는 절망은 질환에 가까운 결입니다. 탐사자는 자꾸만 사막으로 향해 가는 KPC의 등을 다시 따릅니다. 시시각각 하늘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에 저만치에 있는 그림자들도 점점 검어지는 사막에 동화되어 가는 것 같았습니다.
*멀리서 그들을 본다면 관찰력 판정이 필요합니다. 가급적이면 그냥 가까이 갈 수 있도록 KPC의 움직임으로 유도해주세요. 관찰력 판정을 요구할 시, 아래의 지문을 적당히 멀리서 본 것으로 개변해주시면 됩니다. 멀리서 봤지만 이성 판정은 그대로 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하나 더. 탐사자는 저들이 있는 곳에 모래에 구덩이처럼 묻힌 동굴의 입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낮의 열기가 식은 건조한 바람 사이로 점점 기이한 냄새가 스며들었습니다. 이제 보니 서 있는 그림자들 발아래에는 누워 있는 그림자들도 있습니다. 더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위험한 직감이.
그때,
침엽수의 나뭇결처럼 거친 피부,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거대한 눈자위를 가지고, 그들이 우리를 돌아봅니다. 짐승의 것처럼 펄럭거리는 귀로, 비쩍 마른 몸으로. 손톱과 발톱이 기이하게 길고 날카로운 몰골로. (SANC 0/1d6) 뿐만 아니라 그들의 발치에 있는 것들은 그들과 똑같은 시체입니다. 아.
*모래 부족(룰북 p.289)입니다. 사막의 동굴에서 살며 위대한 옛 것을 섬기나, 그들 역시 이곳에 잠든 로이고르의 정신에 접촉하여 제정신이 아닌 상태입니다.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몰골을 가진 그들은 일제히 떨고 있었습니다. 아니, 겁을 먹을 만한 건 우리―혹은 KPC를 제외한 탐사자 쪽인데, 왜 저쪽이 쫄고 난리랍니까. 그러나 기묘한 공기 사이에서 바람이 불 때 KPC가 다시 한 번 그들처럼 크게 몸을 떨었기 때문에 탐사자는 이제야말로 예감할 수 있습니다, 저들도 같다. 저들―사람이 아닌 저것들도 감당하지 못할 좌절이 여기에 있습니다. 오로지 탐사자만을 제외하고!
귀신 혹은 짐승 같은 이들이 달아납니다.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쫓을 생각도 들지 않는군요.
검은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동굴 앞에 선 KPC가 문득 중얼거립니다. “죽어버리는 게 낫겠어.”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다행이지. 성지를 앞에 두고 죽을 수 있다는 건.” 숭고한 순례자처럼. 당신이 그런 인간이긴 했습니까? 대체 언제부터?
*잠깐 RP해주셔도 좋습니다. KPC가 조사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으나 적당히 탐사자가 조사를 마치기 전까지는 떠나지 않을 것임을 플레이어분께 미리 알려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조사 파트는 보다 명백하게 탐사자가 진상의 정체를 알게 하기 위함이나, RP에 치중하고 싶다면 생략해주셔도 됩니다.
KPC가 마주하고 있는 동굴 안은 어둡습니다. 그나마 이곳의 별빛이 파리하게 안쪽 어드메까지를 비추고 있으니 살펴볼 수는 있겠습니다만.
탐사자는 동굴 안 석판, 벽화, 뼈 더미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 석판
이끼조차 끼지 않는 사막의 돌 위로 무언가 새겨졌습니다. 이집트식 상형문자보다 오히려 직관적인 그림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자료조사 성공 시▶ 그림의 나열이 의미하는 바가 대강 짐작됩니다. 주된 정서는 절망입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삶에 대한 유서라고 해도 좋겠죠. 말미에 ‘패배’ 혹은 ‘굴복’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그림이 몇 보입니다. 불가항력적인 것에 의해 꺾였다는 것처럼요.
자료조사 실패 시▶ 그림의 나열이 의미하는 바가 대강 짐작됩니다. 주된 정서는 절망입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삶에 대한 유서라고 해도 좋겠죠. - 벽화
석판이 세워진 한쪽 벽에 그려진 벽화입니다. 붉은 물감으로 칠한 듯한데 검게 말라붙은 것을 보아하니 이거, 피네요. (SANC 0/1) 벽화는 언뜻 본 석판의 그림들보다도 더 구체적인 모양을 띱니다. 거대한 파충류가 사구 아래에 있고, 그 위를 걸어가는 낙타와 사람들이 모두 경배를 하듯 엎드리고 있네요. - 뼈 더미
백골입니다. 그러고 보면 40번 도로를 타기 전 들렀던 카페에서 직원이 말했었죠. 차가 이탈하고, 시신이 발견된다…….
관찰력 성공 시▶ 누군가 훼손해놓은 모양은 아닙니다. 평온해 보일 정도죠. 사람의 것이 아니라 방금 봤던 짐승인지 뭔지 모를 존재들의 것과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뿐만 이렇게 죽었다는 게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관찰력 실패 시▶ 누군가 훼손해놓은 모양은 아닙니다. 평온해 보일 정도죠.
