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에게서 당신에게

CoC 1:12020. 4. 25. 14:39
당신에게 전합니다.
그 어떤 통렬한 고통도 당신의 것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
사실은 그 어떤 고통도 당신의 것이 되지 않았으면 해요.
그리하여 당신에게 전합니다.
누구보다 당신이 행복하기를. 

 

 

 

 

 

 

 

 

 

 

개요

 

 

의식이 멀어져갑니다. 손을 잡았음에도 당신은 까마득합니다. 죽어가고 있었어요. 우리는. 세계가 우리에게 부여한 이름 따위는 무시하고, 그냥 함께, 그저 함께, 그래도 함께…….

그리고 까무룩 감았던 눈을 뜨면, 달콤한 향기가 맴도는 곳입니다. 일렁이는 오팔 같은 빛깔의 하늘과 쭉 펼쳐진 하얀 길. KPC와 탐사자는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여기는 어디일까요. 말로만 듣던 사후세계일까요?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1:1 타이만 시나리오

인원 : PC 1인+KPC 1인

배경 : ?

플레이 타임 : (ORPG 기준 예상) 4~6시간

플레이 난이도 : 낮음

키퍼링 난이도 : 중간~약간 어려움
(키퍼 분께서 주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권장 기능 : 관찰, 은밀행동

준 권장 기능 : 듣기, 글솜씨(……)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연관되어 금전거래가 오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 키퍼링 해주실 분을 따로 두고, KPC 역할을 하는 PC를 포함한 PC 2인으로의 개변이 가능합니다.

※ KPC와 PC의 백스토리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권장합니다.

※ 본 시나리오는 CoC 비공식 팬메이드 타이만 시나리오 《정의의 이름으로 당신을》 (이하 '정이당', ), 《당신의 이름으로 노래를》 (이하 '당이래',  )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진짜 마지막 후속 시나리오입니다. 《정이당》의 엔딩 3, 《당이래》의 전반적 내용이 본 시나리오의 내용과 결말에 연관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정이당》과 《당이래》를 먼저 플레이한 후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 《나와 당신의 이름으로 세계를》 (이하 '나당세')와는 연관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나당세》의 플레이 이후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하는 것을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 《정이당》의 엔딩 3에서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타 엔딩을 보았더라도 충분히 플레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엔딩 3을 겪었다고 가정하고 플레이하셔도 괜찮습니다. (이어진다고 볼 수 있는 엔딩은 1, 2, 3입니다.)  

※ KPC와 PC는 《정이당》, 《당이래》에서의 그대로도, 반전도 가능합니다. (굳이 추천하자면…… 육체 노동이 익숙한 쪽이 KPC인 편이 좋…을까요 사실 정말 사소해서 별 상관은 없는데 오히려 반대인 편도 소소하게 재미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쨌건 크게 성향을 타지 않으니 편하신 대로 진행해주세요. 또한, KPC가 진상을 알고 행동하지 않습니다. PC와 같은 입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KP분께서는 RP시 이에 주의해주세요.

※ 본 시나리오에는 KPC와 PC를 위한 완벽한 해피 엔딩도, 완벽한 배드 엔딩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엔딩에서 KPC와 PC가 로스트(혹은 그에 준하는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 테스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시나리오 하단에 플레이 타임 수집 폼이 있습니다. 플레이를 하셨을 시 평균 플레이 타임 명시와 이외 더 나은 방향으로의 수정을 위해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서는 신화생물 및 주문에 대해 독자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존재합니다. 

※ 본 시나리오에 대한 공계에서의 무례한 언행, 스포일러성 혹은 자작 발언의 발견 등 불미스러운 일의 발생 시 즉시 비공개 처리됩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 외 문의는 @henceihateu의 DM이나 최하단의 폼으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키퍼(GM)가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그리고, 나에게서 당신에게》는 《정의의 이름으로 당신을》의 엔딩 3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정확히 시간순으로는 《당신의 이름으로 노래를》-《정의의 이름으로 당신을》: 엔딩 3-《그리고, 나에게서 당신에게》로 연결되는 식입니다. 

서로를 죽고 죽이고 다시 태어나고를 반복하다, 다시 만났을 때에 모든 사실을 알고 처음으로 함께 죽기로 한 용사와 마왕. 수많은 평행세계의 갈래들에서 KPC와 탐사자는 전부 용사가 죽거나, 마왕이 죽거나, 둘이 함께 죽고 세계가 오롯이 신화생물들의 먹잇감으로 놓이는 처지에 처했지요. 

이를 딱하게 여긴 신도 있었습니다. 노덴스입니다. 노덴스는 이전부터 그들을 구해주고 싶어했으나, 《당이래》에서의 노래, 주문의 효력이 사라져 다른 이계의 신들에게 그 세계가 완전히 노출되어 있어 그럴 수 없었습니다. 하여 그는 다른 시간선에 놓여있어 아직까지는 그 결말을 맞이하지 않은, 그러나 운명처럼 정해진 수순대로 이계의 신들과 황제의 거래에 의해 또다시 용사와 마왕이 될 KPC와 탐사자라도 구해내고자 합니다. 어떤 세계의 용사와 마왕은 죽고 죽이고 다시 태어나거나, 또는 끝내 함께 죽을 테지만, 단 하나의 세계에서만이라도 뻔하게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라고. 타 신들의 시선이 몰려있는 까닭으로 노덴스 자신이 직접적으로 지켜줄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는 이를 '함께 죽어 로스트된 상태의',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신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종말을 맞이한 세계의 KPC와 탐사자를 선택합니다. 수많은 평행세계 가운데 아직 구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KPC와 탐사자를 구하는 이는, 다른 세계에서 이미 죽은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하는) KPC와 탐사자가 되는 것입니다.

