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est, Tempest

CoC 1:12020. 4. 25. 18:19
그 누가 치는 파도를 얼어붙게 할 수 있나요
누가 데인 자국을 사라지게 할 수 있나요
누구도 나만큼 그대를 사랑할 순 없어요 미워할 수 없어요

심규선, 폭풍의 언덕 中

 

 

 

 

 

 

 

 

 

 

 

 

개요

 

 

단 한 순간도 마음에 들지 않은 순간이 없었습니다. 발을 내딛는 곳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세계관이 정립됩니다. 푸른 하늘을 원하면 그 무엇보다 청명한 창공이 펼쳐지고, 바다가 보고 싶어지면 그저 몇 발 더 걸어가 쓸려오는 파도 끝에 포말이 부서지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은 곧장 옆에 있고, 갖고 싶은 것은 발에 흔하게 채일 때에. 당신이 무엇을 원해도 이루어주는 세상이 언제부터 이러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기억할 필요도 없습니다.

세상의 모두가 당신을 애정하고 아낍니다. 단 한 명만 빼고요. 당신이 그 이름을 떠올릴 때면, 어김없이 하늘이 찢어지고 바다가 갈라져 소용돌이치는 폭풍에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습니다. 정신까지 어지럽히는 흉포한 바람을 마주했을 때, 들었습니까. 그 목소리를.

"탐사자." 당신은 이 목소리의 주인을 압니까. 모릅니까. 기억할 수 있습니까.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1:1 타이만 시나리오

인원 : PC 1인+KPC 1인

배경 : ?

플레이 타임 : 3~7시간

플레이 난이도 : 중간
(RP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난이도 : 중간~어려움
(RP에 더불어 키퍼가 신경써야 할 부분이 다소 있습니다.)

권장 기능 : 관찰, 듣기

준 권장 기능 : 심리학, 주어지는 감정선에 맞춰 RP하고자 하는 마음(!)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연관되어 금전 거래가 오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세션카드에 한해 커미션 및 금전 거래를 허용합니다. 

※ 키퍼링 해주실 분을 따로 두고, KPC 역할을 하는 PC를 포함한 PC 2인으로의 개변이 가능합니다. 단, KPC 역할의 PC를 플레이하시는 플레이어 분은 키퍼가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알고 있어야 합니다.  

※ KPC와 PC의 백스토리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권장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개변하여 플레이해주세요. 이에 대한 문의는 송구하오나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 키퍼 분이 PC의 백스토리에 관해 잘 알고 있으시다면 진행이 수월합니다.

※ KPC와 PC의 관계는 애증, 쌍방 혐오, 일방 혐오 등 어느 정도의 껄끄러움이 있거나 적어도 KPC가 PC를 온전히 애정하지만은 않는 관계를 추천합니다. 물론, 개변을 통하여 상기한 관계가 아닌 캐릭터들로 플레이하시는 것은 늘 그러했듯 자유롭습니다. 시나리오 내에서 캐릭터들의 감정과 태도가 다소 강제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기존 캐릭터들이라면 AU 개념으로 가볍게 즐겨주세요.

※ 본 시나리오는 싱어송라이터 심규선(Lucia) 씨의 노래 <폭풍의 언덕>을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해당 곡이 전반적 분위기를 설정하는 데 토대가 되고 가사의 일부를 변용하였으나, 이로써 원작자의 권리를 어떤 방식으로든 침해할 의도가 일절 없음을 밝힙니다. 한번씩 들어보시고 마음에 드셨다면 음원을 구매하시는 것을 매우 추천드립니다! 같은 이유로 본 시나리오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는 한 영구 배포로 둘 생각입니다.

※ 로스트율이 매우 높으며, 관점에 따라 완벽한 해피엔딩이 없을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없는 것 같습니다.)

※ 테스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시나리오 하단에 플레이 타임 수집 폼이 있습니다. 플레이를 하셨을 시 평균 플레이 타임 명시와 이외 더 나은 방향으로의 수정을 위해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서는 신화생물 및 주문에 대해 독자적으로 창작, 해석한 부분이 존재합니다. CoC 원작의 분위기와 상이할 수 있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 대한 공계에서의 무례한 언행, 스포일러성 혹은 자작 발언의 발견 등 불미스러운 일의 발생 시 즉시 비공개 처리됩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 외 문의는 @henceihateu의 DM이나 최하단의 폼으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키퍼(GM)가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여기, 신화에 속하는 생물이 사랑한 탐사자가 있습니다. 그들의 기준으로라면 미물에도 못 미치는 존재를 신화생물이 사랑할 줄 알다니, 가당키나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렇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어 더욱 터무니없습니다. 무엇에 감응하는지 한낱 인간의 식견으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탐사자를 사랑한 이 신화생물은 쇼고스(룰북 p. 297)의 형상과 습성을 다소 닮았습니다. 끔찍하고 역겨운 그 행태보다도 부정형으로 움직이는 점이라거나, 스스로 기관을 만들어내거나, 사람을 삼키는 점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탐사자가 이미 이 쇼고스와 닮은 것에게 먹힌 이후부터 시작됩니다.

그렇습니다. 탐사자는 그것에게 이미 삼켜졌습니다. 그 어떤 신화에서도 차마 다루지 못할 저급한 인간 하나를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사랑한 그것이 마침내는 아가리를 벌려 탐사자를 삼켜버렸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일부로 탐사자를 소화시키면서 그것은 탐사자에게 마약 같은 환각을 선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랑 하나로 자신의 기관을 전부 새로 만들어내고 변형시키거나 혹은 파괴하여 자신 안의 탐사자를 위한 환경을, '세계'를 만들기 시작한 겁니다. 찢어지고 으깨지고 조각조각 빨리면서도 고통 아닌 환희만 가득한 탐사자는 그것의 안에서만큼은 세계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탐사자를 삼키고는, 스스로 탐사자의 세계가 되어버린 탓입니다. 

