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치지 않는 아상블라주

2025. 1. 17. 11:13CoC 1:1

그때 네가 돌아보았다. 너를 마주하지 않고도 나는 네가 등에 불이 붙은 사람처럼 뒤를 돌아보았다고 느낀다. 알지 못하고 느낀다는 말은 이상하지. 너는 말했다, “망하거나 망하지 않거나 계속해야 한다는 건 끔찍해.” 나는 네 말을 주의 깊게 듣거나 혹은 집중하지 못했다. 네 말대로 이 통화는 그것과 상관없이 계속된다. 단순히 끊어내지 않았기 때문에.
네가 말했다. 등에 불이 붙거나 벼락이 떨어진 사람처럼, 타고 있는 사람처럼, “이제 말해줘. 정확하게 말해야 해.”
“정확한 건 언제나 어려우니까.”

 

 

@jiro__C님이 제작해주신 카드입니다.

 

 

 

 

개요

 

자정을 한 시간 조금 넘게 앞둔 밤입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KPC에게서입니다.

일생 끝에 겪을 죽음을 연습하듯 잠에 들어야 할 시간에 마주하지 않고 하는 대화란 겸연쩍은 법이어서, 전화를 받고도 잠시간 침묵.

KPC는 입을 엽니다. 그때 그가 돌아본 것 같았습니다. 탐사자는 KPC가 그때에 등에 불이 붙은 사람처럼 뒤를 돌아본 것 같다고 느낍니다.

알지 못하고도 느낀다는 말은 이상하지요. 바라보지 않고 말을 나누는 것처럼.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1:1 타이만 시나리오

인원 : PC 1인+KPC 1인

배경 : 전화가 가능한 모든 시대

(공중전화, 무전, 모든 '대면하지 않는' 방식의 실시간 연락 수단 가능.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 나온 마법 일기장 같은 경우도 가능합니다….)

플레이 난이도 : 낮음

키퍼링 난이도 : 중간

(비밀 다이스 기능 사용)

권장 기능 : 듣기(관찰력으로 대체 가능), 심리학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연관되어 금전 거래가 오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세션카드에 한해 커미션 및 금전 거래를 허용합니다. 

※ 키퍼링 해주실 분을 따로 두고, KPC 역할을 하는 PC를 포함한 PC 2인으로의 개변이 가능합니다. KPC 역할의 PC를 플레이하시는 플레이어 분께서 키퍼가 알고 있는 정보를 숙지하고 계실 필요는 없습니다. 시나리오 본문 내 주의사항을 읽으신 뒤 이 사항에 대해 자율적으로 결정해주시면 됩니다.

※ KPC와 PC의 백스토리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권장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개변하여 플레이해주세요. 이에 대한 문의는 송구하오나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 테스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시나리오 하단에 플레이 타임 수집 폼이 있습니다. 플레이를 하셨을 시 평균 플레이 타임 명시와 이외 더 나은 방향으로의 수정을 위해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평소 KPC에 대한 PC의 생각, 함께 겪은 경험에 대한 심정, PC의 입으로 듣는 관계 정립 등이 궁금했던 페어라면 재미있게 다녀오실 수 있을지도요. (그런데: 대화 잘 안 함=OK, 그러나 대화를 너무 안 해서 의미심장한 소리하면 "발 닦고 자라…" 하고 바로 끊는 페어=NG입니다….)

※ 본 시나리오는 대화로만 진행되는 간단한 세션 진행을 고민하다 쓰였습니다. RP에 부디 부담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 본 시나리오에는 치사에 가까운 폭행, 상해와 유사 인체 실험(진상에만 잠깐 등장합니다.)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크툴루의 부름 내 신화 및 신화생물의 특성치에 대한 독자적 해석 및 변형을 포함합니다.

