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5. 18:12ㆍCoC 다인 · CoC Pulp
제4조. 어느 누구도 노예가 되거나 타인에게 예속된 상태에 놓여서는 안 된다.
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 제정 세계인권선언 中
개요
전 굽는 냄새가 사방에 진동을 합니다. 부엌은 퍽 넓은 편인데도 온통 복작복작합니다. 지긋지긋한 기름 냄새와 손에 자꾸 끈적하게 묻는 부침가루, 산적을 하려 양념에 재워둔 살코기, 꼬치에 끼워둔 채 한쪽의 바구니에 넣어둔 아직 굽지 않은 맛살과 고기, 쪽파와 버섯…… 도무지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없는 명절 직전의 풍경. 더 마음에 안 드는 건 바로 저거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저 남자들! 그래도 이번에는 웬일로 여자는 제사에 참여도 시켜주지 않던 할아버지가 마음을 바꿔 이번 명절에는 제사에도 참여를 시켜주겠다고 해서, 뭔가 다른 게 있을 것 같더니 아니나 다를까입니다. 한숨을 푹 내쉽니다.
그때입니다. 큰엄마/큰형님이 말을 겁니다. 아주 나직한 목소리입니다. "얘들아."
"짐 싸라. 우리 명절 안 지낼 거다."
민족대명절 당일까지 D-1,
우리는 억척스럽고 까다롭고 끔찍하고 위압적인 가부장제의 최전선에 있는,
종갓집 계씨네 여성 친족들입니다.
크툴루의 부름 7판 룰 기준
다인 시나리오
인원 : 3~5명을 권장
(KPC가 있다면 KPC 포함, KP 재량으로 인원 개변 가능, 1:1 개변은 불가)
배경 : 현대 한국, 민족대명절
플레이 타임 : (ORPG 기준) 3~4시간
플레이 난이도 : 쉬움~중간
키퍼링 난이도 : 중간~약간 어려움 (RP가 필요한 NPC가 있습니다. 추격 요소를 포함합니다.)
권장 기능 : 관찰, 듣기, ★자동차 운전★(최소 1명!), 자료조사
준 권장 기능 : 심리학, 은밀행동
※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퍼링 및 플레이 예정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양해를 구합니다.
※ 키퍼분께서는 플레이어분께 꼭 개요와 주의사항을 말씀드린 후 플레이 부탁드립니다.
※ 본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연관되어 금전 거래가 오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세션카드에 한해 커미션 및 금전 거래를 허용합니다.
※ 키퍼분의 재량으로 인원 개변이 가능합니다. 다만 인원 수에 따라 키퍼링 난이도도, 플레잉 난이도도 바뀔 수 있을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탐사자가 많을수록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명절 기분도 들고요!)
※ KPC가 있더라도 상관이 없으나, KPC가 시나리오의 진상을 알고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PC와 완전히 같은 입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KP께서는 RP 시 유의해주세요.
※ PC들(및 KPC와 PC들) 간의 관계가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으나, 가급적 PC들(과 KPC)의 백스토리, 배경에 기반한 자유로운 개변을 적극 권장합니다. 어느 쪽이든, 원하시는 대로 개변하여 플레이해주세요. 이에 대한 문의는 송구하오나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 PC들(및 KPC와 PC들) 간의 관계는 남아선호, 남성 우대가 극심하고 가부장적이기 짝이 없는 종갓집 계씨네 가족이며(성은 바꾸셔도 됩니다.), PC들은 반드시 한국 국적의 여성 캐릭터여야 합니다. 모녀, 친자매, 사촌자매, 고모/숙모와 조카, 동서지간, 아가씨와 며느리…… 여하간 어떤 관계건 여성 가족 구성원이면 상관 없습니다. (참고로, NPC는 맏며느리/큰어머니와, 시어머니/조모가 있습니다.) 오리지널 캐릭터도, 기존 캐릭터의 한국 AU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본 시나리오는 절대로 픽션입니다! 현실과 어느 정도 유사한 부분이 있더라도, 완전한 픽션이므로 재미로만 즐겨주세요.
※ 본 시나리오는 상해, 친족 간의 심각한 불화 요소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 본 시나리오는 신화생물에 대해 독자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존재하며, 추격 룰을 포함, 변용합니다. 추격은 룰북의 제7장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본 시나리오에 대한 공계에서의 무례한 언행, 스포일러성 발언이 발견될 시 즉시 비공개 처리됩니다. '쿠소 시날' 정도의 발언은 수용하나, 폄하와 비난은 수용하지 않습니다.
