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의 이름으로 세계를

CoC 1:12020. 4. 25. 14:33
옛날 옛날에, 
어떤 용사와 어떤 마왕이 있었습니다.
해피 엔딩을 위해서 그들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2_Mirong님께서 제작해주신 카드입니다.)

 

 

 

 

 

 

개요

 

그동안 계절은 몇 번이 지나가고, 마침내 새로운 계절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선하기 짝이 없는 용사와 잔악하기 그지없는 마왕, 혹은 악랄하기 짝이 없는 용사와 무르기 그지없는 마왕.

어느 날 꿈속에서 우리는 꿈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함께 일어나게 됩니다.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1:1 타이만 시나리오

인원 : PC 1인+KPC 1인

배경 : 중세

플레이 타임 : (ORPG 기준 예상) 3~5시간

플레이 난이도 : 낮음

키퍼링 난이도 : 중간
(RP 구간이 많습니다. 또한 함께 판정에 참여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권장 기능 : 관찰, 전투 기능(근접전 : 도검)

준 권장 기능 : 듣기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연관되어 금전거래가 오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 키퍼링 해주실 분을 따로 두고, KPC 역할을 하는 PC를 포함한 PC 2인으로의 개변이 가능합니다.

※ KPC와 PC의 백스토리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권장합니다.

※ 본 시나리오는 CoC 비공식 팬메이드 타이만 시나리오 《정의의 이름으로 당신을》 (이하 '정이당',  ), 《당신의 이름으로 노래를》 (이하 '당이래',  )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마지막 후속 시나리오입니다. 《정이당》의 엔딩 4, 《당이래》의 전반적 내용과 연관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정이당》과 《당이래》를 먼저 플레이한 후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

※ 《정이당》의 엔딩 4에서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타 엔딩을 보았더라도 충분히 플레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엔딩 4를 겪었다고 가정하고 플레이하셔도 괜찮습니다. (이어진다고 볼 수 있는 엔딩은 1, 2, 4입니다.)  

※ 《당이래》에서 엔딩 1을 보았을 경우 《당이래》에서의 탐사자가, 엔딩 2를 보았을 경우 《당이래》에서의 KPC가 KPC 역할을 맡게 됩니다.

※ 테스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시나리오 하단에 플레이 타임 수집 폼이 있습니다. 플레이를 하셨을 시 평균 플레이 타임 명시와 이외 더 나은 방향으로의 수정을 위해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서는 신화생물 및 주문에 대해 독자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존재합니다. 

※ 본 시나리오에 대한 공계에서의 무례한 언행, 스포일러성 혹은 자작 발언의 발견 등 불미스러운 일의 발생 시 즉시 비공개 처리됩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 외 문의는 @henceihateu의 DM이나 최하단의 폼으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키퍼(GM)가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나와 당신의 이름으로 세계를》은 《정의의 이름으로 당신을》의 엔딩 4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정확히 시간순으로는 《당신의 이름으로 노래를》-《정의의 이름으로 당신을》: 엔딩 4-《나와 당신의 이름으로 세계를》로 연결되는 식입니다. 

서로를 죽고 죽이고 다시 태어나고를 반복하다, 다시 만났을 때에 모든 사실을 알고 처음으로 서로를 죽이지 않은, 그래서 아무도 죽지 않은 용사와 마왕. 사람들도 이계의 신들도 막연히 둘이 결판을 내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벌어지는 일, 사람들은 알 리 없고 지켜보는 이계의 신들은 유희거리인 연극을 또 보면서 둘 중 하나가 나머지 하나를 배신하고 죽이는 것만을 기다리고 있지요. 결국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일지 모를 유예가 주어졌습니다.

이를 딱하게 여긴 신도 있었습니다. 노덴스입니다. 그러나 쉬이 도와줄 수 없었던 것은, 그 옛적 마법사의 주문이 효력을 잃게 된 이후로 용사와 마왕이 있는 세계가 다른 신들에게 완전히 노출되었기 때문입니다. KPC와 탐사자를 도와줄 방법을 찾던 노덴스는 아주 옛적, 주문이 효력을 잃게 되었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망루의 악보는 누구도 신경쓰지 못한 채 버려져 있다는 것도요. 아무 주문이 걸려 있지 않은 상태이므로, 아마도 주문을 다시 외운다면 이전처럼 신들은 대륙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종국에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를 구하는 것이지요. 사실상 그 방법 밖에는 없다 여긴 노덴스는 둘에게 이 방법을 전해줄 묘안을 찾습니다. 하여, 꿈속에서나마 둘을 만나 이를 전해주려 하지요.

첫째 날 밤 꿈속에서 KPC에게 노덴스가 두 사람을, 나아가 그들의 세계를 구해주는 것으로 내건 조건은 이렇습니다. 첫째, 살고 싶어할 것. 둘째, 이 모든 일을 겪고도 여전히 세계와 곁의 사람을 지키고 싶어할 것. 셋째, 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을 것. 노덴스는 KPC에게 제안합니다. 이전의 KPC는 자기 스스로를 희생하지 않았느냐, 이번에는 반드시 탐사자가 희생해야 한다. 공평하게 이름을 바친다면 당신들의 이름값은 내가 대신 지불하겠다. 이번에 노래를 부른다면 그 누구도 죽지 않고 그 누구도 참혹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이 조건은 KPC만이 알고 있습니다.