※ 본 시나리오에 대한 공계에서의 무례한 언행, 스포일러성 혹은 자작 발언의 발견 등 불미스러운 일의 발생 시 즉시 비공개 처리됩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 외 문의는 @henceihateu의 DM이나 최하단의 폼으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GM이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변명하자면 이 미고(룰북 p. 290)도 그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진짜라니까요? 이 유고스에서 온 균체들은 보통 니알라토텝과 슈브 니구라스를 동시에 섬기곤 하기 때문에, 지구에 있는 그들의 신도이자 사교 집단과의 교류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이미 아득히 벗어난 이들이 폭력 사태를 일으키는 것은 다반사요, 거기에 선량한―혹은 선량하지 않아도 전혀 신화와 상관이 없는― 행인이 휘말리는 것도 우연하지만 꽤 자주 있는 일이죠. 미고는 사교 집단과의 교류가 끝난 뒤 현장에서 스르륵 빠져나간 이들의 자리에 (대충 이렇게 저렇게 폭행과 각종 모독적인 신체 훼손을 당한 묘사를 포함하여) 심각한 부상을 입고 널브러져 있는 KPC를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의 불의의 희생양은 KPC라는 겁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금 까딱하면 죽을 것 같은 상태의 KPC를 발견한 미고가 퍽 동정심 많고 비교적 '인간적인' 사고 방식을 가졌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는 사교 집단의 폭력 사태에 불행하고 무고하게 휘말린 KPC를 제대로 고쳐 돌려보내주고 싶어 합니다. 그러니 문제라면 오로지 KPC의 상태에 있겠군요. 치명적인 상해를 입은 것은 차치하고 머리가 손상되었으니까요. 우리의 발명왕 호기심 많은 과학자 미고가 뚝딱뚝딱 KPC를 가사 상태로 정지시켜두고 (네?) 뇌를 끄집어내서 (네?) 살펴봤을 때, KPC의 '메모리'에는 탐사자와, 탐사자가 포함된 경험에 대한 기억이 모조리 날아가 있었습니다. 음, 이거 어떡하지?

그러나 말인즉 다른 메모리는 그대로군요. 미고는 KPC의 기억을 뒤적뒤적 뒤져서 그 경험들에 대한 유일한 '다른 메모리'를 가지고 있는 탐사자의 연락처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는 얼렁뚱땅 전화를 걸었죠. 네, 탐사자와의 대화를 토대로 기억을 복구하려고요.

진상은 이게 전부입니다. 스펙터클한 사건은 없고, 복기를 위한 밤중의 대화 시간만이 필요할 뿐이죠. 하지만 사람은 기억으로 이루어진다던데. 이제 당신의 언어로 하여금 그를 이루는 것들이 재건됩니다. 정확하게 말해야 합니다, 탐사자. 정확한 건 언제나 어렵지만.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의 모든 대사는 KPC의 성격에 맞게 변용…… 안 하셔도 됩니다. 오히려 약간 어색하거나 기이한 편이 시나리오에 맞지 않을까 하지만, 미고가 나머지 뇌의 메모리를 잘 활용했을 수도 있죠. 편하게 진행해주세요.

2인 세션으로 진행할 경우 KPC 역할을 맡은 PC분에게는 방안이 둘 있습니다. 하나, KP분께서 인세인 비밀 사명처럼 세션 들어갔을 때 짜잔~ 하고 진상을 전달해주신 다음 해당 PL이 PC를 따라하는 미고로 플레이하는 방법. 둘, KP분의 해당 PC 흉내 RP를 구경하되 이벤트 구간마다 비밀 다이스로 건강 판정을 하여 성공 시 해당 PC로 잠깐씩만 직접 RP하는 방법. 두 쪽 다 장단점이 있을 것 같으니 이 부분도 성향에 따라 편하신 대로 진행해주십사 합니다.