노덴스는 두 사람이 명계로 가는 길에 노인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몇백만 광년이든 갈 수 있는 우주 감로주(룰북 p. 257)를 만들어달라 부탁합니다. 실상은 그가 마실 것이 아닌 KPC와 탐사자가 그를 마시고 구해낼 수 있는 단 하나의 세계로 이동할 용도이죠. 다만 이 우주 감로주는 특별하여 마시면 이동하는 거리에 따라 본래 소비하게 되는 이성 대신 시전자의 '기억'을 소비합니다. 아마 목적지인 다른 세계에 도착하게 되면, KPC와 탐사자의 이전 세계에서의 용사와 마왕으로서의 기억은 소멸될 텝니다. 거기에 대해서도 노덴스는 우선 수단을 마련해놓기는 했지만, 글쎄요.

목숨을 잃고, 모든 기억을 잃고, 심지어는 이 세계의 '자신'들을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우리는 '그들'이자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요?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의 모든 대사는 KPC의 성격에 맞게 변용해주세요.)  

 

 

 

 

 

기억하나요?

우리는 함께 죽기로 했었다는 걸.

검날이 그의 살갗을 가르고, 나의 내장을 찢고, 피가 솟구치고, …… 더운 피가 얼굴에 마구 튀었죠. 아찔하게 붉은색이었죠. 같은 색의, 같은 온도의. 울컥이는 고통이 참담하게 가슴을 찢었었지요. 내게 이 순간만 머물 상처라 생각했던가요.  

그래요. 우리는 죽어가고 있었어요. 세계가 우리에게 부여한 이름 따위는 무시하고, 그냥 함께, 그저 함께, 그래도 함께……. 의식이 멀어져갑니다. 처음으로 온전하게 하나가 되어 죽어가고 있었는데…… 

그리고 까무룩 감았던 눈을 뜨면, 달콤한 향기가 맴도는 곳입니다. 일렁이는 오팔 같은 빛깔의 하늘과 쭉 펼쳐진 길. KPC와 탐사자는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여기는 어디일까요. 말로만 듣던 사후세계일까요?

관찰 성공 시▶ 잘 살펴보면, 우리가 딛고 선 길도 일반적인 지면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을 밟은 감각은 없는데 꼭 물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투명한… KPC와 탐사자의 그림자 아래로 무언가가 흘러가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지나치게 익숙한 그것은…… 

관찰 실패 시▶ 우리가 딛고 선 길도 일반적인 지면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을 밟은 감각은 없는데 꼭 물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투명한…

영상입니다.

 

 *죽음으로 가는 도중 KPC와 탐사자가 겪는 주마등입니다. 노덴스는 일반적으로 겪는 마지막 주마등을 길의 형태로 바꾸어 자신에게로 오도록 유도하였습니다.

 

눈으로 보고 있는데, 머릿속으로 폭력적인 무언가가 흘러들어오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 감각. 

(탐사자가 《정이당》에서 용사였을 경우) 화창한 햇빛이 찬연하게 쏟아져내리고, 모두가 당신을 축복하고, 당부하는 황제의 목소리, 수군거리던 사제들의 목소리, 처음 숲의 땅을 밟았을 때 그 아래 벌레들이 어떻게 모였고 흩어졌는지. 봄 같은 분홍빛 장미와 흐드러지게 핀 디기탈리스, 마주쳤던 찰나가 어떤 빛을 내었는지, 노을은 왜 또 그렇게 아름다웠는지, (SANC 0/1)

(탐사자가 《정이당》에서 마왕이었을 경우) 아무도 없는 성 안, 홀로 지금의 하늘처럼 일렁이는 천장, 숨이라도 세어야 할 것 같은 시간들에 갇혀서 검을 들고 자신의 심장을 찌를, 혹은 끝내 자신이 스스로 그 목숨을 또 한 번 앗을 KPC를 기다렸던 순간들. 적막한 찰나가 어떤 냄새를 내는지, 노을은 왜 또 그렇게 아름다웠는지, (SANC 0/1)

생각해보면 짧은 생애였지요. 죽음은 끝입니다. 세계에서 더이상 무엇조차 가질 수 없고 누릴 수 없고 지나칠 수조차 없는 종말입니다. 우리에겐 죽음 밖에 없었잖아요. 당신이, 내게, 이 순간만 머물 상처였다고 해도, 영혼까지 흉져 환각처럼 아파옵니다.

 

듣기 성공 시▶ 그리고 문득, 무언가가 팔락이며 떨어지는 소리.

듣기 실패 시▶ 문득, 바람소리 비슷한 것이 들립니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요.

 

위를 올려다보면, 일렁이는 빛살 속에……

관찰 성공 시▶ 공기의 결을 따라 떨어지고 있는, 종이? 종이입니다.