시험에 드는 것은, 이제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이름으로 노래해야 하는 탐사자입니다.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의 모든 대사는 KPC의 성격에 맞게 변용해주세요.)  

 

 

 

 

 

그동안 계절은 몇 번이 지나가고, 마침내 사랑스러운 봄 / 빛나는 여름 / 서늘한 가을 / 시린 겨울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서 마주친 가장 마지막의 대결, 우리는 서로를 죽이기를 포기했었고. 선하기 짝이 없는 용사와 잔악하기 그지없는 마왕, 혹은 악랄하기 짝이 없는 용사와 무르기 그지없는 마왕이 함께 숨쉬며 같은 공간에 살게 된 지도 어느덧 몇 달입니다. 나랑 살아. 당신은 그렇게 말했었잖아요. Happily, ever, after. 현실에는 없는 결말을 행복하게Happily, 그 하나만 남겨놓고서라도 지워냈었잖아요. 영원이 고통이고 닥쳐오는 것이 수많은 죽음이라 한들 지금은 살아있을 테잖아요. 우리는 그런 식으로 처음, 서툴게 도망쳤는데.

평안한 하루를 보냈나요. 평안할 수 있기는 한가요. 새로이 다가온 계절 아래 오늘도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날의 하늘이 저물고, 어쨌거나 KPC도 탐사자도 잠에 들 시간이 되었습니다. 기실 우리가 운명과 이름과 주어진 것들을 저버린 이후부터는 세상이 언제 끝날지 몰라 늘 멸망 전의 마지막 하루처럼 살게 되었지요. 어쩌면 내일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창 바깥은 황폐한 벌판이 펼쳐져 있고, 머리맡에는 별빛이 쏟아질 듯 내려앉고. 잠에 듭니다.

……

 

 

 

 

"탐사자."

"탐사자, 일어나."

 

잠에 든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감은 눈꺼풀 뒤로 당신을 깨우는 KPC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눈을 뜨자 꿈결인 것 같은, 아니, 꿈임이 분명하게 와닿는, 보랏빛 별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어느새 땅을 딛고 선 두 발은 현실감이 없습니다. 주변은 아득하게 어둠인지 빛인지 그저 흐릿하네요.

 

"꿈인 것 같아."

 

KPC가 말합니다. 단순히 꿈 같다는 말이 아니라, 거의 확신에 가깝습니다. 그래요, 몽중인 겁니다. 그쯤은 탐사자도 직감할 수 있습니다.

 

 *자유로운 RP. KPC가 첫번째 밤의 꿈에서 깨어나기 전까지는 KPC 역시 탐사자와 같은 입장입니다. 이 상황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꿈인 것만 알고 있지요. 실제로 꼬집거나 때려봐도 꿈이라 아프지 않습니다(!). 내 꿈에 네가 나온 거니 네 꿈에 내가 들어간 거니 옥신각신해도 귀여울 것 같네요(…). 어쨌건 탐사자가 지금이 충분히 꿈임을 납득할 수 있을 만하게 RP해주세요. 얼마간 RP를 한 후 KPC는 걷자고 먼저 제안합니다.

 

이렇게 평안한 적이 최근 있었던가. 꿈이면 깨어야 할 텐데, 마냥 평화로워 꿈임을 실감한 것이 오히려 아쉬울 정도입니다. 걸어도 걸어도 하늘은 라벤더 꽃밭처럼 물들어 영영 펼쳐져 있고, 반짝이는 별빛만이 눈에 선연할 때에.

관찰 성공 시▶ 멀리 아지랑이 사이로 하얀 색의 무언가가 보입니다. 저게 뭘까요?

관찰 실패 시▶ 멀리 보이는 아지랑이. 꼭 여름 밤 같네요.

 

*이 판정은 KPC도 함께 해주세요! 탐사자가 판정에 실패한다면 KPC의 다이스, 힘을 냅시다.

 

다시 걸어 먼 거리를 가까이 다가가면 놓인 것은, 아무것도 위에 올려져 있지 않은 하얀 탁자와 마찬가지로 하얀 의자 둘입니다. 난데없이, 웬 걸까요? 꼭 앉으라고 놓여있는 것 같은 모양새에 미심쩍지도 않은 태도로 꿈이니까, 하며 앉는 KPC를 봅니다. 따라 옆의 의자에 엉겁결에 앉습니다.

의자에 앉자 KPC는 탐사자, 부릅니다. 그의 목소리에 무심코 시선을 돌리면 아까까지도 아무것도 없었던 탁자 위에 무언가가 놓인 것을 깨닫습니다.

아, 그 수첩입니다. (*《정이당》에서 마왕이었던) KPC / 탐사자가 마왕성에서의 온전히 기억하는 참혹을 기록해놓았던 그 수첩입니다. 문득 다시금 발목을 붙들리는 느낌. (SANC 0/1)

수첩을 펼칩니다. 낡은 종이냄새. 그런데 이상하네요. 모양만 같을 뿐이지, KPC / 탐사자의 글씨가 없습니다. 아무 내용도 없습니다. 텅 비어있어요. 의아함에 끝까지 넘겨보자, 마지막 장에 유려한 글씨로 두 문장이 적혀있습니다.

 

 

이 잔 안에 있는 물이 쏟아지거나, 없어지거나, 이 잔의 물을 당신이 마신다면,
세계도 당신들도 함께 멸망합니다.
당신은 이 잔을 비울 건가요?

