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성찬을

CoC 1:12020. 4. 25. 18:06
자, 전부 먹어줘.
이 ■■은 마지막 한 조각까지 온전히 네 것이야.

 

 

 

 

 

 

(@2_Mirong님께서 제작해주신 카드입니다.) 

 

코코우카베 아키오의 마음을 대신하여, 
코코우카베 유이토에게.

 

 

 

 

 

 

 

개요

 

 

당신은 테이블에 앉아있습니다. 하얀 식탁보가 덮인 정갈한 테이블입니다. 벽지는 온통 탐사자가 좋아하는 색깔의 방, 예쁜 무늬의 창틀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 아름다운 날씨 아래 반짝이는 풍경입니다. 기분 좋은 바람이 살짝 열린 창틈으로 흔들리고…… 편안하고, 온전히 마음에 드는 것들만 있는 이곳에서 뭘 하고 있었던가요? 가만히 앉아있다 생각해냅니다. 아, 식사를 하려고 했지. 식사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당신. 그러고보니 어쩐지 배가 고픈 것도 같네요. 

조금 더 기다리자 누군가 등뒤의 문을 열고 당신 앞에 등장합니다. "탐사자." 커버돔이 씌인 접시를 들고 안온히 웃는 사람은, KPC입니다. 

"식사할 시간이야."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1:1 타이만 시나리오

인원 : PC 1인+KPC 1인

배경 : 현대(배경을 크게 타지 않습니다.)

플레이 타임 : 3시간 안팎

플레이 난이도 : 낮음

키퍼링 난이도 : 낮음

권장 기능 : 관찰, 심리학

준 권장 기능 : 은밀행동, 자료조사, 편식하지 않는 먹성(!)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연관되어 금전 거래가 오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세션카드에 한해 커미션 및 금전 거래를 허용합니다. 

※ 키퍼링 해주실 분을 따로 두고, KPC 역할을 하는 PC를 포함한 PC 2인으로의 개변이 가능합니다. 이 경우 KPC 역할의 PC를 플레이하시는 분께서는 시나리오 전반을 숙지하셔야 합니다.

※ KPC와 PC의 백스토리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적극 권장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개변하여 플레이해주세요. 이에 대한 문의는 송구하오나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 두 캐릭터를 위한 시나리오로, 헌정하는 해당 캐릭터들의 관계는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왔으며 KPC→PC로의 애정, PC→KPC로의 애증의 형태를 보여주는 관계입니다. 따라서 KPC가 PC에게 일방적으로 맹목적, 헌신적인 성향을 가진 관계를 추천합니다. KPC가 PC를 아끼며 PC를 위해 희생할 수 있으나, PC가 어떤 이유에서든 그것을 기껍지 않게 여길 수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연인 관계, 상호 소중한 관계로도 플레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관계마다 적당히 개변하여 즐겨주세요.

※ KPC와 PC 사이 소울 푸드(!)가 있다면 소소하게 즐거울 것 같습니다.

※ 본 시나리오는 배포 계정의 300팔로우 기념 이벤트에 당첨되신 으난(@N_Nan09)님께 헌정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 관점에 따라 완벽한 해피 엔딩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 테스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시나리오 하단에 플레이 타임 수집 폼이 있습니다. 플레이를 하셨을 시 평균 플레이 타임 명시와 이외 더 나은 방향으로의 수정을 위해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서는 신화생물 및 주문에 대해 독자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존재하며, 신화생물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CoC 원작의 분위기와 상이할 수 있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 대한 공계에서의 무례한 언행, 스포일러성 혹은 자작 발언의 발견 등 불미스러운 일의 발생 시 즉시 비공개 처리됩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 외 문의는 @henceihateu의 DM이나 최하단의 폼으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키퍼(GM)가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지금, 언제고 그랬듯이 탐사자를 바라보는 KPC에게 묻겠습니다. 기분이 어떤가요? 당신이 애정해 마지않는 그가 이브 티스틀(룰북 p. 330)의 손길에 이성을, 자아를, 영혼을 잃는 모습을 보는 기분 말입니다. 

전말은 간단합니다. 탐사자를 미워할지도 모르는 어떤 한 사람의 악의에 의한 일이죠. 탐사자라고 해서 누군가의 이유 있는, 혹은 이유 없는 증오를 피해가겠습니까? 사람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살면서 마냥 사랑만 받을 수는 없잖아요. 불행하게도, 그의 악의에서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있었는지, 아니면 어떤 대가를 주고 받는 모종의 계약이 있었는지. 이브 티스틀은 제안을 받아들이고 꿈의 세계에서 모든 시간과 공간을 보며 탐사자를 찾다, 마침내 그를 발견하고서 손을 뻗쳤습니다. 이브 티스틀의 손길을 받는 이에게는 거의 반드시 끔찍한 결과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죠. 아주 가끔 이로운 결과가 있다고 하지만, 탐사자에게 예외의 행운은 없었습니다. KPC, 당신이 애정하고 아껴 마지않던 그는 형용할 수 없는 손길 한 번에 어떻게 되었던가요? 그래요, 그는 마음을 잃었습니다. 그를 둘러싼 것들을 제대로 분간하고 판단하며 지각하고 감응할 수 있는 마음을요. 아주 고루한 비극이죠.

한밤의 꿈, 정확히는 이브 티스틀의 손길을 받은 꿈을 꾼 그 밤 이후로 탐사자가 이상해진 것을 모두가 알게 되었습니다. 차츰이든, 곧바로든요. 마음을 잃은 탐사자는 남을 해치는 것도 자신을 해치는 것도 스스럼이 없었고, 망설임도 없었고, 완전히 사람이 아닌 다른 어떤 무기질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았거든요. 자신에게 감정적인 반응을 어떻게든 보이던 탐사자가 표백된 듯 무감하게 변한 모습을 보고서 KPC가 오히려 초조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아무리 주어도 아래로 흘러 밑 빠진 독에 붓는 것 같은 애정, 그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 목소리와 외침, 어떤 소용도 없는 선의와 친애. 꼭 인간이기조차 포기한 것 같은 탐사자의 모습. 

해서, KPC가 탐사자의 변화의 원인을 찾게 된 것 역시 당연한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사람의 마음과 이성과 본질,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는 모독적인 신화에 대해 찾게 된 것도요. 그리고 알아냅니다. 탐사자의 마음을 돌려낼 수 있는 방법. 그를 원래의 사람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방법. 바로 마음을 먹이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마음을 상실한 이에게 자신의 것을 바치는 것이 기꺼운 누군가의 마음을 먹여 원래대로 돌리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조차도 시간이 너무 늦춰져서는 소용이 없는 방법이기에, 이를 위해 KPC가 먹일 수 있는 마음은 단 한 사람의 것뿐이었습니다. 누구였겠습니까. 당연히 KPC, 스스로의 것입니다. 오랜 애정, 희생심, 오로지 탐사자의 마음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감정…… 마지막에는 느끼지도 못할 마음으로, KPC는 탐사자에게 온전한 마음을 돌려주고자 합니다. 온갖 기이하고 끔찍하고 소름이 끼치고 모독적이며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오래된 신화의 레시피로 만들어진 탐사자에게 주어질 성찬.