관찰 실패 시▶ 하얀색의… 저게 뭘까요?

이후 민첩 성공 시▶ 손을 뻗어 잡아냅니다.

이후 민첩 실패 시▶ 아이쿠, 이윽고 떨어진 종이가 얼굴을 팍 때리곤 떨어집니다.

 

 *이후 KPC와 탐사자가 다른 세계의 탐사자와 KPC에게 전해주게 될 편지의 편지지입니다. 듣기와 관찰 판정은 KPC도 함께 해주세요. 종이는 한 장입니다. 찢으려 해도 찢어지지 않고, 구겨져도 순식간에 다시 펴집니다.

 

종이의 앞뒷면은 깨끗합니다. 상단에 아주 익숙한 글씨체로 「KPC와 탐사자에게」라고 적혀있는 것만 뺀다면 말이지요.

관찰 성공 시▶ KPC와 탐사자에게. 그렇게 쓴 글씨는, 가볍게 훑어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당신의 글씨체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쓴 적이 없는데?

관찰 실패 시▶ KPC와 탐사자에게. 그렇게 쓴 글씨는 당신이 잘 알지도 모를, ……누구의 글씨일까요?

 

 *자유로운 RP. KPC가 첫번째 밤의 꿈에서 깨어나기 전까지는 KPC 역시 탐사자와 같은 입장입니다. 이 상황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얼마간 RP를 하신 후에는 종이를 꼭! 챙기게 해주시고, 걷자고 제안합니다. 이때, 핸드아웃 [편지]의 수정 권한을 플레이어에게 넘겨주세요. 물론 이후에 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길을 걷습니다. 종이를 들고 길을 걷습니다. 하늘도 일렁이고, 딛는 길 위도 일렁입니다. 아지랑이처럼 어른거리는 과거를 보자면 한없이 위태로워지다가도 또 한없이 안온합니다. (*《정이당》에서의 RP 및 나왔던 상황을 묘사해주세요. 다음은 예시입니다.) 함께 식사했던 테이블, 눈이 부신 샹들리에와 마왕과 용사, 주어진 이름에도 이상하게도, 그럼에도 나누었던 일상 같은 대화들과…… 발밑에 지나쳐가는 풍경에 당신은 자꾸 걸음이 느려집니다. 밤에 올리는 마왕의 기도와 마왕을 죽이지 못하고 주춤거리던 용사와,

결국 치켜드는 마지막 순간, 번득이는 칼날. 네가 불쌍해서, 내가 불쌍해서, 아니면 우리가 불쌍해서, 함께 살지 못해 함께 죽은 우리.

길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늘도 땅도 경계가 없는 저편. 어디까지 걸어가야 하는 걸까요.

관찰 성공 시▶ 문득 눈을 들면, 길가에 서 있는…… 사람? 머리가 하얗게 새고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인이군요. 넓은 길의 가장자리에 그의 키의 절반쯤 되는 커다란 항아리와 함께 서 있습니다. 

관찰 실패 시▶ 문득 눈을 들면, 길가에 서 있는…… 사람? 멀리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사람입니다. 앞에는 뭘 두고 있는 거죠? 커다란 그림자가 한 덩어리 보이네요.

 *노덴스입니다. 이 판정은 KPC도 함께 해주세요. 탐사자의 다이스가 실패한다면, KPC의 다이스, 힘을 냅시다. KPC가 묘사해주셔도 좋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의 형상은 흐려지고, 앞의 항아리만 뚜렷합니다. 이윽고 항아리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지척에 서자 인영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항아리 안을 들여다본다면 이해할 수 없는 색채와 형체들이 안쪽에 고인 액체에 녹아들고 있는 것에 (SANC 0/1D3). 목소리만 선명하군요.

 

"부득이 도움을 받을 것이 있어 부러 이목을 끌었네. 이해하게."
"자네들, 술 좋아하는가?"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죠? 어처구니없이 허공을 보자 기품 있는 목소리가 나긋나긋 말합니다.

 

"나는 좋아하네. 해서 자네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중 극상의 술맛을 알려줄까 하는데."
"그러려면 자네들이 그 술을 완성해줘야 하네."
"해주겠는가?"

 

 *자유로운 RP. 짧게 하셔도 괜찮습니다. 노덴스의 말에 대한 긍정의 의미만 얻어내면 되니까요. KPC도 함께 탐사자의 무료 봉사 참여에(…) 노력해줍시다. 노덴스와 대화를 하겠다는 탐사자가 있다면, 아래 RP 예시를 참고해주세요.

당신은 누구인가?
-알아서 뭘 하겠는가. 술 담그는 법을 잘 아는 주당이라고만 알아두게.

왜 우리가 완성해줘야 하는가?
-그야 이 길 위엔 자네들밖에 없지 않나.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한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가?
-차차 알려주겠네. 아마 자네들에게 어렵지 않을 걸세.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도와줄 이유가 없다.
-만드는 것을 도와준다면, 자네들에게 선물을 주겠네.

무슨 선물?
-이 길의 끝에서 자네들에게 꼭 필요할 것.

 

이 목소리의 주인, 어쩐지 보통 고집이 아니군요. 어쨌든 KPC와 탐사자는 이 주당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이제 뭘 하면 되냐고 KPC가 묻자, 목소리는 다시 말을 잇습니다.

