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성 파랑
CoC 1:12020. 4. 25. 19:09용해되어 사라질 듯한 파랑 아래에서, 당신이 말했습니다.
"네가 미워."
개요
부서져내리는 녹색 세상을 바라봅니다. 파란 하늘이 보이는가 싶더니, 바닥은 우기의 소금사막처럼 얕은 물로 일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샛푸르고 시리고 아름다운 이곳. 정처없이 걷습니다. 찰박이는 걸음 소리. 푸른 하늘과 땅과 푸른 바람, 마음이 가라앉는, 혹은 설움에 젖은 색채와, …… 저기에, 파란 햇살 아래 서 있는 KPC.
KPC의 시선이 당신과 마주칩니다. 용해되어 사라질 듯한 파랑 안에서, 그는 말합니다.
"네가 미워."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1:1 타이만 시나리오
인원 : PC 1인+KPC 1인
배경 : ?
플레이 타임 : (ORPG 기준) 3시간
플레이 난이도 : 중간
키퍼링 난이도 : 어려움
(얼굴에 철판 까는 RP력이 필요합니다. 개변이 필수적입니다.)
권장 기능 : 관찰, 듣기
준 권장 기능 : 대인기능, 심리학, 자료조사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연관되어 금전거래가 오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 키퍼링 해주실 분을 따로 두고, KPC 역할을 하는 PC를 포함한 PC 2인으로의 개변이 가능합니다. 단, KPC 역할의 PC를 플레이하시는 플레이어 분은 키퍼가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알고 있어야 합니다.
※ KPC와 PC의 백스토리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권장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개변하여 플레이해주세요. 이에 대한 문의는 송구하오나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 KPC와 PC의 관계는 아주 보통의 관계를 상정하고 쓰였습니다. 이른바 소중한 관계나 연인 관계는 반드시 개변을 거쳐야 합니다. 두 캐릭터가 얽힌 백스토리가 있다면 꽤 즐거울 것 같습니다. 이후 관계가 좀 더 공고해지거나 발전되길 바라는 쪽도… 조심스레 추천합니다.
※ 역시 개요에서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KPC의 캐릭터 붕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KP분의 RP가 본 시나리오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기존의 탐사자와 KPC라면 AU 느낌으로 가볍게 즐겨주셔도 좋습니다.
※ 본 시나리오는 CoC 비공식 팬메이드 타이만 시나리오 '삼원색 3부작'의 《착란성 녹음》(이하 '착녹음', https://luvhsk-trpg.postype.com/post/3931630 )과 이어지는 시나리오입니다. 《착녹음》의 진상과 결말이 본 시나리오의 내용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착녹음》을 먼저 플레이한 후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
※ KPC와 PC는 《착녹음》에서와 동일하게 고정됩니다.
※ 개변이 거의 필수적입니다.
※ RP 위주의 시나리오입니다. RP 타임에 따라 플레이 타임도 상이해질 수 있습니다. 테스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시나리오 하단에 플레이 타임 수집 폼이 있습니다. 플레이를 하셨을 시 평균 플레이 타임 명시와 이외 더 나은 방향으로의 수정을 위해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서는 신화생물 및 주문에 대해 독자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존재하며, 신화생물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CoC 원작의 분위기와 상이할 수 있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 대한 공계에서의 무례한 언행, 스포일러성 발언이 발견될 시 즉시 비공개 처리됩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 외 문의는 @henceihateu의 DM이나 본 포스트 비밀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키퍼(GM)가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우연히 툴즈차의 신도들의 눈에 띈, 어쩌면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었던 관계의 둘. 세상의 사람들에게 가장 자주 발견되는 애매한 관계의 거리. 그들은 불완전한 주문을 KPC와 탐사자에게 사용했었고, KPC와 탐사자는 얕은 꿈에 가두어졌었지요.