 

 

눈을 들면 또, 아까까지 수첩 말고는 아무것도 없던 탁자 위에 유리잔 하나가 놓여있습니다. 유리잔 안에 반보다 조금 더 차 있는 물.

왜 자꾸 세계의 존망을 우리에게 거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꿈속에서조차요.

 

 *다시 자유로운 RP. 탐사자와 KPC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KPC는 최대한 탐사자가 물을 버리거나 마시지 않을 수 있도록 RP해주세요. 물론 물이 없어진다 해도 노덴스가 둘을 시험하기 위해 전제만 한 꿈 안이므로 당장 세계가 멸망하거나 로스트되는 결말로 가지는 않습니다만… 물을 버리거나 다 마신다면 노덴스가 생각한 조건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실질적 로스트. 진행이 불가합니다. 세계를 멸망시키고 싶어하는(!) 탐사자라면 우리들도 함께 죽게 된다는 문장에 무게를 두어 롤플레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또다시, 이 물을 마시지도, 버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당신은 결정합니다. 누구도 죽이고 싶지 않아서 우리는 서로를 죽이지도 세상에 당장 불을 지르러 달려가지도 못했잖아요. KPC와 탐사자는 잔을 가만히 내려둔 채로 앉아있습니다. 하릴없는, 바보 같은 꿈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때, 수첩의 마지막 장에 적혀 있던 문장이 시야를 마구 어지럽히며 바뀝니다. (SANC 0/1)

 *관찰 성공 시에만 읽을 수 있습니다.

 

 

그 모든 일을 겪고도 여전히 이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관찰 실패 시 제대로 된 문장을 읽기도 전에,) 세상이 어그러지는 듯한 착각. 탐사자는 꿈에서 깨어납니다.

 

 

 

 

 

 

 

 

벌떡 몸을 일으킵니다. 아침이 와 있습니다. 이번에도 기어이 올 줄 몰랐던 아침입니다. 아직도 눈에 선연한 꿈. 일어나 KPC의 방으로 가보면(*같은 방에서 함께 잠들었을 경우 옆을 보면) KPC는 아직 잠들어 있습니다. 같은 꿈을 꾼 걸까요? KPC가 일어나면 물어봐야겠습니다.

 

 *탐사자가 마왕성 밖을 나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KPC의 방에서 그가 깨어나길 기다려도 좋고, 마왕성 안을 돌아다녀도 좋습니다. 키퍼님의 재량에 따라 지문을 추가해야 할 듯 싶습니다…. 어찌됐든 얼마 지나지 않아 KPC는 깨어납니다. 탐사자보다 조금 더 길게 잠들었던 까닭은 노덴스가 KPC에게만 조건과 주문, 세계와 당신들을 모두 구할 방도에 대해 언질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RP를 하더라도 KPC는 엔딩까지 이에 대해 발설할 수 없습니다. 깨어난 이후에는 같은 꿈을 꾸었느냐는 내용으로 대화해주세요! 

 

일어난 KPC와 함께 홀로 나오면 여전히 꽃이 피어 있는 얄밉게도 아름다운 마왕성 안. 계절이 바뀌었으니 꽃이 시들 만도 한데, 왜 저 치들은 저리도 예쁘게 피어있는 건지요.

관찰 성공 시▶ 한데 색이 달라진 기분에 가까이 가 보면, 피어 있던 디기탈리스와 연분홍 장미는 어디 가고 빨갛게 포인세티아가 피어있습니다.

이후 아이디어 성공 시▶ 신전의 화단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꽃이었죠. '축복'을 의미하니까요. …그런데 신전, 은 어디에서 떠올린 건가요? 아주 먼, 아주 먼 기억이, …… 그건 대체 언제의 생에 겪은 기억이었죠? (SANC 0/1) 모르겠습니다. 

관찰 실패 시▶ 무언가 달라졌을까요. 다만 묘한 위화감만을 느낄 뿐입니다.

 

 *노덴스가 두 사람에게 보내는 일종의 응원(!)입니다!

 

KPC는 함께 식사를 마친 후 이야기합니다. 탐사자. 부르는 목소리가 어쩐지 무겁습니다.

 

"기억해?"

"우리가 이렇게 되기 아주, 아주 이전 말이야. 가장 처음."

 

우리가 이렇게 되기 아주 이전. 가장 처음. 생각해봅니다. (*각각 탐사자가 《정이당》에서 용사였을 경우 / 마왕이었을 경우의 지문입니다.) 가장 처음 우리는 어떤 생을 살았었나요? 알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당신이 기억하는 생애는 숱한 의무와 축복과 강박으로 가득한 그 삶 하나였으므로. / 가장 처음 우리는 어떤 생을 살았었나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주 평범했을지도 모르는 삶 위에 몇백 번을 용사와 마왕의 연극으로 덧칠했는지. 홀로 기억하다, 죽이다, 기억하다, 죽다, 또 기억하다가 잊어버리고 만 걸까요.

그러나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우리가 처음부터 용사와 마왕은 아니었으니까요. 무슨 운명으로 이 모양이 된 건지는 몰라도, 우리는 충실하지 못해 기어이 여기까지 함께 오고 말았습니다.

 

"밖에 나가고 싶어. …분명 뭔가 찾아내어야만 하는 것이 있을 것 같아서."