 

"원래라면 우주의 말의 내장, 알바트로스의 가장 큰 깃털, 기쁨의 눈물도 필요하겠지만…… 그것들은 내가 이미 구해넣었네. 내가 구할 수 없고 자네들이 가져와야 할 것은 단 두 가지네."

"첫째로, 자네들의 기억 안에서 가장 향기 나는 것."
"둘째로, 영겁에 필적하는 오랜 기간의 기억이 담긴 물건."

 

고개가 다음 순간, 저절로 돌아갑니다. 누군가 턱을 움켜쥐고 그쪽으로 힘을 주어 방향을 튼 것처럼 말이죠. 시선이 닿은 곳은 발밑입니다. 아직까지도 정신없이 이어지고 있는 그 기억들입니다. 사랑스럽던 노을과 펼쳐진 세계의 끝과 우리에게 억지로 주어진 이름들. 눈을 뗄 수 없음과 동시에 마음마저 거기서 떼어내버리고픈 모순적인 감정만 자꾸 들게 하는 그 기억입니다.

관찰 성공 시▶ 일순, 잘못 본 것일까요. 물의 표면 같던 길이 완전히 흐려집니다.

관찰 실패 시▶ 아까처럼 길의 표면은 아스라히 일렁입니다.

그리고 다음, ―?!

소리도 차마 지르지 못한 채로 KPC의 발이 길 속에 푹 빠집니다. 깊이 없는 물속에 빠지는 것처럼. 이게 뭐야, KPC가 벗어나오려 하면 이윽고 완전히 침몰해버립니다. 탐사자에게 내밀었던 손이 무색하게요.

그러나 탐사자, 놀라고 있을 틈이 있나요?

 

"기다리고 있겠네. 잘 다녀오게."

 

마찬가지로, 탐사자의 몸도 물 같은 길 속에 완전히 빠져버립니다.

 

 

 

 

 

 

온통 아지랑이처럼 시야가 물결치는 꿈결 가운데서 눈을 가늘게 떠 봅니다. 한없이, 끝없는 구멍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우리는 느리게 추락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함께라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KPC는 잠든 듯이 눈을 감고 있는데…… 그 주위로, 혹은 너머로, 마치 아까의 발밑의 영상들처럼 수많은 순간들이 스쳐갑니다. 우리와는 반대로 지나치고 있습니다. 한없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떨어지는 것인지 그 추억 같은 파편들이 위로 솟구치고 있는 것인지 둘 다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능 성패 관계없이 판정 결과가 나왔을 시▶ 손이 저절로 뻗칩니다. 닿을 것 같으나 닿지 않는 등이 있습니다. 그들이 말합니다. 어떤 소문, 소원을 들어주는 노래,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한 이야기. 평소 같은 웃음과, 사람들의 술렁임과, 하루만 더 지나면 보름일 볼록한 달……, 거의 폭력적으로 꾸역꾸역 밀려들어오는 기억에 토기가 쏠립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습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노래, 죽어가는 사람들, 광적인 신도, 끌려가는 익숙한 사람, 아, 폭력과 상해와 고통과 우연과……, 

그리고 마침내는 들이닥치는 혹독한 선택의 순간. 본능적으로 그들에게 소리치고 싶습니다. 참혹한 광경 안 달빛이 부서져 내리는 탑 안에 부둥킨 그들, 아니, 우리, 우리 둘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 노래를 부르면 안 된다고. 그러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것은 나의 기억인가요? 

 

 *《당이래》에서의 기억들입니다.   

 

 

 

 

 

 

깜빡, 눈을 뜹니다. 탐사자, 탐사자. KPC가 당신을 부르고 있군요. 

아까 스쳐간 기억들은 무엇이었을까요. 어떤 노래, 주문, 신, 소원, 달이 떠오른 밤과, 차갑게 부서지던 별빛과, 비린내 나는 핏물과, ……또다시, 나와 당신. 당신과 나. 아주 오래,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이야기의 실마리. 

온몸이 물에 젖은 것 같은 무거운 기분입니다. 하지만 기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탐사자는 손을 쥐었다 펴봅니다. 몸은 가뿐하고, 사실은 아주 가볍고, 어쩐지…… 반투명합니다. 예? 반투명해요! 반투명하다니까요! 이제와서 무슨 유령이라도 된 것처럼요! (SANC 0/1) 물론, 이미 한 번 죽기는 했지만 말이에요. 무어라 말하려고 입을 열면 KPC가 쉿, 손가락을 세워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보입니다. 내밀었던 입술에 쉿, 했던 손가락은 이어 저쪽의 풍경을 가리키는데.

거기엔 당신과 내가 있습니다. 마왕이었던/용사였던 KPC와 용사였던/마왕이었던 탐사자가요.

아이디어 성공 시▶ 아하, 이제 알겠습니다. 아까 그 길에 빠졌던 건 기억에 빠져버린 거군요. 여기는 기억 속입니다. 당신과 KPC의 기억 속이요.

아이디어 실패 시▶ 과거로 돌아오기라도 한 걸까요? 이게 바로 진짜 죽을 때 스쳐간다는 주마등이라도 되는 걸까요?

