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Sonata
CoC 1:12020. 4. 25. 18:58■■하는 당신에게 바치는 소나타.
설령 당신을 더이상 ■■하지 못한대도,
이 곡을 그대에게 바치나니…….
개요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나요? 이름도 모르는 노래가 귓바퀴 안쪽에 들어앉은 듯 한 곡만이 머릿속에서 맴을 도는. 오늘도 꿈속에서 들은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당신은 길을 나섭니다. 귓가에 흐르던 피아노 선율을 외어봅니다. 꿈이 어찌 됐건 꿈은 꿈일 뿐이고, 오늘은 KPC와의 약속이 있는 날이니 이 시간에 충실해야겠지요. 되뇌는 노래를 따라 KPC와 나란히 걸음을 옮깁니다. 그가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생각과 함께. 아니, 어쩌면 그가 조금…… 편해졌던가요? 이상하지요, KPC에게 드는 부정적인 감정이 왜 오늘따라……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1:1 타이만 시나리오
인원 : PC 1인+KPC 1인
배경 : 현대
플레이 타임 : 3시간 안팎
플레이 난이도 : 낮음
키퍼링 난이도 : 중간~약간 어려움
권장 기능 : 관찰, 듣기
준 권장 기능 : 자료조사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개인에 따라 취향을 탈 수 있는 소재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를 속이고 데려가지 말아주세요.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연관되어 금전거래가 오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 롤플레이 위주의 시나리오이며, 크툴루 신화의 신화생물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분위기 또한 원작 CoC나 기존 크툴루 시나리오에서 요구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 키퍼링 해주실 분을 따로 두고, KPC 역할을 하는 PC를 포함한 PC 2인으로의 개변이 가능합니다. 다만 KPC 역할의 PC는 키퍼가 갖고 있는 정보를 전부 알아야 할 듯 싶습니다.
※ KPC와 PC의 백스토리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권장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개변하여 플레이해주세요. 이에 대한 문의는 송구하오나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 관계캐 헌정 시나리오입니다. PC가 KPC에게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인 감정(공포, 혐오, 시기, 질투, 집착, 불안, 죄책감 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탐사자는 KPC에게 시나리오 초반, 해당 부정적인 감정이 들지 않는 채로 시작합니다.
※ 위 조건만 만족한다면 PC와 KPC의 관계는 약속을 잡을 수 있는 사이라면 플레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PC가 악기를 다룰 줄 안다면 좋으나,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 KPC의 롤플레이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시나리오입니다. 표현이나 전달이 힘들다 생각될 시, 중간중간 키퍼 분께서 플레이어 분께 KPC의 상태를 설명해주셔도 괜찮습니다. RP 역량과 진행 성향에 따라 자유롭게 진행해주세요.
※ 서사를 쌓기 위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관계 AU나 IF로 가시려는 분들께는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 엔딩이 이후 KPC와 PC의 서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를 원치 않으시다면 AU 느낌으로 가볍게 즐겨주세요.
※ 본 시나리오에 대한 공계에서의 무례한 언행, 스포일러성 발언이 발견될 시 즉시 비공개 처리됩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외 문의는 @henceihateu의 DM이나 본 포스트 비밀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키퍼(GM)가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예로부터 지금까지, 음산한 희곡 노란 옷의 왕(룰북 p. 227)을 읽고 인간의 경험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잔혹한 미학을 추구하며 노란 옷의 왕을 숭배하는 미치광이 예술가가 많았다지요. 그리고 그 중 하나가 탐사자를 우연히 발견한, 관음증에 사로잡힌 한 작곡가였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한 번 목표물이 된 탐사자를 집요하게 쫓던 작곡가는 탐사자와 KPC가 만나는 순간, 광기에 사로잡혀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게 된 탓에 탐사자의 KPC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인 감정'을 똑똑히 목도합니다. 세상에 불온한 감정만큼 비틀어진 예술품의 소재가 되기 쉬운 것이 또 있을까요. 미친 작곡가는 그 길로 자신이 걸어왔던 생애에서 보고 겪은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여 ■■라는 표제의 소나타를 완성하고 그 피아노 위에 목을 매달아 자살합니다. (소나타의 표제는 탐사자가 KPC에게 가진 감정의 이름입니다. 공포, 혐오, 불안, 시기, 질투, 집착, 죄책감……)
그리고 이를 전부 흥미 있게 지켜보던 이가 있었습니다. 니알라토텝입니다. 정작 지켜보던 뮤즈, 탐사자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어버린 음악가가 그에게는 한심하고도 우습습니다. 또한 '감정'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 정말로 그 '감정'의 역할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탐사자에게서 그 부정적인 감정을 적출해내 곡 안에 감정이 봉인된다면 탐사자는 다시 그 감정을 되찾고 싶어할지 궁금해진 니알라토텝은 그의 꿈을 닫아놓고 한 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합니다. 감정이 적출된 채 꿈에 갇힌다면 그는 그야말로 혼돈에 먹혀 다시는 현실로 나올 수 없는 자가 되겠지만, 물론, 니알라토텝에게 있어서 탐사자의 안위는 알 바 아닙니다.
KPC에게 가진 부정적인 감정. 탐사자는 어쩌면 두렵고, 집착적이고, 어둡고, 끔찍할 것일지 모를 자신의 감정을 되찾는다는 선택을 하고, 꿈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요?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의 모든 대사는 KPC의 성격에 맞게 변용해주세요.)
꿈을 꿉니다. 쓸쓸하고 고요한 멜로디가 반복적으로 귓가를 맴돌다, 곧 격정 어리게 변합니다. 처음 듣는 노래인데도 어쩐지 익숙하여 당신은 선율을 되뇌다가, 눈을 감습니다. 꼭 음에 색깔이라도 묻어 있는 듯이 망막 안쪽에서 온통 색채가 날뜁니다. 감은 눈앞에 칠해지듯이 빈 데 없이 채워집니다.