KPC, 마음을 잃어가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기분이 어떤가요? 이제 당신에게는 그를 아낄 진심도 없건만. 그토록 당신이 아끼던 탐사자가 과연 당신의 마음을, 마지막 한 조각까지, 기어이 먹어줄까요?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의 모든 대사는 KPC의 성격에 맞게 변용해주세요.)

 

 

 

 

 

 

 

 

 *시나리오 내 배경은 탐사자의 마음을 소거한 장본인인 이브 티스틀이 본래 상주하는 곳인 꿈의 세계, 정확히는 그 속에서도 KPC의 꿈 안입니다. 탐사자는 마음을 넘겨주기 위한 첫 절차로, 주문으로 손을 쓴 KPC의 꿈에 갇힌 상태입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분이 묘사하실 탐사자가 느끼는 감정은 KPC의 기억, KPC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허구에 가깝습니다. KPC의 꿈속은 초반에는 완벽하게 탐사자를 위한 공간이나, 마음을 탐사자에게 넘겨줄수록(탐사자가 음식을 먹을수록) 점점 무채색의 아무 감정 없는 공간이 되어갑니다. 

 음식의 종류와 음식에 붙은 감정의 이름은 얼마든지 바꿔주셔도 좋습니다. 마음이 요리되어 나오는 형태는 전적으로 탐사자가 기껍게 먹을 수 있는 형태이며, 요리는 KPC가 탐사자에게 주는 마음입니다. 모든 공지사항에 포함되듯 언제나 개변은 자유롭습니다. 또한 위 주의사항에 기재하였듯이, 둘의 소울 푸드가 있다면 그 메뉴를 포함하시는 것도 즐거울 것 같네요. 예) 샐러드→과일 주스/스테이크→샌드위치 등… 

 

 

 

 

 

 에피타이저 1

 

 

탐사자는 테이블에 앉아있습니다. 하얀 식탁보가 덮인 정갈한 테이블입니다. 벽지는 온통 탐사자가 좋아하는 색깔의 방, 

관찰 성공 시▶ 창가에는 하나는 검은, 하나는 흰 꽃병이 나란히 둘 놓여 있고요. 흰 꽃병에는 아무것도 없는 반면, 검은 꽃병에 색색의 꽃들이 그득히 꽂혀있네요. 

관찰 실패 시▶ 창가에는 하나는 검은, 하나는 흰 꽃병이 나란히 둘 놓여 있고요.

 *검은색 꽃병은 KPC를, 흰색 꽃병은 탐사자를 뜻합니다.

 

예쁜 무늬의 창틀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 온화한 날씨 아래 반짝이는 풍경입니다. 

눈앞에는 수저와 포크, 나이프가 깔끔하게 놓여 있습니다. 희게 빛을 반사하는 빈 접시 위에 백조 모양으로 접힌 냅킨. 끄트머리에 무언가가 유려한 글씨체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탐사자에게'. 오로지 당신만을 위한 것 같군요.

편안하고, 온전히 마음에 드는 것들만 있는 이곳에서 뭘 하고 있었던가요? 가만히 앉아있다 당신은 이내 생각해냅니다. 아, 식사를 하려고 했지. 식사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당신.

건강 성공 시▶ 그러고 보니 내내 뭉근하게 뱃속에 자리하고 있는 허기. 왜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의아할 수준입니다. 이렇게 배가 고픈데요.

건강 실패 시▶ 그러고 보니 어쩐지 배가 고픈 것도 같네요. 마지막으로 뭘 먹은 지 얼마나 됐죠? 기억나지 않습니다.

 *본 시나리오 내에서 탐사자가 느끼는 '허기'는 본디 있어야 할 마음이 없어 느끼는 '공허감'과 같습니다.

 

조금 더 기다리자 누군가 등뒤의 문을 열고 당신 앞에 등장합니다. "탐사자." 커버돔이 씌워진 접시를 들고 안온히 웃는 사람은, KPC입니다.

 

"식사할 시간이야."

 

 *짧게 자유로운 RP. KPC가 하는 모든 말에 대해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플레이어분께 고지해주세요. KPC가 탐사자에게 줄 수 있는 정보를 제한하며, / 뒤의 지문은 심리학 판정에 성공했을 때에 보여주시면 됩니다. 다음은 RP 예시입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or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야?

- 왜 그래? 섭섭하게. 나랑 여기 같이 왔잖아. / 여상하게 말하는 얼굴 뒤로 언뜻 불안감이 스칩니다. 무엇에 대한?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놓치지 않게 오롯이, 똑바로 바라보는 시선.

여기가 어디야?

- 네가 오고 싶다던 곳. 식사하러 왔잖아. 네가 마음에 들어해서, 제일 좋은 장소를 빌렸어. 정말로 기억이 안 나? / 확실히 이것저것 준비한 듯한 느낌이긴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말은 그 함의가 대답을 종용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미 당신의 기억이 존재하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듯이……?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가 그저 무르기만 한 것은 당신에게 늘 익숙했지 않나요.

직원은 어딜 가고 네가 그걸 왜 들고 왔어?

- 내가 요리했거든. 여기, 장소만 빌렸을 뿐이야. 탐사자 네가 여기에서 먹을 모든 요리는 다 내가 해 줄 거야. / 전혀 농담 같지 않습니다. 아직 커버돔 안에 든 음식이 뭔지는 몰라도요.

왜 네가 요리를 해?

- 내가 해주고 싶어서. 배워왔어. / 언뜻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발음한 문장은 짧고 완전한 진심입니다. KPC가 웃습니다.

 

KPC는 탐사자의 앞에 접시를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습니다. 

관찰 성공 시▶ 이제 보니 당신의 앞 이외에는 식기나 접시가 놓여있지 않군요. 맞은편에 의자가 있지만 그뿐입니다. 커버돔의 반질거리는 둥근 면에 탐사자의 얼굴이 비칩니다. 환하게 비쳐들어오는 천장과 하늘과……. 장소를 탐사자만을 위해 빌렸다는 건 사실일지도 몰라요.

관찰 실패 시▶ 커버돔의 반질거리는 둥근 면에 탐사자의 얼굴이 비칩니다. 환하게 비쳐들어오는 천장과 하늘과…….

"네가 다 먹는 걸 볼 때까지는 돌아가지 않을게. 내가 요리사라서, 내가 늦게 돌아가는 만큼 다음 요리는 천천히 나올 테지만. 그건 이해 좀 부탁해. 네가 다 먹는 걸 보고 싶거든."

심리학 성공 시▶ 어쩐지 결연하기까지 한 그의 말. 본인의 요리에 대한 궁금증인가 싶기도 합니다만, 밀어두기에는 너무도 굳건히 저 눈 안에 자리한 맹목이 신경쓰입니다. 어쩌면 늘 그러했더라도요.  

심리학 실패 시▶ 아무렴, 본인의 요리에 대한 궁금증인가 싶습니다. 자기 자신이 한 요리의 반응이 신경쓰이는 건 누구라도 그렇겠지요.

 

커버돔을 열어봅니다. 하얗게 빚어진 화려한 사기 그릇. 안에 담긴 것은 식용 꽃과 양상추, 토마토, 잘게 썬 사과와 레몬 껍질과 치즈. 그 위에 식욕을 돋우는 드레싱이 뿌려진 샐러드입니다. "에피타이저야." KPC가 짧게 말을 거듭니다. 턱을 괸 채 얼른 먹어보라는 듯 다정히 눈짓합니다.

