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찬란한 계절로 가는 방법
CoC 1:12020. 4. 25. 18:29여기의 계절은 춥고 어둡고 암울해요.
모든 것을 체념하게 만드는 황량한 세상,
어쩌면 단 한 마디로도 세계는 찬란하게 변할 수 있다는데,
그 한 마디가 무엇인지 아나요?
당신은 말해줄 수 있나요?
(@2_Mirong님께서 제작해주신 카드입니다.)
어떤 계절에라도 찬란할 어느 용과 아이에게,
개요
용의 존재를 믿은 적 있습니까?
세상이 뒤집히는 감각을 처음 느낍니다, 당신. 그리고 눈꺼풀을 밀어올리면, 그것을 믿든 믿지 않았든, 지금 당신의 눈앞에 있는 기린 같은 존재가 당신의 신념을 바꾸거나 굳건히 고정시킵니다. 거대한 날개와 음울하게 빛나는 비늘, 그르렁거리는 숨소리가 한층 차갑습니다. 서늘한 그늘 밑에서 위엄 있는 목소리가 그러나, 힘없이 뱉어냅니다. 인간의 것과는 비교되지 않는 무게의 기이하고 형형한 눈동자가 당신을 향합니다.
"…번째군."
어쩐지 음성은 완전히 체념한 사람의 것 같기도 합니다. 신 같은 형상을 하고서는, 믿을 수 없게도요.
"이번에도 나를 버려."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1:1 타이만 시나리오
인원 : PC 1인+KPC 1인
배경 : ?
플레이 타임 : 3시간 안팎
플레이 난이도 : 낮음
키퍼링 난이도 : 낮음
권장 기능 : 관찰, 대인기능, 듣기
준 권장 기능 : 수영, 심리학, 오르기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연관되어 금전 거래가 오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세션카드에 한해 커미션 및 금전 거래를 허용합니다.
※ 키퍼링 해주실 분을 따로 두고, KPC 역할을 하는 PC를 포함한 PC 2인으로의 개변이 가능합니다. 단, KPC 역할의 PC를 플레이하시는 플레이어 분은 키퍼가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알고 있어야 합니다.
※ KPC와 PC의 백스토리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권장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개변하여 플레이해주세요. 이에 대한 문의는 송구하오나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 본 시나리오 내에서 KPC는 용 혹은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생물을 닮은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일단 저는 서양의 드래곤으로 간주되는 모습으로 묘사하여 두었으나, 다른 모습을 원하신다면 개변하여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두 캐릭터에게 헌정하는 시나리오로 해당 캐릭터들의 관계는 연인 관계이나, 본 시나리오에서 KPC와 PC의 관계는 초면으로 상정하며 관계성을 크게 타지 않습니다. 적대적인 사이는 약간의 개변을 거치면 가능할 듯합니다. 기존 탐사자라면 AU 개념으로 가볍게 즐겨주세요. (기존에 오리지널의 서사가 있는 캐릭터들일 시에, '전생에 해당 서사를 겪었다'는 설정을 넣어주셔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이 사항은 크게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플레이어 분께 알려주셔도 좋습니다.)
※ 본 시나리오는 시나리오 《정의의 이름으로 당신을》에 잦은 후원을 해주신 양곰(@dawn_Gohm)님께 더이상의 후원을 만류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헌정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글을 보신다면 부디 포스타입 후원을 멈춰주세요. 저는 부족한 시나리오로 즐겨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기쁘므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 RP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시나리오 자체에 큰 반전이 있지는 않습니다.
※ 테스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시나리오 하단에 플레이 타임 수집 폼이 있습니다. 플레이를 하셨을 시 평균 플레이 타임 명시와 이외 더 나은 방향으로의 수정을 위해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서는 신화생물 및 주문에 대해 독자적으로 창조, 해석한 부분이 존재하며, 신화생물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CoC 원작의 분위기와 상이할 수 있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 대한 공계에서의 무례한 언행, 스포일러성 발언이 발견될 시 즉시 비공개 처리됩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 외 문의는 @henceihateu의 DM이나 본 포스트 비밀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키퍼(GM)가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눈앞에 있다는 것만으로 진배 없는 재앙인 그 이름, 다올로스(룰북 p. 316)가 탐사자가 있는 세계에 우연히 나타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집단의 의식을 통해 다올로스가 잠깐 지구로 불려온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의식조차도 실수였을지 모르죠. 이 신이 와 있는 것 자체가 지구의 인류에게는 재앙이 아닙니까? 더해서 마법적 장벽 또한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으므로, 우연히 나타난 신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영문도 모르고 탐사자는 그대로 다올로스에게 삼켜졌습니다.
다올로스가 삼킨 사람은 다른 차원 혹은 멀고 암울한 행성으로 가버린다고 하죠. 탐사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탐사자가 도달하게 된 곳은 머나먼 어떤 행성으로,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구와 무척 흡사한 환경을 가진 곳입니다. 그리고, 또한 다올로스의 사제들이 다올로스의 신전을 두고 머무르는 행성이기도 합니다. 천문에 밝은 다올로스의 사제들은 과거와 미래를 보지요. 이 사제들은 다올로스의 삼킴으로 인해 오는 사람들을 '선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생각했었습니다. 과거에는 말이에요. 말인즉슨 탐사자처럼 다올로스에게 삼켜져 경위를 알지도 못하는 채 이곳에 오게 된 사람들이 몇몇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그 선택됨은 무엇으로부터? 어떤 것을 위한 선택일까요?
여기에서 KPC가 등장합니다. 미래를 보는 다올로스의 사제들에 의해 붙들려 마력과 생명력을 강제적으로 소모하고 있는 KPC가요. 비인도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그들은 나름대로 우주를 위한 선택을 한 것입니다. 사제들이 본 미래에 KPC는 행성 쯤은 간단히 멸망시키는 재앙의 주체가 되어 있었거든요. 아주 먼 옛날 지구에서 태어난, 신화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신화적인 힘을 가진 KPC를 보고서 사제들은 그가 온 우주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미래를 감지하여 머나먼 행성으로 그를 추방시켰습니다. 왜 죽이지 않았냐구요? KPC에게서 보이는 미래는 재앙만이 아니었거든요. 그러니까 KPC가 재앙이 되지 않고 얌전히 세계에서 살아갈 미래의 가능성도 있었다는 겁니다. 그 가능성 덕분에 사제들은 그를 섣불리 죽이지는 않은 것이지요.