끊어지지 않는 환락 속에 죽어가는 것은 얼마만큼의 행복이겠습니까. 그러나 이 이야기는 탐사자의 것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이야기의 기쁨만큼은 탐사자가 가져가나, 싸구려 비극적인 부분부터는 탐사자, 당신의 것이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나머지 이야기의 주인공은 탐사자가 그것에게 삼켜진 직후 탐사자보다 한 발 늦게 그것에게 휘말린 KPC입니다. KPC는 삼켜지는 탐사자를 목도하여 아주 당연한 인간의 도리로 당신을 구하기 위해 손을 뻗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그가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 인해 위험에 처해지는 당신을 보지 못하겠다는 증오스러운 이유로 기인했을 수도 있겠죠. 어쩌면 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운 없이 가까이에 있었기에 함께 휘말려버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건 당신, 당신에 의해 그는 그것에 따라 삼켜졌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와 달리 자신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환희와 사랑으로 가득 찬 세계 안에서 당신보다 느리고 늦게 찢어지고 으깨지고 조각조각 빨리면서…… 당신을 저주하면서…… 마침내는.

그것처럼, 혹은 그것이 만든 세계처럼, 당신을 사랑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죽도록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세계에 의해 죽어가며 세계에 강제해 그 세계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떤 고문입니까. 그리하여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세계관이란 것은 도대체 어떤 법칙입니까. 그러나 그와 동시에 세계가 당신을 위해 치는 파도와 타는 불꽃을 얼어붙게 하고, 당신의 데인 자국을 사라지게 하고, 오로지 당신을 위해서 꺾인 꽃들이 춤을 추게 하여도, 그럼에도. 같은 세상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던 KPC만이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당신을 진실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일 겁니다.

비이성적인 감정을 감지하고 KPC는 자신과 탐사자를 죽이는 이 세계의 중심에 탐사자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오롯이 이 세상이 탐사자를 위한 것임을 마침내 지각했습니다. 탐사자를 사랑해 마지않는 세계 속에서 자신이 아직 탐사자를 완전히 사랑하지 않음을, 혹은 사랑하면서도 적어도 지금까지는 증오할 수 있음을 증거로 삼으며 KPC는 그것의 몸속에서 나가기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탈출구를 찾았으나, 그것은 KPC를 위한 세계는 아니므로, 결코 자신의 입이든 몸이든 KPC를 위해 열어줄 생각이 없습니다. 물론 그것은 탐사자가 원한다 해도 탐사자를 내보내지는 않을 테지만, 사랑하는 탐사자가 이 세계의 '불순물'인 KPC가 추방되기를 원한다면, 아직 덜 씹어먹은 그를 자신의 바깥으로 내보내줄 수는 있겠지요. 

이제 알겠습니까. 이 사랑스러운 세계의 신은 당신입니다.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는 그를 이곳에 붙잡아두며 함께 추락할 수도 있을 겁니다. 미워하므로 나락에 묶어둘 수도 있을 겁니다. 혹은 당신을 미워하는 그를 다시는 보지 못하도록 폭풍의 바깥으로 영영 보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도 아니면 사랑하므로 기꺼이 안온한 진짜 세상으로 살려보낼 수도 있을 겁니다.

내가 찢기고 흔들려도 당신은 폭풍 속에서,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의 모든 대사는 KPC의 성격에 맞게 변용해주세요.)

 

 

 

 

 

 

 

 

 별빛이 낮은 언덕 위를 휘감아 돌 때면

 

 

 

당신은 밤의 언덕 위에 서 있습니다. 그믐입니다. 달 없이 낮은 언덕 위에 별빛만 하염없이 쏟아집니다. 당신이 선 길은 오로지 외줄로만 나 있습니다. 지평선 끝까지 이어지는 터라 어디까지인지도 짐작되지 않습니다.

언젠가부터 단 한 순간도 마음에 들지 않은 순간이 없었습니다. 발을 내딛는 곳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세계관이 정립됩니다. 푸른 하늘을 원하면 그 무엇보다 청명한 창공이 펼쳐지고, 바다가 보고 싶어지면 그저 몇 발 더 걸어가 쓸려오는 파도 끝에 포말이 부서지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은 곧장 옆에 있고, 갖고 싶은 것은 발에 흔하게 채일 때에. 당신이 무엇을 원해도 이루어주는 세상이 언제부터 이러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기억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이 밤을 원했기 때문에 밤이 온 것처럼 세상이 어둡습니다. 별은 빛나며 하늘로부터 부서져내립니다. 적요한 밤, 당신, 걷습니다. 밤의 세상은 어두운 대로 또 아름답습니다. 

이토록 세상의 모두가 당신을 애정하고 아낍니다. 단 한 명만 빼고요. 

……단 한 명?

지능 판정, 성패 상관없이▶ 당신이 그 이름을 떠올릴 때면, 어김없이 몰아쳐오는 소용돌이치는 폭풍에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밤하늘에 반짝이던 별은 전부 소멸되고 정신까지 어지럽히는 흉포한 바람을 마주했을 때, 들었습니까. 그 목소리를.

 

듣기 판정, 성패 상관없이▶ "탐사자." 

 

들은 음성은, 누구의 것입니까?

떠올린 것은, 누구의 이름입니까? 

당신은 이 목소리의 주인을 압니까. 모릅니까. 기억할 수 있습니까. 바람이 붑니다. 음성인지 바람인지 모를 것이 청각에 여과 없이 스밉니다. "―탐사자!"

정신력 성공 시▶ 당신, 이 목소리의 주인을 압니다. 이다지도 증오스럽게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는 하늘 아래 단 한 명뿐이지 않습니까.

정신력 실패 시▶ 당신, 이 목소리의 주인을 모릅니다. 이토록 증오스럽게 허공을 긁어내리며 나를 호명하는 목소리를 들은 적 없습니다. 이런 사람이 존재하기는 했습니까.

바람에 섞여 다시 한 번, "탐사자," 호명하는 목소리는 다음 순간이면 그 숨이 끊어질 것 같고, 한 차례 미친 듯한 바람이 주변의 모든 것을 흩뜨리고 나면 정적입니다.