사실상 엔딩 및 KPC의 무사 생환은 RP와 상관없이 미고의 지능 및 지능 판정으로 결정이 납니다! (미고의 시트는 정신력과 지능만 채워주셔도 진행에 무리 없습니다: 지능은 룰북에 적힌 특성치대로 (2D6+6)*5로 설정해주시면 되겠네요.) 하지만 유고스에서 온 수수께끼의 과학자들을 믿는다면, RP를 충분히 즐겨주신 뒤 비밀 다이스 판정 없이 KPC를 잘 돌려보내주셔도 OK. 애초에 이 시나리오는 RP를 위해 쓰인 거고, 밤중의 전화는 취중 대화만큼 진솔해질 수 있는 법이잖아요…… 부디 탐사자―어떤 관계든―와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빕니다.

본문 내 파트에 붙인 소제목들은 그냥 단락 구분을 위해 붙여놓은 것입니다. 언급/송출 안 해주셔도 됩니다!)

 

 

 

 

 

 

 

 그때 네가 돌아보았다, 등에 불이 붙거나 벼락이 떨어진 사람처럼

 

 

 

자정을 한 시간 조금 넘게 앞둔 밤입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KPC에게서입니다.

*KPC가 자주 PC에게 연락을 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일상적이라거나 이상한 일이라거나 하는 서술을 추가해주시면 됩니다. (사실 연락을 자주 하면 이 시나리오를 가자고 하지 않으실 것 같지만요….)

일생 끝에 겪을 죽음을 연습하듯 잠에 들어야 할 시간에 마주하지 않고 하는 대화란 겸연쩍은 법이어서, 전화를 받고도 잠시간 침묵이 흐릅니다. 이는 KPC가 전화를 걸고도 건 사람답지 않게 마찬가지로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듣기 성공 시▶ KPC는 밖인가 봅니다. 실내에서 울리는 소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 지직, 직…… 노이즈 같은 소리? (SANC 0/1)

*미고의 특수 능력, 최면입니다. 실은 미고가 탐사자에게 능력을 쓰려고 한 게 아니라…… 지구의 생물은 낼 수 없는 초고주파와 초저주파를 섞인 소리인 탓에 정신에도 잠깐 영향이 오는 것에 가깝습니다. 미고가 KPC의 음성과 같은 소리를 내기 위해 주파수를 맞추기 위한 작업을 한 셈입니다. 

듣기 실패 시▶ KPC는 밖인가 봐요. 실내에서 울리는 소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정확히 인지할 수 없는 얕은 소음도 함께 섞여 들려오는군요. 노이즈 같은…… 혹은 그냥 스치는 바람 소리라거나요.

 

흐트러지지도 않고 타오르는 불길 같은 묵음을 유배의 시간처럼 흘려보내고, 별안간 KPC가 억양 하나 없는 기이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날 믿어?” 이래서야 불신을 돈 주고 사는 꼴이죠. 탐사자가 무어라고 말하든, KPC는 이어 말합니다. 언제 술 취한 마냥 벼락 같은 물음을 꺼내놓았냐는 듯.

 

“정확하게 말해줘. 정확한 건 항상 어렵잖아…….” 

 

바라보지 않고 말하는 것은 일견 비겁한 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간극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비겁해진다는 건 손쉽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설령 그게 누구나 아는 진실의 범주라고 하더라도요.

 

 

 

*아래 세 가지의 이벤트는 키퍼 분께서 적당한 때~ 진행이 루즈해질 때~ 뭔가 있어야겠다 싶을 때~ 넣어주시면 됩니다. 이미 대화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딥한 사이다! 분위기 좋다! ←그냥 이벤트 안 넣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따로 이벤트 단락에 제대로 넣은 지문도 없는걸요 뭐……. 미고는 KPC의 음성으로 탐사자와 대화하는 사이 총 [[1d6+2]]번의 지능 판정을 합니다. 이것 역시 정해진 타이밍은 없으나, 'KPC와 탐사자의 기억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얻었을 때'에 집중하여 판정 진행해주시면 몰입이 될 듯합니다. (여담으로 '등에 불이 붙은 사람처럼 돌아보았다'는 표현을 첫머리에 썼는데 사실 발'등'에 불이 붙은 건 미고겠군요…….)