백골 더미 사이에 KPC가 쑥 손을 집어넣은 것은 다음 순간이었습니다. 언제 곁에 왔는지도 몰랐는데. 그는 대번에 검게 말라붙다 못해 바스라진 핏자국이 녹슨 듯 남아 있는 단도를 들어 스스로를 찌르려 듭니다.
*민첩이나 전투 기능 등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막지 못하면 KPC는 그대로 HP -5. 탐사자가 막으려는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복부를, 막으려 했을 때에는 목을 스쳤다는 등 자살에 성공하지 못할 만한 부위에 상처를 내주시면 됩니다……. 이후 RP가 감당이 되지 않을 경우! 바로 다음으로 진행해 주시고…… RP를 좀 하고 싶을 경우에는 RP 이후 진행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피가 창백한 모래 위로 쏟아집니다. 죽고자 하는 것이 이 사막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이라 해도, 탐사자는 여전히 그의 절망 바깥에 있습니다. KPC를 이해한 적은 있나요? 오, 아뇨. 질문을 바꿉시다. 저딴 우울을, 사람 성가시게 만드는 모든 무거운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겁니까?
KPC가 느리게 일어납니다. 그는 기어서라도 사막 끝까지 가겠다는 듯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그의 상처에서 발자국처럼 피가 자꾸 떨어집니다.
이 모래구덩이만큼 괜찮은 무덤도 없을 거야**
(**신경림, ‘나를 잡아, 나를 놔’ 중 구절 변용―원 시구 ‘이 도시만큼 괜찮은 무덤도 없을 거야’, 시집 『침대를 타고 달렸어』 수록, 민음사)
……그러고도 대체 얼마나 걸은 걸까요. 낮의 열기는 간 데 없이 밤의 사막은 냉담합니다. 차게 식은 모래 위로 발자국을 남겨도 바람이 쓸고 지나가면 마치 파도가 흔적을 순식간에 지워버린 것처럼 우리가 있었다는 증명도 사라지는 듯합니다. 달빛에 신기루가 보일 턱 없는데 KPC는 내내 없는 오아시스를 향해 가는 것처럼 걸었습니다. 지혈하지 못한 환부에서 피가 떨어져도 그가 계속해서 탐사자를 뿌리쳤으므로 탐사자는 그의 상처에 처치조차 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사는 것이 본래 그런 걸지도 모르죠. 나의 상처는 나의 것. 당신의 상처는 당신의 것. 우리는 누구에게도 침범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와 당신의 집합일 뿐이죠. KPC가 헛숨을 쉬며 고백합니다.
“못 견디겠어.”
“왜 이렇게 떠나버리고 싶지? 난 여행을 온 건데.”
“잊지 않았어. 잊지 않았다고.”
“그런데 이제는 죽을 자리를 찾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넌 날 이해할 수 없을 거야. 늘 그래왔던 걸 알아.”
“그러니까…… 이 모래구덩이만큼 괜찮은 무덤도 없을 거야. 그렇지?”
그렇습니다. 우리는 여행을 왔죠. 낮에 희한한 멀미약을 넘겨줬었던 이가 말했습니다. 순례자라면 무릇 사막을 걸어야지.
그런데 당신은 순례자입니까? 우린 고작 관광객일 뿐이라고요. 숭고하거나 비장한 신앙의 아름다움 따위는 모르는 채로 반짝이는 것이나 보며 감탄하려고 온 사람들이라고요.
그러니 이제는 들어야겠습니다. 나와 당신이 우리가 되지 못한 결국 나와 당신, 그뿐이라도. 당신은 내 동행인이니까. 여기까지 같이 왔고 같이 돌아갈 거니까. 대체 왜 이곳을 무덤으로 삼았는지. 그러지 않을 수는 없는지.
*엔딩 분기입니다. 가능한 이 파트의 RP에서 KPC가 가져왔던 우울한…… 불우한 설정을 탐사자에게 고백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 하나쯤은 인생에 있기 마련이고, 그게 어느 순간에는 무척 거대해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로이고르의 의식은 그냥 부근을 지나치는 여행자를 우울에 머무르게 할 뿐, 결국 사막을 떠나려거든 KPC와 탐사자의 결심이 있어야 할 겁니다.
정신분석 기능은 플레이어분이 원한다면 성공할 때까지 시도해주셔도 됩니다. 대인 기능이나 RP로 승부해도 상관없습니다. 원한다면 불가해한 우울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걸 믿게 하는 이야기를 마음껏 만들어주세요. 이리 하여 탐사자가 KPC에의 설득에 성공, 함께 사막을 떠날 경우에는 Ending 1, 탐사자가 설득을 포기하고 홀로 사막을 떠날 경우 Ending 2, 탐사자가 KPC와 사막에 남기로 할 경우 Ending 3으로 진행해주시면 됩니다.
엔딩
1. 탐사자가 KPC에의 설득에 성공, 함께 사막을 떠날 경우
(기능치로 설득하는 것에 실패했으나 RP로 무마, 함께 사막을 떠나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순례자가 아니라고.
사막을 땀 뻘뻘 흘리며 걸을 필요도, 고행을 넘어 성지를 마지막 목적지로 둘 이유도 없다고.