 *KPC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자유로운 RP. 한 줄, 한 문장, 선언 하나여도 괜찮습니다. 탐사자가 길을 걷거나, 무언가를 떠올리려 하거나, 주변을 관찰하려 들거나… 어떤 행동이든 취한다면 그대로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사실상 본 시나리오 내에서 '세계의 신'이 탐사자이기에 특정 기능치의 판정은 여타 시나리오에 비하여 극히 적고, 정신력 판정이 가장 잦습니다. (하지만 정신력을 권장 기능에 기입할 수는 없으니까요……) 관찰이나 듣기 판정 없이 탐사자는 원하는 만큼 주변을 둘러보거나 그 외의 선언을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폭풍이 한 차례 쓸고 간 길 위는 언제 평화로웠냐는 듯이 온통 쓰러진 억새와 풀들, 찢긴 꽃과 파인 구덩이로 엉망입니다. 그러나 시선을 계속 거기에 두면, 곧 알게 됩니다. 서서히 찢겨진 꽃잎은 떠올라 붙고 누운 풀은 다시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흙무더기가 유령처럼 길 위에 쌓여 원래 모습대로 돌아가는 것을 말입니다. 소리 없이, 스르륵 스르륵…… 그 모양이 한 번쯤은 상상했을 시간을 되돌리는 것과는 또 달라 기이합니다. (SANC 0/1)

 *시나리오 내에서 폭풍은 KPC의 탐사자를 사랑하는 이 세계에 대한 반발, 탐사자에 대한 증오심 혹은 그에 가까운 껄끄러운 마음이 빚어낸 것으로, 유일하게 이 세계에서 탐사자를 위한 것이 아닌 현상입니다. 이후 부분에서도 KPC는 나타날 때마다 거센 바람과 폭풍을(…) 몰고 출현합니다.

 

길을 걷다 보면▷ 정처없이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지만요. 문득 소리 없이 빛이 번쩍입니다. 검은 하늘의 번개입니다. 오래도록 번쩍이던 것이 왜 붙박힌 자국처럼 같은 자리에만 남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관찰 성공 시▶ 번개는 위에서 내리찍듯이 혹은 그어내듯이 한 번 하늘을 찢은 채로, 계속 그곳에 있다가 검게 물들듯 밤하늘에 녹아 사라집니다. …원래 저런 식의 현상이던가요? 모양새가 꼭 하늘이 찢겼다가 다시 붙는 것만 같습니다.

관찰 실패 시▶ 번개는 위에서 내리꽂듯이 한 번 그어진 채로, 계속 그곳에 있다가 검게 물들듯 밤하늘에 녹아 사라집니다. …원래 저런 식의 현상이던가요?

 *KPC가 '세계'를 잠시나마 찢어낸 자국입니다. 

 

KPC를 비롯한 무언가를 떠올리려 한다면▷ 탐사자, 정신력 판정.

정신력 성공 시▶ 언제부터 이 세계가 이런 방식으로 당신을 사랑했는지 기억하고 있습니까. 정확히 어떤 시점부터 그러했는지. 태어날 때부터 이러지는 않았잖아요. 당신의 기억, 스쳐갔던 사람들의 목소리, 겪어온 어떤, 사랑과는 거리가 먼 것들……, (*탐사자의 백스토리를 묘사해주세요. 고난이 있는 탐사자라면 그 불운이나 불행을 중점으로, 마냥 사랑받지 못한 기억을 특징적으로 묘사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온전히 사랑만 받는 이 세계가 가짜라는 것을 의심할 수 있도록요. 대신 KPC와 연관되는 기억이라면 어느 정도는 후반을 위해 아껴주세요.)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은 이토록 온 세상의 친애를 받고 있단 말입니까? 혼재하는 세계관이 어지럽습니다.

정신력 실패 시▶ 언제부터 이 세계가 이런 방식으로 당신을 사랑했는지 기억하고 있습니까. 정확히 어떤 시점부터 그러했는지. 분명 나는 겪어온 일들이 있고 들어온 숱한 감정이 있는데, 지금 내게 남은 건 온몸으로 받는 사랑뿐입니다. 어째서 이토록 온 세상의 친애를 받을 수 있단 말입니까? 혼재하는 세계관이 어지럽습니다.

이후 지능 판정, 성패 상관없이▶ 그리고 그 목소리. 폭풍처럼 순식간에 당신을 휩쓸었다 사라진 그 음성. 분명 주인을 알 수 없는 그 호명에 담긴 감정의 이름을 당신은 압니다,

심리학 성공 시▶ 밤하늘보다 검고, 폭풍보다 거세고, 별빛보다도 더 먼 데서 오는, 지독한 증오.

심리학 실패 시▶ 밤하늘보다 검고, 폭풍보다 거세고, 별빛보다 더 먼 데서 오는, 사랑과 결이 다른 마음.

 

순간, 다시 번개가 번쩍입니다. 울리는 비명 같은, 울음 같은, 천둥 소리가 뒤늦게 따라옵니다. 귀가 아파요. 어쩌면 마음이 아파요. 단 한 번의 빛줄기가 내리꽂힌 끝에 아무 일 없는 듯 다시 사그라든 평화로운 밤하늘이 머리 위로 펼쳐집니다.

다시금 흩뿌려진 소금 같은 별들이 반짝이면,

관찰 판정, 성패 상관없이▶ 당신은 당신에게의 전언 같은 한 문장을 읽습니다. 그믐의 검은 하늘에 별빛으로 수놓아진 글자가 기이하게 읽힐 수밖에 없는 질문입니다. (SANC 0/1)

무슨 생각해?

읽어내자마자 검게 타오른 몇몇 별은 소멸한 듯 하늘에서 사라지고, 또 다른 문장이 떠오릅니다.

기억하고 싶어?

 *탐사자를 삼킨 신화생물이자 '세계'가 탐사자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이는 KPC에 대해서이기도 하고, 탐사자가 원래 살고 있던 세상과 탐사자의 생애에 대한 기억에 대해서이기도 합니다. 이 세계는 탐사자를 사랑하므로, 상냥히도 탐사자에게 원하는 것을 전부 보여줄 의향이 있습니다.

 

단편적이고 불친절한 물음조에도 무엇을 가리키는지 당신, 알 수 있습니다. 애초에 당신에게 주어진 것은 애정 어린 것들 뿐이고 정작 당신의 텅 빈 기억을 채워줄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질문에는 응당 대답이 돌아와야 하는 법입니다. 탐사자, 대답해줄까요. 당신을 사랑하는 저 하늘에게.

 *탐사자가 수긍의 대답 혹은 그에 준하는 행위를 취했을 때에, 다음 부분으로 진행합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난 그곳에 있죠

 

 

 

눈을 깜빡이면, 풍경은 반전되어 있습니다. 소금 같은 별빛이 흩뿌려지던 검은 하늘과 억새를 흔들던 밤바람은 간 데 없고 이곳은 그저 황량합니다. 청명하나 창백한 하늘, 척박한 황무지. 이곳에서 눈에 띄는 것이라곤 오로지, 아까의 외길처럼 지평선 끝까지 이어지는 선로입니다. 당신이 선 그곳부터 선로는 쭉 뻗어있습니다. 기차라곤 지나지 않을 것 같은 장소인데도 말입니다.