그 가능성은 쉽게 말하면 나비 효과 같은 것입니다. 아주 작은 한 요소만 있어주면 KPC는 재앙이 되지 않는다고 해요. 바로 '동반자'입니다. KPC의 미래를 알고서도 친우로서든, 연인이든, 혹은 숙적으로서라도. 진실로 함께 있어주겠다는 말만 있다면, 어떤 존재보다도 오래 살아남을 축복 혹은 재앙 같은 KPC는 그 동반자가 자신보다 먼저 필멸할지라도 세상을 무너뜨리는 위험이 되는 미래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요.
그러나 자신이 재앙이 되리라는 미래를 알게 된 회의적인 KPC, 보기만 해도 위협적인 모습의 KPC, 사제들에게 붙잡혀 혹여나 섣부른 짓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데 대한 예방책으로 야금야금 생기마저 잃고 있는 쇠약한 KPC를 감히 친애하거나, 함부로 사랑하거나, 차마 적으로 둘 사람이 있겠습니까? 거기다 진상의 일부―KPC가 파멸적인 존재가 될 미래를 알게 되고서는 더더욱이 그를 버리려는 사람들 뿐이었는걸요. 다올로스에 의해 이 행성으로 보내진 [[1d100]]명의 그들은 KPC를 포박하고 있는 사제들에게 제발 이곳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돌아가게 해달라고만 빌었는걸요. 기본적으로 악하지 않은 다올로스의 사제들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었고, 그와 동시에 그렇게 돌아간 사람이 [[1d100]]명째가 되었을 때 이 행성으로 날아오게 된 사람들이 KPC의 동반자 후보로 '선택'되었다는 가설을 버리기로 합니다. KPC는 결국 재앙이 될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를 죽이는 수밖에 없다. 결론내린 것입니다.
그때에, 우연하게도, 그리고 운명 같게도, 탐사자가 다올로스에 의해 이 행성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사제들은 반도 채 남지 않은 KPC의 생명력을 보아 탐사자가 KPC가 살아 재앙이 될 미래에서 벗어나게 될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진심으로 그와 함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KPC는 자신에 얽힌 모든 진상을 알고, 타인의 [[1d100]]번의 거부와 포기 끝에 흉조와 재앙이 될 스스로에게 체념한 상태지만요.
탐사자, 그런 그와 동반할 수 있습니까? 모든 어둡고 파괴적인 미래가 소멸하고 안온한 삶만이 남도록, 당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 신 같은 존재에게, 구원을 내려줄 수 있겠나요?
(*인간인 기존 캐릭터가 KPC를 맡는 경우, 재앙이 될 저주에 의해 용의 모습이 되었다는 개변이 가능합니다. 이 경우 엔딩 분기에는 희미하게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연출도 좋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의 모든 대사는 KPC의 성격에 맞게 변용해주세요.)
*시나리오에 큰 반전이 없습니다. KPC가 행복한 엔딩을 보고 싶다면 해야할 것은 하나뿐입니다. 탐사자가 당신과 함께 있고픈 마음이 들게끔, RP를 열심히 하세요!
조우
찰나.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당신은 세상이 반전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어딘가로 튕겨지는 감각이기도 하고, 날아가는 감각이기도 하고, 사방이 뒤집힘과 동시에 당신 자신이 집어삼켜지는 감각이기도 했습니다. 시야가 순식간에 점멸하고 삽시간에 어둠에 손발이 좀먹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정신없이 마구 돌아가는 사위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럽지요. 까무룩 그만 정신의 끝을 놓고 말았을 때, (SANC 0/1)
훅 바람이 시야를 덮칩니다. 쓰러졌던 고개를 들고 다시 눈을 뜨면 모르는 세상입니다. 하늘은 어둑하고, 땅은 황량하고, 곳곳에 솟아난 나무들은 채도를 잃어 불타고 남은 듯 온통 잿빛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눈길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것은 그것이 아닐 겁니다.
탐사자, 용의 존재를 믿은 적 있습니까? 그것을 믿든 믿지 않았든, 지금 당신의 눈앞에 있는 기린 같은 존재가 당신의 신념을 바꾸거나 굳건히 고정시킵니다. 황폐하고 창백한 바람을 막는 거대한 날개와 먹빛 드리운 하늘에도 음울하게 빛나는 비늘, 그르렁거리는 숨소리가 한층 차갑습니다. (SANC 1/1d4)
서늘한 그늘 밑에서 위엄 있는 목소리가 그러나, 힘없이 뱉어냅니다. 인간의 것과는 비교되지 않는 무게의 기이하고 형형한 눈동자가 당신을 향합니다.
"[[1d100]]번째군." (*물론, 직접 설정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심리학 성공 시▶ 어쩐지 음성이 완전히 체념한 사람의 것 같습니다. 용이면서, 신 같은 형상을 하고서, 무엇에 몇 번이고 기대했다 그만 놓쳐버려 이제 와서는 단념해버린.
심리학 실패 시▶ 어쩐지 음성은 완전히 체념한 사람의 것 같기도 합니다. 용이면서, 신 같은 형상을 하고서는, 믿을 수 없게도요.
"이번에도 나를 버려."
영문 모를 소리만 하는 이 신 같은, 어쨌든 인간의 위치에는 머물지 않는 존재. 용이 당신을 내려다보며 얼마쯤 물러납니다.
관찰 성공 시▶ 육중한 발과 날카로운 발톱, 비늘이 번뜩이는 가운데…… 절그럭. 언뜻 그가 움직일 적 공기를 무겁게 가르는 마찰음이 들렸습니다. 자세히 보면 용의 날개와 발은 부자유스러운 모습으로 멈춰있군요.
관찰 실패 시▶ 육중한 발과 날카로운 발톱, 비늘이 번뜩입니다.
*KPC는 다올로스의 사제들이 건 주술적인 힘에 의해 완전히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는 상태입니다.
자유로운 RP 이전에… 대인기능 판정을 해주세요. 성공 시 탐사자는 KPC와 원하는 만큼 대화할 수 있습니다(다만 위협 기능의 경우에는 조금 가소로워하면서 대할지도 모르겠네요.). 실패 시에는 최대 3개의 질문만 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KPC가 성가시다는 듯이 다음 부분으로 진행하며 대화를 마무리합니다.시나리오 내에서 둘은 초면 상정이나, 기존의 관계가 있는 캐릭터들이라면 해당 관계에 기반한 감정을 담아 RP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대화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탐사자가 대화 중 심리학 판정에 성공해도 무언가를 숨기거나 탐사자가 이곳에 오게 된 원인과 엮인 것 같지는 않다, 혹은 모르는 것 같다는 지문을 출력해주세요. 어느 정도 대화가 진행되었다 싶으면 다음 부분으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당신은 누구인가?
- 보다시피 너와 같은 존재는 아니다. 호칭이 필요하다면 (KPC의 이름)이라고 불러라.
