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tz on Scales

2020. 4. 25. 17:54CoC 1:1

당신이 선 그곳은 지금 너무 가벼워요.
나는 당신이 휘발될까 두려워요.
춤을 춰요. 
나와 춤을 춰요.

 

 

 

 

 

 

 

어떤 다정한 사서에게,

 

 

 

 

 

 

 

개요

 

 

 

당신의 꿈에 모르는 도서관이 자주 나온 것은 오래지 않았습니다. 몽중의 하늘은 조각조각 이어붙인 것처럼 어딘가 서로 어긋나 있고, 의지에 상관없이 옮기는 발걸음은 춤사위처럼 가벼워서 금방 꿈임을 알아챌 수 있었죠. 그리고 도착하게 되는 곳은 늘 어떤 도서관인데, 빼곡히 들어찬 책꽂이들 사이를 지나면 커다란 창문으로 새파란 바람이 불어오고, 꿈속에서도 익숙한 얼굴의 이가 당신에게 손짓합니다. 익숙한 것은 당연지사 그 얼굴이 KPC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마주치자 창밖을 가리키는 손가락, "저길 봐, 별들이 회전하고 있어." 그의 말을 듣고 보면 어느새 하늘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화려하게 회전하는 별들의 궤적으로 휘황합니다.

다음 순간 마법처럼 책꽂이의 책들은 와르르 허공으로 떨어져 창문 밖으로 날아가기 시작하고, 팔락이는 종잇장 소리와 들릴 리 없는 별들의 소리가 귓바퀴로 스며들 적에, KPC가 손을 내밉니다. 당연한 듯이.

"춤을 출까."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1:1 타이만 시나리오

인원 : PC 1인+KPC 1인

배경 : 현대(를 상정하였으나 개변 가능합니다.)

플레이 타임 : 3~6시간

플레이 난이도 : 중간 

키퍼링 난이도 : 낮음~중간

권장 기능 : 듣기, 자료조사, 은밀행동

준 권장 기능 : 관찰, 심리학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연관되어 금전 거래가 오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세션카드에 한해 커미션 및 금전 거래를 허용합니다. 

※ 키퍼링 해주실 분을 따로 두고, KPC 역할을 하는 PC를 포함한 PC 2인으로의 개변이 가능합니다. 이 경우 KPC 역할의 PC를 플레이하시는 분께서는 시나리오 전반을 숙지하셔야 하거나… 키퍼 분 또한 KPC의 플레이가 가능하셔야 합니다.

※ KPC와 PC의 백스토리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적극 권장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개변하여 플레이해주세요. 이에 대한 문의는 송구하오나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 KPC가 어떤 이유로든 다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면 구면이라는 전제 하에 어떤 관계든 가능합니다. PC는 KPC와 데면데면하건, 친밀하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관계건, KPC를 일방적으로 혐오하거나 증오하건 플레이가 가능하겠습니다. 이른바 '소중한 관계'의 플레이가 진행이 수월하겠지만, 소중한 관계가 아니라면 오히려 무난하지 않게 재미있는 플레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본 시나리오는 배포 계정의 200팔로우 기념 이벤트에 당첨되신 0운(@zero_un_un)님께 헌정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 본 시나리오는 온다 리쿠 作 <어제의 세계>에서 다소 영향받은 부분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스포일러는 없고, 모티프를 따온 부분이 있다기보다는 전반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쪽이므로 플레이어 분이 해당 작품을 읽으셨다고 해도 상관은 없어요!

※ 관점에 따라 완벽한 해피 엔딩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 테스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시나리오 하단에 플레이 타임 수집 폼이 있습니다. 플레이를 하셨을 시 평균 플레이 타임 명시와 이외 더 나은 방향으로의 수정을 위해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서는 신화생물 및 주문에 대해 독자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존재하며, 신화생물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CoC 원작의 분위기와 상이할 수 있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 대한 공계에서의 무례한 언행, 스포일러성 혹은 자작 발언의 발견 등 불미스러운 일의 발생 시 즉시 비공개 처리됩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 외 문의는 @henceihateu의 DM이나 최하단의 폼으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키퍼(GM)가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당신은 평행 세계가 존재함을 알고 있나요? 사실 무수히 많은 다른 선택을 한 당신과 무수히 많은 다른 경우의 세상이 무수히 많은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는 것을요. 당신이 평행 세계의 개념을 안다면, 그것의 존재를 위한 조건도 알지 모르겠습니다. 이 서로 한 끗, 고작 한 끗만 각기 다른 세계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은 채로 온전히 존재하고 있던 것도, 탐사자가 어떤 꿈을 반복적으로 꾸기 시작한 이전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시기적으로 탐사자가 꿈을 꾸기 시작한 시점을 들었지만, 사실 평행 세계들이 흔들리기 시작한 원인은 탐사자가 아닌 어떤 신에게 있습니다. 요그 소토스(룰북 p. 326)입니다. 차원을 여행하여 어떤 시간과 공간으로든 갈 수 있는, 차원 사이를 여행하는 능력과 다른 차원을 보는 능력을 이따금 주곤 하는 이 '열쇠이자 문인 분'이라 불리기도 하는 신은, 어느 차원의 평행 세계이든 생물을 먹어치우고 싶어합니다. 실제로 흔적도 없이 그 끔찍하고 흉측한 외계의 구체에 삼켜진 세상들이 숱하지요. 문제는 요그 소토스의 포식으로 인해 차원의 '무게'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앞서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마저 하겠습니다. 평행 세계. 무수히 많은 다른 선택을 한 당신, 무수히 많은 다른 경우의 세상, 무수히 많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그것이 온전하게 존재하려면, '무게가 같아야 합니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기억의 질량은 종류는 다르지만 결국 그 무게는 같아, 저울의 평행처럼 완전히 나란히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그 소토스는 그를 신경쓰지 않고 기억을 가진 생명체들을 마구 먹어치운 탓에, 세계에 존재해야 하는 기억의 질량이 점점 가벼워졌고…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세계는 저울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져 이내 휘발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어떤 세계의 KPC가 있습니다. 이 평행 세계의 KPC는 평범한 여느 사람으로 신화와 마법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으나, 이 세계의 생명체를 포식하러 온 요그 소토스의 매우 드문 변덕, 혹은 실수로 소환술사나 마법사가 아님에도 차원을 엿보고 여행하는 요그 소토스의 권능을 갖게 된 이입니다. 당연히 처음 얻게 된 능력은 원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KPC가 제대로 제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는 곧 요그 소토스가 이미 삼켜 휘발된 다른 세상의 기억도 원치 않게 갖게 됩니다. 요그 소토스가 이 KPC의 세상에 있는 탐사자를 포함한 인간이며 생명을 전부 먹어치우고 말았는데도 그가 가지는 기억의 질량은 차원을 건너 넘어오는 탓에 자꾸만 많아지고, 자연히 KPC 혼자 남게 된 세계는 오히려 점점 무거워지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무게가 무거워 탐사자가 존재하는 다른 평행 세계가 사라질 지도 모를 정도로요. 수많은 세상의 기억을 짊게 된 KPC는 정작 본인의 세상에서는 혼자 남아 기억의 무게로 인해 영영 잠들고 맙니다. 그러나 죽은 것은 아니어서, KPC의 정신은 자신이 여전히 제어할 수 없는 요그 소토스의 권능을 가지고 꿈을 전전하며 있었지요. 그리고 그 꿈에서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아직 온전하게 탐사자와 자신, KPC가 남아있는 세계를.