그러나 툴즈차의 신도들이 실수한 것이 있었다면, 연습차원에서 행했던 또 한 번의 주문과 신도들이 함께 술자가 되어 사용했던 주문이 겹쳐 두 겹의 꿈이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니알라토텝의 개입은 그들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주문의 오류로 꿈과 현실의 경계가 아니라 꿈이라고도 현실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차원에 KPC와 탐사자는 섰습니다. 거기다 주문의 대상이었던 KPC는 두 번의 주문으로 인해 여전히 이성이 무너진 채 몽중 같은 곳을 내내 전전하고 있습니다. 어떤 꿈에 눈이 먼 듯 가려져서는요.
그런 KPC의 이성을 되찾을 방도가 있습니다. 그것은 조각조각, 탐사자가 KPC의 악몽에서 건넨 고백을 내침으로써 부서져내렸던 녹색의 꿈 파편에서 KPC의 분리된, 버려진 KPC의 자아, 어쩌면 마음을 찾는 것입니다. 감정 하나가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세상 안에서, KPC의 마음 조각조각을 찾는 것은 퍼즐을 맞추는 것과 그 형태가 비슷합니다. 니알라토텝이 두 겹의 꿈에서 두 사람이 정말로 현실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했던 진짜 방법은 바로 탐사자가 부정의 말로 부순 KPC의 마음의 퍼즐을 다시 찾아 맞추는 것입니다. 문제는 광기에 걸렸다는 것도 차치하고서 어쨌거나 녹색의 꿈속에서 있던 일 때문에, 그렇잖아도 광증을 부여하는 것에 가까운 주문의 효력 탓에 유리처럼 연약해진 KPC의 마음 조각들이 전부 탐사자를 미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탐사자는 자신을 미워하는 KPC의 부분들을 모아 KPC의 마음을 완성시켜야 합니다. 그러한 KPC의 마음 조각에서 미움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자 탐사자가 마음 조각을 모을 수 있도록 주어진 조건은 KPC를 미워하지 않는 것, 증오에 증오로 답하지 않는 것.
당신, 다시 온전한 마음을 가진 KPC를 되찾고 이 꿈 같은 파란 세상에서 나갈 수 있을까요?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의 모든 대사는 KPC의 성격에 맞게 변용해주세요.)
*시작하기 전에, KPC의 상태-마음을 이루는 주된 감정 3가지를 생각해주세요. 예를 들어 KPC의 주된 감정 분류가 희노애락이라면, 본 시나리오에서는 기쁨 혹은 즐거움+탐사자에 대한 미움/분노+탐사자에 대한 미움/슬픔+탐사자에 대한 미움으로 나누어집니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보셨다면… 이해가 빠르실 수 있습니다. 이 KPC는 온전한 KPC가 아니라, KPC 안의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이 실체화된 KPC의 조각에 가깝습니다.) 즉, 본디 있는 감정에 탐사자에 대한 증오감이 더해진 모습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미워하는 정도는 해당 감정에 따라 다르며, 각 감정은 모두 KPC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개변이 필수적임은 위 사항 때문입니다……. 또한 KPC와 탐사자가 얽히게 된 백스토리가 있다면 이를 적극 활용하시어 개변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본 시나리오에서의 예시는 KPC의 희노애락으로 네 가지 마음을 나누며, 개변이 어려우실 경우 KPC의 성향에 맞춰 본 시나리오에 써져 있는 희노애락을 각각 드러내며 RP해주세요. (롤플이랑 개변이 많이 어렵지요 보고 싶은 시날이었어요 죄송합니다…)
1.
부서져내리는 녹색 세상을 바라봅니다. 얇은 허물이 벗겨지듯이 조각조각 떨어져내리는 녹음이 가시면, 파란 하늘이 보이는가 싶더니. 바닥은 우기의 소금사막처럼 얕은 물로 일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샛푸르고 시리고 아름다운 이곳.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이곳.
일단 걸을까요. 어디든 걸음을 옮겨야 무언가든 누군가든 보일 것 같습니다. 당신, 발목이 젖어들어가는데도 정처없이 걷습니다. 찰박이는 걸음 소리.