여기가 어디냐?
- 본래 네가 모르는 곳이긴 할 테다.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겠고 나도 네가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고 짐작만 할 뿐이지만, 어쨌든 그곳과는 아주 멀리, 한 차원만큼 떨어진 곳이다.
이곳에서 사는 건가?
- 산다고 말한다면 산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여기에서밖에 있을 수 없다. (*KPC는 아주 오래 전 다올로스의 사제들에 의해 끌려온 이후 이 행성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사람의 언어를 할 수 있나?
- 기억에 있는 언어다. 나도 잘은 모르겠다. 늘 여기 온 사람들은 네가 쓴 것과 비슷한 언어를 쓰곤 했다. (*지구의 사람들이 몇십 년의 간격으로 곧잘 불려온 데다, KPC는 아주 먼 옛날 지구에서 살았었습니다.)
n번째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이곳에 다른 사람들이 왔었나?
- 말 그대로다. 다른 사람들이 왔었다. 지금은 전부 돌아갔지만.
내가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인지 알고 있나?
- 모른다. 아마도 네가 '선택'되었기 때문이겠지. 아니면 온전히 네 불운이거나. (*KPC는 진상의 대부분을 알고 있으나, 탐사자를 삼켜 이 행성으로 오게 한 신인 다올로스에 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나를 버리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 나와 마주친 모든 사람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너도 다를 바 없을 거다.
어쩐지 대화는 헛도는 태엽처럼 그저 막막합니다. 제대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는 기분이지요. 용, KPC는 따분한 눈길로 탐사자를 내려다보다 다시, 한숨입니다. 호흡이 바람으로 땅 위로 내려앉고……
크기 성공 시▶ 바람처럼 뱉어지는 숨에 하마터면 날아갈 뻔합니다. KPC가 뭐가 문제냐는 눈으로 당신을 쳐다봅니다. 이거, 그의 한숨이 닿는 데에 제대로 맞으면 몇 미터는 날아가겠는걸요.
크기 실패 시▶ 바람처럼 뱉어지는 숨이 휙, 아까 세상이 뒤집히던 것처럼 다시 당신의 몸을 날려보냅니다. 으악! 탐사자는 그만 구르듯 날아가 나가떨어져 버립니다. KPC를 쳐다보면, 미처 그럴 줄은 몰랐다는 눈입니다. 이거, 그의 한숨이 닿는 데에 한 번 더 있다간 또 다른 곳으로 굴러떨어질 수도 있겠는데요.
"올라오지 그러나?"
KPC는 한참 작은 탐사자를 내려다보며 혀를 한 번 차는 듯한 소리를 내고는, 등을 조금 숙입니다. 먹구름이 구름끼리 부딪히며 쿠르릉, 폭풍이 올 것 같은 소리를 내는 게 불안합니다. KPC가 한숨을 조금 죽이며 말합니다.
"갈 길이 멀어. 너도 돌아가야 할 것 아닌가. 어차피 돌아갈 거라면, 너를 도와줄 이들이 있지. 다만 그들이 있는 데까지 가는 길이 여간 험하지 않아. 내게 올라타는 게 좋을걸."
저렇게 말하니, 별 수 있나요. 확실히 당신은 이곳에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야 하기는 하고, KPC가 그 길을 알고 있다면 따를 수밖에 없죠. 탐사자, 힘내서 올라가봅시다.
오르기 1번 성공 시▶ 말려있는 꼬리를 밟고 위로 올라가봅니다. 튼튼한 비늘은 탐사자가 매달린다고 해서 떨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오르기 2번 성공 시▶ 조금 더 위로! 몸통의 반절까지 올라온 것 같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까마득하군요…… 새삼스러운 높이입니다. KPC가 어서 올라오라는 듯 고개를 조금 숙입니다.
오르기 3번 성공 시▶ KPC의 목줄기를 붙잡고 가까스로 섭니다. 황량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지상보다 조금 더 기온이 낮군요. "뿔을 잡아." KPC가 무심히 말합니다.
오르기 실패 시▶ 아! 헛디딘 탓에 그대로 추락합니다. 눈을 꾹 감은 순간에 등 뒤로 툭, 지상이 아닌 무언가가 받쳐집니다. 한숨 쉬는 KPC의 발등 위에 당신은 올라와 있습니다. "좀 잘 해보지 그러나."
*재도전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오르기 판정에 총 3번 성공해야 KPC의 몸에 제대로 올라탈 수 있습니다. 중간에 실패하면 KPC가 (한심해하며) 주르륵 떨어지는 탐사자를 받아주세요. 탐사자가 너무 많이 실패한다면… 그냥 KPC가 머리 위로 올려줍시다.
꽉 잡으라, 이제 되었나, 따위의 말을 건넨 KPC는 탐사자의 대답을 듣고서 천천히 날개를 펼칩니다. 그르릉, 대기를 울리는 숨소리.
듣기 성공 시▶ ……절그럭. 언뜻 그가 움직일 적, 다시금(*앞선 관찰 판정을 성공했을 시) 공기를 무겁게 가르는 마찰음이 들렸습니다. 마치 족쇄나 사슬이 저들끼리 부딪치며 내는 소리 같군요.
듣기 실패 시▶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요. 날갯짓에 의한 소리일까요?
관찰/심리학 성공 시▶ 어쩐지 발 아래 KPC의 기색은 조금, 사실은 많이, 불쾌해보입니다. 불쾌하다기보다 고통스럽다는 쪽이 더 맞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관찰/심리학 실패 시▶ KPC의 눈꺼풀이 조금 찡그린 듯도 합니다.
*KPC는 보이지 않는 사슬 같은 주술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상당히 불편합니다.
이윽고 날아오릅니다. 먹구름이 그득한 하늘이 낮아진 듯한 착각이 일고, 펄럭이는 바람에 KPC의 뿔을 꽉 붙듭니다. 날갯짓이 검고 흐린 공기를 빠르게 헤쳐나갑니다.
계절 하나
얼마쯤 지났을까요. KPC의 위에 올라타 맞는 바람은 지상에서보다 더욱 차갑고 맹렬합니다. 떨어지지 않으려 뿔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며 가까스로 앞을 바라봤을 때에, 새카맣던 구름과 드리워진 그늘이 갑자기 환히 걷힙니다.
휘적이는 공기와 함께 날개가 가라앉습니다. 착지합니다.