※ 플레이 로그, 후기 및 감상, 피드백, 그 외 문의는 @henceihateu의 DM이나 본 포스트 비밀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아래부터 시나리오의 배경(스포일러)이 있습니다. 키퍼(GM)가 아니라면 열람을 삼가주세요!
진상
자, 여기 우리 자랑스런 계씨네 종갓집이 있습니다. 어디 계씨냐고요? 몇 대손째 이어져오고 있냐고요? 그런 건 묻지 맙시다. 대충 조선시대부터 양반가로 꽤 해먹은 집안이라고 치죠. 게다가 어차피 탐사자들은 그런 배경 따위 알지 못합니다. 여성 가족 구성원이니까요. 조부 혹은 시아버지, 현재 이 집안의 가장 큰어른인 할아버지 계나분 씨 왈, 여자가 알아서 뭘 하겠습니까? 어쨌든 가부장의 극치를 달리는 집안 큰어른의 아래에서 계씨네는 빌빌 기는 중입니다. 아직도 정정하시거든요. 심기를 거스르면 그날로 집안은 아주 난리 난리가 나는 겁니다. 게다가 그 덕에 집안 남자들은 편히 지내왔으니, 앞으로도 이렇게 살자고 암묵적으로 합의한 거죠.
이 계나분 할아버지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장손에게만 전해져내려왔던 가문의 기밀입니다. 바로 양반과 천민이 정해져 있던 그 시대부터 이 집안이 차토구아(룰북 p. 332)를 섬겨왔던 양반가였다는 것입니다. 많은 술사들의 숭배를 받는 이 신은 배고픔을 느끼면 온몸에 구멍이 생기도록 한 인간을 오래 잡아먹는 습성이 있지요. 그 시대에 기록되지 않은 차토구아로부터 비롯된 참극이 일어났을 적, 계나분 할아버지의 조상인 또다른 계씨 양반 큰어른께서는 바로 이 참극의 목격자였더랍니다. 정계에서 정적이 많고, 길게 해먹는 양반네가 그 시절 다 그랬듯 뒤로는 온갖 더러운 일을 하며 권력을 이어가던 조상님 계씨는 난데없이 재앙처럼 나타난 사람을 잡아먹는 괴신―이 당시는 형용할 수 없어 그를 산신이라고만 불렀습니다―을 보고서 잘만 이를 이용해먹으면 정적도 저 신의 입에 들어가게 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기회다 싶어 얼른 납작 엎드렸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저희 집안을 살려만 주시면, 배가 고프실 때마다 사람 하나씩을 바치겠습니다." 사람 하나를 마침내 꿀꺽 삼키고 이제 배가 덜 고팠던 차토구아는 계씨를 무시하려다, 그의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배가 부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꽤 괜찮은 제안 아닌가? 그래서 수락했죠. 이런 조건으로요. "좋다, 자주 바치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내가 원할 때에는 무조건 너희 집안의 사람을 바쳐야 한다."
집안 사람을 바치라는 것은 순전히 차토구아의 변덕이었지만, 계씨는 아연실색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조건이 따라붙었으나 수긍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합니다. 자기도 살고 싶었거든요. 거절하면 죽을 게 뻔한 상대 아닙니까. 다행히 차토구아는 이후 몇 년간 계씨 앞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계씨는 혼자 끙끙거리며 묘책을 생각하다…… 마침내 최소한의 해결책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집안 사람이되, 우리 집 아들은 아닌. 며느리나 둘째, 막내 손녀 같은…… 여성 가족 구성원을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에게 대를 지킬 아들은 너무너무 소중했으니까요!
용케도 이 비밀은 대대손손 잘 지켜졌습니다. 10년에 한 번, 20년에 한 번…… 드물게 찾아오는 무시무시한 손님을 위해 집안 여자들은 사고로 위장하여 제물이 되었지만요. 그 시절에 여자 죽는 게 뭐 대수였겠습니까? 차토구아는 인간을 바치라는 날짜마다 본가 뒷산에 찾아왔고, 하여 의심을 사지 않도록―그저 절간에 제를 지내는 것처럼 보이게 계씨는 산신각을 지었습니다. 자연히 제사나 명절 때에는 산신각에도 함께 절하는 것이 계씨 집안의 관례가 되었지요. 차토구아는 사람을 먹는 것 외에 크게 들를 일 없는 이 산신각을 잊지 않도록 이계의 언어로 자신의 이름을 새긴 돌을 산신각에 두고 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없어도 별 문제는 없는 공물을 바치는 곳이었으니까요. 가끔 뜻밖의 행운을 계씨네에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일단 표시를 해둔 곳이긴 했기 때문에요.