 *KPC는 탐사자가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앞자리를 지킵니다. RP를 해주셔도 좋고 지문으로 넘기셔도 좋습니다. 탐사자가 음식을 다 먹을 때마다 KPC의 감정적인 면모는 조금씩 사라집니다. 키퍼분께서는 이후 RP에 주의해주세요.

 

관찰 성공 시▶ 샐러드를 어느 정도 먹은 탐사자, 그릇 아래 쪽지가 깔린 것을 발견합니다. 비죽 삐져나온 것을 눈으로 훑습니다. KPC의 날려 쓴 글씨입니다. 덕분에 알아먹기 힘든 건 덤이네요. '■■ 레시피 1. ■■을 적출해낸 ■■의 ■물을 준비하세요.'

관찰 실패 시▶ 샐러드를 어느 정도 먹은 탐사자, 그릇 아래 쪽지가 깔린 것을 발견합니다. KPC의 날려쓴 글씨입니다. 읽으려 하는 찰나……

 *가려진 부분은 '마음 레시피 1. 마음을 적출해낸 대상의 눈물을 준비하세요.'입니다. 음식에는 KPC의 눈물이 들어갔습니다!

 

KPC의 손이 뻗칩니다. 자연스럽게 읽은/읽으려던 짧은 쪽지를 가져갑니다. "레시피를 옮겨 적다가. 딸려온 모양이야, 아마도." 눈길은 남은 음식 위에 내려앉습니다. "그보다, 남길 거야?" 조금 난감하게 미소짓는 얼굴입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말이야."

심리학 성공 시▶ 아쉬움 뒤로 어쩐지 초조함이 묻어납니다. 아무래도 다 먹기 전까지는 다음 음식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최대한 접시를 비우는 게 좋겠습니다.

심리학 실패 시▶ 아쉬움이 역력히 묻어나는군요. 아무래도 다 먹기 전까지는 다음 음식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도 같고요. 최대한 접시를 비우는 게 좋겠습니다.

탐사자는 천천히, 혹은 서둘러. 여하간 성의껏 샐러드를 먹습니다. 접시는 곧 비워집니다. 애초부터 양이 많은 편은 아니었고, 탐사자도 배가 고픈 참이었으니까요. 그릇이 깨끗해지면,

건강 성공 시▶ 그래도 허기는 계속 남았습니다. 이 정도로 채워질 것 같지 않은 공허감이 위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희한할 정도로, 무언가를 먹고 나니 더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배가 고파요.

건강 실패 시▶ 그래도 허기는 계속 남았습니다. 이 정도로 채워질 것 같지는 않아요.

 

KPC는 탐사자가 모두 먹은 것을 확인한 후 자리에서 손을 뻗어 접시와 식기를 손수 갈무리해주더니, 전부 한데 모아 테이블에서 들고는 일어났습니다. 

 

"이건 에피타이저니까, 아직 별로 배가 부르진 않을 것 같다. 그치?"

"이제 다음 음식을 가져올게, 여기서 움직이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뜨는 KPC는 끝까지, 여상하게 웃는 얼굴입니다.

심리학 성공 시▶ 여상하게, ……아니오. 정말로 평소와 같았던가요? 위화감을 느낍니다. 그의 웃음은 어쩐지 미덥지 않고 힘이 빠진 것 같아서…… 그러나 돌아보면 그는 이미 방 밖으로 나서고 없습니다.

심리학 실패 시▶ 여상하게, ……글쎄요. 정말로 평소와 같았던가요? 위화감만을 언뜻 느낍니다. 돌아보지만 그는 이미 방 밖으로 나서고 없습니다.

 *KPC의 마음 일부분이 탐사자에게로 넘어가 그에게서는 소거되었다는 힌트입니다. 탐사자가 음식을 먹을수록 KPC는 감정에 무뎌집니다. KPC가 나간 이후 탐사자가 따라 방 밖으로 나가려한다면 건강 판정, 성패 여부와 상관없이 극심한 허기를 느껴 자리에 앉게 합니다.

 

그 뒷모습 뒤로, 잠시 시선을 옮기면 문득 보이는…… 아까 보았던 창가의 검고 흰 꽃병 둘. 두 꽃병 모두에 꽃이 꽂혀있습니다.

관찰 판정 시▶ …원래 저랬던가요? 검은 꽃병에만 꽃이 들어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KPC나 탐사자나, 둘 다 꽃병에는 손도 대지 않았는데 말이죠.

관찰 실패 시▶ …원래 저랬던가요? 검은 꽃병에만 꽃이 들어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어쩌면 샐러드를 먹는 동안 KPC가 골고루 옮겨둔 것일지도 모릅니다.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수 분입니다. KPC가 직접 요리한다는 것으로 봐서는, 뚝딱하고 만들어져 곧장 나오는 것을 기대하는 건 어려울 것 같지요. KPC와 그가 들고 올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방 안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탐사자는 창문 밖, 창가의 꽃병, 벽에 걸린 액자, 벽, 테이블, 문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에피타이저 파트에서 탐사자는 항목 세 개 이상을 조사할 수 없습니다. 또한 파트마다 같은 조사 항목에서 내용만이 조금씩 달라지므로, 그 점에 유의하여 유연하게 키퍼링 부탁드립니다. 두 항목 조사 이후에는 KPC가 문을 열며 나타납니다. 다음 파트로 진행해주세요. 

 

  • 창문 밖

 넓게 뚫린 창문 바깥은 그림 같습니다. 햇빛이 쏟아지고, 작은 꽃이 만발합니다. 온전한 평화를 말하지 않고 묘사한다면 딱 이런 풍경일 것 같은, 그런 광경이네요. 커튼은 희게 바람에 흔들립니다.

 관찰 성공 시▶ 고요하고,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다만 위화감을 느낀 것은 왜일까요. 완벽한 정경을 한참 바라보다 당신은 이내 깨닫습니다. 이질감의 근원은 저토록 만발한 꽃들, 꽃밭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서 아무런 향기도 실려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연한 빛깔의 꽃잎들.

 관찰 실패 시▶ 고요하고,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다만 위화감을 느낀 것은 왜일까요. 새하얗게 흩날리는 꽃잎. 완벽한 정경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 꽃병

 창가에 놓여 있는 검은 꽃병과 흰 꽃병. 도자기입니다. 매끄러운 표면이 볕에 비쳐 차갑고 유려한 곡선을 자랑합니다. 두 쪽 다 꽃이 꽂혀있습니다. 

 관찰 성공 시▶ 검은 꽃병과 흰 꽃병 두 쪽 다 꽃이 있지만, 검은 꽃병에 훨씬 더 많은 꽃송이들이 꽂혀 있음을 발견합니다. 흰 꽃병에 든 색색의 꽃들은 아까까지 검은 꽃병에 있던 것과 같습니다. 아마도 옮겨 꽂은 것 같네요.

 관찰 실패 시▶ 검은 꽃병과 흰 꽃병 두 쪽 다 꽃이 있지만, 검은 꽃병에 훨씬 더 많은 꽃송이들이 꽂혀 있음을 발견합니다.

*꽃병과 꽃은 단지 KPC와 탐사자의 상태만을 알려주는 시각적 도구로, 탐사자가 혹여 훼손한다고 해도 진행에 별 차질은 없습니다. 다만 흰 꽃병을 깨뜨렸을 경우 어쩐지 불길한 느낌과 함께 (SANC 0/1). 꽃병은 다시 훼손하기 전의 모습으로 창가에 그대로 놓여있습니다.