관찰 성공 시▶ 발목까지 잠긴 물의 표면에 비치는 파란 햇빛, 기이하군요. 이곳은 당신밖에 없는데 물에 비치는 그림자는 수없이 많습니다. 잠시 오싹합니다. (SANC 0/1)
관찰 실패 시▶ 발목까지 잠긴 물의 표면에 비치는 파란 햇빛, 기이합니다.
*역시 아직 꿈속임을 알리는 힌트입니다. 아직 깨어나지 못한 채로 KPC와 탐사자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습니다.
수면 아래에서 신발은 젖고 여전히 발을 옮겨도 아무것도 없는 세상이지만, 혼자서 계속 얼마쯤 걷다보면 다시 먼 데에 시선이 닿습니다. 푸른 하늘과 땅과 푸른 바람, 마음이 가라앉는, 혹은 설움에 젖은 색채와,
…… 저기에, 파란 햇살 아래 서 있는 KPC.
KPC의 시선이 당신과 마주칩니다. 눈에 고인 눈물도 어쩌면 새파랗습니다. 용해되어 사라질 듯한 파랑 안에서, 그는 말합니다.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네가 미워."
녹음의 세상에서 사랑한다 말했던 것과 완전히 극에 선 문장. 청각은 명확하게 꽂힙니다.
*자유로운 RP. KPC의 감정 1(본 시나리오에서는 '기쁨')입니다. 본 시나리오 안에서의 KPC는 감정의 실체이므로, KPC의 성향에 따라 표현이 상대적으로 미비할지는 몰라도 표현 자체를 숨기지는 않습니다. 대화 중간중간 심리학 다이스를 굴릴 수 있음을 플레이어 분께 알려주세요. 심리학 성공 시, / 뒤의 지문에 포함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제시된 정보를 탐사자에게 전달할 정도로 RP했다면 그 다음 부분으로 진행해주세요. 아래는 RP 예시입니다.
어디 있었냐.
- 네가 나를 이곳에 버리지 않았나. / KPC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지만, 당신을 보는 시선에 담긴 것은 명징한 적의입니다.
아까부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 있나.
- 이건 다 너 때문이다. 네가 나를 밀어내고 거부했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에 갇힌 것이다. / KPC는 스스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는 눈치입니다. 다만 오로지 탐사자에 대한 거부감과 배신감만 명백합니다.
왜 웃고 있나.
- 이게 당연한 일이다. 왜 새삼스러운가, 내가 '기쁜' 것이. / 그러나 KPC는 정말로, 적의 어린 시선임에도, '기뻐보입니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느냐.
- 아는 것은 없다. 나는 네게 버려졌을 뿐이다.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 방법은 네 스스로 찾아라. / 호의는 찾아볼 수 없는 태도입니다. 설사 이곳에서 나갈 방법, 혹은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다고 해도 순순할 것 같지 않습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낯을 보자면 마냥 기쁘고 즐거워보이는데, 내가 밉다는 당신, 그리고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당신.
대인기능 성공 시▶ "내가 너를 미워하지 않게 해줘." KPC는 말합니다. 여전히 웃으면서요. 흐릿하여 수평선도 보이지 않는 저 멀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같이 갈까? 네가 나를 이해한다면 내 미움이 좀 덜어질지도 모르지."
대인기능 실패 시▶ "내가 너를 미워하지 않게 해줘." KPC는 말합니다. 여전히 웃으면서요. 그러더니 당신의 소매를 잡아당깁니다. "좀 걷자."
우리는 천천히 걷습니다. 물살이 느리게 발목 아래에서 찰랑이는 소리가 들리고, 걸음마다 옷자락과 발목과 신발이 젖고. 시선이 바닥에 닿습니다.
관찰 성공 시▶ 느리게 흘러가는 수면 위로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KPC의 그림자, 짙은 파랑 아래로 어떤 형상들이 스칩니다. …KPC입니다. (*KPC의 기억 중 기뻤던 기억들을 간단히 묘사해주세요. 탐사자가 알고 있는 기억이어도 좋고, 모르는 기억이어도 좋습니다.) 저토록 화사한 낯. 기쁨.