한데 문제는 차토구아가 백 년 하고도 수십여 년만에 갑자기 또 변덕을 부렸다는 것에 있습니다. 말인즉슨 하나씩, 하나씩 잡아먹는 게 감질난다는 겁니다. "이번에 너희 제사 지낼 때 싱싱한 사람 한 명 말고 좀 여러 명 데려와봐라." 계나분 할아버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덧붙인 조건이 하나 더 있었거든요. "이번엔 괜히 기다릴 필요 없이 제사 끝나자마자 먹게, 제사 참여하는 인원으로." 난감하죠. 계씨네는 지독한 여성혐오주의자! 남성우월 집안으로 행사는 여자가 다 준비하고 정작 참여하는 사람은 남자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골똘히 생각하던 계나분 할아버지, (사실 별 거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는) 일생일대의 결심을 합니다. 바로 집안 여자들을 제사에 참여시키기로 한 겁니다! 대뜸 내려진 결정을 듣고서 가장 의아한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시어머니이자 친조모, 계나분 할아버지의 배우자 되시는 할머니였습니다. 일생 계씨네 종갓집에 시집을 와서 핍박만 받으며 살았는데, 도대체 이 꼬장꼬장하고 못돼처먹은 남의 편 같은 남편은 딸이며 며느리들이며 손녀들을 같은 밥상에도 못 앉게 하더니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집안 행사에 참여시키기로 한 걸까 싶은 겁니다. 그리고…… 결국 이것이 수상하여 몰래 할아버지의 뒤를 밟은 할머니, 계씨네 집안 남자들의 더러운 진상을 알아내고 맙니다.
그래도 귀하게 키운 내 딸들, 내 못난 아들들과 결혼해 보살피기나 하고 있는 남의 집 귀한 딸 며느리들, 그리고 그런 내 딸이랑 며느리가 낳은 손녀들, 을 희생시킬 수 없다 여긴 할머니는 고심 끝에 맏며느리를 불러 최소한만 귀띔해줍니다. 모든 진상은 차마 못 말했던 거지요. 그저 "너희 이번 명절은 딸애들 데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나가 있으렴. 제사 참여하지 말고, 음식도 안 만들어도 된다.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어떻게든 나가 있으렴." 하는 말에 영문을 모르는 맏며느리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일단 시어머니의 말이니까요.
그렇게 얼떨결에 대명절을 탈주하게 된 우리 계씨네 여자들, 무사히 이번 명절을 지날 수 있을까요?
시나리오 본문
(*키퍼용 정보는 앞에 *을 붙였습니다.
KPC가 있다 해도 역시 진상을 모르는 탐사자와 같은 입장이므로,
모든 판정은 KPC 역시 함께 해주세요.
또한, 작성의 편의를 위하여 탐사자들을 사촌지간이라 가정, NPC의 호칭은 큰엄마와 할머니로 통일합니다.
탐사자의 설정에 따라 큰동서/큰형님, 시어머니 등 적당히 개변해주세요!)
D-1, 오후
전 굽는 냄새가 사방에 진동을 합니다. 부엌은 퍽 넓은 편인데도 온통 복작복작합니다. 지긋지긋한 기름 냄새와 손에 자꾸 끈적하게 묻는 부침가루, 산적을 하려 양념에 재워둔 살코기, 꼬치에 끼워둔 채 한쪽의 바구니에 넣어둔 아직 굽지 않은 맛살과 고기, 쪽파와 버섯…… 도무지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없는 명절 직전의 풍경.
듣기 성공 시▶ 거실에서 문득 소리가 들립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웃음소리입니다. 바로 탐사자들의 남편, 아빠, 형제, 고모부나 삼촌…… 확실한 건 그 웃는 사람들 중 여자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입니다. 단 한 명도! 즉슨 집안 여자는 여기서 다 모여 일만 하고 있고, 집안 남자는 저기서 팽팽 놀고 있단 겁니다. 탐사자들, 새삼 드는 억울함과 분노로 인해 (SANC 0/1)
듣기 실패 시▶ 거실에서 문득 소리가 들립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웃음소리입니다. 바로 탐사자들의 남편, 아빠, 형제, 고모부나 삼촌…… 탐사자들, 억울함으로 인해 (SANC 0/1)
전은 구워도 구워도 한참입니다. 이제는 명태전을 할 차례군요. 기름 쩐내가 옷에까지 깊게 배는 것 같습니다. 손을 씻고 계란물에 명태살을 묻히는 그때,
1명 이상 관찰 성공 시▶ 큰엄마가 슬쩍 자리를 뜨는 것을 발견합니다. 어디로 가시는 거지? 물끄러미 눈으로 따라가다 보니… 다다른 곳은 할머니의 방입니다.
모두 관찰 실패 시▶ 큰엄마가 어디로 갔죠? 보통 부엌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그인데 말입니다.