선로를 살펴보면▷ 선로는 제법 낡았습니다. 적어도 십수 해 정도는 기차가 지나다니지 않았을까, 짐작되는 정도입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단 한 걸음 옮기지 않은 당신이 선 그곳에서부터 선로가 시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줄로 난 길처럼, 온전한 시작점처럼, 종점은 몰라도 출발점은 알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바로 당신이라고요.

 *선로는 이 세계에서의 탐사자를 의미합니다. 이전 세상에서 어떤 식으로 살아왔든 간에, 작정한 이 세계에 삼켜진 이상은 한 방향의 미래밖에 그에게 남지 않았습니다. 죽음, 로스트, 이 신화생물에게 삼켜져 하나가 되는 것. 곧 소멸입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기차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긴, 끊긴 선로에서 기차가 올 리가 없지요. 탐사자는 걷기 시작합니다. 선로를 따라서. 창백한 하늘은 구름 없이 흐르고 허무한 땅 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걷고 또 걷습니다. 아주 느린 열차처럼, 목적지 없는 여행자처럼. 어쩌면 잃어버린 아직 의미를 모르는 것들과 되찾아야 할지도 모르는 것들을 생각하면서 걷다보면, 바람이 붑니다. 아. 

간이역입니다. 역이라고 말하기에 민망할 정도의 초라함이 시야에 한 번에 들어옵니다. 낡은 가벽을 세우고 다 떨어져가는 표지판을 붙인, 겨우 지붕 아래 비 정도나 피할 수 있을 규모의. 

탐사자는 역의 벽과 표지판을 살필 수 있습니다.

 

  • 역의 벽

    판자를 기워 세운 낡은 가벽입니다. 오래되었습니다. 가벽의 안쪽에는 더덕더덕 전단지가 틈도 없이 붙어있어 다소 지저분한 모습입니다.

    전단지를 살펴볼 경우▷ 어렵지 않게 문장을 읽어냅니다. 그 과정은 당신에게 정말로 손쉬웠습니다. 그야, 전단지에는 같은 문장이 반복해 인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주 짧은 한 문장만이요.

    사랑해. 

    사랑해.
    순간 수많은 기괴한 목소리가 당신의 발목에 우악스레 들러붙는 듯한 감각을 느낍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노인인지 아이인지 인간이긴 한 건지 설마 천사이기라도 한지 혹은 악마라도 되는지 모를 목소리들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SANC 1/1d3)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


  • 표지판

    초라하게 붙은 것은 표지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곧 떨어질 것 같은 불안한 모습으로 탐사자를 맞습니다. 한 방향으로만 향하는 화살표가 여러 개 붙은 형태의 표지판은 벽에 부착된 채로 아마도 선로가 뻗은 끝을 가리키는 듯합니다.

    표지판의 글을 읽을 경우▷ 한 방향만 가리키고 있는 표지이건만, 아래로 늘어선 글자들은 전부 다른 내용입니다. 위에서부터 읽으면, 終末, End, das Ende, окончание, 끝, sự kết thúc, extrémum, кіне́ць……

    지능 판정, 성패 상관없이▶ 전부 종말을 의미하는 단어임을 깨닫습니다. 덜거덕, 당신이 알아볼 수 있는 단어로 적힌 표지판이 무게를, 혹은 시간을 못 이기고 매달려 있던 데서 떨어집니다. 

 *짧은 조사 구간을 지나며 탐사자가 다이스 판정을 원할 경우에는 그렇게 진행해주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판정의 성패 여부는 스크립트에 변화를 주지 않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탐사자는 이 세계 안에서 절대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다시 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울음 같은 바람이 낡은 벽과 표지판을 뒤흔듭니다.

정신력 성공 시▶ 소란한 바람이 마음까지 뒤흔들 쯤이 되어서야 기억 하나가 스밉니다. 나를 온전히 애정하지 못하는 그 얼굴이 떠올랐다는 뜻입니다. (*KPC의 외모와 탐사자 앞에서 보이는 태도를 간략히 묘사합니다.) 검고 축축하게 살아있는 고통에 찬 눈, …… 왜 당신, 이런 모습으로 내 기억에 남아있습니까. 

정신력 실패 시▶ 소란한 바람이 마음까지 뒤흔들 쯤이 되어서야 기억 하나가 스밉니다. 나를 온전히 애정하지 못하는 그 얼굴이 떠올랐다는 뜻입니다. (*KPC의 외모와 탐사자 앞에서 보이는 태도를 간략히 묘사합니다.)

 

멀리 하늘을 보면 검은 구름이 몰려듭니다. 당신의 뇌리에 마침내 그 얼굴이, 미워 어쩔 줄 모르는 증오스러운 낯이 선연하게 자리잡았을 때에,

… 쿠르릉,

불길한 소리는 하늘 위에서 들렸습니다. 구름의 색깔이 지독하게 짙습니다.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습니다. 간이역의 누추한 지붕 아래에서 탐사자는, 

관찰 판정, 성패 상관없이▶ 아까까지 사랑한다는 말로 뒤범벅이 되어 있던 광기 어린 벽을 돌아봅니다. 사랑해. 집요하게 고백하던 그 문장이 모조리 바뀌어 있습니다.

기억났어? 

기억났어? 기억, 났어? 기억, 났나요? 탐사자. 질문에는 응당 대답이 따라와야 합니다. 대답해보세요, 기억합니까. 떠올려보세요. 탐사자. 그의 눈동자는 어떤 색깔을 띠고 있는지. 당신을 향한 시선이 어떻게 일그러졌는지. 뒤틀린 입술이 어떤 말을 씹어뱉으며 당신을 불렀었는지. 지금처럼 혼란하게 부는 바람에 머리칼은 어떤 빛을 받으며 흔들렸는지.

 *탐사자가 KPC의 외양이나 태도, 여하간 그에 관한 모든 기억에 대해 떠올리는 지문을 한 줄 한 문장이라도 출력했을 때에, 곧바로 폭풍치는 다음 부분으로 진행합니다! 탐사자의 안에서 KPC의 기억이 확립되면 확립될수록 폭풍은 심해집니다.

 

바람이 더 심해집니다. 사방은 비구름이 무겁게 부딪히는 불안한 소리로 가득하고, 마디마디 살갗 아래로 파고드는 듯한 서늘한 온도가 왜 통증처럼 느껴지는지. 처음 겪어본 고통처럼 화뜩하니 여겨지는 거센 바람이 간이역을 마구 흔듭니다.