 

  • 액자

 벽에 걸린 액자입니다. 그리 큰 편이 아닙니다. 마치 처음부터 이 방에 있는 가구처럼 아주 어울리게 나란히 걸려있네요. 장식용인지 틀이 퍽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고 정작 사진이 든 부분은 작아 눈치채지 못했건만, 이제 보니 탐사자의 사진이 들어있습니다.

관찰 성공 시▶ 기억하는 바로는 KPC와 함께 있던 시간에 찍은 것들인 것 같은데. KPC는 없고, 오로지 탐사자만 찍혀있군요. 아주 사소한 순간들…… 언제 찍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관찰 실패 시▶ 기억하는 바로는 KPC와 함께 있던 시간에 찍은 것들인 것 같은데. 아주 사소한 순간들…… 언제 찍은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사진은 KPC의 시점에서 바라본 탐사자의 모습입니다. 이곳은 KPC의 꿈속이니까요. 다음 파트에서 등장하는 음식을 먹을수록 사진에는 색깔이 빠집니다. 탐사자를 보아도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는 KPC의 '사라지는' 마음처럼요.

 

탐사자가 좋아하는 색깔의 벽지입니다. 둘러보면 하나하나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관찰 성공 시▶ 모퉁이 쪽에서 제대로 마감이 되지 않은 듯, 벽지가 살짝 뜯어진 부분을 발견합니다. 안쪽은…… 조금 오래된 듯한, 아무것도 덮거나 바르지 않은 하얀 벽입니다.

관찰 실패 시▶ 깔끔합니다. 별다른 것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벽지를 뜯어 안쪽을 확인할 수 있지만, 초반의 조사에서는 가급적 탐사자가 넘어가도록 유도해주세요. KPC를 일찍 등장시켜도 좋습니다! 탐사자가 벽지를 뜯어 안쪽의 벽을 확인할 경우에는 에피타이저 2 파트의 조사 부분을 참고하여 지문을 출력해주세요.

 

  • 테이블

둘이 마주 앉기에 적당한 크기의, 하얀 식탁보가 씌워진 정갈한 테이블입니다. 

관찰 성공 시▶ 테이블 아래에서 찢어진 쪽지 조각을 발견합니다. 무언가 급히 날린 글씨체가 쓰여진 것으로 봐서는…… 아까 접시 아래에서 봤던, KPC가 말한 옮겨 적은 레시피의 또 일부인 모양입니다. 펼쳐보면 역시 조금 알아보기 힘겨운 글씨로, '■■ 레시피 2. ■물을 흘려 섞■ 나면, ■■을 옮길 이와의 기■을 준비하세요.'라고 쓰여있습니다.

관찰 실패 시▶ 주변까지도 청소가 무척 잘 되어 있군요. 별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가려진 부분은 '마음 레시피 2. 눈물을 흘려 섞고 나면, 마음을 옮길 이와의 기억을 준비하세요.'입니다. 테이블에서 쪽지를 발견했다면, 이후의 조사 부분에서는 테이블을 조사해도 특별한 단서를 찾을 수 없습니다.

 

 아까 KPC가 들어왔고, 또 식기를 정리하여 나간 문입니다. (KPC를 연상시키는) 색이군요.

(문고리를 돌려보거나 나가려 한다면) KPC의 말을 떠올립니다. 여기서 움직이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얼마나 늦을지는 몰라도, 일단은 기다려보는 게 좋겠습니다.

 

한참 살펴보고 있는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에피타이저 2

 

 

 

KPC는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바람이 한 차례 불어옵니다. 향내 없이 그저 다정하고 차가운 바람입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커버돔이 덮인 접시가 KPC의 손에 들려있습니다. 그가 웃습니다.

 

"내가 늦었지? 앉아. 두 번째 에피타이저야."

 

심리학 성공 시▶ 열없이 웃는 낯, 어쩐지 그의 안에서 무언가 사그라들었다고 느낍니다.

심리학 실패 시▶ 아까보다 힘이 빠진 듯한 목소리. 

 

탐사자가 자리에 다시 앉으면, KPC 역시 다시 맞은편에 앉습니다. 커버돔을 열어보면 역시 하얀 그릇에 담긴 이번의 음식은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빵과, 파슬리와 크루통을 얹은 수프입니다. 고소하고 따뜻한 냄새가 커버돔 안에 갇혀있다 공기 중으로 퍼져 나옵니다. 이번에도 많은 양은 아니라, 본 식전에 먹기 딱 좋은 정도네요.

"이번에도 열심히 했어. 다음은 메인 디쉬니까, 더 문제지만 말이야." KPC는 농담처럼 가볍게 말하고는, 어서 먹어보라는 듯 손짓합니다.

 *KPC는 탐사자가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앞자리를 지킵니다. 자유로운 RP. 탐사자가 음식을 다 먹을 때마다 KPC의 감정적인 면모는 조금씩 사라집니다. 키퍼분께서는 이후 RP에 주의해주세요.

 

탐사자는 이번에도 성의껏 수프를 먹습니다. 뜨끈하고 뭉근하게 허기를 달래는 느낌이 나쁘지 않습니다. 역시, 접시는 곧 비워집니다. 그릇이 깨끗해지면,

건강 성공 시▶ 그래도 허기는 계속 남았습니다. 아까보다는 훨씬 낫지만 이 정도로 채워질 것 같지 않은 공허감이 위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희한할 정도로, 무언가를 먹고 나니 더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배가 고파요.

건강 실패 시▶ 그래도 허기는 계속 남았습니다. 아까보다는 훨씬 낫지만 이 정도로 채워질 것 같지는 않아요.

 

KPC는 탐사자가 모두 먹은 것을 확인한 후 자리에서 손을 뻗어 접시와 식기를 손수 갈무리합니다. 전부 한데 모아 테이블에서 들고는 일어납니다. 빈 그릇을 바라보는 시선이,

심리학 성공 시▶ 기쁜 듯도 하고, 왜인지 설운 듯도 하고. …표정은 어쩐지 알 수 없습니다.

심리학 실패 시▶ 뿌듯한 듯도 하군요. 아무렴, 그가 요리한 것이니까요.

 

"조금만 기다려줘. 기다리면… 이제 본 식사를 가져올게."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뜨는 KPC. 그 뒷모습 뒤로, 문이 닫힙니다. 메인 디쉬는 곤란하다는 듯이 말하던 KPC를 생각해보면, 아까만큼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 둘러보지 못했던 방을 마저 둘러볼까요?

탐사자는 창문 밖, 창가의 꽃병, 벽에 걸린 액자, 벽, 테이블, 문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번 역시 두 항목 조사 이후에는 KPC가 문을 열며 나타납니다. 탐사자가 두 항목을 선택하여 조사한 이후에는 다음 파트로 진행해주세요. 

 

  • 창문 밖

 넓게 뚫린 창문 바깥은 처음 본 그대로, 여전히 그림 같습니다. 햇빛이 쏟아지고, 작은 꽃이 만발합니다. 온전한 평화를 말하지 않고 묘사한다면 딱 이런 풍경일 것 같은, 그런 광경이네요. 커튼은 희게 바람에 흔들립니다.