*관찰 성공 이후 다음 지문으로 진행합니다. 모두 관찰을 실패했을 시 다음 부분은 생략하고, 이후 표시된 문단의 지문으로 진행해주세요.
이렇게 한참 바쁜 때에 큰엄마가 자리를 비우시는 게 영 못마땅합니다. 자리를 비운 지 3분도 되지 않았건만, 할 일이 여전히 많아요. 거기다 저쪽에 TV를 보며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던 할아버지가 소리를 칩니다. "거기 물 좀 갖고 와 봐!" 북적북적. 시끌시끌. 탐사자들, 아무래도 할아버지가 계신 곳에 물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큰엄마를 빨리 불러와야 할 것 같습니다. 일이 산더미니까 말이에요.
*탐사자들은 할아버지를 포함한 남성 친족들이 있는 곳에 물을 가져다주는 인원과 큰엄마를 부르러 할머니의 방으로 향하는 인원, 둘로 나뉠 수 있습니다. 키퍼분의 재량껏 순서를 정하거나, 동시에 진행해주셔도 좋습니다.
할아버지가 계신 곳에 물을 가지고 갈 시▷ 탐사자들은 서둘러 컵에 물을 따르고 할아버지께로 갑니다. 별로 늦게 온 것도 아닌데, 본인의 형제와 아들들과 이야기하고 있던 할아버지는 짜증을 부립니다. "하여간 기집애들이 굼떠가지고 말이야. 어?" …참읍시다, 탐사자들. "물 갖고 오랬더니 하나만 갖고 오면 어떡해? 인원 수대로 갖고 와야지, 엉?" …참을 수 있겠죠, 탐사자들?
부엌으로 다시 몸을 돌리면, 다시 등 뒤에서 말을 잇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래, 여하간 이번에는 그렇게 할 거니까 그리 알어들."
1명 이상 듣기 성공 시▶ 이어진 말소리는 뒤이은 삼촌의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물음입니다. "아니, 정말로 형수님이랑 여자애들한테 제사를 지내라고 하실 거라고요?"
모두 듣기 실패 시▶ 이어진 말소리는 뒤이은 삼촌의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입니다. "아니, 정말로요? 제사를요?" TV 소리는 또 왜 이렇게 크게 틀어놓은 건지, 원.
듣기 성공 이후 지능 성공 시▶ 이상하네요. 우리가 알기로 할아버지는 손녀가 태어날 때마다 남자애가 아니라며 며느리를 들들 볶았던 지독한 남성우월주의자입니다. 제사도 자연히 매번 (준비는 여자들이 했지만) 남자들이 지내왔지요. 그런데 이번 명절 제사를 여자들한테 맡긴다고요? 무슨 바람이 분 걸까요?
듣기 성공 이후 지능 실패 시▶ 우리가 알기로 할아버지는 손녀가 태어날 때마다 남자애가 아니라며 며느리를 들들 볶았던 지독한 남성우월주의자입니다. 제사도 자연히 매번 (준비는 여자들이 했지만) 남자들이 지내왔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드디어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여 여자들을 제사에 참여시키려는 모양입니다!
큰엄마를 부르러 할머니의 방으로 갈 시▷ 탐사자들은 방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웬걸? 문이 잠겨 있습니다. 아니, 무슨 비밀 이야기를 하길래 이 바쁜 때에 문을 잠그고 소곤거리고 계신단 말입니까? 한 번 안쪽 소리를 들어볼까요?
1명 이상 듣기 성공 시▶ 할머니와 큰엄마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낮게 속삭여 잘 들리지는 않지만, 큰엄마의 숨죽인 대답 뒤에 할머니가 한 번 더 당부하는 소리. "알았쟈? 저 영감이 뭘 시키건 간에, 들으면 안 뎌……."
모두 듣기 실패 시▶ 할머니와 큰엄마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인 걸까요?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 톤밖에 들리지 않고, 제대로 잡아낼 수 있는 단어조차 하나도 없습니다.
*앞서 탐사자들이 관찰에 실패했을 시, 아래 지문으로 바로 진행해주세요. (이 경우 탐사자들이 큰엄마가 나오기 이전에 서둘러 부엌으로 돌아갔다는 지문은 빼 주세요!)
큰엄마는 곧이어 조용히 할머니 방의 문을 엽니다.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우리는 엿들었다는 것을 들키지 않도록 후다닥 부엌으로 돌아옵니다. 큰엄마는 탐사자들이 있는 부엌으로 돌아오더니……
탐사자들을 조용히 불러모읍니다. 정확히는, 부엌에 있는 여자들 전부를요.