어째서일까요, 가득 차오르는 색깔이 꼭 누군가를 떠오르게 합니다. 막연하게 두렵습니다. 곡은 절정으로 향해가고, 건반을 미친 듯이 누군가의 손이 내리치고, 당신은 웃고 싶어지고, 울고 싶어지고, 매달리고 싶어지고, 도망치고 싶어지고, 그리고……
눈을 뜹니다. 아, 아침입니다. 이상한 꿈을 꿨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아무튼, 당신은 시간을 확인합니다. 오늘은 KPC와 만날 약속을 한 날이니까요. 요즘따라 KPC는 자주 연락을 해오곤 했습니다. 어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KPC에게 질책 어린 시선을 받게 될지도 모르죠.
*KPC는 탐사자가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보고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막연히 신경이 쓰여 연락하고 약속을 잡았다, 는 식으로 설정해주세요. 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은 KPC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KPC를 생각하면 쉬이 정의내릴 수 없는 감정이 마음 한구석에 있는 것이 명징한 사실입니다.
약속 장소에 다다르면, 아, KPC가 먼저 와 있네요. 그가 손을 들어 가볍게 인사를 하는데.
"안녕, 탐사자. 내가 먼저 왔어."
이상하네요, …… 늘 느껴지던 그에 대한 어둔 마음이, 흔적도 없습니다. 그를 보면 언제고 그늘처럼 한구석 젖어들던, 내 안을 꿰뚫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 목을 죄어 오는, 실은 조이고 싶은 혐오 / 쥐어 잡아 절대 놓고 싶지 않다는 집착 / 어쩔 수 없는 불안과 초조 같은 것이. (*예시로 적었지만, KPC에게 가진 탐사자의 감정의 종류에 따라 지문을 개변하시는 것을 매우 추천합니다.) KPC는 그저 말간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주쳤음에도 아무 말 없는 당신에 대한 의아함만이 서렸을 뿐입니다. 그의 표정은 겉으로 보이는 게 다입니다. 아무것도 읽어낼 수가 없습니다. 놀랍게도, 어쩌면, 다만 그가 친밀합니다. 친밀하기만 합니다.
*KPC가 달라진 듯 보이지만 실은 탐사자가 평소와 다른 상태입니다. 이 시점부터 탐사자의 KPC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니알라토텝에 의해 적출되어 미친 작곡가의 소나타에 봉인된 탓입니다. 다시 말해 탐사자는 KPC에게서 전혀 이전에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상태. 탐사자의 KPC에 대한 심리학 판정이나 아이디어 판정이 가능하나, 성공해도 KPC는 평소 같다는 정보만 얻을 수 있을 뿐입니다.
기분 탓이겠지요. 이따금은 그를 오롯하게 긍정할 수 있는 순간도 있음을 오늘로서 인정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합니다. 그게 왜 하필 다를 것도 없는 오늘 같은 날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자유로운 RP 시간. KPC 역시 쌍방으로 탐사자에게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의해 탐사자가 KPC에게 부정적 감정을 가지게 된 관계라면 RP 중 최대한 그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행동 서술을 자제하며 플레이해주세요. KPC는 오늘만큼은 탐사자에게 무해한 친우 혹은 지인일 뿐입니다! 키퍼의 플레이 난이도가 다소 어려우리라 생각되는 것도 실은 롤플레이 탓입니다…. 적당히 RP를 했다 싶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주세요.
여느 시시한 약속과 다를 바 없이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만나게 된 이유인 이야기를 하고……. 그러다보니 어느덧 하늘은 푸른 물감을 푼 수면 위로 불을 붙인 듯 타들어가며 붉은기를 내보입니다. 카페 창밖 거리를 덮어내리며 지는 노을이 유난히도 아름답고. 둘은 슬슬 귀가할 시간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오늘 너 뭔가 달라보인다."
*당연히, KPC의 입장에서는 평소와 달리 자신을 두려워하는 / 싫어하는 / 집착하는 / 불안해하는 … 등의 기색이 없는 탐사자가 이상합니다!
KPC는 당신에 대한 스스로의 태도가 달라졌음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작게 의문이 일지만, 낮에 스친 생소한 깨달음처럼 확신 없이 넘겨버립니다. KPC와 여상히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답 없는 질문만 몇 번 외다가,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를 보고 생각을 그만둡니다. 이런 하루도 있는 거겠지, 하고요.
집에 돌아와 방에 들어서면,
……?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방은 나가기 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데, 어째서일까요.
관찰 성공 시▶ 책상 위에 못 보던 편지가 놓여 있습니다. 편지 봉투를 봉인한 실링 왁스는 기이한 노란색을 띠고 있습니다. 못 보던, 기이한 문장인데요…….
*노란 옷의 왕의 문장입니다.
관찰 실패 시▶ 책상 위가 마구 어질러져 있습니다. 나올 때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후 다이스 판정 없이 살펴본다, 는 지문을 올릴 시 편지 발견 가능합니다.
낮에는 분명히 없던 것입니다. 방에 가져다 놓은 기억도 없습니다. 그러나, 편지 봉투에는 유려한 글씨체로 탐사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네요. 어떡할까요, 탐사자. 열어볼까요?
*혹시나 정말 만약에 탐사자가 열지 않는다고 선언하면… 키퍼님은 큰일났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탐사자가 편지 봉투를 열도록 유도합시다….
봉투를 열면, 그 안에는… 곱게 접힌 악보가 들어있습니다. 손수 휘갈겨진 음표에서 마른 잉크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어지러이 음표를 따라 시선이 움직입니다. 멜로디가 자연히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음악과 영 동떨어진 설정의 탐사자일 경우라도 괜찮습니다! 이 경우 마법처럼 악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지문을 추가합시다.)