정신력 판정, 성패 상관없이▶ 이 폭풍이 혹독해질수록 마음이 왜 이다지도 혼란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던 백지 같은 마음 위로 어지러이 수 해의 기억이 덧칠됩니다. 생에 살아오며 겪었던 불운, 사랑과는 거리가 먼 부닥쳐오는 감정들, (*탐사자의 백스토리를 묘사해주세요.) 

……그리고, KPC. 

쾅! 지붕이 기어이 무너집니다. 당신은 무너지는 지붕을 피해 벽으로 주저앉고, 사랑한다는 말이 빼곡히 적혔던 벽이 드드득, 끔찍한 소리를 내며 기울어지고, …휘몰아치는 비바람이 당신에게 직격합니다. 아, 그래요. 드디어 기억났습니다.

물속에 처박힌 머리가 끄집어내어지듯, 숨을 막았던 바람이 거칠게 눈을 뜨게 하면,

 

"이제야 만났어……."

 

폭풍 한가운데서 모습을 드러낸 그가 울듯이 웃습니다. 기억했던 것과 똑같습니다. 띠고 있는 눈동자의 색깔도, 나를 향한 시선이 일그러진 시선도, "탐사자." 뒤틀린 채 호명하는 목소리도. 그가 나를 부릅니다.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왜 잊고 있었을까요. 당신을. 너를.

세상을 뒤엎을 것처럼 부는 새카만 바람이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KPC는 너무나, 너무나 사랑스럽고 증오스러운 눈길로 한참 마주하다, …… 무너지듯 무릎을 꿇으며 속삭입니다.

듣기 성공 시▶ "널 원망해."

듣기 실패 시▶ "널 사랑해."

사랑도 증오도 어느 쪽도 무릎 꿇은 당신이 건넬 말이 아님을 나는 압니다. 애초에 내게 무릎을 꿇고서 할 말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바람이 미친 듯이 붑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집니다.

 *자유로운 RP. KPC는 이 시점에서 이미 고문과 같은 신화생물의 안, 이 세계의 안에서 제정신을 아주 간신히 붙잡고 있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입니다. 세계의 중심을 구축하고 있는 탐사자를 찾아다녔으나, '불순물'로 여겨지는 데다 탐사자를 온전하게 사랑할 수도 없는 반발심, 증오심을 가진 KPC로서는 탐사자를 사랑하는 세계의 중심에 있는 탐사자에게 가 닿기 위해서 숱한 고난과 고통이 따랐기 때문입니다.

 시나리오 내에서 탐사자를 만난 KPC의 태도는 한결같을 수도, 일관이라곤 없을 수도 있습니다. 강제하고 있는 세계관 내에서 탐사자를 정말 죽도록 미워할 수도 있고, 세계에 무릎 꿇어 사랑한다고 매달릴 수도 있습니다. 단 한 가지 KPC가 원하는 것은 '이 고통을 끝내는 것'입니다. 탐사자를 향한 강제된 자신의 사랑을 끝내든, 그만 미움을 버리고 완전히 탐사자를 사랑함으로써 마음의 반발을 끝내든, 이 세계 안에서 먹혀가는 자신의 생을 끝내든.

 어느 정도 RP가 진행되었다 싶으면 다음 부분으로 진행해주세요. 세계 안의 바이러스처럼 존재하는 KPC는 탐사자의 앞에서 오래 있을 수 없습니다. 

 

알아들을 수도 없는 감정이 마구 뱉어질 때에, 폭풍이 거세게 둘을 갈라놓습니다. "한 마디만 해줘. 한 마디만……" 처절한 바람이 KPC를 찢듯 휘청거리게 만들고, 검은 바람이 다시금 허공에 녹아들듯 자취를 감추기 직전에. 몰아치는 빗속에서 그가 말했습니다.

듣기 성공 시▶ "나를, 여기서, 나가게, ……"

듣기 실패 시▶ "▦를, 여기서, ▦▦▦……"

 

당신이 이윽고 참았던 숨을 토하면, 비바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KPC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센 바람에 무너진 역과 온통 젖은 얼굴이며 몸만이, 영문도 모를 말로 잔뜩 할퀴어진 마음만이 그 폭풍 속에 있었음을 증거할 뿐입니다.

구름이 드리워졌던 하늘 사이사이에서 번쩍, 빛이 발합니다. 번개입니다. 울리는 비명 같은, 울음 같은, 천둥 소리가 뒤늦게 따라옵니다. 귀가 아파요. 어쩌면 마음이 아파요. 단 한 번의 빛줄기가 내리꽂힌 끝에 아무 일 없는 듯 다시 사그라든 평화로운 파란 하늘이 머리 위로 펼쳐지고.

볕이 황량한 검은 땅 위로 일렁이면, 

관찰 판정, 성패 상관없이▶ 당신은 당신에게의 전언 같은 한 단어를 읽습니다. 검은 대지에 햇볕으로 일렁이는 글자가 기이하게 읽힐 수밖에 없는, 이름 하나입니다. (SANC 0/1)

KPC.

읽어내자마자 그늘로 가려진 빛 글자가 일그러지며 땅 위로 다시 그려집니다. 

그를 미워해?

질문에는 응당 답이 따라와야 하는 법이나, 탐사자.

당신은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습니까?

 

 

 

 

 

 

 

 

 

 무언가가 너의 이름을 속삭여 부르면

 

 

 

탐사자는 계속 걷습니다. 끝. 표지판에 따르면, 종점인 종말을 향해서. 선로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지만 당신이 향할 곳이 그곳밖에 없습니다. 바람은 언제 불었냐는 듯이 한 점 움직임도 없고, 정적 속에 당신의 발자국만 하릴없이 남습니다.

 *이 부분에서 정신력을 연속 5회 판정합니다. 아래부터는 차례로 성공, 실패 시의 지문입니다.

정신력 1회 성공 시▶ 당신이 좋아했던 날씨가 있습니다.
정신력 1회 실패 시▶ 탐사자. 사랑해.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고백입니다.

정신력 2회 성공 시▶ 그리고 당신이 거닐었던 익숙한 거리가 있습니다.
정신력 2회 실패 시▶ 사랑해. 탐사자.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고백입니다.