 

KPC는 말합니다. 어쩌면 여기에 함께 있게 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입니다. 늘 마지막 하루인 것처럼 살던 우리에게는 그럼에도 감히 좇을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 함께 꾼 꿈속에서 자신과 다른 무언가를 또 보았던 걸까요? 

바깥은 마치 기억을 잃고 난 다음의 용사와 모든 것을 혼자 기억하던 마왕이 마주했던 때처럼, 청명합니다. 탐사자와 KPC는 나갈 채비를 마치고,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여 꼭 오래 전 같은 몇 달 전에 서로를 향해 들었던 검도 챙기고.

둘은 조심스레 성 밖으로 나섭니다.

 

 

 

 

 

 

 

 

밖으로 나오면 오후의 햇볕이 세상을 감싸고 있습니다. 이곳이 비록 세상의 끝이라 규정되었다고 해도요. 언제였든 당신이 한 번이라도 죽어 다시 태어났던 용사라면 알겠지요. 이 황무지 벌판을 걸으면 이후에는 숲이 있고, 깎아지른 절벽이 있고, 아름다운 폭포도 있고, 흐르는 푸른 강도 있고, 또 수많은 것들을 지나면 마침내 아주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평범한 생활은 전생의 일처럼 느껴진다는 문장보다도 더 먼 과거에 있을지도 몰라서 서러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찾아야 할 것이 있다고 했지만 KPC는 정작 그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어디에 있을지조차도 모르는 눈치입니다. 때아닌 소풍이라도 나온 것처럼 우리는 그래서 내내 또 걷습니다. 마치 꿈속에서처럼요.

 

 *자유로운 RP. 짧게 해주셔도 좋습니다! KPC 역시 아직 악보가 어디에 있는지는 물론이고 무엇을 찾아야하는지 알고 있지 않기 때문에 탐사자와 똑같이 정보가 없는 상태임만을 알게 RP해주신다면 다음으로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계속 걷다보면 숲의 초입입니다. 맑은 하늘 아래 명도가 확연히 다른 그늘 앉은 숲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안개마저 자욱하여 멀리까지 잘 볼 수 없네요.

행운 성공 시▶ 문득, 탐사자는 눈을 들어 숲의 저편을 봅니다. 일순간 안개가 걷힌 듯이 느껴진 것은 착각이었을까요. 저 멀리에… 희끗하게 보이는, 탑입니다. 탑이 있습니다.

행운 실패 시▶ 짙은 안개는 눈을 가리는 것 같아 유난히 불길합니다.

 

 *노덴스는 혹시라도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까 악보가 있는 탑을 안개로 가려놓았습니다.  

 

"뭐라도 보여?"

 

KPC는 탐사자에게 묻습니다. 애매한 얼굴입니다. 단서를 찾지 못한 탓일 겁니다. 애꿎은 숲만 바라보고 있자, 울창한 나무 사이 안개 속에서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짐승의 이빨 가는 소리, 흉포하게 침을 삼키는 소리……, 

행운 성공 시▶ [[1d2]]마리의 마물이 달려듭니다.

행운 실패 시▶ [[1d6]]마리의 마물이 달려듭니다.

 

 *전투 페이즈. KPC가 함께 참여할 수 있습니다. 탐사자와 KPC-마물 1-마물 2-…-마물 n의 순으로 공격 턴이 돌아갑니다. 《정이당》에서와 달리 적당히 하다 멈추지 않습니다. 마물의 특성치는 편의상 모두 근력 70, 민첩 70, 크기 70, 체력 7이며, 기능치 회피52%, 근접전 50%으로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공격합니다. 전투 시작은 물론 전투 도중에도 KPC와 탐사자의 민첩 다이스를 굴려 둘 다 어려운 성공 이상이 나왔을 시, 혹은 둘 다 성공했다는 전제 하에 한쪽이 극단적 성공 이상이 나왔을 시 마물에게서 도망칠 수 있습니다. 마물이 3마리 이하일 경우 둘 다 보통 성공이어도 도주가 가능합니다.

 이 신화생물들의 현 목적은 탐사자와 KPC가 혹여 악보의 노래를 외어 다시 자신들의 주인인 이계의 신들로부터 세계를 감추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달려드는 마물의 기세는 난폭합니다. 사나운 맹수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다 기어이 땅을 박차고, KPC와 함께 멀리 보이는 마왕성을 향해 다시 달려가면서,

 *앞서 탑을 발견했을 경우에만 판정합니다. 탑을 발견하지 못했을 경우 아이디어 실패 시의 지문을 출력해주세요!

아이디어 성공 시▶ 생각합니다. 원래 이만큼 사나웠던가? 이렇게 죽일 듯이 달려들었던가? 그때와 차원이 다른 살기 같다고. 마치 저 너머에 무엇이라도 지킬 게 있는 것처럼……,

아이디어 실패 시▶ 생각합니다. 원래 이만큼 사나웠던가? 이렇게 죽일 듯이 달려들었던가? 그때와 차원이 다른 살기 같다고.

숨이 턱끝까지 차도록 달리다보면 겨우 성의 입구입니다. 머리 위로 검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다시 어느새 밤이네요. 뒤를 돌아봐도 마물들은 쫓아오지 않습니다.

어쨌든 밤입니다. 다시 내일을 맞을지 맞지 못할지 모르는 경계입니다.