기시감이 듭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불러본 듯한, 꼭 마구 웃고 싶게, 미친 듯 울고 싶게, 근근이 매달리고 싶게, 심지어는 도망치고 싶게 만드는 이 선율은…… (SANC 0/1)
일순간 눈앞은 깜깜합니다. 망막 안이 온전히 한 색채로 어지럽습니다. 이 색은 누구의 색인가요? 왜 이 순간에 KPC가, 오늘따라 아무렇지 않았던 그가 떠오르는 거죠?
정신이 순식간에 까무룩, 암전됩니다.
꿈 속
깜빡, 눈을 뜹니다.
새하얀지 새까만지 분간을 할 수 없는 것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어지러운 공간 안에서 겨우 몸을 일으킵니다. 묘한 향내가 풍기는 곳…… 어쩌다 이런 곳으로 오게 된 건지. (SANC 0/1)
찬찬히 기억을 더듬습니다. 분명 방에서, 누가 보냈는지 모르는 편지 봉투를 뜯었고, 그 안에는 악보가 들어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기억이 뚝 끊겼네요. 마법처럼, 이상한 공간으로 날아왔다는 설명이 우습지만 차라리 들어맞을 것 같습니다.
(관찰하거나 주위를 둘러볼 시) 주위를 둘러보면, 벽이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둘러싸고 있는지도 분간할 수 없는 속에서 문이 셋 있음을 깨닫습니다. 차례대로 어두운 문, 밝은 문, 그리고 하나는 ( )색(*KPC를 상징하는 색깔로 설정해주세요. 플레이어분께 미리 KPC에게는 어떤 색깔이 어울리나요? 라고 물어보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으로 커다랗게 물음표가 그려진 문입니다. 전부 목재의 문처럼 보이는데, 마지막 문은 유달리 화려하네요.
그 외에는, 바닥에 어지러이 널린 오선지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지럽게 널린 오선지 위에는 온갖 악보 기호와 음표들이 의미 없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가끔 가다 커다랗게 알파벳이 쓰인 종이도 몇 장 있군요. 무슨 단어에서 떨어져 나온 글자일까요?
아이디어 성공 시▶ 눈에 비쳤던 글자들을 재조합해봅니다. '당신에게 바치는 소나타.' ……누구를 의미하는 걸까요?
관찰 성공 시▶ 겹쳐져 있는 종이들을 한참 들춰본 가운데, 탐사자는 음표나 기호가 아닌 숫자가 크게 휘갈겨진 오선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22'.
*이후 하얀 문 안쪽의 책장 22번째 책에 힌트가 있음을 알려주는 숫자입니다.
관찰 실패 시▶ 어지러운 시야를 부여잡습니다. 널린 게 온통 악보 기호에 음표라니, 무슨 별세계에 떨어진 기분이군요.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 번 들춰볼까요.
*재도전이 가능합니다. 탐사자 파이팅! 키퍼님도 파이팅!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이곳, 일단 벗어날 방법을 찾으려면 문 안쪽에 다른 길이 있는지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 손잡이를 돌려보면, 마지막 문을 제외한 어두운 나무 문과 밝은 나무 문은 잠겨 있지 않아 쉽게 열립니다.
어두운 문 안
문 너머로 들어서자 문은 소리없이 닫힙니다. 잠긴 것은 아닌지, 손잡이는 정상적으로 돌아갑니다. 어쩌면 당신은 닫힌 문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문 안의 풍경은 전혀 달갑지 않았거든요.
( *KPC를 상징하는, 혹은 탐사자가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색으로 그야말로, 점철된 방은 정신이 산란하여 어지럽기까지 합니다. 거친 추상화처럼 마구 흩뿌려지고 덧칠된 ( )색. 천장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이 높고 넓은 방 안에 그림자조차 들이지 않을 정도로 색채는 단호합니다. 가차없습니다. 단일색으로 광기 어린 방 안이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색일 뿐인데 이토록 이 방이 꺼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SANC 0/1d2)
*탐사자가 가진 KPC에 대한 부정적 감정'만'을 나타내는 방 안입니다.
그리고 이 미친 듯한 색깔이 일렁이는 한가운데에,
"안녕, 탐사자?"
너무나도, 두려운 / 끔찍한 / 쥐어 갖고픈 / 위태로운 (*이 표현 역시 감정의 종류에 따라 개변해주세요.), 미소로, KPC가 당신을 바라보고 서 있습니다.
*자유로운 RP. 탐사자가 가진 부정적인 감정이 극대화된 KPC의 모습입니다. 이 KPC는 탐사자의 꿈속에만 있는 만들어진 존재, 진짜 KPC가 아니라 환상입니다. 모든 대인기능 판정이 통하지 않고, 심리학이나 정신분석 역시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아무 정보도 얻을 수 없습니다. 탐사자가 이 공간에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돌리거나 (ex. 나랑 같이 있기 싫어?) 그런 질문을 해도 답은 얻을 수 없음만을 (ex. 그래봤자 나한테선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어.) 알려주세요. 탐사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꺼려하는 기색을 보이거나 문 밖으로 돌아갈 의사를 표할 시 다음 지문으로 넘어갑니다.
"탐사자." KPC가 호명합니다. 뱀처럼 끈덕지게 발목에 감기는 음성. 당장 그에게서 도망치고 싶다는, 그에게 매달리고 싶다는, 평생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은 본능에 가까운 감정이 두렵도록 빠른 속도로 발밑을 좀먹어옵니다. 종국에는 당신 자체마저 씹어 삼킬 듯, 먹어치울 듯이 무서운 속도입니다. 숨이 한계까지 차오릅니다. 눈을 들어 간신히 KPC를 보면, 그는 여전히 소름끼치게 웃고 있습니다. 그가 손을 뻗습니다. 만개하는 꽃잎처럼 당신에게로 펼쳐지는 손끝이 가장 낮고 가장 화려한 지옥으로 초대하는 것 같습니다.