 

 

 

 

 

 EVENT: 알지 못하고 느낀다는 말은 이상해

 *KPC가 깨어납니다. 아니, 분명히 가사 상태로 저 육체를 잠시 정지의 입방체 비슷한 것에다 넣어놨는데 뭐지……. 미고는 혼란스럽습니다. 덕분에 미고의 특수능력이 마구잡이로 날뛰기 시작합니다. KPC(실은 미고)가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탐사자는 대사를 제대로 듣기 위해 반드시 듣기 판정을 진행해야 합니다. 듣기 판정에 실패할 시 “나는 미고입니다.”를 “나…… 미…니, 다.” 처럼 듣게 됩니다. 최대한 수상하게요.

 심리학 판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 이벤트 내에서만 심리학 판정 성공 시 탐사자에게 이거 KPC 아니다! 라는 정보를 전해주세요. 너머에서 진짜 KPC의 신음 소리라든가 아파 죽겠다든가 이게 무슨 짓이냐든가…… 그런 소리를 하게 해주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탐사자의 대혼란을 마주하세요.

 

 

 

 

 EVENT: 끊어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이어지는 것

 *그러고 보니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죠. 탐사자에게 수마가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탐사자가 슬슬 대화를 지루해할 쯤에 넣어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이 이벤트 내 건강 판정을 3번 정도 넣어주신 뒤, 성공 시에는 대화를 그대로 진행하게 해주시되 실패 시에는 [[1d5]]분 정도를 졸아버리게 하거나 탐사자가 헛소리를 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광기랑 비슷한 겁니다. 플레이어분께 둘 중 선택할 권리 정도는 주세요……. 변주를 주거나 건강 판정하는 횟수를 늘리고 싶으실 시 탐사자가 제대로 말을 해도 KPC(사실은 미고)가 개떡같이 알아먹는 것도 웃길 것 같네요. 



 

 

 EVENT: 망하거나 망하지 않았거나 계속해야 한다는 건 끔찍해

 *미고가 메모리에 손을 잘못 댔는지…… 아니면 그냥 너무 생각보다 인간 메모리 복구가 어려워서 좀 실의에 빠졌는지…… 미고는 이걸 그만둘까? 하는 생각에 빠집니다. 인간의 관계에 얽힌 감정을 이해하여 그대로 복구하기 너무 힘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군요. KPC(가짜)를 집어치우고 미고는 직접 이 사태를 말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입니다. 솔직히 그게 빠르잖아요. 아둔한 인간들 고쳐주는 빠른 길 선택하는 게 나도 좋고 탐사자도 좋은 거 아님? 아 집에 가고 싶다.

 하여간 그런 마음으로 미고는 정신력 판정에 실패할 시 KPC의 목소리로 무맥락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합니다. 근데도 전화는 안 끊습니다. (불굴의 진행. 약간 코딩 안 돼서 짜증내는 개발자랑 비슷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탐사자가 끊으면 거기서 끝입니다. 어떻게 잘 마무리해주세요. 

 

 

 

 

*이벤트를 끝내든 대화를 끝내든 하면 적당히 다음 파트 진행으로 세션을 마무리합니다. 경험상 제가 플레이어/탐사자인 경우에는 진상이 안 밝혀지고 끝나는 세션이 늘 속사정이 궁금했던 터라…… 요걸 감안해서 아래 엔딩 파트에서 구구절절 진상을 서술하는 파트를 넣었는데 구질구질 필요없겠다 싶으면 통째로 들어내셔도 됩니다. 어쨌건 제 재료를 편하게 요리해주십쇼.