1명 이상 심리학 성공 시▶ 어쩐지… 그렇게 불러모아 할 말을 찾는 큰엄마조차 뭔가 어리둥절한 얼굴입니다.
모두 심리학 실패 시▶ 무슨 말씀을 하려고 저러시는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큰엄마가 저쪽 웃고 있는 남자들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고, 우리는 순간 놀라워하는 소리조차 내지 않도록 숨을 죽여야 했습니다. 그야 큰엄마가 하신 말은 아주, 아주, 아주, 파격적인 발언이었기 때문입니다.
"부엌에 하던 거 내려놓고 짐 싸라, 야들아. 우리 명절 안 지낸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랍니까? 이게 바로, 탈주 선언?! (SANC 0/1)
큰엄마가 한 말은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할아버지가 이번 차례를 아마 여자들이 지내도록 하실 거다. 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종갓집이니 전통을 깰 생각도 않으셨을 텐데, 갑자기 이런 결정을 내리신 것이 영 수상하여 너희에게 시키기 마뜩치 않다. 차례는 보통 그랬던 것처럼 내일 아침에 본가에서 지냈다가 산신각으로 가 한 번 더 간단히 제를 지낼 텐데, 어쨌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이유는 묻질 말고 저녁이 되면 무슨 수를 써서든 이번 명절이 끝날 때까지 이 집으로 돌아오질 말아라.
그러면, 어떻게? 탐사자가 묻는다면 큰엄마는 대답합니다.
"남정네들 허벌나게 좋아하는 게 뭐꼬?"
뭐겠습니까? 큰엄마가 자답합니다.
"술 아이가, 술."
명절 탈주 계획을 세우는 데 두근거리는 탐사자들, 비정상인가요?
D-1, 저녁
그리고 대망의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남자들이야 모르겠지만 우리, 정말로 전 부치기를 하다 말았습니다. 따르는 술과 돌리는 술잔, 반주하는 어른들 사이로 탐사자들은 어쩐지 비장한 전운이 감도는 것을 느끼지만… 어른들은, 정확히는 남자 어른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양입니다. 곧 남자들은 거나하게 취하고, 탐사자들에게 으레 명절날 하는 반갑지 않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친척 어른들은 [[3d6]]개의 질문을 던지고서야 곯아떨어집니다. 질문마다 해당 질문을 받은 탐사자가 이성 판정(SANC 0/1)을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명절 느낌을 내는 이벤트성 산치 체크 구간입니다(…). 질문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만, 경험을 살려(ㅠㅠ) 혹은 창의력을 발휘하여 탐사자에 맞게 질문을 변형해주시면 즐겁겠습니다!
-그래, 탐사자, 너 졸업은 언제 한다 그랬지?
-탐사자야, 아니 내가 느이 때는 말이야, 사회생활하면서 착착 돈 갖다바치고 있었는데 말이야, 너는 언제 그러려고 그러냐?
-그러고보니 휴학했다고? 그래서, 휴학하면서 뭐 하려고? 알바는 하고 있니?
-탐사자야, 요즘 학교는 어떤데? 어휴, 요즘은 내신보다는 모의고사더라~
-탐사자 너는 취준이 도대체 몇 개월째니, 어디 누구는 공채 한두 번만에 붙고 그러던데~
-요즘 만나는 남자친구는 있니?
-좀 가꾸고 그래, 화장도 하고. 그래야 시집을 가지. 어?
-요즘 아무리 비혼 시대라 그래도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야 나라가 살지, 늬들은 가끔 나라도 없는 것처럼 굴어, 나 때는 말여, 엉?
왠지 목이 타는 것 같습니다……. 물 한 잔을 청하여 들이키고 나면, 그새 김이 샜는지 아빠와 삼촌과 작은할아버지, 큰할아버지까지 시끌시끌 금방 다른 화제로 넘어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들 거나하게 취했는지 얼굴이 불그스름합니다. 그야, 질문 공세 와중에도 몇 번씩이나 술을 들이키셨으니까요.
와중에 집안의 가장 큰 어르신, 계나분 할아버지가 헛기침을 합니다. 평소보다 너그러운 톤이, 역시 좀 술이 들어간 낯빛입니다.
"자자, 그만들 물어싸. 아들 체하것다. 내일 제사는 우리 며느리랑 손녀들이 할 거니께, 집안 여편네들은 너무 마시지들 말고 일찍들 들어가 자야제." 아, 과연 큰엄마가 말한 대로입니다. 남자들은 이미 사전에 얘기를 끝냈는지 별다른 대꾸가 없습니다. 우리, 놀라는 척해야 할까요? 할아버지의 얼굴을 봅니다.