 관찰 성공 시▶ 고요하고,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다만 위화감을 느낀 것은 왜일까요. 완벽한 정경을 한참 바라보다 당신은 이내 깨닫습니다. 이질감의 근원은 저토록 만발한 꽃들, 꽃밭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서 아무런 향기도 실려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뿐일까요. 꽃들은 모조리 흰색입니다. 꼭 표백된 것처럼. 줄기마저 어쩐지 색이 빠져있습니다.

 관찰 실패 시▶ 고요하고,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다만 위화감을 느낀 것은 왜일까요. 꽃들은 모조리 흰색입니다. 꼭 표백된 것처럼. 새하얗게 흩날리는 꽃잎. 다만 이 흰 색채가 이상했던 것일까요? 완벽한 정경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 꽃병

 창가에 놓여 있는 검은 꽃병과 흰 꽃병. 도자기입니다. 매끄러운 표면이 볕에 비쳐 차갑고 유려한 곡선을 자랑합니다. 두 쪽 다 꽃이 꽂혀있습니다. 

 관찰 성공 시▶ 검은 꽃병과 흰 꽃병 두 쪽 다 꽃이 있지만, 아까 샐러드를 먹고 난 후에 본 것과는 또 달리 두 꽃병에 꽂힌 꽃송이들의 숫자가 거의 비슷함을 깨닫습니다. 흰 꽃병에 든 색색의 꽃들은 아까까지 검은 꽃병에 있던 것과 같습니다. 아마도 옮겨 꽂은 것 같네요.

 관찰 실패 시▶ 검은 꽃병과 흰 꽃병 두 쪽 다 꽃이 있지만, 아까 샐러드를 먹고 난 후에 본 것과는 또 달리 두 꽃병에 꽂힌 꽃송이들의 숫자가 거의 비슷함을 깨닫습니다.

 

  • 액자

 벽에 걸린 액자입니다. 그리 큰 편이 아닙니다. 마치 처음부터 이 방에 있는 가구처럼 아주 어울리게 나란히 걸려있네요. 장식용인지 틀이 퍽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고 정작 사진이 든 부분은 작아 눈치채지 못했건만, 이제 보니 탐사자의 사진이 들어있습니다.

관찰 성공 시▶ 기억하는 바로는 KPC와 함께 있던 시간에 찍은 것들인 것 같은데. KPC는 없고, 오로지 탐사자만 찍혀있군요. 아주 사소한 순간들…… 언제 찍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데 사진의 색은 영 명확하지 않습니다. 흑백 사진까지는 아니지만 조금 채도가 낮게 찍혀있어요. 

관찰 실패 시▶ 기억하는 바로는 KPC와 함께 있던 시간에 찍은 것들인 것 같은데. 아주 사소한 순간들…… 언제 찍은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한데 사진의 색은 영 명확하지 않습니다. 흑백 사진까지는 아니지만 조금 채도가 낮게 찍혀있어요. 

 

탐사자가 좋아하는 색깔의 벽지입니다. 둘러보면 하나하나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관찰 성공 시▶ 모퉁이 쪽에서 제대로 마감이 되지 않은 듯, 벽지가 살짝 뜯어진 부분을 발견합니다. 안쪽은…… 조금 오래된 듯한, 아무것도 덮거나 바르지 않은 하얀 벽입니다.

관찰 실패 시▶ 깔끔합니다. 별다른 것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벽지를 뜯어 안쪽을 볼 경우) 하얗기만 할 줄 알았던 벽에는,

관찰 성공 시▶ 다닥다닥 뭔가가 붙어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달력입니다.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 무엇이 쓰여있었는지도 알 수 없는 바랜 색깔의 달력부터, 꽤 최근의 연도, 최근의 달까지 적힌 달력이요. 다만 달력이란 것을 알아본 것도 용합니다. 붙어있는 것들은 죄다 여기저기 찢겨 있어 제대로 살펴볼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관찰 실패 시▶ 다닥다닥 뭔가가 붙어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종이입니다.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 무엇이 쓰여있었는지도 알 수 없는, 혹은 숫자밖에 알아볼 수 없는. 여기저기 찢겨 있어 제대로 살펴볼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 테이블

둘이 마주 앉기에 적당한 크기의, 하얀 식탁보가 씌워진 정갈한 테이블입니다. 

관찰 성공 시▶ 테이블 아래에서 찢어진 쪽지 조각을 발견합니다. 무언가 급히 날린 글씨체가 쓰여진 것으로 봐서는…… 아까 접시 아래에서 봤던, KPC가 말한 옮겨 적은 레시피의 또 일부인 모양입니다. 펼쳐보면 역시 조금 알아보기 힘겨운 글씨로, '■■ 레시피 2. ■물을 흘려 섞■ 나면, ■■을 옮길 이와의 기■을 준비하세요.'라고 쓰여있습니다.

관찰 실패 시▶ 주변까지도 청소가 무척 잘 되어 있군요. 별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아까 KPC가 들어왔고, 또 식기를 정리하여 나간 문입니다. 

관찰 성공 시▶ (KPC를 연상시키는) 색이었는데, 분명 그랬는데요. 어쩐지 아까보다……색이 빠진 느낌입니다. 확실히 더 옅어진 것 같아요. 

관찰 실패 시▶ (KPC를 연상시키는) 색이었는데, 분명 그랬는데요. 색깔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요.

 

한참 살펴보고 있는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돌아보면 이번에도 KPC입니다. 살펴본 방 안에 대해 무어라 말을 하기도 이전에, KPC는 힘없이 웃으며, 커버돔이 덮인 접시를 들어보입니다.

 

"배 안 고파?"

 

건강 판정, 성패 상관없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구걸성의 허기, 생각도 나지 않는 그와 했다던 식사에 대한 약속. 커버돔으로 덮었어도 군침이 도는 냄새. 식사를 해야 합니다, 당신.

 

 

 

 

 

 

 

 메인 디쉬

 

 

 

KPC는 보란 듯이 당신 자리에 가지런히 접시를 놓습니다. 어르듯 여전히 다정하게 말합니다. "식사하자. 탐사자."

심리학 성공 시▶ 아니오, 정말 다정한가요? 그의 목소리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졌다고 느낍니다. 늘 당신의 기억에 있었던, 그의 목소리에 들었던 어떤 것이요.

심리학 실패 시▶ 그 목소리가 왜 한구석, 지친 음성으로 들리는지.

 

탐사자가 자리에 다시 앉으면, KPC도 다시 맞은편에 앉습니다. "메인 디쉬야. 기대되지 않아?" 느린 말과 함께 커버돔을 열어보면, 안에 담긴 이번의 음식은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도는 스테이크입니다. 버터로 시어링한 고기, 옆에 함께 곁들여진 아스파라거스와 파프리카, 양파는 고기를 굽고난 팬에 구웠는지 육즙이 배고 소금과 후추로 간이 되어 스테이크에 곁들이기 딱 좋네요.

 

"어서 들어." KPC가 말합니다. 당신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RP. KPC는 탐사자가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앞자리를 지킵니다. 메인 디쉬까지 탐사자가 먹고 나면, KPC의 마음은 거의 소거된 상태가 됩니다. 키퍼분께서는 이후 RP에 주의해주세요.

 

"다 먹었어?"

 

그는 천천히 일어나 접시를 치웁니다. KPC의 목소리는,

심리학 성공 시▶ 결핍. 이제 거의 무심합니다.