정신력 3회 성공 시▶ 그리고 당신이 인사를 나눴던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정신력 3회 실패 시▶ 사랑해. 탐사자.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고백이,

정신력 4회 성공 시▶ 그리고 당신이 겪었던 사소하거나 거창한 불행이 있습니다.
정신력 4회 실패 시▶ 사랑해!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처절한 고백이,

정신력 5회 성공 시▶ 그리고 KPC와 마주했던 당신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정신력 5회 실패 시▶ 사랑해! 탐사자, 사랑해! 침범하는 주인 잃은 고백이 귓가에서 역류합니다.

 *적당히 성공 시의 회차에 탐사자의 백스토리를 더 묘사해주셔도 좋습니다. 

 

숨통이 턱 막힙니다. 걸음이 기어이 무엇에 이끌린 듯 멈춰버립니다. 왜 잊고 있었는지 설명조차 불가한 것들이 불가해한 고해와 함께 발치에 자꾸만 걸립니다. 그렇다면,

지능 판정, 성패 상관없이▶ 지금 내가 살아 숨쉬는 이 세계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내가 모든 불행과 비극을 잊고도 멀쩡했던 이 세계는? 나는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단 말입니까?

바다를 상상하면 금세 파도가 발목까지 차들어옵니다. 여름을 떠올리면 쨍한 볕이 직선으로 목덜미를 긋습니다. 눈이 내리고, 꽃이 피고, 아침이 오고, 밤이 내리고,

듣기 판정, 성패 상관없이▶ 마음에, 들, 어? 천사인지 악마인지 인간인지 구분하지 못할 목소리가 속닥입니다. 

걸음이 완전히 멈춥니다. 그래요. 모든 것이 당신의 뜻대로입니다. 당신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처럼요. 단 하나만을 제외하고. 당신에게 몰락처럼 다가오는 이름이 있습니다. 그가 무릎 꿇었던 아까의 순간을 떠올리면 숨이 막힙니다.

불온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알겠습니까, 그 순간을 떠올린다는 것은 폭풍이 다가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근원도 모르는 세계에서 그가 나를 찾아온다는 말입니다. 나에게로.

 

 

 

 

 

 

 

 

 

 이 모든 게 다 무너져버리게 해 달라고 기도해요

 

 

 

쿠르릉, 비구름이 무겁게 부딪힙니다. 눈이 내리고 꽃이 피고 파도가 치고 불꽃이 일렁입니다. 세차게 부는 폭풍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면서 환영처럼 자꾸 흔들리는 광경이 한 치 앞 보이기 힘든 목전에 점멸합니다. 그것은 당신이 익숙했던 거리이기도 하고, 아주 안온해보이는 방 안이기도 했고, 너르게 펼쳐진 해변이기도 하고, 발밑에 구름이 뭉그러지는 창공이기도 했습니다. 공통점은 단 하나입니다. 차마 눈을 뜰 수 없는 폭풍이 당신에게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 그 안에 KPC가 서 있다는 것.

그가 말합니다. "탐사자." 호명은 통각처럼 다가오고,

듣기 성공 시▶ "나를 잡아."

듣기 실패 시▶ "나를 놔."

 

폭풍우가 숨 막히게, 무섭도록 세상을 흩뜨립니다. 모순처럼 당신과 내가 마주보고 서 있습니다. 세상을 찢고 흔들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이 폭풍 속에서.

 

 *자유로운 RP. 이 세계의 기이함을 감지한 탐사자는 KPC에게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으나, KPC가 그에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상태일지는 키퍼님께 맡깁니다. 적대심이나 혼란스러운 감정이 드러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되도록 다음 부분을 위하여 진상은 아껴두시는 게 좋으나, KPC와 탁의 성격에 따라 언제나 자유롭습니다. 다음은 RP 예시입니다.

여기가 어디인가.
- 너를 위한 곳인데 네가 모르면 되겠나.

나는 왜 여기 있는가.
- 나는 모른다.

너는 왜 여기 있는가.
- 너 때문에.

아까는 왜 그랬나. 아까의 사랑한다는/미워한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맥락에서 나온 건가.
- 너처럼 뻔뻔하다면 차라리 좋겠다. 내가 이 세상에서 어떤 꼴을 당하며 네가 어떤 지옥으로 걸어가고 있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내게 그런 걸 물을 수 있다니, 대단하다. 말 그대로다. 나는 너를 죽도록 사랑한다./미워한다.

하고자 하는 말이 뭔가.
- 이 모든 게, 전부 다. 무너져버렸으면 좋겠다.

 

서로를 파괴할 때에 황홀히 눈부신 것 같은 우리 사이에 긋고 부수고 뱉고 던져지는 말마디. 폭풍이 거세게 둘을 갈라놓습니다. "한 마디만 해줘! 한 마디만! ……" 무자비한 바람이 KPC를 휘청거리듯이 찢어버리는 듯하고, 검은 빗줄기가 또 다시 허공에 녹아들듯 자취를 감추기 직전. 몰아치는 빗속에서 그가 말했습니다.

듣기 성공 시▶ "제발, 이제는, 그만하게, ……"

듣기 실패 시▶ "제발, 이제는, ▦▦▦▦……"

 

당신이 이윽고 참았던 숨을 토하면, 비바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KPC도 마찬가지입니다. 더이상 보이지 않는 환각과 온통 젖은 얼굴이며 몸만이, 깊게 통증 느끼는 마음만이 그 폭풍 속에 있었음을 증거할 뿐입니다.

구름이 드리워졌던 하늘 사이사이에서 번쩍, 빛이 발합니다. 번개입니다. 울리는 비명 같은, 울음 같은, 절규 같은 천둥 소리가 늦게 따라옵니다. 가슴이 아파요. 살갗이, 영혼이 닿는 모든 곳이 아파요. 단 한 번의 빛줄기가 내리꽂힌 끝에 아무 일 없는 듯 다시 사그라든 평화로운 함박눈이 머리 위로 떨어지고.

볕이 눈 덮인 하얀 지면 위로 내리쬐어지면, 

듣기 판정, 성패 상관없이▶ 당신은 당신에게의 전언 같은 목소리를 듣습니다. 이름 하나입니다. 잘못 들을 수도 없는 이름이 근원지도 모르고 호흡처럼 내어집니다. (SANC 0/1)

 

 

KPC.

KPC를 사랑해?

 

 

당신은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습니까?

 *탐사자의 대답을 들을 시간입니다. 어떤 지문으로든 대답을 하거나, 대답 비슷한 생각을 했거나, 혹은 망설이더라도. 다음 부분으로 진행합니다.