KPC는 생각합니다. 자신의 세계에서의 탐사자는 살리지 못했지만, 저 세계의 탐사자와 나아가 저 세계만큼은 온전히 있을 수 있도록 하자. 어쨌거나 신의 실수이건 악질적인 장난이건 매개가 된 건 자신이니 그에 대한 죄책이었는지도, 홀로 남은 것에 대한 체념인지도, 혹은 자신보다는 다수가 있는 저 가벼운 세계를 살리고자 하는 마땅한 정의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탐사자가 소중하여 이미 잃은 탐사자보다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세계의 탐사자만이라도 살 수 있게 하고픈 간절함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밖에 남지 않은 이 세계 대신 이 이야기에서 등장할 탐사자가 있는 평행 세계를 지키고자 한 KPC는 탐사자와 같은 세계에 있는 KPC에게 요그 소토스의 권능으로 이 이야기의 전말과 세계의 기억을 전부 건네주려 합니다. 또다른 '자신'에게는 잔인한 선택이었으나, 다른 이를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았던 탓이지요. 수많은 세계의 기억을 넘겨받는다는 것은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이 세계의 KPC는 다른 세계의 KPC처럼 영영 잠들고 말 테고, 기억을 전부 옮겨받으면 결국 탐사자와 다른 세계에 있는 KPC는 연기처럼 세계와 함께 사라지고 말 겁니다.

그리고 당신, 당신이 있습니다. 탐사자. 자꾸만 다른 세상의 KPC의 꿈에 끌려들어가는 당신. 이 세상의 그와 다른 세상의 그가 오로지 당신이 있는 세계만을 위해 희생하려 합니다. 꿈속에서 당신은 결국 모든 이야기를 알게 될 테고, 어떤 한 세계의 끝을 목도하게 될 텐데. 

모든 이야기를 알게 되었을 때 당신은 무슨 생각을, 무슨 말을, 무슨 행동을, 무슨 선택을 할는지.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의 모든 대사는 KPC의 성격에 맞게 변용해주세요.)

 

 

 

 

 

 

 *본 시나리오에서는 두 명의 KPC가 나옵니다. 꿈속―다른 세계의 도서관에 혼자 남은 사서  'KPC'와, 탐사자와 같은 차원의 세계에 있는, 'KPC'의 기억을 넘겨받아 세계의 무게를 맞추게 될 이 세계의 KPC입니다. 키퍼분의 혼동이 우려되어 임의로 전자는 KPC1로, 후자는 KPC2로 표기하였습니다. 물론 키퍼링하시는 분만을 위한 구분입니다! 이 점 유의하시며 키퍼링을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꿈

 

 

 

아, 다시 이 꿈입니다.

당신의 꿈에 모르는 도서관이 자주 나온 지는 오래지 않았습니다. 몽중의 하늘은 조각조각 이어붙인 것처럼 어딘가 서로 어긋나 있고, 의지에 상관없이 옮기는 발걸음은 춤사위처럼 가벼워서 금방 꿈임을 알아챌 수 있었죠. 걷고, 또 걷습니다. 가벼운 기분으로요. 

도착하게 되는 곳은 늘 어떤 커다란 도서관입니다. 깨끗한 바닥, 잘 정리되어 있는 책들, 조용한 공기. 

관찰 성공 시▶ 하나같이 검은 책등에 적힌 제목은 글자가 아니라 하나같이 숫자입니다. XXXX. XX. XX…… 숫자는 다르지만, 이런 식으로요.

어려운 성공 이상 시 추가 서술▶ 언뜻 연도와 날짜를 연상시키는 숫자는 그러나 영 뒤죽박죽입니다.

관찰 실패 시▶ 하나같이 검은 책등에 적힌 제목은 글자가 아니라 하나같이 숫자입니다. 이상한 꿈이지요.

 

 *이 꿈은 KPC1가 있는 세계이자 KPC1의 권능이 미쳐 탐사자를 끌어들인 공간입니다. 꿈과 KPC1의 현실의 중간에 있는 공간이라 볼 수 있습니다. 도서관의 책들은 KPC1의 기억을 상징하는 것으로, 연도와 날짜가 뒤죽박죽인 것은 KPC1가 요그 소토스의 권능을 제어하지 못해 KPC의 기억에 마구 흘러들어온 다른 시간, 다른 공간, 다른 세계, 다른 차원의 기억이 함께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빼곡히 들어찬 책꽂이들 사이를 지나면 커다란 창문으로 청명하니 새파란 바람이 불어오고,

듣기 성공 시▶ 책장 너머에서 희미하게 발소리가 들립니다. 누구의 것이죠? 

듣기 실패 시▶ *바로 다음 지문으로 진행합니다.

 

 *기척은 KPC2의 것입니다. 원래 KPC1는 KPC2를 불러내 KPC1와 KPC2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황을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탐사자가 KPC1의 꿈에 이끌려 온 이유는 일단은 실수입니다. 단순히 KPC1의 구면이기에 KPC1가 잃은 그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고, 소중한 관계라면 잃은 것이 사무쳐 무의식 중에 KPC2와 함께 탐사자를 불러내었다고 설정하셔도 좋습니다.   

 

무슨 소리가 들렸나, 싶었던 시점에 눈앞의, 꿈속에서도 익숙한 얼굴의 이가 당신에게 손짓합니다. 익숙한 것은 당연지사 그 얼굴이 KPC1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탐사자." KPC1가 당신을 부릅니다. 보란 듯 밖을 가리키는 손가락,

 

"저길 봐, 별들이 회전하고 있어."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눈을 들어 보면 어느새 하늘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화려하게 회전하는 별들의 궤적으로 휘황합니다.

관찰 성공 시▶ 궤적 가운데 별 하나가 어렴풋이, 푸르게 빛납니다. 그 별만이 홀로 멈추어 있네요.

관찰 실패 시▶ 궤적 가운데 별 하나가 어렴풋이, 푸르게 빛납니다.

 

 *지구입니다. (당연히 지구는 항성이 아니라 빛을 내지 못하지만…… 픽션적 허용으로 봐주세요……) 정확히는 탐사자가 살고 있는 차원의 세계를 상징합니다.

 

찰나, 바람이 휙 붑니다. 다음 순간 마법처럼 책꽂이의 책들은 와르르 허공으로 떨어져 창문 밖으로 날아가기 시작하고, 팔락이는 종잇장 소리와 들릴 리 없는 별들의 소리가 귓바퀴로 스며들 적에, KPC1가 손을 내밉니다. 아주 당연한 듯이.

 

"춤을 출까."

 

 *짧게 자유로운 RP. 탐사자가 이곳에 관해 묻거나 갑자기 무슨 춤이냐, 네가 왜 여기에 있느냐, 등의 질문을 던진다면 KPC1는 꿈이니까, 라는 대답으로 일관합니다. KPC1가 느닷없이 바깥을 가리키며 시선을 유도하거나 춤을 추자고 말하는 것은 탐사자가 꿈속에 함께 들어온 KPC2를 마주치지 못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탐사자가 KPC1의 손을 잡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면 지능 판정하여 성패 여부에 상관없이 KPC1의 손을 잡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지문을 출력해주세요.  

 

내밀어진 손, 어쩔 수 없이 잡습니다. 꿈속이니까 뭐 어때요. 그가 원하는 대로 발을 나란히 하고는 서툴게, 혹은 능숙하게 움직입니다. 리드하는 사람은 KPC1입니다. 하나, 둘, 셋, 손을 잡고 빙글 돌고. 다시 하나, 둘, 창가는 별빛으로 찬연합니다. KPC1가 입을 엽니다. 그의 목소리에 뭉근한 웃음기가 묻었습니다.

 

"이게 무슨 춤인 것 같아?"

 

교육 성공 시▶ 세 박자로 발을 맞추고, 우아하게 돌고, 자연스러운 공기. 곡조가 없어도 알 수 있어요. 이건 왈츠입니다.

교육 실패 시▶ 세 박자로 발을 맞추고, 우아하게 돌고, 서투른 스텝. 별로 원한 춤은 아니었는데. 모르겠습니다. *실패 시 왈츠라는 말을 덧붙여줍시다, KPC!