"너무 듣기 좋지 않아? 이 노래 말이야."
듣기 성공 시▶ 그리고 거짓말처럼 흐르는 선율. 이곳이 아니라 벽을 타고 흐르는 노래입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노래입니다. 피아노 소리 같은데…… 돌이켜보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발밑에 깔린 듯이 연주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꺼림칙합니다. 당장 도망치고 싶습니다. 이곳에서 나가고 싶게 만듭니다.
듣기 실패 시 ▶ 춤을 추듯 KPC는 빙글 돌지만, 그 모습이 그저 미치광이처럼 보입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데 노래라니요. 이토록 적막하고 소리를 낼 무엇도 없는 공간에서 무언가가 듣기 좋다니요. 미친 게 틀림없습니다. 당장 도망치고 싶습니다.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고 싶습니다.
KPC는 당신의 표정을 보더니 선악과처럼 새빨간 웃음을 머금습니다. 그가 건네주는 것은 악보입니다. 마른 잉크 냄새가 나는, 곱게 접힌 악보.
*부정적인 감정이 봉인된 곡. 악보대로 소나타를 연주하면 꿈에서 깨어나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동시에 KPC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역시 돌아올 것이지만요.
"네가 그토록 끔찍해함에도 내게 돌아온다면, 너는 그때에야말로……"
듣기 성공 시▶ 그가 속삭입니다. 노래처럼. "내 앞에 섰던 …… 온전한 네가 될 거야."
어려운 성공 이상 시▶ 그가 속삭입니다. 노래처럼, 음악처럼. "네 앞에 섰던 나를 ■■(*탐사자가 KPC에게 가지는 부정적인 감정)하는 온전한 네가 될 거야."
듣기 실패 시▶ 그가 속삭입니다. 노래처럼. "내 앞에 섰던 ……네가 될 거야."
*■■ 소나타를 연주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부정적인 감정까지 모두 찾고 온전한 KPC를 현실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힌트입니다.
시선이 스칩니다. 속삭이던 KPC는 돌연 아무것도 없는 무표정으로 얼굴을 굳힙니다. 사람 같지 않은 무기질적인 표정에 심장이 덜걱입니다. (SANC 0/1) "나가." 싸늘한 목소리, "나가!" 서릿발처럼 귓가에 꽂히는 명령.
(나가라는 말을 듣고서 문을 열고 나올 시) 문은 순식간에 닫히고, 닫히는 순간까지 또렷한 시선이 당신을 직시합니다. 완전히 단절됩니다. 악몽의 단면 같습니다.
*물음표 방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언제든 다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시 들어간다면 KPC는 언제 무표정이었냐는 듯이 반갑고 두렵게, 탐사자를 맞이합니다. 이 방의 KPC는 탐사자의 적출된 부정적 감정이므로, 탐사자가 악보를 연주하여 다시 자신을 되찾아가기를 원합니다.
밝은 문 안
문 너머로 들어서면 문은 소리없이 닫힙니다. 잠긴 것은 아닌지, 손잡이는 정상적으로 돌아갑니다. 어쩌면 당신은 닫힌 문을 다시 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문 안의 풍경은 너무나 평범했거든요. 일상으로 돌아온 듯이. 바로 오늘 낮의 약속 장소입니다.
따사로운 햇볕이 각진 창 모양대로 네모나게 비치는 테이블 위에는 ( *탐사자를 상징하는 )색의 향초가 놓여있습니다. 불이 붙어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초에서 나는 것을 보아하니 내내 은은하게 나는 향이 이 문 안 쪽에서 풍겨오는 것이었군요. 가까이에 있어서인지, 문 너머에서는 조금 더 강한 향이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네요.
그리고 한 발 더 다가서면,
"탐사자."
어쩐지 무미하고 억양 없는 어조로 당신을 부른 KPC가 고개를 듭니다. 표정에 힘이 빠져 있지만 외려 편안합니다. 하지만… 글쎄요, 편안하기만 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쩐지 지척에 있음에도 KPC는 먼 듯한 느낌입니다. 온도 식은 눈길이 당신에게 닿습니다.
*자유로운 RP. 이곳에서의 KPC는 탐사자가 가진 부정적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정확히는 아무 마음도 들게 하지 않는 모습이자, 역시 환상입니다. 둘 사이의 쌓인 시간과 그로 이루어진 관계로 인해 드는 감정에 단지 부정적인 감정만 섞여 있지는 않겠지요. 아무 감정도 들게 하지 않는 KPC의 모습은 곧 살아 움직이지 않는 박제나 다름없습니다. 살아있되 정말로 살아있지 않는 듯한 모습이지요. 되도록 건조하고 수동적, 순종적인 성격, 혹은 원래의 성질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성격으로 플레이해주세요. 역시 심리학, 정신분석과 대인 기능 전반이 통하지 않습니다. 이 공간에 대한 질문 역시 모르겠다, 는 자신 없는 말로 일관합니다.
나긋나긋, 이야기를 이어가다 말고 갑자기 KPC의 말이 뚝 끊깁니다. 언제 시간이 갔는지, 창밖은 벌써 헤어지던 그 시간대처럼 붉게 노을이 집니다. 그는 양손을 들어 귀를 틀어막습니다.
"나… 듣기 싫어, 이 노래."
듣기 성공 시▶ 그리고 거짓말처럼 흐르는 선율. 이곳이 아니라 벽을 타고 흐르는 노래입니다. 창가 너머에서, 혹은 그보다 더욱 멀리서 들려오는 노래입니다. 피아노 소리 같은데…… 돌이켜보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발밑에 깔린 듯이 연주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꺼림칙합니다. 편안한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소름이 끼치는……
듣기 실패 시 ▶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데, 노래라니. 이 방 안에서만큼은, 이 공간 안에서만큼은 유순할 정도로 여태 한 번도 격양된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던 KPC가 염려스러울 만치 부정적으로 반응합니다. 그가 숨을 헐떡입니다. 들어선 안 될 것을 들은 것 같습니다.