이후 지능 성공 시▶ 새삼스럽습니다. KPC는 웃을 때 저런 식으로 웃었었지요. 그림자에 비치는 KPC의 표정은 물에 발을 담그고 그림자를 드리우고 선 눈앞의 KPC와 '완벽하게' 똑같습니다.
이후 지능 실패 시▶ 새삼스럽습니다. KPC는 웃을 때 저런 식으로 웃었었지요.
관찰 실패 시▶ 느리게 흘러가는 수면 위로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KPC의 그림자, 짙은 파랑 아래로 어떤 형상들이 스칩니다. …KPC인가요? (*KPC의 《착녹음》에서의 기억들을 간단히 묘사해주세요.) 다짜고짜 사랑고백을 건네던 KPC, 분명 웃고 있었을 텐데. 녹음 가득한 곳에서 지나친 기억들, 영상처럼 흐르는 물 아래 비친 수많은 KPC는 모조리 얼굴이 없습니다.
*눈앞에 있는 지금의 KPC는 KPC의 '기쁨, 즐거움'이라는 힌트입니다. 개변하셨다면 설정하신 감정에 맞게끔 지문을 바꿔주세요. RP와 함께 느긋히 진행시켜주셔도 좋아요.
앞서 걸어가던 KPC의 발걸음이 헤치는 물살이 찰박이고 탐사자는 그 뒤를 따릅니다. 온통 샛푸른 하늘과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바닥, 물 위로는……
관찰 성공 시▶ 파란 퍼즐 조각들이 둥둥 떠 있습니다. 하나같이 같은 모양이라서 맞춰 완성할 수는 없는 꼴이네요. 왜 여태 몰랐을까요? 수면에 잘게 떠다니는 파편들.
관찰 실패 시▶ 파란 퍼즐 조각들이 둥둥 떠 있습니다. 왜 여태 몰랐을까요? 수면에 잘게 떠다니는 파편들.
탐사자가 퍼즐을 만질 시▷ 새파란 파편, 이질적으로 이곳에 널린 퍼즐 조각에 손을 대는 순간 그것은 기이하고 모독적인 모습으로, 차게 녹아들듯 사라져버리고. (SANC 0/1) 이상한 일에 고개를 듭니다. KPC가 묻습니다. "뭔가 이상해?" 여상하게, 기쁘게, 환하게, 웃으며 묻는 당신, 파란 햇빛이 당신의 몸을 투과합니다. KPC의 모습이… 아까보다 다소 투명해져 있는 탓입니다. 꼭 아까의 파란 퍼즐처럼, 세상에 가득찬 물에 녹은 것처럼. (SANC 0/1)
*퍼즐을 만지는 것은 탐사자가 KPC의 마음을 맞추겠다는 의사 표시에 가깝습니다. 퍼즐을 만지면 KPC 는 점점 더 투명해집니다. 이는 감정의 본래 모습인, '보이지 않는' 것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RP는 언제고 자유입니다. 다만 탐사자가 손을 퍼즐에 대는 순간 파트 1의 막바지인 다음 부분으로 진행합니다.
KPC는 스스로가 사라질 것 같은 이 애매한 불투명함, 이상한 세계, 그리고 기이한 일들 속에 홀로 남겨져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탐사자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저 해사하게 웃습니다. 찰나처럼 빛나는 환희, 어떤 이유를 모르는 기쁨,
"탐사자."
KPC가 말합니다. 웃음 묻은 문장마저 환합니다.
"네가 미워."
듣기 성공 시▶ "넌 내가 미워?"
듣기 실패 시▶ "넌……." 이어지는, 노이즈처럼 흩어지는 목소리.
*탐사자의 대답은 들어도 괜찮고 끝내 나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파트마다 말미에 나오게 될 이 맥락의 질문은, KPC를 미워한다는 대답을 해서는 이 세계에서 나갈 수 없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이 말이 나올 때에, KPC의 감정은 자연스럽게 다음 파트의 다른 것으로 넘어갑니다.