 

"왈츠는 독어에서 유래됐대. Waltzen. 돌다."

 

 *지구가 돌아가야만 세상이 유지되고, 원래대로 '돌아가다'라는 말에도 '돌다'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지요. 본 시나리오의 제목을 《Waltz on Scales저울 위의 왈츠》로 지은 이유입니다. KPC가 왈츠와 Waltzen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탐사자의 시선을 붙잡아두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탐사자의 세계가 안온하게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돌려 말하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KPC1의 얼굴이 어쩐지, 희미하게 웃는 듯이 보입니다.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얼굴. 당신,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나요.

물을 새도 없이, 다시 한 바퀴 돕니다. 맞닿은 체온이 어쩐지 손 안에서 천천히 식어가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꿈에서 깨어납니다.

 

 

 

 

 

 

알림 소리에 눈을 뜹니다. 아침입니다. 기묘한 꿈이었죠. 도서관이 나오는 꿈은 최근 자주 꾸었지만, 도서관 안에서 KPC1를 만나는 꿈의 뒷부분까지는 오늘 처음 보았습니다. 당연히도 현실과는 거리가 먼 공간,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별빛이 나리는 풍경, 수많은, 수많은 찬연한 궤적과…… 춤을 출까, 묻는 KPC1. 별 이상한 꿈도 다 있죠.

어쨌거나 하루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바깥으로 나서면 날은 화창합니다. 내리쬐는 볕이 유독 밝습니다. 땀이 흐르더라도 금방 휘발될 것처럼. 비가 내려도 금세 말라버릴 것처럼요.

일상을 한참 보내고 있노라면 탐사자는 문득 기묘한 기분입니다. KPC2가 보이지 않으니까요. 오늘 한 번은 마주칠 법도 한데, 생각해보면 KPC1를 만나는 꿈을 꾼 이후부터 정작 현실의 KPC2는 마주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곤 했습니다.

 

 *KPC2가 근래 들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KPC1의 꿈에 끌려들어간 탓입니다. 한 마디로… 잠이 많아졌습니다. KPC1는 본래 이 세계의 KPC2를 꿈에 불러내려고 했지, 탐사자까지 꿈에 부르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KPC1가 기억-무게를 전달할 것은 애초부터 KPC2 뿐이었으니까요. 여기에서 탐사자까지 꿈에 이끌려 들어온 이유는 자유롭게 설정해주세요. 기본적으로 시나리오에서는 KPC1의 의식에 탐사자가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로 설정했으나 단순히 KPC1가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으므로 요그 소토스의 권능을 다룰 그릇이 될 수 없어 실수를 범했다는 설정도 가능합니다.    

 

하루도 어느덧 다 끝나가고, 저물어가는 하늘을 보며 한숨 돌리는 탐사자. 돌아가려 다시 귀갓길에 서면 저녁 바람이 길 너머에서 불어옵니다. 오늘 무슨 일을 했건 결국 KPC2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꿈에선 그렇게 자주 보이던 사람이 몇 날 며칠이 되도록 마주치지 못하는 것도 이상하지요.

생각하던 찰나, 저쪽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사람 그림자.

관찰 성공 시▶ 퍽이나 오랜만에 보이는 얼굴은 KPC2의 것인데, 어쩐지 피곤해보이는 기색입니다.

관찰 실패 시▶ 퍽이나 오랜만에 보이는, KPC2입니다.

 

 *짧게 자유로운 RP. KPC2는 KPC1의 권능 사용으로 인해 자꾸 잠에 들고 잠에 들 때마다 KPC1가 있는 도서관의 꿈을 꿉니다. 관찰에 실패한 경우라도 KPC2는 RP 도중 피로한 기색을 드러내주셔도 좋습니다. RP 중에 탐사자와 탐사자가 오늘 꾼 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면 다음 부분을 재량껏 생략하거나 변형해주셔도 좋습니다. 어느 정도 대화를 마치고 나면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주세요. 

 

"요즘 자꾸 잠에 들어. 무슨 기면증 아닌가 싶게."

 

확실히 그렇게 말하는 KPC2의 눈가에 아직까지도 졸려움이 뚝뚝 묻어나기는 합니다. 과연, 그래서 제대로 마주칠 수 없었던 거군요.

 

"나랑 네가 나오는 꿈도 꾸고."

 

대인기능 성공 시▶ KPC2는 잠시 겸연쩍어하더니, 말을 덧붙입니다. "사실 그런지 꽤 됐어. 내용이 꿀 때마다 매번 같은 꿈이야." *이 경우 정확히 언제적부터 그랬느냐, 탐사자가 묻는다면 얼버무립니다. 본인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꿈 때문에 아주 약한 광기에 걸려 있어 다소 꿈과 현실의 경계 자체를 흐릿하게 인지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인기능 실패 시▶ KPC2는 별 말 없이 탐사자를 보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 고개를 내젓습니다. "아냐, 꿈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럼, 탐사자. 나중에 또 봐."

 

대화를 짤막하게 이어가던 도중, 결국 KPC2는 다시 몰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했는지 눈가를 느릿하게 문지르며 인사합니다. 그가 다시 휘적휘적 걸어 어스름 다 지는 그늘 속으로 사라지는데. 탐사자는 잠시 멈춰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다 걸음을 옮깁니다.

이성 성공 시▶ ……어쩐지 아까까지 멀쩡하다고 생각했던 자신도 금세 잠이 오는 것만 같습니다. 무언가가 어깨와 눈꺼풀을 부드럽게 누르듯.

이성 실패 시▶ ……어쩐지 자신도 금방 잠이 오는 것만 같습니다. 별 것 없는 하루지만, 피로했나봐요.

 

집으로 돌아와 여상하게 하루를 마칩니다. 오늘따라 더 피곤한 기분에 어서 잠자리를 채비하고 눈을 감습니다. 꿈속에서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별들. 머리맡으로는 밤이 내려앉고, 눈두덩 위로는 잠이 내려앉습니다.     

 

 

 

 

 

 

 

 

 

 두 번째 꿈

 

 

 

다시 이곳입니다. 몽중의 하늘은 조각조각 이어붙인 것처럼 어딘가 서로 어긋나 있고, 의지에 상관없이 옮기는 발걸음은 춤사위처럼 가벼워서 금방 꿈임을 알아챌 수 있었죠. 걷고, 또 걷습니다. 도착하게 되는 곳은 역시 커다란 도서관입니다. 낡았지만 깨끗한 바닥, 잘 정리되어 있는 책들, 조용한 공기…….

글쎄요, 조용한가요? 당신은 불현듯 걸음을 멈춥니다. 조용할 줄로만 알았던 안쪽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온 탓이지요. *여기에서 듣기 연속 2회 판정합니다. 

 

듣기 2회 모두 성공 시▶ 

"정말로…… 그렇단 말이야?"
"그래. 휘발되는 것처럼. 세상은 생각보다 아주 손쉽게 사라져."
"여기가 다른 세계라고 치면, 그러면,"
"네가 있던 세상은 대신 없어지는 거지."
"내 주변의 사람들도 전부?"
"그 누구도 빠짐없이. 전부."
"그러면 나는……"

이 목소리는 KPC의 것입니다. 분간이 잘 되지 않지만 분명 KPC의 목소리인데…… 엿들은 대화에서 어쩐지 위화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그가 대화하고 있는 이 음성조차 낯이 익은데, 누구의 목소리인가요?

 

듣기 1회 이상 실패 시▶ 

"정말로…… 그렇단 말이야?"
"그래. ■■되는 것처럼. ■상은 생각보다 아주 손쉽게 사라져."
"여기가 다른 세계라고 치면, 그러면,"
"네■ 있던 ■■은 대신 없■■■ 거지."
"내 주변의 사람들도 전부?"
"■ ■■도 ■■■■, ■■."
"그러면 나는……"

이 목소리는 KPC의 것입니다. 분간이 잘 되지 않지만 분명 KPC의 목소리인데…… 엿들은 대화에서 어쩐지 위화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그가 대화하고 있는 이 음성조차 낯이 익은데, 누구의 목소리인가요?