*여기에서 KPC는 /gr 비밀 다이스로 건강을 굴립니다. 다올로스의 사제들의 주술에 의해 생명력이 깎이고 있으므로, KPC의 건강은 최대 50입니다. KPC의 건강 수치는 키퍼님께서 임의로 혹은 설정대로 정해주셔도 좋고, 1d50을 해 랜덤으로 정해주셔도 좋습니다. 건강 다이스를 굴려 실패했을 시, 건강 수치에서 1d10을 소거합니다. RP를 통해 상태가 나빠졌음을 어필해주셔도 좋아요.
착지하면, 탐사자는 주변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주변을 돌아볼 시▷ 아까처럼 밟은 땅 위에 무엇도 없는 황무지가 아니군요. 이곳은 바야흐로 봄입니다. 저 멀리 있는 숲과, 숲 앞의 이상할 정도로 한 곳에만 무더기로 핀 꽃덤불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군요. KPC에게 저것들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KPC
대인기능 성공 시▶ KPC는 숲을 보며 생각에 잠긴 듯 느린 어조로 말을 잇습니다. "여태 이런 적이 없는데 말이야." KPC는 탐사자의 기색을 보고서 원래의 '이곳'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습니다.그의 말에 따르면, 원래라면 끝없이 아까와 같은 황무지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나쁜 날씨가 이어지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대인기능 실패 시▶ KPC는 당신의 무엇을 하려는 시도에도 그저 숲을 보며 생각에 잠긴 듯 느린 어조로 말을 잇습니다. "여태 이런 적이 없는데 말이야…." 그 말뿐입니다.
- 함께 가고자, 살펴보고자, 혹은 질문이라도 하려고 말을 걸면 KPC는 탐사자를 한 박자 늦게 돌아봅니다. 아까보다 숨을 조심히 내쉬며, 그는 중얼입니다. "이상한 일이군……."
- 숲관찰 성공 시▶ 심긴 나무들에 목련과 벚꽃 봉오리가 금방이라도 피어날 듯 맺혀있습니다. 봄에 곧 꽃망울을 터뜨릴 나무들이군요. 개화할 시기가 되면 무척 장관이겠지요. 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마냥.
- 관찰 실패 시▶ 심긴 나무들에는 봉오리가 맺혀있습니다. 뭔지는 몰라도 꽃나무인 모양입니다. 개화할 시기가 되면 무척 장관이겠지요.
- 숲은 멀찍이서 보면 다소 앙상합니다. 나무가 늘어서고는 있으나 이제 막 잎이 돋는 것 같아요. 아까 언뜻 보며 생각했던 것처럼, 정말로 계절의 시작 같은 느낌입니다. 겨우 피어나고 있는 옅은 녹음과, 꽃잎들……
- 꽃덤불
붉고 노란 빛을 띤 앙증맞은 꽃들이 옹기종기 피어있습니다. 관찰 실패 시▶ 무더기로 핀 꽃들은 뭔가의 형상을 띠고 있는 듯 일정하게 피어있습니다. 뭘 의미하기라도 하는 걸까요?듣기 어려운 성공 이상 시▶ 속삭이는 소리입니다. 덤불에서입니다. 꽃들이 간악하게, 혹은 긴밀하게 속삭입니다. 꽃들이 속삭이다니요? 그들이 말합니다. "당신, 재앙 같은 그와 함께할 건가요?" 웃음소리가 흩어집니다. (SANC 0/1) - 듣기 실패 시▶ 속삭이는 소리입니다. 덤불에서입니다. 꽃들이 속삭입니다. 맙소사, 꽃들이 속삭이다니요? 그들이 말합니다. "당신, ……할 건가요?" 웃음소리가 흩어집니다. 잘 들리지 않습니다. (SANC 0/1)
- 듣기 성공 시▶ 속삭이는 소리입니다. 덤불에서입니다. 꽃들이 속삭입니다. 맙소사, 꽃들이 속삭이다니요? 그들이 말합니다. "당신, 그와 함께할 건가요?" 웃음소리가 흩어집니다. (SANC 0/1)
- 관찰 성공 시▶ 무더기로 핀 꽃들은 뭔가의 형상을 띠고 있는 듯 일정하게 피어있습니다. …아, 그래요. 꼭 화염 같은 모습입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더없이 작아 사랑스럽습니다만, 덤불 가장자리로 갈수록 붉어지는 꽃잎이 불길이 날름거리는 것과 같아보여요.
*해당 부분부터 나오는 모든 '계절'의 형상을 띤 지형은 다올로스의 사제들이 준비한 일종의 시험과 같은 것으로, KPC에게 남은 시간상 마지막 희망으로 간주되는 탐사자에게 KPC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가 재앙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운명 같은 미래도, 그가 과거에 탐사자와 같은 세상에 살았다는 회고도 전달해주지요. 가장 치명적인 진상을 제외한 모든 KPC에 얽힌 사실을 알고서 '함께할 것인지'의 결정을 내리는 것은 탐사자 자신입니다.
"우선 숲을 지나가기는 해야 하겠군."
옆에 조심히, 천천히 다가온 KPC가 숲길을 보고 난감한 얼굴을 합니다. "여기를 밟고… 지나가야 하나?" 그러게 말입니다. 숲은 KPC의 거대한 몸체가 빠져나가기에는 굉장히 빽빽합니다.
*여기서 KPC는 정신력 다이스를 굴립니다. 대실패! 만 아니라면 폴리모프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gr 비밀 다이스로는 건강을 굴립니다. 실패했을 시, 건강 수치에서 1d10을 소거합니다. RP를 통해 상태가 나빠졌음을 어필해주셔도 좋아요. 성공했을 시에는 인간형의 모습으로 탐사자와 걸으며 자유롭게 RP하며 숲을 지나갑시다. 실패했을 시에는… 어쩔 수 없습니다. 사슬 같은 주술이 있더라도 날아갈 밖에요. 기본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는 KPC로서는 무언가를 파괴하는 데에 대한 주저함이 일말이라도 남아있습니다.
하늘은 아침처럼 희끗하게 맑고 푸릅니다. 구름은 당신이 사는 세상에서처럼 여상히 흘러가고, 약한 바람이 불고,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관찰 판정, 성패 상관없이▶ 머리 위로는 꽃망울이 터집니다. 아, 앞을 보면 어느새 활짝 핀 벚꽃과 희게 눈앞을 가리며 낙하하는 목련 꽃잎, 연둣빛 새잎들.
지능 성공 시▶ 앞으로 나아갈수록 계절의 한가운데로 가는 것만 같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앞으로 간다면……
지능 실패 시▶ 이곳의 계절은 이런 식인 걸까요? 도통 예상할 수 없습니다.