다음 순간 눈을 들면, 붉게 비치던 하늘도 목재로 되었던 마룻바닥도 색이 빠지듯 하얗게 물들고 있음을 목격합니다. 끝을 모를 정도로 높은 천장, 물체의 윤곽도 그림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 시리게 새하얀 광경. (SANC 0/1) 그리고 유일하게 그 가운데 KPC가 고개 숙여 귀를 막은 채 서 있습니다.
"갈 거야?"
건조한 목소리가 입술 새로 흘러나옵니다. "가지 마, 탐사자. 나는 여기서 나갈 수가 없어." 그가 이렇게 나직하게, 무력하게, 그저 조아리며 부탁했던 적이 있었던가요……. 그런 그를 보고만 있는데, 돌연 KPC가 귀를 막은 손을 떼고 고개를 듭니다. 탐사자와 마주친 눈에, 무슨 감정이 깃들었나요. 이토록 표백된 채 당신을 바라보던 KPC를 보는 기분은, 어떤가요? 차마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그는 유일하게 하얗게 변하지 않은 향초와 접시를 집어듭니다. "나가야겠다면, 이걸 들고 나가줘." 일렁이는 불꽃을 따라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향내. 그러고보니 어느새 심지에 불이 붙어있네요. 접시에 향초를 얹어 가지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탐사자를 의미하는 향초. 자신의 감정이 적출된 채 이계의 공간으로 떨어진 탐사자의 이성이 견딜 수 있는 시간이자, 탐사자가 꿈에서 나갈 수 있는 제한시간을 뜻합니다. 검은 방과 마찬가지로, 물음표 방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언제든 다시 들어올 수 있습니다.
KPC가 힘없이 속삭입니다. "네게 주어진 시간이 모두 마모되더라도……"
듣기 성공 시▶ 음률이라곤 하나도 없는 어감으로, "네가 마음에서 ……를 도려내버렸으면 좋겠어."
어려운 성공 이상 시▶ 음률이라곤 하나도 없는 낯선 어감으로, "네가 마음에서 ■■(*탐사자가 KPC에게 원래 가지고 있던 감정의 이름을 넣어주세요.)를 도려내버렸으면 좋겠어."
듣기 실패 시▶ 음률이라곤 하나 없는 어감으로, "네가 ……를 내버렸으면 좋겠어."
*이 방의 KPC는 탐사자의 KPC에 대한 부정적 마음에게서 멀어지려는 본능에 가까운 환상으로, 초가 다 타 녹을 때까지 탐사자가 ■■ 소나타를 연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문장은 무슨 뜻이었을까요.
두 문을 모두 열어봤고 악보와 초를 들고 있다면, 물음표가 그려진 문은 언제 잠겼었냐는 듯이 쉽게 열립니다.
물음표가 그려진 문 안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거대한 그랜드피아노입니다. 육중한 날개를 편 흑조처럼 새까맣게 아름다운 모습. 그리고 그 곁의 의자. 꼭 단 한 사람을 위해 준비한 연주회 같습니다. 누구를 위한?
끼익― 등 뒤에서 나는 소리에 흠칫 눈을 돌립니다. 아까까지와는 달리, 소리내며 닫힌 문은 곧 얼어붙은 듯 단단히 잠겨 열 수 없게 됩니다.
꼭 세상에 피아노와 나, 단 둘만 남은 것 같습니다.
*문을 부수려 하는 탐사자가 있다면 원하는 대로… 근력을 굴리게 합니다. 다만, 성패 여부에 상관 없이 문은 열리지 않으며, 탐사자의 체력이 1 깎입니다. 가급적 어떤 행위를 해도 열 수 없음을 어필해주세요.
관찰 성공 시▶ 아, 자세히 살펴보면 스포트라이트 밖 그늘에 잠겨 미처 스쳐지나갈 뻔한 책장을 발견합니다. 한 줄에 스무 권씩, 얼핏 봐도 100권 넘게 꽂혀 있는 것 같아요. 건반처럼 그저 하얗고 검은 책등들은 하나같이 제목이 없는데…….
관찰 실패 시▶ 스포트라이트 밖 그늘에 잠겨 미처 스쳐지나갈 뻔한 책장을 발견합니다.
자료조사 어려운 성공 이상 시/혹은 22번째 책을 지목하여 꺼냈을 시▶ 탐사자는 두 번째 줄 왼쪽에서 두 번째에 꽂힌 책을 꺼내 펼쳐봅니다. 22번째. 그림책입니다. 동화 같네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 옛날, 계절을 노래하는 요정과 꽃의 정령이 살았습니다.
꽃의 정령은 요정이 계절을 노래할 때마다 다른 꽃을 피워낼 수 있어 무척 기뻤지만,
요정이 겨울을 노래할 때만큼은 두렵고 슬프기 짝이 없었습니다.
겨울은 자신이 무력해지는 유일한, 혹독한 계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꽃의 정령은 어떤 노래를 세상에서 지우는 마법에 대해 알게 됩니다.
꽃의 정령은 겨울의 노래가 너무너무 두렵고, 슬프고, 불안해서,
결국 겨울의 노래를 마법으로 지워버립니다.
……
그 정령은 오래오래 행복했을까요?
*꽃의 정령은 탐사자, 계절을 노래하는 요정은 KPC, 겨울의 노래는 탐사자가 KPC에게 가진 부정적인 감정을 의미합니다.
피아노 가까이에 다가가면, 의자 위에 쪽지 하나가 올려진 것을 발견합니다. 단 한 문장이 정갈하게 쓰여있는 백지.