 

 *위화감의 출처는 KPC1와 KPC2가 대화하는 것이 귀로만 듣는다면 혼자 말하고 혼자 답하는 것으로 들림에 있습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가 이어집니다. 어쩐지 들키지 말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아마도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을 때에 탐사자, 아직까지 꿈에서 깨어나려면 먼 것 같으니, 무어라도 해볼까요. 탐사자는 KPC가 있는 곳을 찾아 가까이 숨어들어 대화를 엿듣거나, 책장의 책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화를 엿듣는 것을 선택할 경우

▷ 탐사자는 멀리서 나직하게 이어지는 대화를 더 들어보기로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아마도 두 사람이 있을 곳에 좀 더 가까이 가야할 것 같아요. 다시 목소리를 좇아봅시다. 책장과 책장 사이, 나무 냄새가 나고 마룻바닥에 어렴풋이 그림자가 비치는 이곳…… 멀찍이 KPC의 그림자가 아래 비치는 것도 같습니다.

 *여기서부터 듣기→은밀행동→듣기→은밀행동→듣기 순으로 판정합니다. 은밀행동이 한 번이라도 실패했다면 은밀행동 실패 지문을 출력, 이후 듣기 판정이 불가합니다.

 

듣기 1회째 성공 시▶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하면 돼?" 하는 말에 대답은 나지막하게 이어집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들어줘. 네가 그걸 허락하기만 하면 네가 지키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괜찮을 거야. 사람(*여기서 관계에 따라 탐사자의 이름을 넣어도 좋겠네요.)들까지도, 포함해서." 

듣기 1회째 실패 시▶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하면 돼?" 하는 말에 대답은 나지막하게 이어집니다. "지금부터 ■■ ■■ ■■ ■■■ ■■■■■하면 네가 ■■■■ 하는 모든 것들이 괜찮을 거야. 사람(*여기서 관계에 따라 탐사자의 이름을 넣어도 좋겠네요.)들까지도, 포함해서." 

듣기 2회째 성공 시▶ KPC가 말합니다. 아니, KPC가 맞나요? 낮고 차분하게 가라앉는 음성. "나는 지금부터 너한테 ■■를 옮길 거야."

듣기 어려운 성공 이상 시▶ KPC가 말합니다. 아니, KPC가 맞나요? 낮고 차분하게 가라앉는 음성. "나는 지금부터 너한테 '무게'를 옮길 거야." 

듣기 2회째 실패 시▶ KPC가 말합니다. 아니, KPC가 맞나요? 낮고 차분하게 가라앉는 음성. "나는 지금부터 너한테 ■■를 ■■ 거야." 

듣기 3회째 성공 시▶ 아, 이제 저 들려오던 대화에서 느껴지던 위화감의 정체를 알 것 같습니다. KPC가 대화하고 있는 사람은…… 'KPC'입니다. 하지만 혼자 대화라니요? 자문자답이라니요? 저건 정말 타인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내용의 대화인데요. 

듣기 3회째 실패 시▶ 이상하네요. 왜, 저 대화에서 당신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라곤 KPC의 목소리밖에 없는 거죠? 저건 정말 타인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내용의 대화인데요.

은밀행동 1회째 성공 시▶ 책장에 더 가까이 다가섭니다. 목소리가 조금 더 가까워집니다. 

은밀행동 2회째 성공 시▶ 가장 끝에 있는 책장 뒤, 창문에 기댄 인영이 보입니다.

은밀행동 실패 or 듣기 3회까지 전부 성공한 이후▶ 끼익, 반 걸음 더 다가가느라 밟은 마룻바닥이 밑창 아래에서 소리를 냅니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현실감 있는 소리입니다. 흠칫 고개를 들면 두 명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선명하게, 꽂히는 듯한 시선.

KPC와 KPC입니다. (SANC 0/1)

 

/

 

책장의 책들을 살펴볼 경우

▷ 들려오는 목소리들에서부터 멀어져, 탐사자는 이 기이한 몽중의 도서관의 책장에 꽂힌 책들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발소리는 죽여야겠죠. 자칫하면 저들에게 들킬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부터 자료조사→은밀행동→자료조사→은밀행동→자료조사 순으로 판정합니다. 은밀행동이 한 번이라도 실패했다면 은밀행동 실패 지문을 출력, 이후 자료조사 판정이 불가합니다.

 

자료조사 1회째 성공 시▶ 숫자로 가득한 책장의 검은 책등들. 아무 권이나 한 권 뽑아보기로 합니다. 별달리 특별한 제목의 책도 보이지 않고요. 뽑아든 책의 제목은…… 《1995. 07. 21》 입니다. 아무래도 연도와 날짜를 연상시키는 제목이지요. 펼쳐보면, 놀라울 정도로 평범한 어떤 사람의 이야기군요. 배경은 1990년대 중반 즈음으로 보이고요. 꼭 자서전처럼 쓰여 있는 이야기는 마지막 장에 들어서서 이런 문장으로 끝이 납니다. 「찌는 7월, 하늘은 파랗고 더위는 발밑을 녹였으나 평안한 여름이 될 수 없었다. 그건 희극도 비극도 아니었다. 끔찍하고 모독적인 어떤 것. 마주한 순간 그대로 끝임을 알 수 있었다. …… 안녕을 고할 새가 있었는가. 나의 사소했던 삶에게 연민을 바친다.」 

자료조사 1회째 실패 시▶ 숫자로 가득한 책장의 책등들은 연도와 날짜를 연상시키지만, 전체적으로 뒤죽박죽 섞여 있습니다. 도서관임이 무색하게요.

자료조사 2회째 성공 시▶ 뽑아든 책의 제목은 《2187. 11. 26》 입니다. 역시 연도와 날짜 같다지만 너무 먼 숫자라 어쩐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펼쳐보면, 아마도 미래에 살고 있었을 어떤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배경은 2100년대, 상상할 수 없는 아주 미래로 보이네요. 꼭 자서전처럼 쓰여 있는 이야기는 마지막 장에 들어서서 이런 문장으로 끝납니다. 「초겨울, 이오 궤도에서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으나 막 땅을 밟은 우리가 마주한 것은 끔찍하고 모독적인 어떤 것이었다. 그것은 과학으로도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직감이라는 것을 한 생애 동안 부정해왔으나, 직감했으리라. 이제 끝이라고. ……그리고, 정말로 끝이었다.」 

자료조사 2회째 실패 시▶ 책장 사이사이 적혀있는 것은 없나 찾아보지만, 별다른 것이 없습니다. 책장은 이상할 정도로 많습니다. 이 도서관은 상당히 거대합니다.

자료조사 3회째 성공 시▶ 무수히 꽂힌 책들 사이에서 쪽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급한 듯 휘갈겨진 글씨입니다. 「이걸 전부 잊으면 나는 죽어. 잊으면 이곳도 사라져. 하지만 어떻게 잊을 수 있지? 차라리 잊고 싶은데, 어떻게 잊을 수 있는 거지?」 다소 정신없이 쓰여졌지만 글을 쓴 모양이 눈에 익지 않았나요, 탐사자? 이건 KPC1의 글씨입니다. 어째서?

자료조사 3회째 실패 시▶ 무수히 꽂힌 책들 사이에서 쪽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급한 듯 휘갈겨진 글씨라 부분부분 알아볼 수 없습니다. 「이걸 전부 잊으면 나는 ■■. 잊으면 ■■■■■■. 하지만 어떻게 잊을 수 있지? 차라리 잊고 싶은데, 어떻게 잊을 수 있는 거지?」

은밀행동 1회째 성공 시▶ 건너편의 책장 사이로 무사히, 소리없이 들어섭니다.