 

*자유로운 RP. KPC와 탐사자가 속닥속닥 의논하기를 권장합니다. 속닥속닥. 지금 탐사자와 KPC는 기억 속이므로 (반투명…) 사실상 기억 속의 탐사자와 KPC에게 들킬 리는 없습니다만, 들킬지도 모른다! 는 느낌으로 진행해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노덴스가 요구한 두 가지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억에서 가장 향기나는 것→ 별 거 없습니다. 마왕성 안에 피어 있는 디기탈리스나 연분홍 장미 둘 중 하나를 꺾어 가져가면 됩니다. 단, 은밀행동 다이스가 성공했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실패한다면 기억 속의 KPC와 탐사자가 이쪽으로 오는 바람에 꺾지 못했다, 정도의 지문을 출력해주시면 될 것 같네요.

 영겁에 필적하는 오랜 기간의 기억이 담긴 물건→ 《정이당》에서 일부 진상이 적혀 있었던 마왕의 기록이 담긴 수첩입니다. 아이디어 다이스가 성공한다면 힌트를 주실 수 있습니다. KPC와 탐사자가 들어오게 된 기억의 지점은, KPC와 탐사자가 마지막으로 대치했을 순간입니다. 수첩은 아마 둘의 뒤에 떨어져 있을 테지요. 이후 수첩을 손에 넣는 것은 RP로만 진행하셔도 조건이 충족됩니다. 마왕성 안의 구조는 《정이당》을 참고하시면 될 듯합니다.

 

한 손에는 꽃을 쥔 두 사람은 마왕의 기록을 손에 넣습니다. 기억 속의 마왕과 용사는 칼을 들고 서 있고. 「억울해. 몇 백 번의 삶을 이런 식으로 죽고 죽이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이 지긋지긋한 교환되는 운명. 이 세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 해도, 내가 용사가 되고 네가 마왕이 되는 것도, 내가 마왕이 되고 네가 용사가 되는 것도 너무 싫어. 우리가 죽고 죽어야만 모든 평화가 유지된다는 게 끔찍해.」 다시 읽히는, 처절했던 문장에서 눈을 떼고, 두 사람은 아침이 되어가는 기억 안의 하늘을 봅니다. 

창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은 청명하고, 이 기억의 순간과 다르게 너무 상냥하고, ……기억의 세계 안에서, 생각해보면 당신과 나는 정해진 결말이라는 게 없었는데. 

마침내, '우리'는 온전히 하나로 죽음을 맞습니다.

옛날 옛날에 어떤 용사와 어떤 마왕이 있었습니다. 그 둘의 이야기는 이미 끝이 났는데, 우리는 아직도 여기에 서 있습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깜빡이면 깜빡일수록 당신이 흐려집니다. 우리는 이미 끝이 났는데.

눈을 뜨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막연한 불안.

……

 

 

 

 

 

"일어나게."

 

굵직하고 뚜렷한 목소리입니다. 눈을 뜨면 다시 하얀 수면 같은 길 위입니다. 무지갯빛으로 아른거리며 영롱한 하늘이 눈 안에 가득 찹니다. 아, 다시 이곳입니다. 아마도 죽음의 세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삶을 돌아보며 아쉬웠던가요. 안타까웠던가요. 어떤 감정이든 다시 거기에 손 뻗어 미칠 수는 없을 텝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이 가장 잘 아는 사실.

몸을 일으키면 여전히 어딘가에 빠지거나 날아가거나 한 일 없었던 듯이, 무척 가볍습니다. 죽은 이후라 그런 걸까요? 사후에 이런 길이 있다는 것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또 알려줄 수 없었을 테니 무엇이 여기에 있든 실은 어느 정도 이해되는 기분입니다.

옆을 보면 언제 자신보다 먼저 일어난 것인지 모를 KPC가 일어서서 항아리 안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젓고 있습니다. 저건 또 어디서 난 건지. 목소리가 탐사자를 향해 말합니다.

 

"일어났으면 자네, 재료를 마저 넣게나."

"약속한 선물은 그 다음일세."

 

탐사자가 꺾어온 꽃송이와 수첩을 항아리 안에 넣으면, KPC가 항아리 안을 힘겹게 크게 한 번 휘젓습니다. 원을 그리며 섞여들어간 것들은 이내 달콤하고 향긋한, 기분 좋은 주향을 내며 투명한 파란빛으로 물들었다가, 연둣빛으로 차차 변해갑니다. 보고 있노라면 황홀한 광경.

 

"보기 좋은가?"

 

목소리가 다시 들려옴에 이어, 무언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선물일세." 살펴보기도 전에 이어진 말이, 떨어진 것을 집어들어 유심히 보게 합니다. 

다름 아닌 펜입니다.

 

"술을 숙성시키는 것은 저 치의 몫이지. 자네의 몫은 따로 있네."

 

그 목소리에 챙겨놓았던 종이가 마법처럼 팔랑이며 다시 바깥으로 빠져나옵니다. 탐사자의 손에 들립니다. 어리둥절한 눈으로 허공을 쳐다보자 꼭 아무것도 없는 사방은 어쩐지 부드러이 웃는 것도 같습니다.

 

"편지를 쓰게. 편지를."