1명 이상 심리학 성공 시▶ 그런 할아버지의 기색은… 왤까요? 분명 할아버지로서는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퍽 후련해보이기도 합니다.
모두 심리학 실패 시▶ 이런, 취해도 단단히 취하신 모양입니다.
"그럼 들어가보까," 끙차, 허리를 짚으며 일어나신 할아버지를 필두로 남자 어른들은 상을 하나둘씩 떠납니다. 담배를 피우러 가거나, 잠을 자러 돌아가거나…… 그렇죠, 치우는 것은 또 탐사자들을 비롯한 여자들의 몫입니다. 한숨이 푹푹 나오지만, 상을 치워볼까요.
1명 이상 관찰 성공 시▶ 할아버지가 계시던 자리에 뭔가 떨어져 있습니다. 쪽지입니다. 두 번 접힌 종이 쪽지의 짧은 내용은 할아버지의 글씨체로 쓰여있습니다. '당일 오전 10시 산신각'.
모두 관찰 실패 시▶ 이런, 어른들이 코를 풀어 구긴 휴지가 많군요…… 큰삼촌이 앉았던 자리에는 냄새나는 양말 한 짝이 떨어져 있습니다.
아무튼 상을 치우고는 있지만 어쩐지 석연찮습니다. 다짜고짜 우리가 제사를 지낸다는 것도 그렇고, 큰엄마한테 전해들은 할머니의 말도 그렇고. 분명 할아버지는 이 일을 아시면 아주 난리난리를 낼 텐데, 할머니는 그걸 도대체 어떻게 수습하시려고 그러는 걸까요?
큰엄마는 숙모, 언니들과 함께 커다란 상을 치우고 있는데…… 잠깐 정도는 다른 데로 갔다와도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탐사자들이 이 일에 관해 물을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지요.
1명 이상 지능 성공 시▶ 할머니 말이에요.
모두 지능 실패 시▶ 큰엄마에게 도망쳐라! 말한 사람은 누구였죠?
우리는 할머니의 방으로 향합니다.
할머니는 거동이 편찮으셔서 방 밖에 있는 시간이 극도로 적습니다. 불을 꺼놓은 방 안에 들어서자, 할머니는 아직 주무시지 않는지 "누구니," 묻습니다.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니 형광등에 쨍하니 불이 들어옵니다.
1명 이상 관찰 성공 시▶ 불이 들어오는 순간에, 할머니가 무언가를 등 뒤로 숨기는 것을 목격합니다.
모두 관찰 실패 시▶ 할머니가 다소 다급히 우리를 돌아보는 것을 봅니다. 뭔가 하고 계셨던 걸까요?
"이제 막 잘 참이었단다."
*할머니와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사실상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별로 없습니다. 할머니는 탐사자들을 보호하되, 진상은 최대한 숨기고 싶어하는 인물입니다. 다만 심리학 판정으로 보통 성공 시 '이유를 숨기고 싶어한다.', 어려운 성공 이상 시 '이유는 우리가 제사를 지내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정도의 힌트를 줄 수 있습니다. 대화 예시를 들 것도 없이… 계속해서 탐사자들을 내보내려 재촉하고, 이유는 알 거 없단다, 하는 식으로 회피해주세요. 탐사자들이 끝까지 캐물으려 하거나 어느 정도 질문을 던졌다면 "이제 잘란다." 하고 돌아누워 일방적으로 대화를 끊습니다.
명백한 축객령에 탐사자들은 다시 불을 끄고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나가기 전, 스치듯 우리는,
1명 이상 관찰 성공 시▶ 할머니의 이부자리 옆에 종이뭉치들이 있는 것을 목격합니다.
모두 관찰 실패 시▶ 할머니의 이부자리 옆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불을 끕니다.
*탐사자들간 RP로 최대한 시간을 끌어주세요! 잠시 시간이 지나고나면, 할머니는 잠들고 다음 지문으로 진행합니다.
아무래도 할머니께서 방금 방에 들어갔을 때 허둥지둥하는 것이나, 아까 나가기 전에 보았던 것이나, 이상하단 말이죠.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당연한데 말씀해주시지 않는 것이 수상합니다. 그 사이 방문 안쪽에서는 얕게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오고…… 아무래도 탐사자들, 기회 같지 않나요?
은밀행동 과반수 성공 시▶ 미닫이문을 조심스레 엽니다. 할머니는 피곤하셨는지 금세 잠들어 계시고, 불을 켜도 여전히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팍이 규칙적입니다. 그리고 이부자리 옆에는…… 나가기 전에 보았던, 당신께서 엉성하게 숨겼던 종이뭉치들이 한가득이네요.