나무가 심긴 거리가 점점 엉성해진다 싶더니, 숲의 끝에 다다릅니다. 일순간 심한 바람이 붑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요. 하얀 바람입니다. 아, 꽃바람입니다. 무수한 꽃잎이 폭풍처럼 당신들을 감쌉니다. 이래서야 뒤를 돌아도 KPC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데,
듣기 성공 시▶ 흩날리는 꽃잎들이 상냥하고 간사하게 속삭입니다. 향기 짙은 바람이 휘몰아치고, 그들이 말합니다. "당신, 재앙이 닥치면 어떨 것 같아요? 당신에게, 당신이 두고 온 것들에게, 세상에, 전부 무너질 재앙이 닥치면. 어떨 것 같아요? 세상에 오로지 당신과 저 간악한 용만이 실재한다면요?" (SANC 0/1)
듣기 실패 시▶ 흩날리는 꽃잎들이 상냥하고 간사하게 속삭입니다. 향기 짙은 바람이 휘몰아치고, 그들이 말합니다. "당신, 재앙이 닥치면 어떨 것 같아요? 당신에게, 당신이 두고 온 것들에게, 세상에, 전부 무너질 재앙이 닥치면. 어떨 것 같아요?" (SANC 0/1)
*이후 KPC에게 물어도 KPC는 이를 듣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심리학 판정으로도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말마디 뒤로 마치 세상을 희게 덮어버리는 듯한 바람이 지나고, 눈을 깜빡입니다. 어느덧 숲이 없습니다. KPC가 아, 외마디를 뱉습니다. 그의 시선은 앞을 향해 있습니다.
어쩐지 좀 덥지 않나요?
계절 둘
그래요, 어쩐지 덥다 싶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미간이 찌푸려지도록 햇볕이 쨍하니 내리쬡니다. 햇살은 아까보다 훨씬 강하고, 노랗고, 밝고…… 무엇보다 뜨겁습니다. 알 수 있어요. 이 계절의 이름. 여름입니다. 하늘은 가짜로 칠한 염료처럼 새파랗기만 하고, 탐사자는 KPC가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온통 짙고 진하고 강렬한 것들의 계절 아래, 너른 강이 있습니다. 새파랗게 깊이를 알 수 없이 흐르는 물결 위에 윤슬이 눈부십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우거졌던 숲은 계절의 단면인 듯 간 데 없고, 물줄기가 굵은 강물은 여간 헤엄쳐서는 건널 수 없을 것 같지만…… 우리에겐 날 수 있는 KPC가 있죠! 까짓 거, KPC를 또 타고 가면 되는 문제입니다.
탐사자가 KPC를 돌아보면, 이미 곁을 뜬 KPC는 강가를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본 지 얼마나 됐다고,보면 얼마나 봤다고, 원래 모습과 달라 어쩐지 생경한 탐사자와 비슷한 사람의 모습. 그의 표정은 말을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멎음입니다.
심리학 성공 시▶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돌아보는 눈길에 묻은 당혹은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닙니다. 아까의 숲처럼, 이 강물의 존재 때문이지요. 그 눈빛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왜 이런 게 여기에 있지?'
심리학 실패 시▶ 돌아보는 눈길이 당황한 듯합니다. 어째서?
*이어 대인기능 판정이 가능합니다. 성공 시 아까와 같이, 원래 이곳 역시 물기라곤 없는 황량한 곳이었다. 무엇도 자라지 못하는 땅만 한껏 펼쳐져 있었을 뿐인데, 지금에 와서 왜 이렇게 갑작스레 변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탐사자에게 전합니다. (실패해도 KPC가 이곳이 이전보다, 어느 정도는 이상하다는 말을 번복하게 해주세요.)
"어쨌든 네가… 돌아가려면 여기를 건너야 하긴 할 텐데."
KPC는 난감한 얼굴입니다. 탐사자가 아까처럼 날아갈 수 있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는 잠잠히 눈을 깜빡이다가…… "힘들어." 짧게 토로합니다.
*강가를 거닐어도 좋고, 건널 수 있는 방도를 찾거나 KPC에게 왜 힘드냐, 안 되느냐 물어도 좋습니다. 어쨌든 자유롭게 RP하며 탐사자에게 다음의 사실을 알려주세요.
- 사실 나는 저주를 받았다. 그래서 날개가 억제된 상태다. 원래 모습인 상태에서 움직이면 동작이 아무래도 커질 수밖에 없고, 움직임이 클수록 고통이 커서, 솔직히 말해 힘겹다. (다시 용으로 폴리모프를 한 채로 절그럭거리는 소리를 보여줘도 좋을 것 같습니다.)
- 그럼에도 왜 아까는 날았느냐 하면, 이토록 먼 거리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 장소에 뭔가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 무엇 때문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 그리고 여기도 마찬가지로 없던 지형이다. 숲도 그렇고 강물도 그렇고 나는 처음 본다.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이상하게 들기는 하는데, 잘 모르겠다.
- 굳이 건너가자고 하는 것은 어쨌건 이 방향의 끝에 어떤 주술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눈부시고도 흉측하게 생긴 '그들'은 나름대로 선량하여 매번 이곳에 온 사람들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고는 했다. 하지만……
- 아무리 봐도 배는 없는 것 같다. 우회해서 가는 것도 어려울 것 같고. 정 못할 것 같다면 곤란하더라도 변모해서 건너편으로 데려다주거나 건져줄 내가 있어 적어도 강물에 빠져 죽지는 않을 테니, 우선 수영이라도 시도해보자.
하는 수 없이 강가에 서면, 푸른 물은 아득합니다. "적어도 여기서 죽게 하지는 않을 테니, 믿어." KPC가 한숨처럼 말합니다. 갈 때까지 옷은 죄다 젖겠지만요… 어쩔 수 없죠. 탐사자가 먼저 강물로 들어갑니다.
*이 부분에서 수영을 연속 3번 판정합니다. 재량에 따라 문장을 끊어 출력해주셔도 무방합니다.
수영 1회 성공 시▶ 수월하게 물살을 가릅니다. 햇빛이 뜨거워, 물의 온도는 기분 좋을 만큼만 적당히 차갑습니다. 물결대로 흘러가듯 하며 손을 저었을 때, "KPC." …방금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나요?
수영 1회 실패 시▶ "KPC." 물살 아래에서 휘청거리는 손발이 허우적대다, 귓가에 들려온 소리를 듣고서 잠깐 멈춥니다. 안 돼요, 이대로는 가라앉겠습니다. 더 빨리 움직여야겠어요.
수영 2회 성공 시▶ 다시 헤엄칩니다. 점점 차가워지는 것 같은 수면을 무시하고요. 자꾸 물살을 가르는 손끝에서 소리, 소리가 들립니다. (*KPC의 백스토리 중 단편적인 어떤 것을 묘사해주세요. 오리지널 캐릭터라면 지구에서의 과거 모습과 행적을 미리 설정해주시면 됩니다.)