 

 *RP를 하고 넘어가셔도 좋고, 바로 다음 부분으로 이어가셔도 좋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깎였던 탐사자의 체력은 다시 원 상태로 돌아옵니다.

 

오늘도 휘황하게 쏟아지는 별빛. 머리맡의 창문 모양으로 뜬 밤하늘을 보다 잠에 빠져듭니다.

 

 

 

 

 

 

 

 

눈을 뜹니다. 눈을 뜨자마자 꿈임을 깨닫습니다. 오늘도. 다만 하늘을 보면…… 오늘은 보랏빛 별하늘이 아니라 파랗게 펼쳐진 맑은 아침 하늘이 높게 떴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나날, 시끌벅적한 거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낯설지 않다, 는 것이 탐사자의 첫 감상입니다. 어째서일까요?

 *아래 내용의 KPC/탐사자는 《당이래》에서의 탐사자가 누구였느냐에 따라 내용에 맞는 인물을 지문에 넣어주세요. 이 부분에서의 탐사자는 보는 풍경 속의 것들을 만지거나 대화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수군거리고, 당신은 곧이어 당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발견합니다. 이어 KPC와 똑같이 생긴 이가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소문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 누군가의 장례 행렬…… 장면은 빠르게 지나갑니다. 노랗고 동그랗게 뜬 보름달, 오래된 탑으로 끌려가는 KPC/탐사자, 문득 탐사자는 깨닫습니다.

지능 성공 시▶ 저 오래된 탑, 오늘 낮의 숲 저편에서 본 탑과 같이 생겼음을.

지능 실패 시▶ 저 오래된 탑을, 어디서 본 것만 같다고.

비명과, 고통과, 수상한 이를 쫓다 어떤 노래가 쓰인 악보를 주워든 탐사자/KPC, 끔찍한 몰골로 탐사자/KPC에게 누구의 이름이든 바쳐달라 말하는 KPC/탐사자, 그리고, 

동그랗게 선명하게 뜬 보름달, (SANC 1/1d3) 

……아주 오래된 기억이 강제로 수면 위로 끄집어내집니다. 덕분에 물결은 출렁이고 파문이 일고, 머릿속이 혼란스럽게 뒤섞이다 재정리됩니다. 그럼에도 눈을 감지 않은 시야 안에 들어옵니다. 바닥에 떨어진 악보. 손을 뻗어보면,

잡힙니다.

지능 성공 시▶ 노래 안에 이름을 바쳐 죽어가는 탐사자/KPC와 보기조차 두려운 듣기조차 초조한 이계의 신들, 모독적인 색채들. (SANC 1/1d4) 그리고 이 손에 쥐인 노래.

지능 실패 시▶ 노래 안에 죽어가는 탐사자/KPC. 인지할 수 없는 색채. 그리고 이 손에 쥐인 노래.

깨닫습니다. 모든 진실입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노래는 사실 세계의 안전을 위하여 이계의 두려운 존재들로부터 세계의 존재를 은폐하는 주문이자, 신들에게서 사람들을 지켜내려 만들어진 노래였고. 정작 평화를 지키려다 서로 싸우게 된 이들과, 그 전쟁으로 미쳐버린 자가 꾸민 음모와, 그것에 휘말려든 당신들.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용사와 마왕의 연극.

탐사자는 손에 든 악보를 내려다봅니다.

관찰 성공 시▶ 낡고 바랜 양피지 위에 어제의 꿈에서와 같은 글씨체가 써내려져 가고 있습니다. 눈앞에서, 마법처럼요. '그 모든 일을 겪고도 여전히 이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어?'

관찰 실패 시▶ 낡고 바랜 양피지 위에 어제의 꿈에서와 같은 글씨체가 써내려져 가고 있습니다. 눈앞에서, 마법처럼요. '그 모든 일을 겪고도 여전히……' 

아, 눈앞이 흐려집니다. 시야가 암전됩니다. 

 

 

 

 

 

 

 

몸을 일으키자마자 아직도 쥐고 읽었던 양피지의 감촉이 선명해서 손을 쥐었다 펴봅니다. 창밖을 보면,

관찰 성공 시▶ 시각을 알 수 없이 어두운 하늘, 온통 자욱한 안개가 천지입니다. 어제의 숲에 들어온 것마냥. 색도 짙은 정도도 꼭 어제와 같습니다. 착각일까요?

관찰 실패 시▶ 시각을 알 수 없이 어두운 하늘, 온통 자욱한 안개가 천지입니다. 어제는 맑았는데 말이에요.

 

 *노덴스가 다른 신들로부터 탐사자와 KPC를 조금이나마 가리기 위해 바꾼 날씨입니다.

 KPC의 방에 가거나 옆의 KPC를 보면 그는 먼저 일어나 있습니다. 다시 자유로운 RP. 탐사자가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자신도 똑같은 것을 보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에서 KPC는 다소 의미심장하거나 비장한 태도를 하고 있어도 좋습니다. KPC는 이제 찾아야 할 것과 그것을 찾은 이후에 취해야 하는 행동, 세계와 자신들을 구하기 위한 조건을 전부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KPC는 짙은 안개 낀 바깥을 봅니다. 그가 굳은 얼굴로 중얼거립니다. 시선은 먼 데에 붙박혀 있습니다.