2.
무어라고 말했는지 KPC는 다시 말해주지 않습니다. 대화에 대한 반응도 하지 않습니다. 한층 투명해진 살갗과 눈동자의 검은자위, 그의 얼굴에서 어느새 웃음이 사라져 있습니다. 서늘하게 새파란 눈빛,
다음 순간, 탐사자는 문득 깨닫습니다.
지능 성공 시▶ 그가 투명해짐과 동시에, 그리고 분위기와 표정이 바뀜과 동시에. 아까까지 발목 근처에나 오던 물의 높이가 점점 오르고 있다는 것을요. 어느새 무릎까지 차올랐습니다.
지능 실패 시▶ 아까까지 발목 근처에나 오던 물의 높이가 점점 오르고 있다는 것을요. 어느새 무릎까지 차올랐습니다.
*자유로운 RP. KPC의 감정 2(본 시나리오에서는 '분노')입니다. 본 시나리오 안에서의 KPC는 감정의 실체이므로, KPC의 성향에 따라 표현이 상대적으로 미비할지는 몰라도 표현 자체를 숨기지는 않습니다. 대화 중간중간 심리학 다이스를 굴릴 수 있음을 플레이어 분께 알려주세요. 심리학 성공 시, / 뒤의 지문에 포함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제시된 정보를 탐사자에게 전달할 정도로 RP했다면 그 다음 부분으로 진행해주세요. 아래는 RP 예시입니다.
아까와 표정이 달라졌다.
- 그게 무슨 상관인가? 너는 내가 보이는 얼굴이 달라졌다고 해서 내가 정말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 분노 어린 표정, 당신을 보는 시선에 담긴 것은 명징한 적의입니다. 여전히 말이지요.
아까의 퍼즐 조각에 대하여 무어라도 알고 있나.
- 너는 퍼즐 하나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한 조각은 결코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함께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들이 있다.' / KPC의 말이 무겁게 가라앉습니다. 공기 속에 녹듯 말갛게 다소 투명해진 뒤로 그는 어쩐지 무엇인가 아는 눈치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한 적의, 맹렬한 분노, 결코 호의적인 답을 이끌어낼 수는 없겠군요.
화가 났나? 왜?
- 이게 당연한 일이다. 왜 새삼스러운가, 내가 '분노하는' 것이. / 그 말대로 이유도 모르고 원인도 이곳에서 찾을 수 없는, '당연한 것 같은' 분노.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느냐.
-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나.' 그 방법은 네 스스로 찾아라. / 역시 호의는 찾아볼 수 없는 태도입니다. 설사 이곳에서 나갈 방법, 혹은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다고 해도 순순할 것 같지 않습니다.
싸늘하게 가라앉은 표정은 분기가 어려 차가운 불에 덴 것 같은데, 내가 밉다는 당신, 그리고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당신.
여전히 흐릿하여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 저 멀리를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저기로 갈까." 묵직한 목소리에 억지로 고개를 돌립니다. 얼마쯤 걸어왔을까요,
관찰 성공 시▶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던 수평선 위에 아까와 달리 희끄무레하게 무언가 보이는군요. 무언가… 쌓여있는 더미 같은데요. 얼핏 보기에 온통 네모난 것들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관찰 실패 시▶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던 수평선 위에 아까와 달리 희끄무레하게 무언가 보이는군요. 무언가… 쌓여있는 더미 같은데요.
흘러가는지 고여있는지 모를 물을 밟고서 그가 가리킨 곳을 향해 나아갑니다. 곧이어 가까이 가고서야 알게 됩니다. 아하, 책더미였군요. 얼마쯤 물에 잠긴 채로 쌓인 아래의 책들은 젖어있고, 위의 책들은 널브러져 펼쳐진 채 눅눅하기는 하나 읽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KPC는 서늘한 얼굴로 책더미 앞에서 멈춥니다. "네 멍청한 머리로는 무어라도 뒤적거려봐야 어떤 방법이라도 찾을 수 있겠지."