은밀행동 2회째 성공 시▶ 가까이 있는 책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문득 가장 끝에 있는 책장 뒤, 창문에 기댄 인영이 보입니다.

 

 *1, 2회째의 책은 다른 평행 세계의 1995년 7월 21일(플레이하는 배경 개변에 따라 바꿔도 무방합니다. 상대적 과거로 느껴지는 시대 중 아무 숫자나 썼습니다….)과 또다른 평행 세계의 2187년 11월 26일(이 역시 바꿔도 무방합니다. 미래로 느껴지는 시대 중 아무 숫자나 썼습니다….)에 요그 소토스로 인해 생을 마감한 어떤 이의 기억입니다. 3회째의 쪽지는 짐작하시는 대로 KPC의 것입니다.

 

은밀행동 실패 or 자료조사 3회 모두 성공한 이후▶ 끼익, 책장을 지나느라 밟은 마룻바닥이 밑창 아래에서 소리를 냅니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현실감 있는 소리입니다. 흠칫 고개를 들면 어느새 두 명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선명하게, 꽂히는 듯한 시선.

KPC1와 KPC2입니다. (SANC 0/1)

 

얼어붙은 발이 그대로 멈춰 서있을 적에, KPC1가 걸어옵니다. 또 한 명의 KPC2는 당신을 보고서 약간 놀란 듯 가만히 응시하고만 있습니다. "네가 여기에 어떻게." 다가온 KPC1가 말합니다. 손을 뻗어 덥석 손을 잡습니다. 속삭이듯 침울하게 발음합니다.

 

"……걱정 마, 탐사자. 내가 다 돌려놓을게."

 

관찰 성공 시▶ 손을 잡은 순간 당신은 KPC1의 어깨 너머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KPC2를 봅니다. 그가 무언가, 전하고 싶은 얼굴을 하더니, 책 한 권을 들어보입니다. 검정 일색인 이곳의 책들 가운데 유일하게 흰색입니다. 시선이 거기 닿았다고 생각한 찰나,

관찰 실패 시▶ 손을 잡은 순간 당신은 KPC1의 어깨 너머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KPC2를 봅니다. 그 표정이, 어땠던가요? ……워낙 순식간이라 모르겠습니다.

 

까무룩 정신이 추락합니다. 탐사자는 곧장 꿈에서 깨어납니다.

 

 

 

 

 

 

 

몸을 일으킵니다. 하루를 시작할 시간입니다, 여지없이요. 이렇게 자주 한 사람이 꿈에 나올 수 있나요? 우리가 어떤 관계이든 간에 말이에요. 게다가 KPC1와 KPC2가 돌아볼 적에는 꼭, 두 사람이 같으면서도 다른 사람 같아 섬칫했던 것 같습니다. 그 무연한 눈길. 전부 다 알고 있는 듯한 KPC1의 시선. 그가 뭐라고 했었죠, 전부 다 돌려놓을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꿈입니다.

지능 성공 시▶ 그러고보니 전날 KPC2는 자신이 나온 꿈을 꿨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혹시 그의 꿈에도 이상한 점이 있었는지 물어야겠습니다. 만에 하나, 아주 만약에 같은 꿈을 공유했다면, 적어도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함께 얘기할 수 있을 테죠.

지능 실패 시▶ 막연히 KPC2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싶어집니다. 물론 꿈에 나온 KPC가 그 KPC2라는 보장도 하나 없지만요.

 

탐사자는 전화를 겁니다. 신호음이 몇 번 갑니다. 받지 않습니다. 한 번 더 통화 버튼을 누릅니다. 신호음이 이어지다, 다시 받지 않습니다.

탐사자는 인내심 있게 다시 한 번 통화 버튼을 눌렀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신호음이 갑니다. 길게 이어집니다. 이번에도 역시 허탕인가 싶었는데, …… 끊으려는 마지막 순간에 스피커 너머에서 받는 소리가 들리네요. KPC2입니다.

 

 *짧은 RP. KPC2가 전화를 받지 못한 이유는 꿈에 의해 깊은 잠에 들어 있었던 탓입니다. KPC2는 이 시점에서 진상을 알게 되었으므로 탐사자에게 최대한 꿈에 관한 이야기를 숨기려고 할 수도, 에둘러 같은 꿈을 꾼 것 같다, 정도만 말할 수도, 혹은 아예 다른 이야기를 꺼내려 할 수도 있겠습니다. 꼭 이야기해야 할 것은 '잠들었던 탓에 전화를 받지 못했다' 입니다.

 KPC2가 같은 꿈을 꿨음을 숨길 경우에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성공했을 시 KPC2가 같은 꿈을 꾸었음을 숨기려고 하는 듯하다는 지문을 출력해주세요. 실패했을 경우에도 말하는 KPC의 목소리가 매우 졸려보인다는 지문을 출력해줍시다. 통화는 어느 정도 대화를 했다 싶으면 KPC2가 다시 잠들면서 끊어집니다. 탐사자가 곤란한 질문을 했을 때 요긴하게 끊어주세요. (!)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통화를 하다 잠들어버리다니요! 꿈과 KPC2의 말들. 기이한 기분이 드는 것을 갈무리하고, 탐사자는 다시 하루를 준비하러 나섭니다. 어딘가 찜찜합니다.

탐사자의 일상에 변화는 없습니다. 어쩐지 조금 졸립다는 피로감이 가시지 않는다는 것을 빼면요. 별 일도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오늘도 KPC2는 한 번을 나타나지 않았군요. 탐사자는 쏟아지는 잠을 다시 잠자리에 들며 청합니다.

 

 

 

 

 

 

 

 

 세 번째 꿈

 

 

 

또다시 이곳입니다. 몽중의 하늘은 조각조각 파편이 드문드문 깨져 있고, 의지에 상관없이 옮기는 발걸음은 스스로가 움직이려 하는 것이 아니라서 매번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 걷고, 또 걷습니다. 왜인지 스러져가는 듯한 도서관. 깨끗한 바닥, 잘 정리되어 있는 책들, 조용한 공기. …… 정말 그런가요?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들어서면 당신은 온통 너저분한 도서관 바닥과 마주합니다. 전날 이곳에 들어섰던, 꿈이니 들어섰다고 하는 것이 우스울지 모르겠으나, 그 도서관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어질러진 모습입니다. 온통 바닥은 펼쳐진 책이나 쓰러진 책장, 무더기로 쌓인 검은 책으로 가득하고. 탐사자는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그야말로 난장판입니다. 커다란 창으로 보이는 하늘은 여즉까지 빙글빙글 돌아가는 별들의 궤적으로 아름다운데도 불구하고요. 

 

 *전날 꿈에서 자료조사를 하지 않고 대화를 엿듣는 것을 선택했다면 이 때 탐사자가 자료조사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두 번째 꿈에서의 지문을 사용하되, 은밀행동은 필요하지 않으며 역시 세 번 연속 판정입니다. 또한 책장에서 발견한 것이 아니라 바닥에서 발견한 것으로 지문을 조금씩 바꾸셔야 합니다. ex) 성공 시 - 바닥에서 주워든 책의 제목은 《2187. 11. 26》 입니다. …… / 실패 시 - 이토록 어질러진 바닥에서 다 똑같은 책들이라니, 뭘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자료조사 판정을 전부 마쳤거나 앞서 이미 조사한다는 선택을 했었을 경우 다음 부분으로 넘어갑니다. 