수영 2회 실패 시▶ 다시 헤엄치나, 어쩐지 몸이 무겁습니다. 점점 올라와 당신을 삼키는 것 같은 수면이 눈가에서 일렁이고, 잠깐 잠긴 눈이 수중에서, 무언가와 마주칩니다. (*KPC의 백스토리 중 단편적인 어떤 것을 묘사해주세요. 오리지널 캐릭터라면 지구에서의 과거 모습과 행적을 미리 설정해주시면 됩니다.)
수영 3회 판정, 성패 상관없이▶ 헤엄치려 몸을 움직여도 물살이 강 중간으로 갈수록 거세집니다. 탐사자는 수렁에 가라앉듯 휩쓸려 순간 코와 입이 물결에 잠겼다 막혔다, 숨이 급박하게, ……그리고 그 와중에는 물속에서 완전히 다른 어떤 세상을 봅니다. 완전히 다른, ……다른? 아니오, 당신은 이것을 '다르다'고 표현할 수 없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게 탐사자의 눈에 비친 건, 탐사자가 원래 살던 곳과 가장 흡사한 세상이었으니까요. 그 안에 KPC가 있습니다. (SANC 0/1) (*KPC의 백스토리 중 단편적인 어떤 것을 묘사해주세요. 오리지널 캐릭터라면 지구에서의 과거 모습과 행적을 미리 설정해주시면 됩니다.)
*KPC의 과거, 지구에서의 기억들입니다. 이후 탐사자를 구하려 KPC가 강물과 접촉하면 KPC 역시 자신의 과거를 함께 보게 됩니다. KPC의 백스토리, 혹은 KPC와 탐사자의 백스토리를 대략… 전생 혹은 다른 세계관의 느낌으로 풀어내주세요. 앞서 주의사항에서 '전생에 오리지널의 백스토리 서사를 겪었다'는 설정은 이 지점에서 쓰이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이봐!"
화급한 음성에 이어 당신을 낚아채는 거대한 손길이 있습니다. 그르렁거리는 숨소리가 아득하고,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건너편입니다. 용으로 변해 탐사자를 순식간에 육지에까지 건지고, 다시 사람 모습으로 돌아와 쿨럭, 쿨럭, 기침하는 KPC의 상태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이쯤에서 다시, KPC는 /gr 비밀 다이스로 건강을 굴립니다. 실패했을 시, 건강 수치에서 1d10을 소거합니다. RP를 통해 상태가 나빠졌음을 어필해주셔도 좋아요. 심리적으로도 불안감 혹은 당혹감이 클 텝니다.
심리학 성공 시▶ 당신과 마찬가지로 온통 젖은 표정이 여실하게 당혹감에 물들었습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시 강물을 돌아보는 그를 보며 당신은 확신합니다. 저 물속에서 탐사자가 본 건 정말로 KPC라고요.
심리학 실패 시▶ 당신과 마찬가지로 온통 젖은 표정이 여실하게 당혹을 말해줍니다. 아까보다도 더요. 그도 저 물속에서 무언가를 본 걸까요?
지능 성공 시▶ 아주 먼 옛날일까요? 아주 먼 미래일까요? 물속의 그것은 분명 탐사자가 있었던 세상의 모습이었습니다. KPC는 사람의 언어를 알고…… 어렴풋이 나무와 꽃과 강을 기억합니다. 그도 사실은 탐사자와 같은, 영문도 모르고 이곳에 온 존재가 아닐까요?
지능 실패 시▶ 아주 먼 옛날일까요? 아주 먼 미래일까요? 물속의 그것은 분명 탐사자가 있었던 세상의 모습이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KPC라니요.
*자유로운 RP. 물속에서 본 KPC의 과거에 대해 기억을 KPC가 어느 정도 떠올렸을지, 자신의 기억임을 탐사자에게 말해줄지는 온전히 키퍼님의 선택입니다. 만약 탐사자와 함께한 전생을 묘사했다면 그렇다면 나는? 이라는 질문이 되돌아올 수도 있겠죠. 어떤 것이든 탐사자가 KPC가 대답하기 곤란할 만한 질문을 하거나, 너무 많은 물음을 쏟아낸다면 곧바로 다음 부분으로 진행해주세요.
"일단 네가 돌아가야 하는 건 자명하지 않나."
젖은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한숨처럼 발음하는 문장은 처음에 만났을 때 그의 음성으로 들었던 그것과 어조가 매우 닮았습니다. 이번에도 나를 버려.
"돌아가. 너는 그냥 네가 살던 곳으로 가면 되잖아."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한 발짝 앞서 강을 등지고 걷기 시작합니다. 젖어 진하게 남는 발자국, 뚝뚝 떨어지는 물기가 지면에 남았다 증발됩니다. 여름이지요. 뜨거운 햇볕……. 탐사자는 말이 없는 KPC를 따라 걷습니다.
걷고, 또 걷고, 계속 걷습니다. 모르는 세상과 아는 세상과 그 경계에 서 있는 것 같은 KPC. 무엇을 생각하나요, 탐사자? 당신과 그에게 척척하게 젖어들었던 습기가 눅눅하나 얼만큼은 말라가는 중에, 사박. 무언가 사뿐히 밟히는 소리에 아래를 보면.
계절 셋
낙엽입니다. 끄트머리가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활엽수의 잎. 피가 뭉쳐 굳은 것만 같은 우울한 색채의 풍만하고도 쓸쓸한 계절. 뒤를 돌아보면 또다시 계절과 계절 사이, 단절입니다. 쨍하니 내리쬐었던 햇볕은 어디로 가고, 어느새 느즈막한 오후의 붉은 태양빛이 발치에 길게 닿아옵니다. 그래요, 그림자가 유독 긴 가을이네요.
이곳도 봄과 같던 그 숲처럼 나무들이 늘어서 있지만, 풍경은 조금 다릅니다. 다소 인공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곳에는 KPC와 탐사자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 어떤 사람이든 언제든 쉬어갈 수 있는 공원처럼 정돈된 모습입니다. 심지어 인공물도 있습니다. 고작 아주 오래된 것 같이 보이는 가로등과 낡아빠진 표지판 하나긴 하지만요. 낙엽이 쌓인 오솔길과 벤치, 가로등과 표지판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 오솔길관찰 성공 시▶ 아무리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KPC의 그림자만큼은 원래의 형태를 하고 있네요. 어쩐지 섬뜩합니다. 길게 늘어진, 붉은 햇빛을 역광으로 등지고 선 그 그림자는 꼭 뭔가를 산 채로 집어삼킬 수도 있을 아주 쉬운 재앙 같아서…, (SANC 0/1)
- 관찰 실패 시▶ 나란히 서 있는데도 KPC의 그림자는 탐사자의 것에 비해 아주 거대합니다. 까맣게 길을 가리는 그림자를 KPC가 내려다봅니다. 말없이 내려다보기만 합니다.