심리학 실패 시▶ 무언가 빠진 듯한, ……

 

무어라 말을 붙이기도 전에 그는 형식적으로 웃고, "이제 거의 다 됐어." ……모를 말을 하고. "조금만 기다리면, 디저트를 갖다줄게." 몸을 돌려 나가버립니다. 문이 닫히고,

관찰 판정, 성패 상관 없이▶ 이 방, 어딘가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까? 적막과 함께 위화감이 당신의 발등을 누릅니다. 도대체 어디가 달라진 걸까요? 탐사자는 창문 밖, 창가의 꽃병, 벽에 걸린 액자, 벽, 테이블, 문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방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조사 파트입니다. 가능한 탐사자가 발견하지 못한 모든 항목을 조사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세요.

 

  • 창문 밖

 넓게 뚫린 창문 바깥은 처음 본 그대로, 여전히 그림, ……같나요? 꽃들은 만발하고, 바람이 불어오고, 고개를 들어 눈을 둔 하늘은,

 관찰 성공 시▶ 새하얗습니다. 구름으로 덮인 게 아니에요. 그뿐인가요? 지평선 너머까지 선명하게 혹은 흐릿하게, 망막 안쪽까지 전부 가득 채울 것처럼, 넓게 펼쳐진 꽃밭은 풀색도 꽃잎색도 없이 그저 질릴 듯이 하얗기만 합니다. 연한 빛깔이었던 꽃들이 줄기까지 모조리 흰색입니다. 아니, 지면조차 흰색입니다. 꼭 표백된 것처럼. 이 세계, 색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원래의 색을 기억합니까? 언제부터 이랬던 거죠? (SANC 0/1)

 관찰 실패 시▶ 새하얗습니다. 구름으로 덮인 게 아니에요. 그뿐인가요? 지평선 너머까지 선명하게 혹은 흐릿하게, 망막 안쪽까지 전부 가득 채울 것처럼, 그저 질릴 듯이 하얗기만 합니다. 이 세계, 색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이랬던 거죠? (SANC 0/1)

 

  • 꽃병

 창가에 놓여 있는 검은 꽃병과 흰 꽃병. 도자기입니다. 차갑고 유려한 표면에 체온은 서리지조차 못합니다. 두 쪽 다 꽃이 꽂혀있습니다. 

 관찰 성공 시▶ 검은 꽃병과 흰 꽃병 두 쪽 다 꽃이 있지만, 아까 수프를 먹고 난 후에 본 것과는 또 달리, 검은 꽃병에 든 꽃보다 흰 꽃병에 든 꽃송이가 훨씬 많습니다. 흰 꽃병에 든 색색의 꽃들은 처음부터 검은 꽃병에 있던 것과 같습니다.

 관찰 실패 시▶ 검은 꽃병과 흰 꽃병 두 쪽 다 꽃이 있지만, 아까 수프를 먹고 난 후에 본 것과는 또 달리, 검은 꽃병에 든 꽃보다 흰 꽃병에 든 꽃송이가 훨씬 많음을 깨닫습니다.

 

  • 액자

 벽에 걸린 액자입니다. 그리 큰 편이 아닙니다. 마치 처음부터 이 방에 있는 가구처럼 아주 어울리게 나란히 걸려있네요. 화려한 틀, 작게 들어간 탐사자의 사진들.

관찰 성공 시▶ 기억하는 바로는 KPC와 함께 있던 시간에 찍은 것들인 것 같은데. KPC는 없고, 오로지 탐사자만 찍혀있군요. 아주 사소한 순간들…… 언제 찍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의 색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거의 흑백사진만큼 채도가 낮고, 흐립니다.

관찰 실패 시▶ 기억하는 바로는 KPC와 함께 있던 시간에 찍은 것들인 것 같은데. 아주 사소한 순간들…… 언제 찍은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사진의 색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거의 흑백사진만큼 채도가 낮고, 흐립니다.

 

흰 벽입니다. 처음 식사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벽지에는 색깔이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색을 지워낸 듯 그저 희기만 한 벽지. 

관찰 성공 시▶ 모퉁이 쪽에서 제대로 마감이 되지 않은 듯, 벽지가 살짝 뜯어진 부분을 발견합니다. 안쪽은…… 조금 오래된 듯한, 아무것도 덮거나 바르지 않은 하얀 벽입니다. (벽지를 뜯지 않았을 경우 추가 서술) 뜯어내 안쪽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벽지를 뜯어내면, 안쪽의 벽에는,

관찰 성공 시▶ 다닥다닥 뭔가가 붙어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달력입니다.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 무엇이 쓰여있었는지도 알 수 없는 바랜 색깔의 달력부터, 꽤 최근의 연도, 최근의 달까지 적힌 달력이요. 다만 달력이란 것을 알아본 것도 용합니다. 붙어있는 것들은 죄다 여기저기 찢겨 있어 제대로 살펴볼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관찰 실패 시▶ 다닥다닥 뭔가가 붙어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종이입니다.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 무엇이 쓰여있었는지도 알 수 없는, 혹은 숫자밖에 알아볼 수 없는. 여기저기 찢겨 있어 제대로 살펴볼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 테이블

둘이 마주 앉기에 적당한 크기의, 하얀 식탁보가 씌워진 정갈한 테이블입니다. 

관찰 성공 시▶ 테이블 아래에서 찢어진 쪽지 조각을 발견합니다. 무언가 급히 날린 글씨체가 쓰여진 것으로 봐서는…… 아까 접시 아래에서 봤던, KPC가 말한 옮겨 적은 레시피의 또 일부인 모양입니다. 펼쳐보면 역시 조금 알아보기 힘겨운 글씨로, '■■ 레시피 2. ■물을 흘려 섞■ 나면, ■■을 옮길 이와의 기■을 준비하세요.'라고 쓰여있습니다.

 

KPC가 드나들던 문입니다.

관찰 성공 시▶ (KPC를 연상시키는) 색이었는데, 분명 그랬는데. 이제는 완전히 옅어졌습니다. 흰색에 가깝게요.

관찰 실패 시▶ (KPC를 연상시키는) 색이었는데, 분명 그랬는데요. 색깔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둘러싼 모든 것들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당신, KPC에게 이런 곳에 오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던가요? 저런 사진을 찍은 적은 있었던가요? 왜 KPC는 굳이 자신이 요리해야만 했던 걸까요?

지능 성공 시▶ 뒤돌아봅니다. 굳게 닫혀 있는, 그러나 잠겨 있지 않을 저 문 너머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 KPC는 왜 요리를 하고 있는지, 이 표백되어가는 곳 중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능 실패 시▶ 뒤돌아봅니다. 굳게 닫혀 있는, 그러나 잠겨 있지 않을 저 문 너머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

 *탐사자가 문을 열고 방을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주세요! 만약 그럼에도 나가지 않고 KPC를 기다렸을 경우, 마지막 음식까지 모두 먹은 것으로 간주하고 Ending 1 진행. 이 경우 지문을 개변해주셔야 합니다.

 

주린 배는 어느 정도 채워졌고, 마음에 드는 것들은 점점 사라지고. 당신은 눈앞에 없어 표백되는 세상에 삼켜졌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합니다. 고개를 흔듭니다. 탐사자, 문을 나섭니다. 