지우고 싶은 겨울의 노래 같은 마음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
둘러볼 것도 없는 주위를 얼마 둘러보고 나자, 당신은 피아노 곁에 있던 의자에 어느새 KPC가 앉아있음을 마주합니다. (*이 방 안에서의 KPC 역시 환상이지만, 가장 탐사자가 기억하는 KPC에 가깝습니다. 부정적인 감정도, 어쩌면 긍정적인 감정도 모두 들게 하는 보통의. 그는 어떤 선택을 하든 관계의 성격에 맞게 투닥거리거나 성가셔하면서도 결국 탐사자의 선택에 따를 것입니다.) KPC의 시선이 검은 피아노와 당신이 든 ( )색의 향초, 그리고 손에 들린 악보를 번갈아 훑었다가.
"그 노래, 어떤 표제일 것 같아?"
대뜸 묻습니다. 눈을 감은 채 짓는 표정이, 어둡고 밝은 나무 문 너머에 있던 KPC와는 또다른 사람 같습니다. 그러나 또다시, 여태까지처럼 그 낯에 담긴 것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 소나타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말한 KPC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편안히 기댑니다. 잠을 자려는 것이 아니라, 탐사자를 기다리기 위해서. 손에 든 악보를 봅니다. 여태 멀리서 들려왔던 곡조를 다시 떠올립니다. 그리고 아, 당신은 깨닫습니다. 우리가 이 연주의 단 둘뿐인 청중이고 연주자이리라고. 그리고 나는 무엇이든 연주할 수 있고, 연주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혹은 이 악보를 KPC, 그에게 바칠 수도 있겠지요. 무슨 역할이든 할 수 있습니다. 당신과 그는 연주자도, 청중도, 방관자도 될 수 있습니다.
향초가 내는 향기가 새삼스레 달콤하고 나긋합니다. 시간에 따라 천천히 녹아갑니다. 촛불이 일렁입니다. 어두운 천장에서 동그란 조명이 떨어지고, 피아노에 스포트라이트.
적막한 연주회의 시작입니다.
*엔딩 분기입니다. 자유로운 RP를 권장합니다. 탐사자가 악보대로 연주한다면 Ending 1, 향초가 다 탈 때까지 연주하지 않거나, 연주를 다 마치지 못하거나, 악보의 곡이 아닌 다른 곡을 연주한다면 Ending 2, KPC에게 연주를 하도록 권한다면 Ending 3으로 진행해주세요. 둘이 나란히 의자에 앉아 함께 연주했을 경우는 Ending 4. 타임어택임을 알려주고 싶으시다면 향초가 점점 녹아간다는 지문을 넌지시 던지셔도 좋습니다. 향초가 전부 타 녹는 시간은 ORPG 기준 30분 내외로 상정합니다. 물론, 키퍼분의 재량껏 더 늘리시거나 줄이셔도 괜찮습니다. 만약 악보를 찢는 등 훼손한다면 악보가 훼손되었다는 지문과 함께 Ending 2로 진행해주세요.
엔딩
1. 탐사자가 악보대로 연주했을 경우
악보를 펼쳐 올립니다. 그랜드피아노는 겸허하게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두운 천장에서 떨어지는 빛이 고아하게 피아노를 비춥니다. 어찌하여 꼭 그래야 하는 것처럼, 당신은 건반 위에 손을 올리고, 당연한 수순처럼 페달을 밟고, 연주를 시작합니다. 쓸쓸하고 고요한 멜로디가 반복적으로 손끝을 어루만지다가, 곧 격정 어리게 변합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꼭 고통을 연주하는 것 같습니다. 계속 연주합니다. 계속, 계속. 어느새 악보를 보고 있지도 않습니다. 아, 나는 이 소나타를 ■■(*KPC에 대한 탐사자의 부정적인 감정입니다.)하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화려하게, 격렬하게, 그리고, Fine.
당신의 등 뒤에서 눈을 감고 듣고 있던 KPC는 연주가 끝나자 느리게 눈을 뜹니다.
" " (*진짜 KPC가 탐사자에게 할 만한 대사로 넣어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에 웃음기가 묻었습니다.
그가 연주회의 종막답게 박수를 치자, 모든 것이 부드럽게 사그라듭니다. 난폭하게 하나의 색채로만 뒤덮였던 눈앞이 편안하게 세상의 모든 색으로, 온전한 세상으로, 당신을 다시 이끕니다. 잠이 몰려옵니다.
……
그리고 눈을 뜨면, 아침 햇볕이 유난스레 따갑습니다. 무슨 꿈을 꾸었던 것 같은데, 몽중에 어떤 노래를 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끔찍한 곡조도 기이한 경험도 전부.
문득 KPC가 떠오릅니다. 아, 그러고보니 어제 만났었죠. 여하간 그 얼굴만 생각하면 막연한 ■■(*소나타를 연주함으로써 탐사자는 본인의 적출된 감정을 되찾았습니다.)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군요.
별 수 없습니다. 그와 같은 하늘 아래 생을 공유하는 탓이지요. 다만, 왠지 오늘은 그의 연락이 기대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관계란 늘 알 수 없는 것이니까.
Ending 1. Fine
탐사자 생환. 생환 보상 1d6 이성치 회복.
(Fine : 끝.)
2-1. 탐사자가 다른 곡을 연주했거나 /
2-2. 향초가 다 탈 때까지 연주하지 않았거나 /
2-3. 향초가 다 탈 때까지 연주를 끝마치지 못했을 경우
당신은 건반에 손을 올립니다. 뒤이어 기껍게 연주합니다. 어떤 악마 같은 이가 작곡해낸 것일지 모를 소나타가 아니라 어쩌면 당신에게 익숙할 곡조입니다. 왜 이 흉측한 악보를 연주해야만 하나요. 이리도 달콤하게 귓가에 감기는 선율이 있는데. 이 순간 나는 단 둘뿐인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연주자이고, 당신은 다시 없을 연주의 하나뿐인 청중입니다.