듣기 성공 시▶ "이건 기회야. 마지막 기회……,"

듣기 어려운 성공 이상 시 추가 서술▶ 나지막한 목소리가 내리깔립니다. "이번엔 내가 아니라……."

듣기 실패 시▶ "이건 기회야. ……"

 *무슨 말이냐고 물어도 KPC는 못 들은 체 대꾸를 이어갑니다. (원래 KPC들은 다 그렇잖아요)

 

"우리가 뭘 찾아야 하는지 이제 너도 알고 있지."

"가자. 마물들이 기다릴 거야."

 

날씨 탓일까요. 아니면 그의 묵직한 어조 때문일까요. 처음, 이 운명을 억지로 품에 안은 순간처럼 영문도 모르는 무거운 발걸음. 검을 챙기려 들면 검신에 반사되어 비치는 스스로의 눈동자가 막연한 두려움을 품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어떤 운명을 생각합니다. 어떤 기나긴 운명. 연극 같은 이야기에도 종막은 올까요.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서로밖에 의지할 수 없는 바깥으로 나섭니다. 안개 속으로 스미듯이 걸음을 옮기는 우리. 

 

 

 

 

 

 

 

 

달갑지 않은 날카로운 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듭니다. 지척에 있음에도 잃어버릴까 손을 붙잡고, 노래가 기록된 악보가 있을 망루로 찾아가기 위해 보이지 않는 숲이 어느 방향에 있을지 짐작하며 차츰 마왕성에서 멀어집니다. 

 *자유로운 RP와 함께 진행해주세요.

 

안개 때문에 숲까지 다다르는 데 배의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숲을 이룬 나무들의 그늘이 보였을 때, 반쯤은 왔구나 싶어 안도하는 것은 순간입니다.

탐사자가 숲 안쪽으로 먼저 걸음을 뗐을 때, KPC는 잠깐, 하며 제지합니다. 돌아보면 그의 얼굴이 긴장에 젖어 있는데, 탐사자는 그와 동시에 그 표정의 이유를 알게 됩니다.

모를 수가 없는, 목울대를 울리는 짐승의 숨소리. 어쩌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우리의 길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몸이 뻣뻣이 굳습니다. 칼을 꺼내듭니다.

[[2d6]]마리의 마물이 맹렬하게 달려듭니다.

 

 *전투 페이즈. 역시 KPC가 함께 참여할 수 있습니다. 탐사자와 KPC-마물 1-마물 2-…-마물 n의 순으로 공격 턴이 돌아갑니다. 전투가 쉽게 끝날 것 같다면 키퍼분의 재량으로 몇 마리가 더 들이닥친다, 라고 해주셔도 됩니다.

 마물의 특성치는 편의상 모두 근력 70, 민첩 70, 크기 70, 체력 7이며, 이전과 달리 기능치 회피 35%, 근접전 60%으로 회피는 낮은 확률로 시도,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공격하거나 필사의 각오로 몸을 들이박습니다. 전투 시작은 물론 전투 도중에도 KPC와 탐사자의 민첩 다이스를 굴려 둘 다 어려운 성공 이상이 나왔을 시, 혹은 둘 다 성공했다는 전제 하에 한쪽이 극단적 성공 이상이 나왔을 시 마물에게서 도망칠 수 있습니다. 마물이 3마리 이하일 경우 둘 다 보통 성공이어도 도주가 가능합니다.

 도주를 선택하지 않고 계속 맞서 싸운다면 모든 마물을 쓰러뜨렸다고 해도 다른 마물이 계속해서 등장하여 대치합니다. 이 과정에서 탐사자 혹은 KPC가 목숨을 잃는다면 다른 한쪽도 마물에게 물어뜯기며 쌍방 로스트. 다음 지문은 도주를 하기 직전을 상정한 지문입니다. 되도록 탐사자가 도주를 할 수 있도록 진행 부탁드립니다!

 

벅차게 맞서 싸우다 빈틈에 숨을 들이킵니다. 안개 사이로 해가 지고 있음을 안 탓입니다. 붉은기 도는 어두운 하늘, 저쪽에 탑이 있습니다. 옆에는 KPC가 힘겹게 검을 휘두르고 있고요. 탑까지 가면 저들이 쫓아오지 못할까요? 이대로 가다간 둘 다 지쳐버리고 말 겁니다. 마물들은 어째서인지 필사의 각오입니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습니다.

땅을 박차고 달립니다. 까악, 깍 울어대는 까마귀 소리가 음산하고, 퍼드덕거리는 날갯짓과 스산하게 흔들리는 나뭇잎들, 달려오는 마물들의 발자국 소리가 귀에 혼란합니다. 숨이 끝까지 차올라도 무시하고 그저 마구 달립니다. 붉은 햇빛.

 

"달이 떠."

 

KPC가 말합니다. 초조한 목소리입니다. 

그래요, 밤이 오고 있습니다. 무대 바깥에서 기어코 맞이한 밤이…….