 

 

 

 

 

 

 

 디저트가 나오기 전에,

 

 

 

문을 나서면 좁고 긴 복도입니다. 헤맬 것도 없습니다. 쭉 한 길을 따라갑니다. 온통 흰색입니다. 새하얀 복도, 벽, 문. 지나치는 곳곳에 문이 나 있지만 문고리를 돌려보면 하나같이 잠겨있습니다. 소리조차 없는 이곳, 어쩐지 섬뜩합니다.

얼마쯤 걷다보면 드디어 어떤 소리가 저 멀리서 나기 시작합니다. 복도는 두 갈래로 갈라지고, 한쪽 끝에 보이는 것은…… 문이 열린 주방입니다. 소리의 출처는 저곳인 듯합니다.

은밀행동 성공 시▶ 인기척을 죽여 주방으로 들어섭니다. 안쪽으로 들어서자마자 숨을 삼킵니다. KPC의 등이 보인 탓입니다. 탐사자의 기척을 들키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은밀행동 실패 시▶ 주방으로 들어서자 기척을 눈치챈 이가 안쪽에서 휙 돌아봅니다. KPC입니다. 그의 표정이, 표정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는 것인지 싶습니다. 당신을 보는 얼굴이 저토록 무감한 것을 상상해본 적 있나요? (SANC 0/1) KPC는 탐사자를 보더니, "……아." 맥빠진 소리를 흘립니다. 당신이 여기에 오건 말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얼굴입니다. "왜 왔어? …상관 없나." 눈을 끔뻑이다 무심하게 돌아섭니다. "나는 네게 줄 음식을 만들고 있어…… 필요한 게 있다면 얼른 찾고 나가."

 

등을 돌린 KPC는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퍽 열심입니다. 무얼 하든 정말 신경쓸 것 같지 않군요.

주방을 둘러봅니다. ……그런데, 주방이라고 생각한 이곳의 풍경은 퍽 이상합니다. KPC가 앞에 둔 조리대도 물론 주방답게 있기는 합니다만, 그보다는 난잡한 책장이 배열을 무시하고 여기저기 놓여있는 것이 더 눈에 띄네요. 책이 꽂혀있지만, 그마저 엉망입니다.

자료조사 성공 시▶ 삐져나와 있는 책을 발견합니다. 제대로 꽂지 않은 모양이에요.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접혀있는 한 페이지가 쉽게 펼쳐집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음 레시피 
- 신의 악의나 저주로 인해 마음을 잃은 대상에게 마음을 먹일 때에 사용합니다.
- 마음을 상실한 대상에게 자신의 마음을 바치는 것이 기꺼운 누군가의 마음을 먹이면 원래대로 돌릴 수 있습니다.
- 이 레시피는 반드시 요리할 마음의 주인의 꿈속에서 행해져야 합니다.


1. 마음을 적출해낸 대상, 즉 요리할 마음의 주인의 눈물을 준비하세요.
2. 눈물을 흘려 원 식재료에 섞고 나면, 마음을 옮길 이와의 기억을 준비하세요.
3. 요리하는 과정 내내 기억을 떠올려야 마음이 상하지 않습니다.

자료조사 실패 시▶ 아무 책이나 펼쳐봅니다. 그리고 곧, 후회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꺼내 살펴보면, 보기만 해도 아찔해지는 모독적이고 끔찍한 생물로 만드는 어떤 광기 어린 음식의 레시피들이. (SANC 1/1d3)

 *판정 재도전이 가능합니다.

 

KPC가 가져간, 그리고 테이블 밑에서 발견한 찢긴 쪽지를 떠올립니다. 옮겨 적었다던 레시피. 웃으며 가져다주었던 샐러드, 힘없이 내준 수프와, 무심히 거두어간 스테이크 접시.

당신이 여태 씹어 삼킨 것은, 누구의 무엇이었습니까? (SANC 0/1)

 *KPC에게 말을 걸 시 RP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시점의 KPC는 거의 의무적으로, 무심하게 대답합니다. 진상에 관한 부분만 제외하고서는 단답으로 툭툭 대꾸해도 좋을 것 같아요. 자료조사만 진행한다면 RP 없이 바로 다음 파트로 진행해주셔도 괜찮습니다.

 

뭘 만들고 있어.

- 디저트. 네게 줄 것.

그걸 말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네가 찾은 레시피는 도대체 뭐냐.

- 네가 알아선 안 된다고, '예전의 나는' 생각했던 것 같아. 네게 필요한 것을 네게 돌려주기 위한 것이긴 해.

그걸 해서 네가 얻는 게 뭔데.

- 아주 오랫동안 바랐던 것 같아. 아니, 아주 오랫동안 바랐었어. 마음이 없어진 너는 남을 해치는 것도 자신을 해치는 것도 스스럼이 없었고, 망설임도 없었고, 완전히 사람이 아닌 다른 어떤 무기질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았거든. 그래서 그랬어. 네가 그런 모습으로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게 아무 감정도 마음도 보여주지 않는 것보다는, 이런 상황이 와 나를 미워하더라도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좋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전부 과거형으로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해. 아니, 사실 유감이 아니야. 잘 모르겠어. …탐사자. 마음이 없다는 건 이런 거구나.

여기는 네 꿈속이냐.

- 맞아.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소리지. 내가 '원했던' 대로.

 

"식사의 끝이잖아."

"디저트 타임이야. 탐사자."

 

KPC는 다정히 웃습니다. 아니, 그냥 웃습니다. 아니, 웃는 게 맞습니까. 더이상 당신을 보는 시선에 무엇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한 움큼의 마음도.

그가 손을 뻗습니다. 당신, 일순 눈앞이 새하얘집니다. 꿈은 늘 맥락이 없습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다음 장면으로 억지로 발걸음합니다.

 

 

 

 

 

 

 

 디저트

 

 

눈을 뜹니다. 온통, 온통 새하얀 방 안, 테이블 앞에 탐사자는 앉아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있다 나는 이내 생각해냅니다. 아, 식사를 끝냈지. 디저트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맞은편에 앉은 KPC가 웃습니다. 그의 뒤에 있는, 예쁜 무늬의 창틀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 햇살도 하얗고 꽃들도 하얗고 하늘도 하얗습니다. 이제 나에게 전부 잘라내 주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당신 마음처럼. 당신, 기억을 되짚듯 웃습니다. 아직 기억에 남은 웃음입니다. "탐사자."

커버돔을 엽니다. 케이크 한 조각입니다. 크림이 꽃잎처럼 빚어져있고, 빵은 폭신합니다.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 너무 달아 입안이 얼얼해질 것 같은 케이크입니다.

KPC가 말합니다.

 

"자. 탐사자."

"내 마음을 먹어. 마지막까지."

"이 마음은 전부 네 거야."

"이제 내 절망과 슬픔, 환희와 애정, 내 모든 것은 네 앞에 무릎을 꿇어."

"네 마음이 완전히 되돌아온다면 나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게 되겠지만, 어차피 내 마음이 온전히 남고 네 마음이 없더라도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엔딩 분기. 자유로운 RP를 권장합니다. 둘 모두 완전한 하나의 마음을 가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꿈에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떠한 조건의 불충족이라기보다는 KPC가 꿈의 주인이므로, 가장 처음에 이 꿈을 꾸기 시작한 그가 어느 한쪽이 완전한 마음을 가지지 않고 꿈에서 나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KPC는 완성된 하나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현실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탐사자에게 말해줄 수도 있습니다. RP 이후 탐사자가 케이크를 먹기로 결정한다면 Ending 1, 끝까지 거부한다면 Ending 2, KPC와 함께 케이크를 먹기로 한다면 Ending 3으로 진행합니다.