"돌아간다면 어쩌고 싶은지. 뭘 하지 말라 말하고 싶은지. 뭘 하라고 말하고 싶은지. 자네들의 이야기에 대해 궁금해서 그러는 것이기도 하고, 가여워서 그러는 것이기도 하고, ……"

"나 역시 행복하고 시시한 결말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네."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을 마친 목소리는 더이상 들려오지 않습니다. 옆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항아리 안을 젓는 KPC가 있고요, 오팔 빛 같은 하늘은 아름답고, 새하얀 빛살이 드문드문 바닥에 내리는 이곳은 너무 평화롭습니다.

그거면 되지 않았나요. 다시 한 번 종이를 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의 글씨체로 적힌, 「KPC와 탐사자에게」.

당신과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나요?

 

 *편지 쓰는 시간! 정말로 [편지]의 핸드아웃 수정 권한을 플레이어 분께 넘겨주실 차례입니다. RP를 하면서 진행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편지를 다 쓸 때까지 KPC는 계속 술을 젓고 있습니다(…). 다 쓰면 말해달라, 는 식으로 되도록 탐사자에게서 직접 편지를 다 썼다는 표현을 확실히 받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편지를 다 썼다면 다음 부분으로 진행합니다.  

 

 

 

 

 

편지를 다 썼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KPC는 젓던 손을 멈춥니다. "이거 봐." 독 안을 들여다보면 근사한 금빛으로 찰랑이는 향긋한 술이 완성되었네요. 탐사자가 항아리 안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손에 쥔 편지를 부드러이 가져갑니다. 흠칫 고개를 돌리면,

 

"수고했네."

 

머리가 하얗게 샌, 강직하나 인자한 인상의 노인이 서 있습니다. 빛무리가 그의 주위에서 일렁입니다.

그는 탐사자의 어떤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그저 천천히 편지를 접습니다. 접고, 접어서…… 이윽고 노인의 손에 들렸다 탐사자의 손에 다시 쥐어지는 것은 깔끔하게 접힌 종이 비행기네요. 노인은 웃습니다. 다정하게. 조금 안타깝게. 그리고는 KPC에게도 무언가를 건네주네요. 술잔 둘과 호각입니다.

 

"술을 준다 하지 않았나. 자네들 몫의 술이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여행자의 물약이라고 할까."
"마셔보게."

 

환상적인 금빛 액체를 술잔에 담습니다. 미심쩍어 하면서도 입술에 잔의 가장자리를 붙입니다. 잔을 기울이자, 강렬하며 달콤하고 매력적인 맛과 향이 입안을 휘감습니다. 맛에 놀라워하고 있자, 노인이 다시 입을 뗍니다.


"자네들은 이제부터 먼 길을 갈 걸세."
"추운 길일 테지. 자네들은 이미 죽었으니까. 망자의 길이란 춥고 서러운 법이니까."
"묻겠네."

 

노인은 아무것도 없는 표정으로 곧게 탐사자와 KPC를 바라봅니다.

 

"그럼에도 세계와 곁에 있는 사람과 스스로가 행복한 결말을 맞았으면 하는가?"

 

 *탐사자의 대답을 듣습니다. 대답이 어떠한 방향이든, 다음 부분으로 진행합니다.

 

그러나, 그래도, 그런데, 그럼에도, 기실 나는…… 벅찬 답을 뱉어놓고 나면 노인은 그저 웃습니다. 이야기의 끝에 선 기분은 이런 것일까요. 문득 숨이 찹니다. 

그리고, 갑자기 KPC가 홀린 듯 무어라 소리치며 호각을 붑니다. 그 순간 오팔 같던 하늘은 칠흑처럼 어두워지고, 차갑게 식은 날갯짓.

까마귀 같기도, 두더지 같기도, 독수리 같기도, 개미 같기도, 인간의 썩은 시체 같기도 했지만 그것만은 아닌 형체. 상기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될 것만 같은 꼴의 생물체가 KPC와 탐사자의 눈앞에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에서 내려옵니다. (SANC 1/1D6)

 

*비야키 소환(룰북 p. 249)입니다. 이성 판정은 KPC도 함께합니다. 광기에 걸리더라도 우주를 이동하는 여행자는 몸과 마음이 정지하고, 주변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므로 진행에 큰 영향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주의 말이라고 부르는 아이지. 이 아이를 타고 가게."
"그리고 용서하게."

듣기 성공 시▶ "자네들을 구하기 위해 자네들을 버림을."

듣기 실패 시▶ "자네들을 구할 수 없음을."

 

머뭇거리면서도 KPC와 탐사자는 커다란 날개 달린 생물체, 우주의 말에 올라탑니다. 아스라히 노인은 사라지고, "잘 가게." 목소리가 귀에 남고, 세차게 날갯짓이 이어지고,

우리는 떠오릅니다. 찬란하고도 암흑 같은 우주로.

 

 

 

 

 

정지한 상태로 우리는 우주를 한참 날아갑니다. 시간은 멈춘 듯 영겁 같고, 찰나인 듯 또 지독하게 깁니다. 기이한 상태에 한참 빠져 있다 어둠 속에서 눈을 느리게 깜빡입니다. 지겹도록 곱씹은 생애도 답습할 것도 이제 없는 마음도 전부, 전부 멎었습니다. 숨을 쉽니다. 우주에서요. 모순적입니다. 탐사자는 문득 자신과 KPC를 태운 우주의 말이 어느 순간 날개를 접고 멈췄음을 깨닫습니다.