 

책들 사이를 거닐다, 눈을 듭니다. KPC2가 등진 채 바닥에 앉은 것을 마주친 탓입니다. KPC2. 불러봐도 답하지 않습니다. 숨소리가 거칩니다. 그는……,

떨어진 책들을 죄 읽고 있습니다. 떨리는 손, 간헐적인 호흡소리, 벌어진 동공……. 일반적인 책을 읽는 사람의 모습이 저렇던가요? 그는, 정말로, 고통스러워 보입니다. 마치 고역 같은 병증을 자꾸 입에 넣는 사람처럼, 그러나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처럼, 허겁지겁 책을 읽고 있습니다. (SANC 0/1) 

어느새 다가온 걸까요. 또 한 명의 KPC1입니다. 아마도 전날 나의 손을 잡고서 꿈에서 깨어나게 했던 KPC1입니다.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는 KPC2를 뒤로 하고 KPC1가 말합니다. "안녕, 탐사자." 어쩐지 어두운 얼굴입니다.

 

"네게 보여줄 곳이 아닌데… 자꾸 너를 끌어들이게 돼서 미안해."

"다음의 꿈에도 너는 이곳에 오게 되겠지. 아마 내가 또 너를 부르게 될 건가봐. 아직도… 잘 조절이 안 돼."

 

 *KPC1는 KPC2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설명합니다. 악의라곤 한 점도 없습니다. 각각의 대사에 대해 짧게 RP가 가능하나, 키퍼 분의 재량껏 플레이해주세요.  

 

"여기는 내 기억을 담은 곳이야. 저 KPC2는 네가 아는 그가 맞아. 나는… 다른 세계에서 왔어. 너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KPC1지."

"나는 어떤 신의 실수로 인해서 가지고 있는 기억이 아주 많아져 버렸어."

"그리고… 나는 KPC2에게 그 기억들을 전달해주려고 해. 내 기억들을 말이야." KPC1는 바닥에 어질러진 책들을 한동안 묵직하게 바라봅니다. 여전히 책을 헤집듯이 읽고 있는 KPC2는 거의 울 듯 합니다. 

"저 KPC2가 왜 기억을 받고 있는지, KPC2와 네가 왜 이런 꿈을 꾸는 건지 알고 싶다면, …… 탐사자. 다음에 왔을 때 여기서 하얀 색의 책을 찾아. 물론 하고 하지 않고는 네 선택에 달려 있지. 탐사자, 찾지 않아도 돼.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있어도 좋을 때가 있잖아. 내가 더 바라는 선택지이기도 하고."

"다음에 꾸는 꿈이 네가 여기를 꿈꾸는 마지막 꿈일 거야." 

"탐사자, 그냥 내가……"

 

KPC1는 잠시 말을 고릅니다. 숨을 삼킵니다. 이내 쓰게 웃습니다.

 

"내가 미안해."

 

그가 손을 뻗는 순간, 당신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몰려오는 잠이 눈두덩을 누릅니다. 탐사자가 일어난 시간은 새벽입니다. KPC2에게 전화를 합니다. 받지 않습니다. 몇 번을 해도 받지 않습니다. 결국 침대 밖으로 나섭니다. 옷을 대충 꿰어 입고 꿈에서와 달리 힘겹게 걸음을 옮깁니다. KPC2를 찾으러. 집 앞에 다다라, 초인종을 누릅니다. 아무리 눌러도 나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문은 잠그지조차 않았네요.

 

 *탐사자의 RP와 함께 느긋하게 진행해주세요. 

 

안으로 들어서면, KPC2의 나직한 숨소리가 들립니다. 규칙적인 것을 보니 잠든 것 같습니다. 바닥으로 흐르는 숨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깁니다. 침실의 문을 엽니다. 아, 잠든 KPC2입니다. 그를 깨워볼까요, 탐사자.

(*탐사자의 깨우려는 시도 이후) 흔들어봐도, 소리를 쳐봐도, 갖은 방법을 동원해도 KPC2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니, 일어나지 못하는 게 맞는 걸까요. 죽은 듯이 잠든 그를, 말 그대로 죽음 같은 그를 어떻게 깨울 수 있는 걸까요.

동이 틉니다. 하늘이 장밋빛으로 밝아오고, 볕이 흐트러진 이불 위로 들어찹니다. 이 죽음 같은 잠. 홀로 밤에 가두어진 듯 끌려가는 졸음이 발목을 잡아오는 것을, 탐사자는 느낍니다.

아, 더이상 버틸 수 있나요. 고개를 떨굽니다. KPC2의 옆에서 그대로 잠에 빠집니다. 

 

 

 

 

 

 

 

 마지막 꿈

 

 

 

그리고 마침내 당연하게 이곳입니다. 몽중의 하늘은 조각조각 파편이 산산이 깨진 것처럼 머리 위로 불안하게 떠 있고, 의지에 상관없이 끌려가는 듯한 걸음은 죄 지은 빨간 구두를 신은 듯 무겁습니다. 걷고, 또 걷습니다. 이제는 다 무너져가는 도서관. 

다음의 꿈에 온다면, 탐사자, 당신은 무얼 하기로 했었나요. 하얀 색의 책을 찾아달라고 한 말을 기억하나요.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가 말한대로, 모르는 채 있는 것이 좋을 때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일련의 꿈에서 나온 것들. 자꾸 잠에 드는 KPC2. 책에 쓰인 타인들의 생애. 돌려 놓겠다는 KPC1의 말.

탐사자, 어떻게 할까요?

 *조사한다는 선언이 있을 시 즉시 자료조사 다이스를 굴리게 합니다! 물론 이쪽으로 유도하는 편이 좋습니다.

 

자료조사 성공 시▶ 한참 어질러진 바닥과 쓰러진 책장을 샅샅이 찾아봅니다. 그러다 유일하게 책등의 제목이 숫자가 아닌 글자로 쓰여진 하얀 커버의 책을 발견합니다. 『Waltzen World on Scales』…. 기억하나요? KPC1가 해줬던 이국의 말의 뜻. 그 말을 떠올리자면 '저울 위에서 춤추는 세계'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당신은 책의 중간중간에서 이러한 부분을 발견합니다.

 

8p. 당신은 평행 세계가 존재함을 알고 있는가? 무수히 많은 다른 선택을 한 당신과 무수히 많은 다른 경우의 세상이 무수히 많은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는 것을.
65p. 무수히 많은 다른 선택을 한 당신, 무수히 많은 다른 경우의 세상, 무수히 많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그것이 온전하게 존재하려면, 세계들이 함량한 기억의 무게가 같아야 한다. 평행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기억의 질량은 종류는 다르지만 결국 그 무게는 같아, 저울의 평행처럼 완전히 나란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는 그러므로 수많은 평행한 저울 위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119p. 어떤 사람이 본인의 기억에 더불어 다른 세계의 기억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그가 있지 않은 다른 세계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평행하게 존재하다 기억의 무게의 축이 기울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세계는 휘발되어 원래부터 존재치 않았던 듯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132p. 수많은 세계의 기억을 가진 사람은 제정신으로 버틸 수 없다. 사람의 뇌는 다른 세계의 기억을 모두 담기에 그 그릇이 지나치게 작다. 만약 어떤 이가 다른 세계의 기억을 갖게 된다면, 그는 살아남기 위해 영원한 잠에 들고 말 것이다. 그것은 살아있되 살아있지 못하는 것이다. 얼마만큼의 잠이 기억의 무게를 온전히 질 수 있게 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자료조사 실패 시▶ 한참 어질러진 바닥과 쓰러진 책장을 샅샅이 찾아봅니다. 그러다 유일하게 책등의 제목이 숫자가 아닌 글자로 쓰여진 하얀 커버의 책을 발견합니다. 『Waltzen World on Scales』…. 당신은 책의 중간중간에서 이러한 부분을 발견합니다.