- 난 방향을 따라 시선을 흘리면 그저 죽 멀리,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모를 외길입니다. 당신과 KPC의 그림자가 쌓인 낙엽 위로 늘어집니다.
- 벤치
- 평범한 벤치입니다. 역시 낙엽이 쌓여있습니다. 주변의 나무는 잎이 다 떨어져가는 상태군요. 앉아도 그다지 편하지는 않습니다. 편안하기에는 다만 오래도록 버려진 곳처럼.
- 가로등행운 성공 시▶ 놀랍게도, 스스로 불이 반짝, 켜집니다. 땅거미가 져가는 와중 KPC의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그림자도 지면을 덮치지만, 가로등의 빛에는 흐려집니다. 그림자와 불빛의 경계에서 탐사자는 무언가를 봅니다. 그것은 환상 같기도 했고, 운명 같기도 했고, …… 어떤 말이 끝나고 나면, 언뜻 KPC가 웃은 것 같은데. 다시 고개를 들면 무표정한 KPC가 있습니다. 노을 같은 착각이었나봐요. 어쩐지 허무합니다.
행운 실패 시▶ 뒤에서 기척이 납니다. KPC가 탐사자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석양의 햇빛이 길게 늘어지고, 따라 KPC의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그림자도 지면을 덮칩니다. 가로등을 덮칩니다. 빛 없는 가로등은 어둠에 살라먹히고, 탐사자는 일순 KPC의 그림자, 혹은, 암흑 속에서 비명 소리를 듣습니다. 죽어가는 어떤 것들을 본 것 같습니다. KPC는 불을 뿜고, 천지를 뒤흔들며, 사람을 학살합니다. (SANC 1/1d2) 등줄기를 서늘하게 스치는 바람. 문득 고개를 들면 무표정한 KPC가 있습니다. 그가 말합니다. "그래. 그런 표정이었어. 날 본 모두가 말이지." - 꺼져 있는 가로등입니다. 언뜻 봐도 낡아빠져 제대로 불을 밝히지 못할 것 같은 인상입니다. 게다가 전기를 켜는 게 아닌 가스등으로 된 가로등이군요.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자니,
- 표지판「혹독하고 슬픈 계절을 소거하고 영영 봄이 되기를.」 돌아가는 방향의 화살표에 새겨졌습니다.
- 「놓지 마라. 계절은 결국 언제고 전부 거기에 온다.」 나아가는 방향의 화살표에 새겨졌습니다.
- 나무 판자로 세워진 표지판은 화살표 모양으로 우리가 여태 지나온 길로 돌아가는 방향과, 오솔길이 난 방향으로, 그러니까 서로 반대 방향으로 뻗혀있습니다. 새겨진 글자는 음산합니다. 알 수 없는 언어임에도, 이상하게 사고에 박혀들어오는 어떤 문장. (*별다른 판정 없이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곳을 조사하고 나면 다음 부분으로 진행합니다.
순간 콧잔등에 툭 무언가 떨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아, 비입니다. 가을비입니다. 여름의 파랑에 젖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추적추적 여름의 색깔보다도 겨울의 심상보다도 어쩌면 더 차갑게, 차갑게 내리는 가을비입니다. 장대비는 내리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숨막힐 듯 굵은 줄기로 세차게 쏟아집니다. 때아닌 폭우. 바싹 마른 낙엽 위로 고이는 거센 비에 울음처럼 얼굴은 젖어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습니다. 뒤를 돌아도 KPC의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관찰 판정, 성패 상관 없이▶ 빗속에서 탐사자는 시체 무더기를 봅니다. 피가 흐릅니다. 이거, 피예요. 비가 아니라 피예요. 착각 같은 체온이 뺨에 눌러붙고, 날개를 온전히 펼친 KPC의 울음이 천지를 진동시킵니다. 피가 흩뿌려지는 진원을 알았습니다. KPC의 발톱과 드러낸 이빨에 찢어진 사람들의 피가 잔뜩 묻어있잖아요. (SANC 0/1d2)
듣기 성공 시▶ 빗소리가 어떤 이의 목소리처럼 귓가에 뚝, 뚝 추락하며 속삭입니다. "말해요. 당신 짓이냐고. 네 짓이냐고. 저 치는 간악한 용이에요. 악랄하기 짝이 없는 존재예요. 재앙이에요."
듣기 실패 시▶ 빗소리가 어떤 이의 목소리처럼 귓가에 뚝, 뚝 추락하며 속삭입니다. "말해요. 당신 짓이냐고. 네 짓이냐고. 이건 재앙이잖아요."
*어떤 식으로든 탐사자가 KPC에게 '방금 본 것들이 네가 만든 것인지'를 묻게 해주세요. 굳이 추궁하거나 의심하는 뉘앙스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눈을 깜빡이면 모든 것은 꿈처럼 지나갑니다. KPC는, 문득, 처참하게 웃음을 터뜨립니다. "내가 한 거냐고? 아니." 저건 웃는 게 아닙니다. 일그러진 낯.
"내가 하게 될 거야."
"난 그렇게 될 운명이야."
"내가 저주에 걸렸다고? 그래, 저들은 나를 보호하는 거야. 아니지. 세상을 보호하는 거지. 나로부터. 나는 재앙의 주체가 될 거야. 내가 아무리 운명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그럴 수밖에 없을 거래. 나는 사악한 용이고, 혹독하고 악랄한 존재고, 실재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에게 죄이자 벌이 될 거라고."
"그러니까 말했잖아. 너도 나를 버리라고."
*여기에서 KPC는 자신이 아는 모든 진상을 말할 수 있습니다. 탐사자를 돌려보내줄, 그리고 자신을 가둔 이들(다올로스의 사제들)이 내 생명력을 깎고 있다, 에 이어서 저주받은 모든 것을 말해주셔도 좋지만, "함께 있겠다"는 말이 열쇠라고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빗줄기가 그치기 시작합니다. 세상이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젖은 몸에 찬바람이 불어오고, 우리는 희게 표백되듯 증발해가는 나뭇가지와 벤치, 가로등을 봅니다.
이제 알잖아요. 어떤 계절만이 남았는지.