우주의 말은 더듬더듬, 당신들의 언어로 말했습니다. 

 

"인간의 영혼이 갈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이다."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 들었다."
"그분이 그렇게 너희들에게 전하라 했다."

"'가져온 것을 날려 보내라.'"

 

탐사자는 꺼내듭니다. 손에 내내 쥐고 있었던 것을요. 아, 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그는 편지를 쥐어주며, 여행자의 물약을 주며, 모든 선의를 베풀면서도, 용서하라고 말했습니다. 결코 물을 때에 구할 수 있는 것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이 세계의 우리'라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자비로운 신이여. 그가 구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이되, '우리'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왜 구해져야 하나요? 우리는 무슨 절망을 겪었던가요?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다 이내 흩어지는 연기 같은 기억, 완전히 허무에 녹아내립니다.

기억나지 않아요. 우리가 무슨 시련을, 생애를, 운명을 겪어왔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래서 그의 전언을 생각합니다. 가져온 것을 날려 보내라.

생각합니다. 내가 전하고 싶었던 것. 

종이비행기를 날려라.

……이 편지를, 

'또다른 나와 당신에게' 날려 보내라.

 

 *엔딩 직전. 엔딩 분기는 편지를 작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자유로운 RP를 권장하지만, 오랜 RP는 상황상 불가합니다. 그래도 플레이어 분이 RP를 원하신다면 재량껏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KPC와 탐사자가 있는 곳은 모든 세계를 감싸고 있는 우주임과 동시에 모든 세계에서 버려진 곳이기 때문에, 시간의 영역도 닿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RP가 마무리되었다면 종이비행기를 날릴 수 있도록 해주세요.

 탐사자가 다른 세계의 KPC와 탐사자에게 쓴 편지 내용에 따라 엔딩이 갈리므로, 여기서 키퍼 님의 탐사자가 쓴 내용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숱한 내용이 들어갈 수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당이래》에서 노래를 부르지 말라, 혹은 자신이 노래를 부르지 않게 하라, 라는 당부가 들어가 있다면 Ending 1, 《정이당》에서 서로를 죽이지 말라, 라는 당부가 들어가 있다면 Ending 2, 어떠한 구체적 당부 없이 그저 전하고 싶은 말(ex. 순간을 놓치지 마라, 당신 앞의 사람은 당신에게 오래 남아 있을 사람이다, 결코 악랄한 마왕도 운명을 부여 받은 용사도 아니다, 행복해질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로만 편지를 채웠다면 Ending 3으로 진행해주세요. 앞선 조건을 둘 다 충족했다면 Ending 1로 진행합니다.

 

 

 

 

 

 

 

 

 

엔딩

 

 

 

 

1. 탐사자가 편지에 《당이래》에서의 당부를 썼을 경우

 

 

떨어지던 수중 같은 곳에서 마주친 것들을 써내려갔던 손자국 묻은 편지. 곱게 접힌 종이비행기를 날립니다. 쏟아내려지던 기억, 인연, 어쩌면 운명 같은 것들을…… 우릴 위한 것들이 아니더라도. 

종이비행기는 바람도 불지 않는데 하늘 위로, 우주 속으로 잘만 날아갑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꼭 단 하나의 별빛 같습니다. 항성처럼 기이하게 하얗게 빛나는 나의 메시지. 모든 운명을 겪고도 끝내 지루하고 행복한 동화 같은 결말을 찾아내지는 못하여 패자처럼 이 전언을 써보내지만, 나에게서 당신에게 향하는 이 문장들을 당신은 기억하여 무참한 운명을 피해주기를. 영영 달아나 숨어, 비굴하게도 행복하기를.  

편지를 날려보내고 나면 우리 앞에 다시 새하얀 길이 펼쳐집니다. 망자의 길은 추운 길이라고 했던가요. 서러운 길이라고 했던가요. 그러나 괜찮습니다. 혼자는 아니니까요.

 

"가자, 탐사자."

 

KPC가 손을 내밉니다. 우리는 생의 끝에서도 죽음의 시작에서도 함께입니다.

 

……

 

어떤 세상의 하늘은 맑습니다. 청명하고 사랑스런 바람이 불어옵니다. 화창한 아침입니다. 

오늘 아침, 탐사자는 편지 하나를 받았습니다. 아주 먼 곳에서부터 온 편지를. 

 

 

Ending 1. 나와 당신의 이름으로 우리는

탐사자, KPC 로스트, 다른 평행 세계의 탐사자와 KPC, 생존. 《당이래》-《정이당》의 일을 겪지 않음.

 

 

 

 

 

 

2. 탐사자가 편지에 《정이당》에서의 당부를 썼을 경우

 

 

내내 걸어온 길을 참담하게, 혹은 담담하게 써내려갔던 손자국 묻은 편지. 곱게 접힌 종이비행기를 날립니다. 처음부터 주어졌던 운명, 이름, 사실 지지 않아도 되었던, 함께 있어도 되었던 인연 같은 것들을…… 우릴 위한 것들이 아니더라도. 