이후 1명 이상 관찰/자료조사 성공 시▶ 이것저것 종이뭉치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전부 찢겨진 페이지들임을 알게 됩니다. 깔끔하게 온전한 종이에 인쇄한 게 아니라 책에 인쇄된 것을 뜯은 느낌이에요. 영어와 탐사자는 알 수 없는 언어로 인쇄된 글씨 아래 한자와 서투른 한글로 더듬, 더듬 적힌 단어들… '먹이', '괴수', '피해자', '집안', ……통일성이 없는 단발적인 어휘들이 한 문장으로 뭉쳐지지 않습니다. 다만, 페이지를 살펴볼수록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이 느낌은 뭘까요? (SANC 1/1d3)
은밀행동 과반수 실패 시▶ 덜거덕, 미닫이문에 손을 댔으나 잘못 열어 소리가 크게 나고 맙니다. 문 안쪽에서 잠이 덜 깬 목소리가 묻습니다. "뭔 일인고?" … 몰래 들어가는 건 조금 이따 다시 시도해볼까요. (*판정 재도전 가능합니다.)
어지럽게 널린 종이를 얼추 살펴보고 나면, 맨 아래 있는 것은 얇은 책입니다. 서책은 정말로 조선시대에나 사용했던 것처럼 낡은 한지가 끈으로 엮인 모양입니다. 펼쳐보면 전부 한자로 적혀 있습니다. 물론, 표지도 말이에요.
1명 이상 지능/자료조사 성공 시▶ 탐사자는 표지의 한자를 읽어냅니다. 족보族譜. 이것은 계씨네 족보입니다.
모두 지능/자료조사 실패 시▶ 일단 표지에 적힌 桂가 우리의 성씨에 있는 계씨란 것은 알겠습니다. 가족 문서 같은 거라도 되는 걸까요?
특수한 기능치 판정을 하지 않더라도, 펼쳐본다면 어느 부분이 쉽게 손에 잡힙니다. 아마 자주 펼친 탓이겠지요. 거기에는 한자어로 적힌 이름들이 다른 장들처럼 빼곡한데, 다른 점이라면… 그 이름들 거의 전부에 먹으로 굵은 줄이 마구 그어져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장을 살펴보면 그 부분만큼은 아니더라도 아주 드문드문, 드물게 그런 식으로 지워진 이름이 한두 개씩 있습니다. 이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기록이며, 우리 집안에 뭔가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계씨네 집안에 처음 차토구아가 나타났을 적의 기록입니다. 이후 줄이 쳐진 이름들은 전부 집안 여성의 이름입니다.
1명 이상 지능 성공 시▶ 일단 할머니의 방에는 책장이 없습니다. 이 많은 페이지들을 할머니가 어디서 구했는지는 뻔하죠. 책장이 한가득이고 할머니가 지내시는 방보다 훨씬 큰 방인 안방, 할아버지의 방일 텝니다.
모두 지능 실패 시▶ 일단 할머니의 방에는 책장이 없습니다. 이 많은 페이지들을 할머니가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본가에서 가장 책장이 많은 곳은 할아버지의 안방이었죠?
다음 목적지가 정해진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한옥의 대청을 가로질러 안방으로 향합니다. 마루에 나와서 보면 벌써 밤은 완전하게 무르익어 땅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섬돌 위에 딱 식구 수의 두 배만큼 많은 신발이 놓여 있고, 별은 도시보다 훨씬 깨끗하게 시야에 담깁니다. 여기저기서 아빠나 삼촌, 그리고 할아버지들의 코 고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군요. 탐사자들은 할아버지가 주무시는 안방 앞에 섭니다.
은밀행동 성패 상관없이▶ 문에 손을 가져다대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탐사자 1의 팔을 턱 잡습니다. 돌아보면 어쩐지 언짢은 얼굴의 큰엄마입니다. "너거 뭐하노? 한참 찾았다이가." 아, 상을 다 치우고 설거지까지 끝내신 모양입니다. 좀 무안한 걸요.
"차 타러 가자." 큰엄마는 언제 가져왔는지, 차 키를 내밉니다. 일단 큰엄마는 자가용이 없는데, 큰아버지의 것일까요? 큰엄마의 어조는 꽤 심각하고, 우리는 다시 한 번 실감합니다. 아니, 우리 정말 탈주하나봐요. 좀 열받긴 하지만 어쨌든 그럭저럭 넘어갈 줄 알았던 명절이 파란만장해질 것 같은데…….
에라, 모르겠습니다. 섬돌 위에 올려둔 신을 신고 마당으로 나서면 별은 속도 모르고 반짝입니다.