 

8p. 당신은 평행 세계가 존재함을 알고 있는가? 무수히 많은 다른 선택을 한 당신과 무수히 많은 다른 경우의 세상이 무수히 많은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는 것을.
65p. 무수히 많은 다른 선택을 한 당신, 무수히 많은 다른 경우의 세상, 무수히 많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그것이 온전하게 존재하려면, 세계들이 함량한 기억의 무게가 같아야 한다. 평행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기억의 질량은 종류는 다르지만 결국 그 무게는 같아, 저울의 평행처럼 완전히 나란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는 그러므로 수많은 평행한 저울 위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119p. 어떤 사람이 본인의 기억에 더불어 다른 세계의 기억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그가 있지 않은 다른 세계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평행하게 존재하다 기억의 무게의 축이 기울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세계는 휘발되어 원래부터 존재치 않았던 듯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책장을 덮습니다. 손끝이 떨립니다. 쉬이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입니다. 세계가 유지되는 방법, 혹은 소멸되는 이유라니요. (SANC 1/1d3)

지능 판정, 성패에 상관 없이▶ 이곳의 XXXX. XX. XX로 이름지어진 책들은 타인의 생. 타인의 기억. KPC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기억들.

그러니까 저 세계의 KPC는 아무도 모르게 휘발될지도 모르는 이 세계를 구할 희생양으로 이 세계의 KPC를 선택한 것입니다. 이토록 자기 자신에게 가혹할 수 있는 사람에게, 착실하게 자신만을 기어코 희생시키려는 사람에게 무어라 말을 더 할 수 있는지.

이 기억만 차곡차곡 쌓아놓은 꿈의 도서관. 세계의 발목에 쇠공을 매달아놓고 바다로 던져 익몰시키는 잔인한 존속의 법칙.

 

"안녕, 탐사자."

 

어느새 다가온 걸까요. 당신이 들고 있는 책을 본 KPC가 쓰게 웃으며 말합니다. 

 

"KPC는 위층에 있어. 아마 마지막 책을 읽고 나서, 내게 이어받겠다, 는 그 말만 한다면 완전히 잠에 빠져들게 될 거야. 죽음 같은 영원한 잠을.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거야. 하지만 어쩌면 네가 마지막 책을 읽을 수도 있겠지. 내게 KPC처럼 똑같이 이어받겠다, 말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겠지……." 

"탐사자, 춤을 출까, 그때처럼, 왈츠를."

"왈츠Waltz는 독어 Waltzen에서 유래되었대. 돌다, 라는 뜻의 독일어래."

"돌아갔으면 좋겠어."

"나는 혼자 남았어. 내 세계에는 나뿐이야. 그래서 내가 알았던 모두가, 네가 있는 그 세계만큼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돌아갔으면 좋겠어. 원래대로, 평소대로, 지루하도록 아무 일 없이, 내내 행복하게……."

 

이것은 그러니까, 휘발되는 세계에 홀로 남은 그의 단 하나의 바람입니다. 

 

"나는 너와 네 세계를 살리고 싶었지. 결국에는 네가,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 모두가, 바라는 것이 이뤄지길 바랐던 거야. 살아있어야 뭔가를 이룰 수 있으니까."

"하지만 너는 기어이 여기에서 날 만났고……"

"그러니 네 뜻대로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세계의 저울에 추를 옮겨 놓게 될 것은, 어쩌면 당신입니다. "탐사자." KPC가 마지막처럼 호명합니다.

 

"내가 네가 있는 세계를 살리기 위해 나를 죽여도 될까." 

 

 *엔딩 분기입니다. 자유로운 RP를 권장합니다. 탐사자가 KPC→KPC에게 기억을 전부 주는 것을 수긍하거나 KPC 혹은 KPC에게 선택권을 넘겼을 경우(자신이 스스로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Ending 1, 탐사자가 KPC가 기억을 받는 것을 거부하였을 경우에는 Ending 2, 탐사자 본인이 기억을 대신 받겠다고 대답했을 경우에는 Ending 3으로 진행해주세요.

 

+190903

 *'이어받은 기억'에 대해 질문이 들어와 다소 모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어 추가합니다! KPC는 KPC의 기억을 꿈속의 도서관의 책을 읽음으로써 넘겨받게 되는 것으로 보이나, 사실상 KPC가 엔딩 분기에서 주는 마지막 책을 읽지 않으면 소위 말짱 도루묵(!)이 되는 구조로 볼 수 있겠습니다. 계약서를 다 읽고 이행했지만, 서명을 하지 않으면 완전한 계약이 되지 않는 것처럼요. 마지막에 넘겨주는 책은 KPC의 마지막 기억이라기보다는 기억을 넘겨주는 과정에 있어서의 '승인'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기억을 나눠가진다, 는 선택은 어려울 수 있겠습니다만, 키퍼 분의 개변과 탁의 자유에 맡깁니다.    

 

 

 

 

 

 

 

 

 

엔딩

(*각각의 엔딩명은 곽은영 시인의 시 <불한당들의 모험 30-오늘 하루 죽은 자들의 나라가>에서 발췌했음을 알립니다. 아래 전문을 첨부하였으며, 마음에 드셨다면 문학동네 시인선 시집인 곽은영 시인의 『불한당들의 모험』도 구입하여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1. KPC가 KPC에게 기억을 전부 주는 것을 수긍하거나 KPC에게 혹은 KPC에게 선택권을 넘겼을 경우

 

 

 

세계를 구하기 위해 당신을, 오로지 당신만 죽이겠다는 당신. 그런 당신이 가엾습니다. 한없이 서럽습니다. 당신은 그런 선택밖에 할 줄 모르죠. 그 어떤 세계의 당신이라도 전부 똑같이 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서러우면서도 웃음이 납니다. 하여 나는 차마 대답하지 못합니다. 고개를 끄덕일 뿐입니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투명한 유리, 별들이 헤이지도 않을 듯 돌고 있습니다. 쏟아질 것 같은 별하늘, 별하늘. 세계.

 

"받아들여줘서 고마워."

 

KPC가 웃습니다. 그 순간에,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립니다. KPC입니다. 탐사자가 눈앞에 있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채로,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몰골로, 눈물 줄기가 얼굴에 말라붙은 낯으로 휘청휘청 걸어옵니다. 수많은 견딜 수 없는 기억을 오롯하게 품에 안은 모습입니다.

 

"이어받을게."

 

그리고 기어이 말하고 맙니다. 당신, 그런 선택을 할 줄 나는 사실 진즉 알았습니다. KPC는 웃고, KPC도 웃고, 웃지 못하는 건 나뿐입니다. 당신들이 그렇게 웃어버리면 나는 도대체 뭐가 됩니까.

꿈에서 아스라이 깨어납니다.

안녕, 안녕, 인사하는 목소리를 들은 것도 같습니다.

 

……

짧은 꿈에서 깨어나면 아침입니다. 잠든 KPC의 얼굴은 평온합니다. 일어나지 못할 당신, 영원히 잠든 당신, 이것으로 괜찮은 걸까요. 

이제 더는 꿈에서 그를 볼 수 없겠죠.

그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나의 세계를 구한 당신과 당신,

 

 

Ending 1. 이렇게 다정한데 우린 너무 멀리 떨어져 지내는군요

탐사자 생환, KPC 로스트

 

 

 

 

 

2. KPC가 KPC에게 기억을 전부 주는 것을 거부하거나 끝내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했을 경우

 

 

그리고 나는 오래 침묵합니다. 세계를 구하기 위해 당신을, 오로지 당신만 죽이겠다는 당신. 그런 당신이 가엾습니다. 한없이 서럽습니다. 당신은 그런 선택밖에 할 줄 모르죠. 그 어떤 세계의 당신이라도 전부 똑같이 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서러우면서도 웃음이 납니다.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당신을 죽이는 게 싫습니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투명한 유리, 별들이 헤이지도 않을 듯 돌고 있습니다. 쏟아질 것 같은 별하늘, 별하늘. 세계.

 

"……그렇구나."

 

탐사자의 뜻을 알아들은 KPC가 눈을 감습니다. 