종이비행기는 바람도 불지 않는데 하늘 위로, 우주 속으로 잘만 날아갑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꼭 단 하나의 별빛 같습니다. 항성처럼 기이하게 하얗게 빛나는 나의 메시지. 모든 운명을 겪고도 끝내 지루하고 행복한 동화 같은 결말을 찾아내지는 못하여 패자처럼 이 전언을 써보내지만, 나에게서 당신에게 향하는 이 문장들을 당신은 기억하여 무참한 운명을 피해주기를. 영영 달아나, 한순간만이라도 행복하기를.  

편지를 날려보내고 나면 우리 앞에 다시 새하얀 길이 펼쳐집니다. 망자의 길은 추운 길이라고 했던가요. 서러운 길이라고 했던가요. 그러나 괜찮습니다. 혼자는 아니니까요.

 

"가자, 탐사자."

 

KPC가 손을 내밉니다. 우리는 생의 끝에서도 죽음의 시작에서도 함께입니다.

 

……

 

어떤 세계의 노을이 집니다. 왜 그토록 아름다운지 모르는 노을이.

바람이 불어옵니다. 마왕성 안 잠든 용사는 난데없이, 창밖에서 날아온 편지 하나를 받았습니다. 아주 먼 곳에서부터 온 편지를.

 

 

Ending 2. 나와 당신의 이름으로 세계를

탐사자, KPC 로스트, 다른 평행 세계의 탐사자와 KPC, 《정이당》에서의 엔딩 4를 맞음으로 상정.
(*엔딩 2의 경우 평행 세계에서의 탐사자와 KPC라는 설정으로 《나당세》를 이어 플레이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플레이어분들의 자유입니다!)  

 

 

 

 

 

 

3. 탐사자가 편지에 그 어떤 구체적 당부 없이 전하고 싶은 말만 썼을 경우

 

 

손에서 떠나갑니다. 종이비행기는 바람도 불지 않는데 하늘 위로, 우주 속으로 잘만 날아갑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꼭 단 하나의 별빛 같습니다. 항성처럼 기이하게 하얗게 빛나는 나의 메시지. 모든 운명을 겪고도 끝내 지루하고 행복한 동화 같은 결말을 찾아내지는 못하여 다만 안부 같은 마음만 던져 보내지만, 나에게서 당신에게 향하는 이 문장들이 당신에게 닿는다면,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편지를 날려보내고 나면 우리 앞에 다시 새하얀 길이 펼쳐집니다. 망자의 길은 추운 길이라고 했던가요. 서러운 길이라고 했던가요. 그러나 괜찮습니다. 혼자는 아니니까요.

 

"가자, 탐사자."

 

KPC가 손을 내밉니다. 우리는 생의 끝에서도 죽음의 시작에서도 함께입니다.

……아프지 말라고, 행복하라고, 고작 안부 인사 같은 편지가 당신에게 정말로 닿는다면. 어쩌면 나의 마음도 당신에게 닿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우리잖아요. 다른 세계에 있더라도 '우리'잖아요.

그러므로 어쩌면 당신에게서 올 수 있었던 평화로움이 새카만 끝으로 걸어가는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도 마음입니다. 다만 마음입니다. 

세계를 건너,

운명을 건너, 

 

 

Ending 3. 그리고, 나에게서 당신에게

탐사자, KPC 로스트, 오픈 엔딩

 

 

 

 

 

 

 

추천 BGM

Undertale - Respite - (Orchestral Cover) :: https://www.youtube.com/watch?v=CgiiC_Si6ic (~노덴스 조우)

Cicada - Ocean Foam :: https://www.youtube.com/watch?v=WR-O5wzhMlA (《당이래》 기억 속) 

Marika Takeuchi - Found :: https://www.youtube.com/watch?v=OjaFcS1uJcQ (《정이당》 기억 속, 을 비롯하여 중간중간에 넣어도 어울릴 것 같아요.)

Tsukishiro Hikari (月代 彩) - h (Album: EVERYTHING) :: https://www.youtube.com/watch?v=yMZ0je45cqg (편지 쓸 때)

月代 彩 (Tsukishiro Hikari) - Illumi (Diverse System - AD:PIANO IV -monochrome-) :: https://www.youtube.com/watch?v=7-4t_CM88nE (비야키 타고 날아가기 시작~엔딩 분기)

V.K克 - 純白 :: https://www.youtube.com/watch?v=xEGS5mRSTdE  (엔딩 1)

Ivan Torrent - Aligning Hearts (Beautiful Orchestral) :: https://www.youtube.com/watch?v=w1uajQSqUh4 (엔딩 2)

Undertale - His Theme (Orchestral Cover) :: https://www.youtube.com/watch?v=GKiz8SvAqsY (엔딩 3)

 

 

 

 

 

 

 

플레이하신 뒤 여유가 있으시다면 작성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 https://url.kr/i2oxp7 <

 

 

 

'CoC 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에게 성찬을  (0) 2020.04.25
Waltz on Scales  (0) 2020.04.25
나와 당신의 이름으로 세계를  (0) 2020.04.25
당신의 이름으로 노래를  (0) 2020.04.25
정의의 이름으로 당신을(東)  (0) 2020.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