 

당신의 대답/망설임에 대꾸라도 하듯, 뱀처럼 속살이는 음성이 귓가에 끝내 눌러붙습니다. 마치 온건하지 못한 거래를 제안하는 악마처럼,

 

그를 이해하는 게 네 욕망이라면,

 

다음 순간, 당신, 추락합니다.

 

 

 

 

 

 

 

 

 누구도 나만큼 그대를 사랑할 순 없어요, 미워할 수도 없어요

 

 

 

풍덩!

아, 소리로 미루어보건대 여기는 물속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바뀌는 사위, 숨이 급작스레 막히고 새파란 물결에 흔들리는 손, 부글거리는 기포가 호흡을 대신하여 위로, 위로 올라가고 나는 대신 추락합니다. 한없이 침잠하다가 끝내 숨이 부족하여 정신을 놓으면,

눈앞이 하얗게 번지며 어떤 영상을 투영합니다.

 

……

시야에 보이는 것은 당신입니다. 탐사자. 바로 '나' 말이에요. 그곳은 익숙한 거리입니다. 원한다 해서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오거나 꽃이 피지는 않지만 어쩌면 그럭저럭 좋아했던 날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루할 정도로 낯설지 않은 소리가 들려오고, 사람들은 무심히 스쳐지나가는 아주 보통의 세계입니다. 내가 원래 살아가던 세계. 모든 기억을 묶어둔 중력이 존재하는 곳.

공기가 변한 것은 다음입니다. 이 세계에서 봐왔던 폭풍의 색깔을 닮은 검고 투명한, 역겹고 두려운 무언가가 사람들 사이를 스칩니다. 누군가가 알아채고 비명을 질렀을 때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아아악―! 대기를 팽팽히 가른 비명이 나에게로 닿기까지, 몇 초의 시간이 걸렸을까요. 사랑해. '그것'은 조금 웃은 것 같습니다. 끔찍하게도,

나를 삼킨 채로요.

찢어지고 으깨집니다. 산산조각나고 또 부서집니다. 그것의 속에서 내가, 웃고 있나요? 파도가 밀려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리는 것을 보는 것처럼, 몽롱하게 웃는 생애 가장 익숙한 낯이 순식간에 낯설어질 때에,

"탐사자?" 이름을 부른 것은 '당신'입니다. KPC가 끔찍한 형상을 보고서 반사적으로 손을 뻗습니다. 반쯤 삼켜진 나를 호명했다가, 아.

당신마저 삼켜집니다. (SANC 1/1d6) 

 *본 지문은 KPC가 어떤 이유로든 탐사자를 구하려 시도했을 시의 진상을 보여주는 지문입니다. 탐사자와 KPC의 관계에 맞게 설정한 진상에 따라 알맞게 지문을 개변해주세요. 

 

시점은 옮겨집니다. KPC, 당신의 것으로. 당신은 뒤죽박죽으로 섞이는 검은 포말 속에서 부서지는 나를 봅니다. 당신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그마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붉게, 붉게, 투명하게 부서지는 나를 보면서 당신, 절망했습니까? 환희했습니까? 당신의 가슴 속으로 무언가가 침투합니다. 차라리 죽여줬으면 하는 고통이 당신의 온몸을 조이고, 나보다는 한 발 늦게 으깨어지는 당신의 마음에 깃드는 목소리를 나는 이제야 듣습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탐사자, 사랑해. 

아! 죽고 싶을 만치 죽이고 싶을 만치 당신은 고통스럽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조차 스스로 하지 못하는 채로.

 

의식이 까무룩 멀어집니다.  

 

 

 

 

 

 

 

 

 그러니 자비로우신 신이여, 내 도망칠 길을 열어주소서

 

 

 

눈을 뜨면,

나는 처음 섰던 밤의 언덕 위에 서 있습니다. 그믐입니다. 달 없이 낮은 언덕 위에 별빛만 하염없이 쏟아집니다. 내가 선 길은 오로지 외줄로만 나 있습니다. 지평선 끝까지 이어지는 터라 어디까지인지도 짐작되지 않습니다.

뒤를 돌아봅니다. 이제야. 깨닫습니다. 뒤쪽은 깎아지른 절벽입니다. 바닥도 보이지 않는 암흑입니다.

그리고 불온한 바람.

이제 당위처럼 당신을 떠올리면 폭풍으로서 당신은 나타납니다. 산산이 부서지는 마음이 별빛같이 찬란합니다. KPC. 모순처럼 나를 바라보던 당신은,

이내, 또 다시 그 순간처럼. 무릎을 꿇습니다.

 

"빌려고 왔어. 네게 마지막으로 빌어보려고."

"이 세계에, 삼켜진 후부터 주저도 없이 네 이름은 날 침범하고,"

"나는 이제 스스로 너를 사랑하지도 증오하지도 못하니까."

 

별빛이 낮은 언덕 위를 휘감아 도는, 이 사랑스러운 세계의 신은 당신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는 그를 이곳에 붙잡아두며 함께 추락할 수도 있을 겁니다. 미워하므로 나락에 묶어둘 수도 있을 겁니다. 혹은 당신을 미워하는 그를 다시는 보지 못하도록 폭풍의 바깥으로 영영 보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도 아니면 사랑하므로 기꺼이 안온한 진짜 세상으로 살려보낼 수도 있을 겁니다.

내가 찢기고 흔들려도 당신은 폭풍 속에서,

 

 *엔딩 분기. 자유로운 RP를 권장합니다. 탐사자는 확정적으로 로스트하며, 키퍼님은 플레이어 분께 직접 혹은 KPC를 통해 이 사실을 말해주셔도 좋습니다. KPC는 탐사자에게 제발 내보내달라 애걸할 수도 있고 너를 죽도록 미워하는 게 우선이라 비난하고 분개할 수도 있습니다. 탐사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은 KPC를 이 세계에서 추방하여 살려보내거나 붙잡아둬 함께 로스트하는 것, 양자이나… RP 이후 탐사자가 KPC에게 품는 감정에 따라 엔딩이 다시 나뉩니다. 탐사자가 KPC에게 사죄심/호의/사랑을 가졌으므로 생환시킨다면 Ending 1, 증오하였으므로 생환시킨다면 Ending 2, KPC를 사랑하여 붙잡는 선택을 한다면 Ending 3, 증오하여 붙잡는 선택을 한다면 Ending 4로 진행합니다.