관찰 or 자료조사 성공 시▶ 뒤적이며 이것저것 읽어봅니다. 아무렇게나 집어든 책의 책장에 적힌 이야기들의 주인공은 하나같이 KPC가 주인공이군요. (*KPC의 기억 중 기뻤던 기억들과 화가 났던 기억들을 책에 적힌 듯이 간단히 묘사해주세요. 역시 탐사자가 알고 있는 기억이어도 좋고, 모르는 기억이어도 좋습니다.) 일기라도 되는 걸까요? 꼭 KPC가 쓴 것만 같은 것들입니다.
관찰 or 자료조사 실패 시▶ 뒤적이며 이것저것 읽어봅니다. 아무렇게나 집어든 책의 책장에 적힌 이야기들의 주인공은 하나같이 KPC가 주인공이군요. 바로 그 녹음 가득한 세상에서의 이야기입니다. (*KPC의 《착녹음》에서의 기억들을 간단히 묘사해주세요.)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표정. 공란으로 비어있는 서술. 끝맺지 못한 이야기.
들고 있던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겨보면, 옅은 푸른 종이 위에 새파란 퍼즐 조각 모양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지능 성공 시▶ 아까의 그 퍼즐 같네요. 그러나 아까의 것과 모양이 다름을 알아챕니다.
지능 실패 시▶ 아까의 그 퍼즐 같네요.
탐사자가 퍼즐 그림을 만질 시▷ 새파란 파편, 그림이 그려진 종이에 손을 대는 순간 그것은 기이하고 모독적인 모습으로, 차게 녹아들듯 또다시 사라집니다. 종이는 무엇이 인쇄되어 있었냐는 듯이 깨끗합니다. 이상한 일에 고개를 듭니다. KPC가 묻습니다. "뭔가 이상해?" KPC는 어느새 탐사자의 뒤에 서 있습니다. 탐사자가 읽는 이야기를 함께 훑어본 걸까요? 분을 눌러 참으며 묻는 당신, 파란 햇빛이 당신의 몸을 투과합니다. KPC의 모습이… 아까보다도 더 투명해져 있는 탓입니다. 꼭 아까의 파란 퍼즐처럼, 세상에 가득찬 물에 녹은 것처럼, 이전보다도 더, 사라질 것처럼.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었지."
당신을 보는 눈이 여전히 분개해 있습니다. 차가운 분노. 그가 입을 뗍니다. 어쩐지 물거품 같은 음성입니다.
듣기 성공 시▶ "그렇다고 나를 미워해서도 안 돼."
듣기 실패 시▶ "나를, …해서도 안 돼." 이어지는, 이명처럼 깨지는 목소리.
*역시 탐사자의 대답은 들어도 괜찮고 끝내 나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3.
역시, KPC는 다시금 말해주지 않습니다. 대화에 대한 반응도 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정말 사라질 것 같이 투명한, 그의 얼굴에서 파랗게 타오르던 불길 같은 분노가 사라졌습니다.
다음 순간, 탐사자는 문득 깨닫습니다.
지능 성공 시▶ 그가 이제 거의 사라질 것처럼 투명해짐과 동시에, 그리고 분위기와 표정이 또다시 바뀜과 동시에. 처음에는 발목 근처에나 오던 물의 높이, 이제는 무릎과 허벅지를 넘어 상반신까지 점점 오르고 있다는 것을요.
지능 실패 시▶ 처음에는 발목 근처에나 오던 물의 높이가, 이제는 무릎과 허벅지를 넘어 상반신까지 점점 오르고 있다는 것을요.
*자유로운 RP. KPC의 감정 3(본 시나리오에서는 '슬픔')입니다. 본 시나리오 안에서의 KPC는 감정의 실체이므로, KPC의 성향에 따라 표현이 상대적으로 미비할지는 몰라도 표현 자체를 숨기지는 않습니다. 대화 중간중간 심리학 다이스를 굴릴 수 있음을 플레이어 분께 알려주세요. 심리학 성공 시, / 뒤의 지문에 포함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제시된 정보를 탐사자에게 전달할 정도로 RP했다면 그 다음 부분으로 진행해주세요. 아래는 RP 예시입니다.