연주가 절정으로 치닫으면 건반 위를 노니는 손끝에도 힘이 실리고. 페달을 밟아 건반 위로 고꾸라질 듯 힘껏 고개를 숙일 적에, 누군가의 손이 뒤에서 뻗쳐옵니다. 목을 끌어안습니다. KPC입니다. 체온은 뭉근하니 따뜻하고, 당신은 당위처럼 연주를 멈췄습니다. 모든 음률이 그 온도 앞에 정지합니다. 적막입니다.
"꿈만으로 남지 않을 수 있지."
"꿈에서 깨지 않으면."
그렇게 말하는 KPC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다정합니다. 아무런 (KPC에게 원래 갖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도 들지 않습니다. 달큰한 향기가 사그라들었다 싶을 때쯤, 눈을 들면 향초는 다 녹아 있네요. 아스라이 색채로 멀어집니다.
……
어느 날에, 한 사람을 ■■(*KPC에게 원래 가졌던 부정적인 감정 ex. 두려워)하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같은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야 했으나, 그 사람이 너무나 ■■(*ex. 두렵)던 사람은
자신의 심장에서 ■■(*ex. 두려움)을 잘라내버립니다.
……
심장이 조각난 채 그는 오래오래 행복했을까요?
대답해요, 탐사자. 답은 당신만이 알고 있으니까.
당신은, 꿈속에서,
오래오래 행복한가요?
/
우리는 연주할 필요가 없습니다. 강요된 역할을 왜 굳이 맡으려 하나요. 꺼림칙하던 악보 역시 그저 내버려두었습니다. 이로써 이 소나타는 영원히 봉인될 것입니다. 연주되지 않는 곡만큼 서럽고, 외롭고, 가치 없는 것이 또 있을까요. 우리는 오롯이 이 안에서 무음의 백색과 함께 내내 침묵합니다.
달큰한 향기가 사그라들었다 싶을 때쯤, 눈을 들면 향초는 다 녹아 있네요. 그 순간 누군가의 손이 뒤에서 뻗쳐옵니다. 목을 끌어안습니다. KPC입니다. 체온은 뭉근하니 따뜻하고, 당신은 당위처럼 숨마저 멈출 듯했습니다. 모든 음절이 그 온도 앞에 정지합니다. 적막입니다.
"꿈만으로 남지 않을 수 있지."
"꿈에서 깨지 않으면."
그렇게 말하는 KPC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다정합니다. 아무런 (KPC에게 원래 갖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도 들지 않습니다. 눈 감습니다. 아스라이 빛이 멀어집니다.
……
어느 날에, 한 사람을 ■■하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같은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야 했으나, 그 사람이 너무나 ■■했던 사람은
자신의 심장에서 ■■을 잘라내버립니다.
……
심장이 조각난 채 그는 오래오래 행복했을까요?
대답해요, 탐사자. 답은 당신만이 알고 있으니까.
당신은, 꿈속에서,
오래오래 행복한가요?
/
떨리는 손으로 악보를 펼쳐 올립니다. 그랜드피아노는 겸허하게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두운 천장에서 떨어지는 빛이 고아하게 피아노를 비춥니다. 어찌하여 꼭 그래야 하는 것처럼, 당신은 건반 위에 손을 올리고, 어렵사리 연주를 시작합니다. 쓸쓸하고 고요한 멜로디는 격정 어리게 머릿속에서 한 발 앞서 변해가는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꼭 고통을 연주하는 것 같습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이건 연주되어서는 안 되는 곡입니다. 본능에 가까운 두려움이 청각을 거머쥡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탐사자. 당신은 멈춥니다. 연주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 이 흉측한 악보를 연주해야만 하나요.
문득 달큰한 향기가 사그라들었다 싶을 때쯤, 눈을 들면 향초는 다 녹아 있네요. 그 순간 누군가의 손이 뒤에서 뻗쳐옵니다. 목을 끌어안습니다. KPC입니다. 체온은 뭉근하니 따뜻하고, 당신은 당위처럼 숨마저 멈출 듯했습니다. 모든 음절이 그 온도 앞에 정지합니다. 적막입니다.
"꿈만으로 남지 않을 수 있지."
"꿈에서 깨지 않으면."
그렇게 말하는 KPC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다정합니다. 아무런 (KPC에게 원래 갖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도 들지 않습니다. 눈 감습니다. 아스라이 빛이 멀어집니다.
……
어느 날에, 한 사람을 ■■하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같은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야 했으나, 그 사람이 너무나 ■■했던 사람은
자신의 심장에서 ■■을 잘라내버립니다.
……
심장이 조각난 채 그는 오래오래 행복했을까요?
대답해요, 탐사자. 답은 당신만이 알고 있으니까.
당신은, 꿈속에서,
오래오래 행복한가요?
Ending 2. Rubato
탐사자 로스트.
(Rubato : '도둑맞다', 템포를 자유롭게 가감하고 규칙적 속도에 따르지 않음.)
3. KPC에게 연주해달라 부탁하여 KPC가 악보대로 곡을 연주했을 경우
KPC는 당신의 말대로 건반에 손을 올립니다. 뒤이어 기껍게 연주합니다. 이 순간 당신은 단 둘뿐인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연주자이고, 나는 이 다시 없을 연주의 하나뿐인 청중입니다.
그는 건반 위에 손을 올리고, 당연한 수순처럼 페달을 밟고, 연주를 시작합니다. 서툴지도 모릅니다. 혹은 능숙할 수도 있겠죠. 어쨌건 악보에 그려진 음표를 따라 건반은 눌리고, 쓸쓸하고 고요한 멜로디가 반복적으로 손끝을 어루만지다가, 곧 격정 어리게 변합니다. 어쩐지 KPC의 표정이 꼭 고통을 연주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는 계속 연주합니다. 계속, 계속. 어느새 그 시선은 악보를 보고 있지도 않습니다. 화려하게, 격렬하게, 그리고, Fine.