 

 

 

 

 

 

 

 

 

엔딩

 

 

 

 

 

1. KPC에게 사죄감/호의/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KPC를 보내줌

 

 

나를 위하여 비가 내리고 눈이 나리고 꽃이 피고 지는 세계가 있습니다. 나를 사랑해 마지않는 세계 속에서 당신은 나를 고문처럼 사랑하느라 얼마나 증오스러웠겠습니까. 깊은 유감일까요, 혹은 나조차 함부로 느끼는 고통일까요, 뒤섞인 감정에 마음은 혼탁하여 그저 어지럽습니다. 다만 울지 마, 울지 말라고. 내게 빌지도 울지도 아프지도 말아달라고. 당신이 겪는 어떤 지난한 시간에 나마저 마모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나를 미치게 어지럽힌 폭풍이여. 이는 당신을 위한 작별입니다.

내가 원하기에 하늘이 찢어지고 바다가 갈라집니다. 꺾인 꽃이 흩날려 춤을 추며 상처가 전부 사라집니다. 바람을 막고 숨을 참고, 돌아서며,

나, 웃습니다.

이제 당신, 온전한 당신의 세상으로 돌아가요.

그럼에도 욕심을 낸다면 나를 끝내는 잊지 말아 달라고.

 

 

Ending 1. My Dearest Tempest

KPC 생환, 탐사자 로스트

 

 

 

 

 

 

 

2. KPC에게 증오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KPC를 보내줌

 

 

나를 위하여 비가 내리고 눈이 나리고 꽃이 피고 지는 세계가 있습니다. 나를 사랑해 마지않는 세계 속에서 당신은 나를 고문처럼 사랑하느라 얼마나 증오스러웠겠습니까. 모든 것이 다 무너져버리게 해 달라고 빌고 싶은 심정을 나도 알겠습니다. 당신이 죽도록 밉습니다. 끝내 내게 이토록, 스스로만 살고자 애원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하기를 끝까지 거부하며 증오만 씹어뱉은 당신이.

나를 미치게 어지럽힌 폭풍이여. 이는 나를 위한 작별입니다.

내가 원하기에 하늘이 찢어지고 바다가 갈라집니다. 꺾인 꽃이 흩날려 춤을 추며 상처가 전부 사라집니다. 바람을 막고 숨을 참고, 돌아서며,

나, 웃습니다.

이제 당신, 온전한 당신의 세상으로 돌아가요.

기도합니다. 돌아가 결코 나를 잊지 말기를. 가능하다면 나의 이름이 영영 당신의 가장 최악의 상처로 남기를.

 

 

Ending 2. My Worst Tempest

KPC 생환, 탐사자 로스트

 

 

 

 

 

 

 

 

3. KPC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KPC를 붙잡음 

 

 

나를 위하여 비가 내리고 눈이 나리고 꽃이 피고 지는 세계가 있습니다. 나를 사랑해 마지않는 세계 속에서 그러나 내가 사랑할 줄 아는 것은 다만 당신 뿐이므로, 울지 마, 울지 말라고. 내게 빌지도 울지도 아프지도 말아달라고. 당신이 겪는 어떤 지난한 시간에 나마저 마모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지독한 사람아, 나를 환희처럼 무너지게 만드는 사람아. 나는 당신과 헤어지질 못하겠습니다. 

나를 미치게 어지럽힌 폭풍이여. 나는 그러므로 끝내 폭풍 속에서 숨막혀 죽어가겠습니다.

당신을 단단히 붙듭니다. 나갈 수 없습니다. 당신, 보내지 못합니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되고 휘청거리는 모순이 되어 내가 마침내는 주저앉도록 하는, 미워하는 만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악마 같은 그대여.

폭풍이여. 이제 나의 영혼을 가져가세요.

사랑해.

그러니 함께 몰락합시다, 우리. 

 

 

Ending 3. Be, My Dearest Tempest

KPC, 탐사자 로스트

 

 

 

 

 

 

 

 

 

4. KPC에게 증오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KPC를 붙잡음

 

 

나를 위하여 비가 내리고 눈이 나리고 꽃이 피고 지는 세계가 있습니다. 나를 사랑해 마지않는 세계 속에서 나를 고문처럼 사랑하느라 얼마나 증오스러웠겠습니까. 모든 것이 다 무너져버리게 해 달라고 빌고 싶은 심정을 나도 알겠습니다. 당신이 죽도록 밉습니다. 끝내 이 세계에서도 나를 사랑하기를 끝까지 거부하며 증오만 씹어뱉은 당신이. 지독한 사람아, 나를 절망처럼 쓰러지게 만드는 사람아. 나는 당신과 헤어지질 못하겠습니다. 

나를 미치게 어지럽힌 폭풍이여. 나는 그러므로 끝내 폭풍 속에서 숨막혀 죽어가겠습니다.

당신을 단단히 붙듭니다. 나갈 수 없습니다. 당신, 보내지 못합니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되고 휘청거리는 모순이 되어 내가 마침내는 주저앉도록 하는, 사랑함보다 증오할 수밖에 없는 운명 같은 그대여.

폭풍이여. 이제 당신의 영혼만 붙들고 눈 감습니다.

당신을 증오하니,

함께 몰락합시다, 우리. 

 

 

Ending 4. Be, My Worst Tempest

KPC, 탐사자 로스트

 

 

 

 

 

 

 

 

추천 BGM

Reqiuem For a Dream (Piano Cover) :: https://youtu.be/kKFwiXKlhC8 (별빛이 낮은 언덕 위를 휘감아 돌 때면)
Ludovico Einaudi - Fly :: https://youtu.be/411iOnRcjAU (아무리 멀리 있어도 난 그곳에 있죠)
Te Extraño - Sad Piano (La Canción Mas Triste Del Mundo) :: https://youtu.be/okIQYRE_t3s (무언가가 너의 이름을 속삭여 부르면; KPC 조우 전)
Dance for Me Wallis - W/E. Soundtrack :: https://youtu.be/YxO1csWNKmg (무언가가 너의 이름을 속삭여 부르면; KPC 조우)
Max Richter - She Remembers :: https://youtu.be/qg4SgNYeCgU (이 모든 게 다 무너져버리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심규선(Lucia) - 폭풍의 언덕 :: https://www.youtube.com/watch?v=kZ6Qp5tn2q4&feature=youtu.be (그러니 자비로우신 신이여, 내 도망칠 길을 열어주소서 ~ 엔딩) 

후기 폼을 남겨주신 분의 추천 리스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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