아까와 또다시 표정이 달라졌다. 네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 다시 말한다, 너는 내가 보이는 얼굴이 달라졌다고 해서 내가 정말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모두가 나라면, 너는 어떡할 건가. / 설운 표정, 당신을 보는 시선에 담긴 것은 명징한 적의입니다. 이제는 익숙할 지경으로 말입니다.
퍼즐을 발견할 때마다 무언가가 바뀐다. 이건 이상하다.
- '한 조각은 결코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함께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들이 있다.' 이조차도 있어야 내가 되는 것이다. 그건 네게도 마찬가지다. / 의미를 모를 KPC의 말이 무겁게 가라앉습니다. 파랗게 어린 눈동자에 물기가 서렸습니다. 그는… '슬퍼'보이는군요.
왜 그런 표정을 짓나. 무언가가 잘못되었나.
- 당연한 일이다. 나는 언제고 '슬퍼할' 수 있다. / 그 말대로 이유도 모르고 원인도 이곳에서 찾을 수 없는, '당연한 것 같은' 슬픔. 오래 축적되어온……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마치 '그가 감정 자체인 듯이'…….
물이 차오르고 있다. 이대로면 익사할지도 모른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느냐.
-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나.' 모든 건 원래대로 돌아가면 괜찮을 것이다. 그 방법은 네 스스로 찾아라. / 담담한 모습. 이제 완전히 무엇을 아는 듯한, …….
잠잠한 물소리가 들려오고, 이번에는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 저 멀리를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않았음에도 당신은 고개를 돌립니다. 아니,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 게 아닙니다. 어느새 하늘은 파란 구름과 파란 허공으로 가득 차고, 새파랗게 물빛을 반사해내는 수면은 선명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꼭 그곳은 세상의 끝 같습니다. 이 꿈 같은 세상과 세상에 속하지 않는 것들을 그어내는 경계.
관찰 성공 시▶ 잘 살펴보면, 경계는 꼭 깨진 유리의 단면처럼 보입니다. 얇은 꺼풀 같은 하늘.
관찰 실패 시▶ 경계마저 선연히 푸른색입니다.
*이곳이 곧 깨어질 수 있을지도 모를 얇은 겹의 꿈이라는 증거입니다.
당신을 잠자코 바라보고 있던 KPC가 무언가를 건넵니다. 새파란, 또다시, 퍼즐 조각입니다.
지능 성공 시▶ 아까의 퍼즐 조각들을 본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그 파편들을 하나로 이어붙일 마지막 조각이라는 것을요.
지능 실패 시▶ 아까의 퍼즐 조각과 비슷한 모양.
퍼즐 조각을 받아들면 느리게 서럽게 입을 여는 당신.
듣기 성공 시▶ "우리, 원래대로 돌아가자."
듣기 실패 시▶ "……돌아가자." 이어지는, 나직한 물소리에 잠겨 들어가는 목소리.
*여태 파트들의 마지막에 나왔던 말들을 이으면, 역시 원래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미워한다'는 대답을 피하라는 힌트입니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시린 서러움의 색깔. 꼭 마지막인 듯이 마침내, 당신은 나에게 묻습니다.
"나는 네가 미워."
"너는 내가 미워?"
*엔딩 분기입니다. 《착녹음》에서와 마찬가지로 크게 엔딩을 두 갈래로만 나뉘었으므로, 엔딩 지문은 대부분 개변이 필요할 듯 싶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날 미워하느냐는 질문에 No의 대답으로 볼 수 있는 반응이 나왔다면 Ending 1, Yes의 대답으로 볼 수 있는 반응이 나왔다면 Ending 2로 진행합니다.