 

 

 

 

 

 

 

짐승의 들끓는 숨소리를 어렵사리 뒤로 하고 계속, 계속 달립니다. 어느새 곳곳에 어스름이 내려앉아 숲속은 더욱 더 음울하고 깜깜합니다. KPC의 소매를 붙들고 눈앞에 보이는 길만을 숨차게 달려가면, 

맞닥뜨립니다. 낡으나 여전히 위압적인 그늘. 무너져내린 벽돌과 위태로운 계단. 이끼 낀 외벽. 탑입니다. 뒤에서는 여전히 마물들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어서, 어서 올라갑시다. 어차피 찾아야 하는 것 역시 이곳에 있잖아요. 그리고, 그리고, 그것을 찾고 난다면……

숨을 가다듬으며 둘은 위로 올라갑니다. 점점 지상과 멀어집니다. 그륵거리는 울음소리가 멀어지고, 땅에 보이는 나무들의 그림자가 작아지고, 안개가 발밑으로 깔리고… 눈을 들었을 때에,

 

아,

보름달입니다.

안개가 거짓말처럼 걷힙니다. 창백한 달빛이 몇백 년 전의 전생의 그날처럼, 바닥에 세차게 부서져내리고 있습니다. 

관찰 성공 시▶ 당신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면, 그 달빛을 찬연하게 반사해내고 있는 반짝이는 유리잔입니다. 이 시간이 멈춘 듯한 곳에서 유일하게 새 것인 물건입니다. 바닥에 놓여 있는 그것은 꿈속에서 본 것과 똑같습니다. 찰랑이는 물이 반절쯤 차 있는 것까지도 전부.

관찰 실패 시▶ 당신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면, 그 달빛을 찬연하게 반사해내고 있는 반짝이는 유리잔입니다. 난데없이, 이 시간이 멈춘 듯한 곳에서 유일하게 새 것인 물건입니다.

(*유리잔을 살펴본다면) 잔의 가장자리에 음각으로 새겨진 문장을 눈에 담습니다. 한 자 한 자 선명하게……

 

만약 이 세계가 구원받을 수 있다면,
함께 살아가고 싶어?

 

 

그리고, 

그 시간을 건너 운명처럼, 우리의 운명을 결정했던, 혹은 세계의 운명을 결정했던 노래가 적힌 악보가 거기에 있습니다. 꿈속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케케묵은 냄새 나는 양피지. 당신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바쳐지는 이름이 있어야 함과, 그 이름을 바치는 이는 노래를 부르는 이의 곁에 있거나 본인이어야 함을. 우습게도 또다시, 잘 짜인 연극처럼 조건이 들어맞는 보름달이 뜬 맑은 밤 아래, KPC가 탐사자를 바라봅니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 둘 모두 진실로 이름을 바칠 수도 있을 사람임을. 우리는 다시금 우리의 이름으로 노래해야 하는 순간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그러고나면 어떻게 되나요?

만약 이 세계가 구원받는다고 해도 정녕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나요?

 

 

 *엔딩 분기입니다. 역시 자유로운 RP를 권장합니다. KPC는 (탐사자의 이름을 바쳐야 한다는) 답을 알고 있으나, 탐사자가 원한다면 자신의 이름 역시 바칠 수 있다는 기꺼운 태도를 보여주세요. (물론 KPC의 성향마다 다를 수는 있습니다만, 가급적 진상을 보호해주세요…) 탐사자가 탐사자의 이름을 바친다면 Ending 1, KPC의 이름을 바친다면 Ending 2, 노래를 부르기를 포기한다면 Ending 3으로 진행합니다.

 

 

 

 

 

 

 

 

 

엔딩

 

 

 

 

1. 탐사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노래했을 경우

 

 

떨리는 목소리로 눈을 감고 가사를 읊습니다. 처음으로, 이번에는 나의 이름을 바칩니다. 들으소서, 나 여기 신께서 원하시는 대로 이름을 바쳐 노래하니, 나의 간원을 들으시옵소서. 탐사자의 이름으로 노래하노니―, ……

노래를 부르면 그 노래는 시전자의 생명을 바쳐 주문의 효력을 발휘합니다. 따라서 당신은 이곳에서 목숨을 잃을 것을 알고 있지요. 그러나 아주, 아주 오래 전 나의 이름은 KPC, 당신의 이름에 의해 어쩌면 지켜졌을는지도 모를 일이잖아요. 그러므로 이것은 세계 이전에 당신을 위한 헌가입니다. 당신의 이름으로 세계를, 그리고 나의 이름으로 또다시 세계를……,

노래를 끝마칩니다. 기이한 곡조는 어쩐지 아름다워서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세상은 꿈속에서 보았던 찬란한 별하늘로 물들고,

더없이 자애로운, 경외 드는, 찬미 어린, 빛나는 목소리가 귓가를 울립니다. (*노덴스입니다.)

 

"이 세계는 구원받을 수 있고,"

"너희 또한 함께 살아갈 권리도, 자격도, 의무도 있다."

 

눈앞이 눈부시게 번지고, 당신은, 나는,

 

"살아가."

 

우리는……

 

"다시는 참혹하지 말아라."

 

……

눈을 뜨면 별이 희미해지는 새벽입니다. 모르는 천장입니다. 아니 알고 있는 천장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이런 삶을 꿈꿔왔던 기분이 듭니다. 해가 뜨고, 달은 지고, 하늘은 환하고, 세상은 마냥 아무 일도 없는,

 

"탐사자."

 

그런 아침.

그리고 눈을 돌리면.

 

" (*KPC가 탐사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넣어주세요.) "

 

나와 당신이 여기에 있습니다.