마지막 계절을 지나,
비가 거짓말처럼 그치면 밤하늘이 펼쳐집니다. 새카만 장막 위로 별빛이 흩뿌려졌습니다. 지상으로 눈을 돌리면 시야를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밟히는 것은 하얀 모래 뿐인 공허. 아마 사막에도 겨울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겁니다. 그렇지요, 겨울은 늘 이런 모양이었습니다. 서늘하고 허무하고 죽음 같은 혹독한 계절. 어쩌면 사라져도 좋지 않을까 싶은.
*여기에서 마지막으로, KPC는 /gr 비밀 다이스로 건강을 굴립니다. 성공했을 시 건강이 아닌 체력을 절반 잃고, 실패했을 시 체력을 1만 남깁니다. (…) 적극적으로 RP를 해주세요. 이제 생명력을 야금야금 뺏기는 주술로 인해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박사박, 모래를 밟는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 KPC의 말대로… 눈부시고도 흉측한 낯을 반쯤 천으로 가린, 인간보다 조금 더 큰 어떤 '것'들이 탐사자에게 다가옵니다. (SANC 1/1d4)
인간의 언어가 아님에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뇌리에 직접 음각처럼 새겨지는 말마디들. 그들이 말합니다.
"지구에서 온 사람이여, 당신이 마지막입니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모두 보는 자입니다. 저 용이자 미래의 재앙이 될지도 모를, '가능성'은 곧 죽을 겁니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필시 그럴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을 당신이 살던 세계로 안전하게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천 너머의 시선이 당신 곁에서 죽어가는 KPC를 향합니다.
"미래는 바뀔 수 있지만 어떤 식으로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어떤 것을 해야만 바뀌는지도 알 수 없다면, 우리는 일말의 혹독마저 소거하겠습니다."
"돌아가고 싶지요?"
"어차피 이 순간만 함께할 존재잖아요, '저것'은."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성공 시, 단정적인 어조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무언가 '다른' 것을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사막의 별이 창백하게 빛나고, 눈물처럼 맺힌 은하수는 곧 쏟아져내릴 것 같습니다. 탐사자는 묻고 싶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이러한 대답은 나의 몫으로 주어집니까. 어쩌면 단 한 마디로도 어떤 세계가 바뀔 수 있는 것처럼.
*엔딩 분기. 자유로운 RP를 권장합니다. 분기는 간단합니다. 탐사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KPC를 버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할 경우에는 Ending 1,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하거나 않은 채로 지구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Ending 2로 진행해주세요.
엔딩
1. 탐사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KPC에게 '버리지 않겠다' 혹은 '함께 있겠다'는 의사를 표했을 경우
말하고 맙니다. 놓지 않겠다고. 계절은 결국 언제고 전부 거기에 온다고. 겨울이라고 해서 오지 않는 법은 없다고. 막을 도리는 없다고. 그리고 그저, 겨울이라는 혹독하고 차가운 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한 계절이 유리되고 버려질 이유는 없다고.
보았던 환상처럼 KPC가 정말 재앙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말했지 않나요. '가능성'이라고. 그러지 않을 수 있는 당신과 공존할 수 있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겁니다.
'그들'은 침묵합니다. 검은 천 사이의 시선이 서로에게 오갑니다. 아, 은하수는 쏟아질 것만 같고 무너질 것만 같고……
문득, 하나의 손이 하늘 위로 들어올려지면,
"……탐사자."
완전히, 온전히, 원래의 눈부신 모습으로 돌아온 KPC가 날개를 폅니다. 위쪽으로 휘어지는 바람을 따라 고개를 들면, "가세요. 재앙은 이제 없습니다." 그들이 말합니다. 스러질 것 같던 은하수가 하얗게 빛나 길이 되어 있습니다.
"모든 계절이 있는 곳으로."
"갈까, 탐사자." KPC가 묻고, 망설일 이유가 있습니까. 나는 당신의 날개에 몸을 묻고 당신은 나의 무게를 기꺼이 얹습니다. 공존의 방식. 날아갑니다. 우리의 세상으로 향해.
새 계절이 옵니다.
혹독한 재앙 같은 겨울을 지나,
Ending 1. 다시, 봄.
KPC, 탐사자 생환
2. 1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고, 탐사자가 다올로스의 사제들이나 KPC에게 '돌아가게 해 달라'는 요구를 곧바로 했거나 KPC를 살리고자 하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을 경우
나는 눈을 감고 맙니다. 보았던 환상처럼 그가 끔찍한 재앙이 될 것이라면, 차라리 재앙이 되기 전 이대로 종언을 고하는 게 옳다고. 당신이 혹독하고 슬픈 계절을 소거하고 영영 봄이 되기를. 그 기원의 뜻이 무엇인지 알았습니까. 재앙이 될 것이잖아요, 당신. 사람을 찢고, 생명을 죽이고, 땅을 불태우는, 그리고 모든 것을 무너지게 만들 근원이 될 거잖아요. 그럴 바에야 겨울은 없는 게 낫습니다. 필경 당신도 그럴 겁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결코 당신을 버리는 게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침묵합니다. 검은 천 사이의 시선이 서로에게 오갑니다. 아, 은하수는 쏟아질 것만 같고 무너질 것만 같고……
문득, 하나의 손이 하늘 위로 들어올려지면,
"……탐사자."
KPC가 은하수 대신 천천히 무너지며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그들'이 입을 엽니다. "가세요. 재앙은 이제 없습니다."
"당신의 세계로 가세요."
스러질 것 같던 은하수는 기어이 쏟아져 오로지 한 길이 되어 있습니다.
돌아갑시다. 재앙이 되지 않은 당신을 차라리 두고.
나의 뒤에…
Ending 2. 남기고 떠나는, 겨울.
KPC 로스트, 탐사자 생환
추천 BGM
Deemo 2.0 - Alex Vourtsanis - Sunset :: https://www.youtube.com/watch?v=8On2lQenMIQ (조우)
Flying With Whales - Abel Korzeniowski :: https://www.youtube.com/watch?v=JRCEHZ7q6vU (봄)
Ólafur Arnalds - Raein :: https://www.youtube.com/watch?v=5fwFTdVhqx4 (여름)
Julie Cooper - EARTH TO INFINITY :: https://www.youtube.com/watch?v=oo2MR7wXa0I (가을)
Ryuichi Sakamoto - Merry Christmas Mr. Lawrence (Piano) :: https://www.youtube.com/watch?v=uBzUfjkdPq4 (겨울~엔딩 분기)
July - 다시 봄 :: https://www.youtube.com/watch?v=Has2HoxtVgw (엔딩 1)
October - Silence in air :: https://www.youtube.com/watch?v=PUN4fJVZns4 (엔딩 2)
플레이하신 뒤 여유가 있으시다면 작성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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