 

"무게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누구도 몰라. 어느 쪽의 세계가 살아남을지 몰라. 내가 기억을 전부 주지 못했지만, KPC는 이미 많은 기억을 삼켰어."

"네가 있는 세계가 살아남는다면 나는 기쁜 채로 휘발할 거야. 종국에는 그 기쁨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되겠지. 세상에 존재한 적도 없이 사라질 거야."

"하지만 너도 없고 다른 사람들도 없는, 내가 있는 세계가 살아남는다면 나는 또 너를 잃는 거야. 너를 포함한 모두를 또 잃어버리는 거야. 그것만큼 외로운 건 또 어디 있을까. 탐사자."

"그렇지만 네게 선택을 맡겼으니, 나는……"

 

모든 것은 네가 원하는 대로 될 거야.

당신이 말하는 문장은 왜 그렇게 설운 것만 가득한지 모르겠습니다.  

꿈에서 아스라이 깨어납니다.

안녕, 안녕, 인사하는 목소리를 들은 것도 같습니다.

 

……

짧은 꿈에서 깨어나면 아침입니다. KPC가 힘겹게 몸을 일으킵니다. "탐사자." 이것으로 괜찮은 걸까요. 이제 더는 꿈에서 그를 볼 수 없겠죠.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휘발되어 사라져버릴 수도 있겠죠. 얕은 행복과 미약한 불안으로 둘러싸인 세상,

나는 당신을 구해낸 것처럼 그냥 웃어버립니다.

그곳은 너무 가벼워요.

나는 당신이 휘발될까 두려워요.

그곳은 너무 가벼워요,

나와 춤을 춰요…….

 

 

Ending 2. 우리는 모두 스스로를 추방한 자들이에요

탐사자, KPC 생환?, 오픈 엔딩

 

 

 

 

 

 

3. KPC에게서 탐사자가 기억을 받겠다고 말했을 경우

 

 

세계를 구하기 위해 당신을, 오로지 당신만 죽이겠다는 당신. 그런 당신이 가엾습니다. 한없이 서럽습니다. 당신은 그런 선택밖에 할 줄 모르죠. 그 어떤 세계의 당신이라도 전부 똑같이 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서러우면서도 웃음이 납니다. 

나는 당신이 당신을 죽이는 게 싫습니다. 그러나 이 세계가 망쳐지는 것도 싫습니다. 그러니 내가 할 선택은 뭐겠어요. 처음부터 하나밖에 정해져 있지 않잖습니까. 천장을 올려다보면 투명한 유리, 별들이 헤이지도 않을 듯 돌고 있습니다. 쏟아질 것 같은 별하늘, 별하늘. 세계.

나의 답을 들은 들은 당신, 끝내 웃습니다. 눈물처럼.

 

"있잖아, 나는 널 지키려고 했는데……."

 

떨군 낯이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 그 순간 당신 빼고는 그 누구도 모를 겁니다. 나조차도 알 수 없습니다. 당신에게 이런 선택을 건넨 것이 처음이던가요.

나는 당위처럼 손을 내밉니다. 고개를 든 당신이 책 하나를 건넵니다. 서럽게 웃고 있습니다.

 

"이어받을게."

 

그리고, 머릿속이 뒤집힙니다. 뒤이어 강한 힘으로 끌어안깁니다. KPC입니다.

끌어안긴 품속에서 온갖 모독적이고 끔찍한 비극이 형용되지 못하는 언어로 들어찹니다. 고통스럽습니다.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견딜 수 있습니다. 당신도 견뎌온 거잖아요. 나라고 못 할 게 있습니까. 참고, 참고, 참아서, 오래도록 이 꿈속에서 당신과 있을 겁니다. 외로웠던 당신과. 

그 무게를 내게 줘요.

더는 짊어 슬픈 삶을 살지 말아요.

그리고, 당신,

 

 

Ending 3. 가지 마요

탐사자 로스트, KPC 생환

 

 

 

 

 

 

 

 

추천 BGM

DJ OKAWARI - STARRY SKY :: https://www.youtube.com/watch?v=tok0ThjMDMo (첫 번째 꿈)

Ólafur Arnalds - Only The Winds :: https://www.youtube.com/watch?v=9eWewdTkghM  (두 번째 꿈)

Olafur Arnalds - Happiness Does Not Wait (Original Mix) :: https://www.youtube.com/watch?v=0BdfH0CAKK4 (세 번째 꿈)

DJ OKAWARI - Transparent :: https://www.youtube.com/watch?v=CPPkDTE103g (마지막 꿈)

澤野弘之 - will(Piano) :: https://www.youtube.com/watch?v=H4sxHJ4qwNY (엔딩 1)

DJ OKAWARI - Last Note:: https://www.youtube.com/watch?v=pdUih9HTvrs (엔딩 2) 

澤野弘之 - ninelie (Piano version) :: https://www.youtube.com/watch?v=Qwe6Bdtt2Q0 (엔딩 3)

 

 

 

 

 

 


플레이하신 뒤 여유가 있으시다면 작성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https://url.kr/i2oxp7 <

 

 

 

 

 

불한당들의 모험 30
-오늘 하루 죽은 자들의 나라가

                                               곽은영

 

 

 열렸다
 우리들의 나라가
 일 년을 기다려온 우리들의 나라가

 풍선을 타고 왔다 빗자루를 타고 왔다 고래를 타고 왔다
 버스를 타고 왔다 비행기를 타고 왔다 걸어왔다

 달이 아주 작고 하얗게 떴다

 반가워요 어서 와요

 당신의 미소는 여전하네요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요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이 행복한 포옹을 나누고
 죽은 자들이 돌아와 광장을 두근두근 울리는 시간

 아침부터 알록달록한 모자를 쓰고 예쁜 꽃을 들고 노란 등을 달고
 주먹밥을 나르고 솜사탕을 나르고
 이야기 방망이를 선물하고 해골빵을 선물하고
 쭈글쭈글 세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울리며 만세를 부르고
 아침부터 죽지 않은 자와 죽은 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줄다리기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낮잠을 자고
 열려진 시간이 똑딱똑딱 굴러가고

 살며시 서로를 쓰다듬는
 말이 없어도 아름다운 현재
 나란히 팔을 베고 누운 우리들은 하늘을 보다가
 서로의 콧잔등을 물끄러미 보았지

 이렇게 다정한데 우린 너무 멀리 떨어져 지내는군요
 한 움큼 돌을 삼킨 것 같은 그날이 아직도 생생한걸요
 진흙과 침으로 단단한 알집을 만들듯
 오늘은 나쁜 기억도 함께 무늬가 된다
 오늘은 사소한 윙크도 암송할 구절이 된다
 우리 모두 시간이 되는 순간 태양도 금빛 콧수염을 만지며 눈감아주었지
 모든 것은 돌고 도는 법이니까

 달이 아주 노랗고 동그랗게 떴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를 추방한 자들이에요
 또 눈물이 나요
 발가락 풍선도 시무룩해졌어요
 점박이 불꽃들도 깜빡이며 아쉬워해요
 오늘은 울보들의 날인가봐요
 가지 마요
 아직은 가지 마요
 지금 가버리면 아쉽잖아요
 밑바닥을 흐르는 슬픔이 오늘을 열었잖아요
 이름만 불러도 눈물을 흐르게 했잖아요

 하나둘 바람이 불고 시큰한 노란 등이 떠오르네
 슬프고 행복한 합창을 들으며
 하늘로 떠오르는 노란 등에 앉아 죽은 자들이 손을 흔들며 가네
 밤은 다시 스탠드를 치우는 청소부의 표정으로 펼쳐지고
 전설의 떼창에 몸을 던진 그루피들처럼
 아침의 상자로 걸어가는 이들은 자꾸만 자꾸만 뒤를 돌아보네

 죽은 자들의 나라가 열린 날
 달은 아주 작고 예쁘게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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