 

 

 

Ending 1. 헌가, 세계와 나와 당신에게

탐사자, KPC 생환, 세계의 구원

 

 

 

 

 

 

 

2. 탐사자가 KPC의 이름으로 노래했을 경우

 

 

떨리는 목소리로 눈을 감고 가사를 읊습니다. 이번에도, 당신의 이름을 바칩니다. 들으소서, 나 여기 신께서 원하시는 대로 이름을 바쳐 노래하니, 나의 간원을 들으시옵소서. KPC의 이름으로 노래하노니―, ……

노래를 부르면 그 노래는 시전자의 생명을 바쳐 주문의 효력을 발휘합니다. 따라서 당신은 그가 이곳에서 목숨을 잃을 것을 알고 있지요. 더없이 유감스러운 눈으로 KPC를 응시합니다. 미안함일까요. 서러움일까요. 나는 끝내 당신의 이름으로 세계를, 그리고 또다시 당신의 이름으로 세계를……,

노래를 끝마칩니다. 기이한 곡조는 어쩐지 아름다워서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KPC는 웃고, 아주 느리게, 나무가 쓰러지는 속도로 쓰러지고,

시야는 흐리게 물들고,

 

……

눈을 뜨면 별이 희미해지는 새벽입니다. 모르는 천장입니다. 아니 알고 있는 천장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이런 삶을 꿈꿔왔던 기분이 듭니다. 해가 뜨고, 달은 지고, 하늘은 환하고, 세상은 마냥 아무 일도 없는, ……그런 아침.

그러나 그곳에 당신이 없기를 바라지는 않았는데.

해가 뜹니다, 달이 집니다, 하늘은 환하고, 세상은 마냥 아무 일 없이 평온하며,

나는 살아 숨쉬고, 당신은 스러집니다.

이제 나만이 오래도록 기억할까요, 당신. 오로지 세계를, 세계를 위하여 바쳐진 당신의 이름.

……

당신이 없는 평온이 밝아옵니다.

너무 사랑스러워 지독하게 원망스러운 아침이…….

 

 

Ending 2. 헌가, 세계와 나에게

탐사자 생환, KPC 로스트, 세계의 구원

 

 

 

 

 

 

 

3. 탐사자가 주문(노래)을 외우기를 포기했을 경우 

 

 

손에서 악보를 떨어뜨립니다. 고개도 시선도 함께 바닥으로 떨굽니다. 유리잔의 물이 있다면 차라리 꿈속에서 쏟아버릴 것을 그랬나요. 다 버려버리는 게 좋았을까요. 왜 자꾸 모진 질문만이 주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노래에 이름을 바치면 그 이름의 주인이 어떻게 되는지를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하여 고개 젓습니다. 나는 할 수 없다고. 왜 우리에게 자꾸만 세계의 무게를 지우느냐고. 살고 싶다고.

KPC는 당신을 보다가 마찬가지로 고개를 떨굽니다. 달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워집니다. 기실 우리는 언제고 충실하지 못해 그때도, 지금도, 이렇게 유예만으로 살아왔지요.

그리고 다음 순간,

세상은 꿈속에서 보았던 찬란한 별하늘로 물들고,

더없이 자애로운, 경외 드는, 찬미 어린, 빛나는 목소리가 귓가를 울립니다. (*노덴스입니다.)

 

"세계는 구원받을 수 없겠지."

"너희도 그렇겠지. 하지만……"

"그저 가여우므로……"

 

이윽고 눈앞은 눈부시게 번지고, 당신은, 나는,

 

……

눈을 뜨면 아름다운 별하늘이 거기 있습니다. 꿈속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눈을 깜빡여봐도 볼을 꼬집어도 꿈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다만, 다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사방에 만발하는 찬연한 별빛.

 

"탐사자."

 

그리고 당신.

 

"같이 걸을까?"

 

그가 웃고, 나도 웃습니다. 아, 꿈이면 어떻습니까. 모든 것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이름마저 전부 내버립니다. 함께 걸어요. 영원 같은 이 순간만 있다면 될 것 같아요. 

당신만, 이 별빛만, 이 찰나만 여기에 있어준다면 우리는 그저…….

 

 

Ending 3. 헌가, 그저 우리에게

탐사자, KPC 로스트, 세계의 멸망

 

 

 

 

 

 

 

추천 BGM
Hiroyuki Sawano - For You :: https://www.youtube.com/watch?v=Vg7CXfzuUuQ (첫 번째 꿈)

Hiroyuki Sawano - floWER :: https://www.youtube.com/watch?v=kLj_lsFb5Us (두 번째 꿈)

Theory of Everything - Ending Scene Music (The Cinematic Orchestra - Arrival of the birds) :: https://www.youtube.com/watch?v=pZ3b1a2OnhQ (탑으로 가는 길) 

The Promised Neverland OST - Emma’s Sorrow :: https://www.youtube.com/watch?v=1Tc6kS6Q09Q (엔딩 분기)

Kimi ga Nozomu Eien ED - Hoshizora no Waltz (Improvised Arrangement) :: https://www.youtube.com/watch?v=KfktHNPKtSM&list=RDKfktHNPKtSM&start_radio=1 (엔딩 1)

Snorri Hallgrímsson - Be Still, My Tongue :: https://www.youtube.com/watch?v=O20nGfJcBv4 (엔딩 2)

Hiroyuki Sawano - Licht :: https://www.youtube.com/watch?v=9k1F3PjY948 (엔딩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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