 

 

 

 

 

 

 

 

 

 

 

엔딩

 

 

 

 

 

1.  탐사자가 마지막 음식을 모두 먹었을 경우

 

 

 

케이크를 포크로 자릅니다. 크림은 접시에 묻고, 뭉글거리며 혀끝에서 부스러지고, 마침내 녹아듭니다. 당신은 알까요. 너무 단 것을 먹으면 얼얼하여 눈물이 날 때가 있다는 걸요. 나는 압니다. 하필 당신이 온전히 내게 준 것으로 인해, 느끼지 말아도 될 것을 느끼는 마음으로. 부드러워 씹을 것도 채 없는 것을 자꾸 먹으며 생전 처음으로 마음이 이토록 달아 통증을 삼키는 것 같음을 실감합니다.

접시가 깨끗하게 비워지고, 새하얀 바람이 불어옵니다. "고마워." 다음 순간 열려 있던 창의 유리는 산산이 부서지고, 천장도 벽도 전부 붕괴하고, 반짝이는 유리조각은 비처럼 무수히 손을 긋고 지나갑니다. 그럼에도 고통은 없습니다. 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여긴 내가 아닌 당신의 꿈속, 나는 죄책이나 슬픔이나 절망을 느낄지도 모르는, 그러나 환희와 즐거움과 사랑을 느낄 수도 있는, 마음을 안고서 가고. 당신은 달처럼 저물며 오래된 기억과 몽중의 고통을 모조리 다 앗아갑니다. 이렇게 불공평할 수가 없습니다.

부서져내리는 새하얀 하늘 조각 아래에서 당신, 마지막으로 나를 보며 웃었던가요. 꿈에서 깨어나도 당신은 더이상 당신이 아니겠지요.

이제 당신의 마음을 안고 직시합니다. 함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아, 이 절망과 슬픔, 환희와 애정, 나의 모든 것은……

 

 

Ending 1. 당신의 것

KPC 로스트, 탐사자 생환

 

 

 

 

 

 

2. 탐사자가 마지막 음식을 먹기를 끝까지 거부했을 경우

 

 

 

다디단 케이크를 앞에 두고서, 탐사자는 끝내 포크를 들지 않습니다. 왜 이런 선택을 종용하는지, 그저 화가 납니다. 네가 이깟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어. 당신에게 날선 말을 던지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차마 난도질을 하지도 못하고, ……그저 침묵입니다. 당신은 말했죠, 네 마음이 완전히 되돌아온다면 나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게 되겠지만, 어차피 내 마음이 온전히 남고 네 마음이 없더라도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왜 모릅니까. 나의 마음이 돌아오면 당신의 마음은 돌아오지 못할 테니 내가 아무리 당신을 미워해도 의미 없이 증발해버릴 것이라고. 당신의 마음이 온전히 남고 내 마음이 없다면 당신은 나를 또다시 꿈속에, 꿈속에, 꿈속에 가둘 테지만, 당신이 내게 마음을 주겠다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한 때부터 이 촌극은 싸구려 비극으로 결말이 정해져버린 것이라고요. 바보 같은 사람. 그러므로 나는 어느 것도 택하지 않겠습니다. 

탐사자의 멎은 손을 보고서 KPC는 오래 침묵합니다.

 

"내가 봤던 너는 마음이 없어서 그토록 사람 아닌 어떤 것이 되어버렸잖아. 그게 싫었던 것 같다. 네가 상처를 입히고 입는 것에도 망설임이 없어서."

"그렇지만 꿈속에 내내 있다면 그러지 않을 수 있겠지, 그렇지."

"내 절망, 슬픔, 환희, 애정아."

 

당신의 마음을 반절쯤 먹어치워버린 나는 웃음이 납니다. 어쩌면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상처입고 상처입히는 것에서부터 멀어져, 온전히 희기만 한 이 세상에 있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당신, 손을 내밉니다. 다음 순간 우리는 새하얀 꽃밭입니다. 태어나지 않은 요람 같은 평온입니다.

여기라면 아프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줘요.

여기라면 마음 따위 없이도 내내 함께, ……

 

 

Ending 2. 바보와 멍청이

KPC, 탐사자 로스트

 

 

 

 

 

3. 함께 마지막 음식을 나누어 먹었을 경우

 

 

 

케이크를 포크로 자릅니다. 크림은 접시에 묻고, 뭉글거리며 혀끝에서 부스러지고, 마침내 녹아듭니다. 당신도 알겠죠. 너무 단 것을 먹으면 얼얼하여 눈물이 날 때가 있다는 걸요. 나도 압니다. 하필 당신이 이기적으로 반쯤 내게 잘라준 것으로 인해, 느끼지 말아도 될 것을 느끼는 마음으로. 부드러워 씹을 것도 채 없는 것을 자꾸 먹으며 생전 처음으로 마음이 이토록 달아 통증을 삼키는 것 같음을 실감합니다. 당신도 그럴 테죠. 그나마 그것이 위안입니다. 바보 같은 사람아.

접시가 깨끗하게 비워지고, 새하얀 바람이 불어옵니다. 다음 순간 열려 있던 창의 유리는 산산이 부서지고, 천장도 벽도 전부 붕괴하고, 반짝이는 유리조각은 비처럼 무수히 손을 긋고 지나갑니다. 그럼에도 고통은 없습니다. 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당신의 꿈속, 당신은 달처럼 저물며 내게서 오래된 기억과 몽중의 고통을 모조리 다 앗아가고 싶었을 테지만.

나는 기어이 죄책이나 슬픔이나 절망을 느낄지도 모르는, 그러나 환희와 즐거움과 사랑을 느낄 수도 있는, 마음을 또 잘라내어 당신에게 안겨줍니다. 

부서져내리는 새하얀 하늘 조각 아래에서 당신, 마지막으로 나를 보며 웃었던가요. 꿈에서 깨어나도 당신은 더이상 당신이 아닐까요. 나는 여전히 마음이 없는 빈 사람인 채일까요. 반쪽짜리 마음으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반쯤 비어있으면 어떻습니까.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바보 같은 당신의 마음 한 자락을 가진 것만으로도 나는,

 

 

Ending 3. 충분히 배불러서

KPC, 탐사자 생환?, 오픈 엔딩 

 

 

 

 

 

 

 

 

추천 BGM

Sohsuke - kaleido :: https://www.youtube.com/watch?v=NrT2KRrxc0k (에피타이저 1)

Sakai Asuka - Piano :: https://www.youtube.com/watch?v=dqQfxzE4xNk (에피타이저 2)

Some Sand :: https://www.youtube.com/watch?v=axYc-NpvZWg  (메인 디쉬)

Max Richter - On the nature of daylight (Cover) :: https://www.youtube.com/watch?v=7GXGxO9xTgI (디저트)

Kana Wakareno - forget me not :: https://www.youtube.com/watch?v=WOB6OO0OMJ8 (엔딩 1)

Chouchou - spira :: https://www.youtube.com/watch?v=oZZpyjWHDDU (엔딩 2)

Chouchou - B612 :: https://www.youtube.com/watch?v=H-O8UyITkBw (엔딩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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