 

 

 

 


 정확한 건 사실 불가능해, 그래도

 

 

 

이렇듯 대화를 해도 우리는 차마 간극의 너비가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KPC는 알고 있고 탐사자만 모르는 것일지도요. 당신이 짚어볼 수 없는 것들을 대개 당신 너머의 사람도 짚지 못하기를 못되게 빌고 싶어진다 해도요. 가늠할 수 없는 관계의 축이 마음을 감고 떨어지는 밤, 불쑥 걸어온 자정 근처의 전화는 딱 이 정도의 감상만 건네는 것입니다.

“다시.” KPC가 취하지도 않고 얼굴을 덮는 것처럼 잠깐 멀어진 소리로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확히.” 그의 말은 악상의 지시어 같습니다. 뻔히 대화에서 구저분하게도 달려 있어야 할 수식들이 죄 노골적인 단면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으로 정확히’ 그가 묻습니다. 그 음성의 주변에 노이즈가 끼었으므로 마치 불 속에서 말하는 것 같습니다. “너는 내 누구이지?” 그건 KPC 아닌 완전한 타자의 질의 같기도 했습니다. 낯설고 멀리 있을수록 정확한 답을 요구하는 것처럼.

 

*탐사자의 답 파트. KPC의 간단한 반응도 자유입니다. 이건 진짜 KPC일지도 몰라요? 미고일 수도 있고요. 맥거핀으로 남겨둡니다.

 

눈이 감깁니다. 오래도록 피로한 통화도 꺼집니다. 당신은 이제 밤이 아니라 꿈을 걸어야 합니다. 다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엔딩

 

 

 

그렇다면 간밤의 불티로 별안간 날아온 통화에는 이렇게 각주를 붙이기로 하죠.

꿰맨 자국이 남은 것들도 언젠가는 아뭅니다¹

가위질하지 않아도 고쳐지는 것이 있으므로²

꿈속의 그가 뒷모습을 숙이며 떠나고³

꿈 너머 그가 다른 재질로 이루어집니다⁴

_

₁ KPC는 폭력 사태에 휘말렸습니다. 사교도들이 끼어 있었으나 으레 그들의 신분이 연상시키는 제물을 바치는 모독적인 의식 따위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말 그대로 지나가다 휘말린 것뿐이죠. 탐사자는 꿈속에서 수화기 너머의 일들을 마주합니다. 너덜거리는 육신이 길바닥에 버려지고 인파가 사라지고 난 다음까지도.

₂ 그러니까, 꿈은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기이한 것, 벌레 같은 것, 도무지 이 세상 존재 같지 않은 존재가 자비롭게 KPC를 발견합니다. 그가 KPC의 머릿속을 헤집어 공백을 찾아냅니다. 바로 탐사자와 겪었던 것들에 대한 공간입니다. 

₃ KPC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그가 처음에 물었어요, 날 믿어? 어절 사이에 함축된 것은 이런 의미입니다: 당신이 준 정확하지 않은 말로도 그가 완성될 수 있다는 걸 믿어요?

₄ 그가 KPC를 채워놓습니다. 탐사자가 알려준 기억으로. 어쨌든 당신이 알고 있는 그 KPC. 당신과 어떤 시절을 공유하는 그 사람입니다. 주석의 꿈은 거기서 끝이 납니다.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KPC에게서입니다.

그를 마주하게 된 후, 이번 최초의 인사는 탐사자, 당신의 몫입니다. 실은 정확하지 않아도 됩니다.

 

 

Ending. 〈KPC와 탐사자: 마주하는 아상블라주, 표제는 없음.〉

탐사자, KPC 생환.

 

 

 

 

 

 

 

 

 

추천 BGM

taoto - gentle rain :: https://www.youtube.com/watch?v=ekyVgjNJ7F8 
SYML - Where's My Love :: https://www.youtube.com/watch?v=b3LJlZBWI8w 
Cavetown - "Talk To Me" :: https://www.youtube.com/watch?v=PHV1wZ7tzoA 

 

 

 

 

플레이하신 뒤 여유가 있으시다면 작성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 https://forms.gle/LrehkL3iz2ptbrFE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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