홀린 듯이 연주회의 종막답게 박수를 치자, KPC가 당신을 돌아봅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날선 시선에,
"이다지도 멋진 소나타가 있을까."
씹어뱉듯 비아냥거리는 목소리. 비린 ■■(*KPC에게 원래 가졌던 부정적인 감정)이, 잊었던 ■■이, 마음 안을 격통처럼 다시 뒤흔듭니다. 왜, 왜 잊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일순간 눈앞의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난폭하게 하나의 색채로 다시 뒤덮입니다. 이건 악몽입니다. 이건 악몽, 이건 악몽, 이건……
……
그리고 눈을 뜨면, 아침 햇볕이 유난스레 따갑습니다. 무슨 꿈을 꾸었던 것 같은데, 몽중에 어떤 노래를 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끔찍한 곡조도 기이한 경험도 전부.
문득 KPC가 떠오릅니다. 아, 그러고보니 어제 만났었죠. 갑자기 그에게 연락을 해야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힙니다. 전화를 겁니다. 신호음이 한 번, 두 번, 세 번…… 받지 않습니다. 다시 겁니다. 다시 한 번, 두 번, 세 번……
박동처럼 신호음이 울릴 때마다 눈꺼풀 안쪽에 되새겨지는 기억. ■■ 소나타.
……그건 그저 악몽이었을까요?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가 난 이후……」
Ending 3. Da Capo
탐사자 생환, KPC 로스트?
*KPC는 연주로 인해 탐사자의 꿈으로 끌려들어가 탐사자처럼 또다른 상대, 혹은 탐사자에 대해 품고 있던 어두운 감정으로 하여금 꿈에 갇히게 됩니다. 탐사자의 감정은 그대로 돌아옵니다.
(Da Capo. D.C. : 처음으로부터 다시 한 번.)
4. 탐사자와 KPC가 함께 연주했을 경우
거절할 수 있는 제안임에도 KPC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하여 우리는 기어이 나란히 피아노 의자에 앉습니다.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당신을 본 적이 있었는지. 새삼스레 좁은 거리는 숨마저 붙을 듯 지척이고, 우리는 나란히 건반 위에 손을 올립니다. 생각해보면, 함께 같은 일을 기꺼이 이루어낸 적이 몇 번이나 있었죠? 이 순간 같은 것을 바라보고, 같은 것을 연주하며, 어쩌면, 어쩌면 같은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것. 생경합니다.
건반 위에 손을 올리고, 당연한 수순처럼 페달을 밟고, 연주를 시작합니다. 서툴지도 모릅니다. 혹은 능숙할 수도 있겠죠. 함께 연주해나가는 곡은 퍽이나 불협화음 같지만, 그 불협화음마저도 곡의 일부인 듯이 느껴지네요. 어쨌건 악보에 그려진 음표를 따라 건반은 눌리고, 쓸쓸하고 고요한 멜로디가 반복적으로 손끝을 어루만지다가, 곧 격정 어리게 변합니다. 어쩐지 스치듯 본 KPC의 표정이 꼭 고통을 연주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는 계속 연주합니다. 계속, 계속. 어느새 그 시선은 악보를 보고 있지도 않습니다. 당신을, 당신을 바라보며. 화려하게, 격렬하게, 그리고, Fine.
눈을 들면, 여전히 지척의 당신이 있습니다.
"이제 만족해?"
가까운, 목소리가, 표정이, 눈빛이,
왜,
기시감이 드는지.
그리고 일순간 눈앞의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난폭하게 하나의 색채로 다시 뒤덮입니다. 이건 악몽일까요. 흉몽일까요. 이건……
……눈을 뜹니다. 아침 햇볕이 유난스레 따갑습니다. 무슨 꿈을 꾸었던 것 같은데, 몽중에 어떤 노래를 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끔찍한 곡조도 기이한 경험도 전부.
문득 KPC가 떠오릅니다. 박동처럼 신호음이 울릴 때마다 눈꺼풀 안쪽에 되새겨지는 기억. ■■ 소나타.
나는 당신을 ■■하지 않는데.
꿈속에서 마지막으로 스쳤던 KPC의 낯을 상기합니다. ■■에 젖었던 그 눈길……
당신,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나요?
당신,
왜 그렇게 나를 보나요?
Ending 4. Neblig
탐사자 생환, KPC ?
*탐사자가 KPC에게 갖고 있던 부정적 감정이 KPC에게로 옮겨갔습니다. 적출된 감정을 되찾지 않고 KPC에게 그대로 옮긴 셈입니다. 만약 쌍방의 감정이었다면 탐사자는 더이상 그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Neblig : 흐릿한, 몽롱한.)
추천 BGM
Once Upon A December :: https://www.youtube.com/watch?v=bs2VL_HYG9Y (꿈 속)
Dark Magic Music - Salem's Secret :: https://www.youtube.com/watch?v=QdIYVXCfrQM (어두운 방)
Dark Piano - Liar :: https://www.youtube.com/watch?v=6IrJzEQLKHE (밝은 방)
Dark Piano - Null :: https://www.youtube.com/watch?v=9PNvWVUAxKs (?방)
Made in Abyss OST - Tomorrow (メイドインアビス OST) :: https://www.youtube.com/watch?v=BeSbmS06k1k (엔딩 1)
Abel Korzeniowski - Table for Two :: https://www.youtube.com/watch?v=Vmw_KUF_oaM (엔딩 2)
Sad Piano - Victim :: https://www.youtube.com/watch?v=W3S69EFdsYA (엔딩 3)
도입 부분은 각 KPC-PC의 관계에 따라 달리 설정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추천 BGM 선정에 도움을 주신 뷰님께 감사드립니다 (__)
플레이하신 뒤 여유가 있으시다면 작성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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