우리가 돌아갈 곳은 집이니까요. 이 먼 나라가 아니라 오래 익숙해온 집 말입니다. 지긋지긋하고 편안한.
KPC가 고개를 숙입니다. 이제야 통증이 돌아오는 것처럼 이를 악물었다가, 손을 내밀면…… 탐사자는 불현듯 밝아오는 빛을 봅니다. 다른 게 아니라 정말 그랬습니다. 동이 터 오고 있는 겁니다.
……
둘은 차가 있는 곳으로, 반대편으로 한참 걸어 돌아갑니다. 아침을 향해서.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든 사막을 헤매다 성지로 가고 나면 이곳을 떠날 것입니다. 모든 낯선 것들을 뒤로 하고 귀환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끝내 돌아온 곳에는 지겹도록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더라도 그렇습니다.
그건 모두가 아는 법칙입니다. 여행의 결말은 돌아오는 것.
Ending 1. 여행의 끝
탐사자, KPC 생환.
2. 탐사자가 KPC에의 설득에 실패, 홀로 사막을 떠나고자 할 경우
(중도에 KPC를 두고 떠났을 경우에는 이 엔딩을 개변해주세요.)
나와 당신이 우리가 되지 못한 결국 나와 당신, 그뿐이라서. 오 그것 참 빌어먹게도, 이게 다 죽기 위해 돌아온 길이라는 겁니다.
몰이해가 낳은 비극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KPC가 향했던 곳과 탐사자가 향했던 곳이 같다 믿었건만 사실 달랐던 것뿐이죠.
불현듯 밝아오는 빛이…… 별이 희미해지는 새벽이 옵니다. 이 다음은 분명히 아침입니다. 그런데 하나도 희망적이라고 여겨지지가 않습니다.
……
무정한 당신을 두고 내가 무정하게 떠납니다. 왔던 길을 반대로 짚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그건 후회의 방식과 지독하게 닮았습니다.
성스러운 길 따위 이 삭막한 모래 더미 위 어디에도 없으므로 실은 누구도 순례자가 아닐지 모르죠. 당신과 나 둘 중 누구도 성지에 가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나무처럼 천천히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뇨, 착각이죠. 들릴 만한 거리에 당신이 없으니까.
그러니 묻고 싶은 건 하나입니다…… 사막이 아름답다고 대체 누가 말하던가요?
Ending 2. 멀리에서 도르래 소리가 들려
탐사자 생환, KPC 로스트
3. 탐사자가 KPC와 함께 사막에 남을 경우
KPC는 녹슨 칼을 아직까지 쥐고 있습니다. “나를 이해해?” 표정 없는 얼굴로 그렇게 물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이해하느냐고 묻고 있지만, 글쎄요, 사실 그가 바라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공감일지도 모릅니다. 둘은 엄연히 별개의 사항입니다. 어쩌면 후자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짓이지요. 그런데 사람이란 게 그렇습니다. 한쪽이 축 젖어 늘어지면 손을 놓지 않는 다른 한쪽도 결국 따라 젖고 마는 법이라고요.
사막은 우물을 품고 있어 아름답다고 하던가요. 우리는 신의 계시처럼 이곳에 왔습니다, 아뇨, 그런 수식은 전부 집어치웁시다. 이렇듯 사사로운 행방이 순례자의 것일 리 없습니다. 우리는 성지에 가지 못했고, 그러므로 순례자가 아닙니다.
KPC의 머리 뒤로 별빛이 희미해지고 있었습니다. 새벽이 오고 이 다음에는 아침이 옵니다.
“같이 가자…….” KPC가 나지막하게 말했습니다. 번뜩일 리 없는 날이 한 번 빛을 발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오는, 영원한 사막의 밤.
Ending 3. 마른 우물 바닥을 내려다보며
탐사자, KPC 로스트?
추천 BGM
KARDI - Havin' a Good Time :: https://www.youtube.com/watch?v=zVBjjYHfImo (열 시간을 달려 사막으로)
Revenge of Others :: https://www.youtube.com/watch?v=Vtb2r-z6Fv0 (순례하는 자와 기도하는 자와 허리 구부려 예배하는 자를 위해 나의 집을 신성케 했노라)
Flower Face - Ain't no sunshine :: https://www.youtube.com/watch?v=0JrLANaPlaU (사원에 가는 것을 방해하는 자와 그 안에서 신성함을 불결케 하는 자는 그들로 하여금 고통의 징벌을 맛보게 하리라)
Skott - Hail Mary (Hailstorm version) :: https://www.youtube.com/watch?v=bB4-IHtgv7A (이 모래구덩이만큼 괜찮은 무덤도 없을 거야)
알레프(ALEPH) - 자유(Freedom) :: https://www.youtube.com/watch?v=sJ1anaUAvBw (엔딩 1)
EDEN - Wake Up :: https://www.youtube.com/watch?v=Z47pGUpMy-E (엔딩 2)
Ghostly Kisses - Lydian :: https://www.youtube.com/watch?v=P6WceQdjrss (엔딩 3)
플레이하신 뒤 여유가 있으시다면 작성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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