엔딩
1. 탐사자가 KPC의 자신이 밉냐는 말을 어떤 이유에서든 거부 / 부정의 의사를 표했을 경우
나는 압니다. 당신이 진짜 KPC가 아니라는 걸. 그러나 당신이 온전히 가짜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기실은 어떤 순간이 아니면, 전부 같이 있지 않으면, 완성되지 않는 퍼즐 같은 어떤 것들이 사람에게는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점점 차오르는 물속에서 말합니다. 아니, 널 미워하지 않아. 그리고 당신도 나를 증오하지는 않습니다. 원래대로 돌아가. 안온했던 거리에서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알잖아요, 우리 둘 모두.
대답을 들은 그가 웃습니다. 일순간, 머리 끝까지 완전히 차올라버리는 새파란 물속에 숨통이 틀어막히고 헉, 턱끝으로 숨을 쉬기 벅차다고 생각했을 때쯤에, 보글거리는 숨의 물방울 사이로 완전히 녹아 사라진 당신 웃음이 눈 안의 잔상으로도 없어졌을 때에,
쩌적, 쩌적,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어 시야를 가득 채우는 현란한 자홍의 꽃향내 속에, 당신, 당신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저 사랑스럽고 평온하게, 영원처럼,
나는 당신에게 손을 뻗고…….
Ending 1. 파랑은 녹아내리고
탐사자, KPC 생환?
(*이후 《영원성 자홍》 플레이가 가능한 엔딩입니다. 《영원성 자홍》을 플레이하지 않고 2부작으로 끝내고 싶으실 경우,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으로 개변해주세요. 모든 것은 키퍼 분과 플레이어 분의 자유입니다.)
2. KPC의 말에 수용의 반응을 보였을 경우
꾸준히 내게 미워한다 말한 당신. 녹색의 세상 속에서는 함부로 사랑을 고하더니, 이제 와서는 내가 밉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내가 당신에게 건넬 언어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게 아닌가요. 차오르는 물속에서 혼연히 대답합니다. 그래, 나도 그래. 나도 널 미워해. 나도 널……. 차오르는 물은 자꾸 바다처럼 짤 것만 같고, 눈물처럼 서러울 것 같고, 도대체 뭐가 이렇게 엉망진창인지 모르겠습니다.
"미워?" KPC가 웃습니다. 일순간 물에 잠기는 세상. 머리끝까지.
"틀렸어."
다음 순간 온통 파란 세상이 뒤집어지고, 숨통이 턱 막히고, 아찔하고,
……
눈을 뜨면 언젠가부터 세상이 온통 파랑입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조금씩 물들어가던 것이 어느새 온통 푸르기만 합니다. 파란 하늘이 보이는가 싶더니, 바닥은 우기의 소금사막처럼 얕은 물로 일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샛푸르고 시리고 아름다운 이곳.
정처없이 걷습니다. 찰박이는 걸음 소리. 푸른 하늘과 땅과 푸른 바람, 마음이 가라앉는, 혹은 설움에 젖은 색채와, …… 저기에, 파란 햇살 아래 서 있는 KPC.
KPC의 시선이 당신과 마주칩니다. 용해되어 사라질 듯한 파랑 안에서, 그는, 당신은, 말합니다. 나는 당신이 이 다음 할 말을 압니다.
"네가 미워."
착란하는 갈망 같은 녹음을 지나, 설움 같은 녹지 않는 파랑 속에서.
"널 사랑해."
거짓처럼 짜맞춰진 감정 안.
Ending 2. 녹지 않는 파랑에게
탐사자, KPC 로스트.
추천 BGM
Chouchou - Lunaria (inst ver.) :: https://www.youtube.com/watch?v=a58XnLoUgSY (파트 1)
요루시카 - 쪽빛 제곱 (piano cover.) :: https://youtu.be/cMGJCm1ImNI (파트 2)
Toshitaka Niki - Sleepwalker :: https://youtu.be/hEEjMhurmcM (파트 3)
DJ Okawari - Perfect Blue :: https://www.youtube.com/watch?v=fwvQavLiYf4 (엔딩)
플레이하신 뒤 여유가 있으시다면 작성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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