D-1, 밤
주차되어 있는 마당의 차량들로 향합니다. 식구 수만큼 차들도, 그리고 수가 수다 보니 여자들만 모였어도 아닌 밤중에 복작거립니다. 차 키를 몇 번 눌러보니 큰엄마가 준 차 키는 얌체 같은 막내 삼촌의 중형 자동차였군요. "면허 있제?" 큰엄마가 여상하게 묻습니다. 탐사자들의 엄마와 숙모를 비롯한 어른들이 큰엄마가 운전석 문을 연 대형 차량에 서둘러 올라탑니다.
"한눈 팔면 안 된다. 앞에 가는 거 보고 너거 똑띠 따라와라." 삐빅, 다시 키를 누르면 막내 삼촌의 차가 헤드라이트를 반짝, 합니다. 앞서 황급히 마당을 빠져나가는 차량을 선두로, 우리도 이제 타 볼까요?
과반수 행운 성공 시▶ 운전석에 탐사자 1이 앉고 안전벨트를 채우고, 시동을 걸고 라이트를 켭니다.
과반수 행운 실패 시▶ 운전석에 탐사자 1이 앉고 안전벨트를 채우고, 시동을 걸고 라이트를 켭니다. 시동 소리가 어쩐지 요란한 것 같은데……
*추격 진행 전. 과반수의 행운 성공 시 할아버지와 탐사자들 간의 거리는 장소 3개 차이로 시작합니다. 실패 시 2개 차이로 시작하게 됩니다.
그때입니다. 저쪽에서 무어라 소리가 들리더니, 후미등을 포함한 라이트를 켠 차의 백미러에 본가에서 헐레벌떡 뛰어나오는 누군가가 보입니다.
1명 이상 듣기 성공 시▶ 이어 덜덜덜덜, 커다란 시동 소리는…… 경운기입니다! 맙소사, 할아버지가 알아차렸습니다, 큰일났습니다!
모두 듣기 실패 시▶ 이어 우리 차의 시동 소리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 않지만, 지금 창문 너머로 들리는 건 분명 시동 소리 아닌가요? 낭패입니다!
1명 이상 관찰 성공 시▶ 본가 뒤쪽에서 끌고 나오는…… 점점 속도를 더하는 경운기와 계나분 할아버지!
모두 관찰 실패 시▶ 잘 보이지도 않지만, 어쨌든 빨리 도망쳐야 할 것 같습니다.
엑셀을 밟읍시다, 운전자 탐사자! 한국 여자의 한을 담아 질주할 시간입니다!
*추격은 운전자인 탐사자의 민첩과 할아버지의 민첩 중 민첩성이 높은 쪽이 먼저 행동합니다. 민첩이 같을 경우에는 두 쪽 다 행운 판정을 굴려 더 적은 수치가 나온 쪽이 먼저 행동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계나분 할아버지의 민첩은 50, 행운은 45입니다.
할아버지가 모는 경운기의 이동력은 10, 체구 3, 장갑 0, 승객 1로 고정합니다. 할아버지의 중장비 조작 스탯은 55입니다. 탐사자들이 탄 자동차는 보통 자동차로, 이동력 15, 체구 5, 장갑 2, 승객 4로 고정합니다.
옵션 룰-위험 요소와 장벽의 무작위 배치(룰북 p.137)는 키퍼님의 재량껏 해주셔도, 생략하셔도 좋습니다. 탈것으로 추격 부분을 진행하는 것이므로 이동행동 하나로 한꺼번에 2~5개의 장소를 이동할 수 있다는 점, 이에는 페널티 주사위가 적용된다는 점을 플레이어분께 설명해주세요. 이동 장소 1개마다 운전자인 탐사자는 자동차 운전 판정을, 할아버지는 중장비 조작 판정을 합니다.
10턴 안에 할아버지에게 따라잡혔다면 별도의 엔딩 지문 없이 Ending 2를 개변해 진행해주셔야 합니다. 탐사자들은 할아버지에게 덜미를 잡혀 본가로 도로 끌려가… 울며 겨자 먹기로 산신각에서 제사를 지내다, 나타난 차토구아에게 잡아먹히며 전원 로스트. 10턴 동안 할아버지에게 따라잡히지 않았다면 다음 지문으로 진행합니다!
D-day, 새벽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어느새 앞에 가던 큰엄마의 차는 놓친 것 같습니다. 지평선으로 보이는 하늘은 점점 보랏빛으로, 분홍빛으로, 그리고 밝은 파란색으로 밝아오는데… 사이드 미러에 흘긋 시선을 주면 경운기는 힘이 빠진 듯이 점점 멀어지고요. 탐사자들, 생각해봅시다.
1명 이상 지능 성공 시▶ 할아버지가 노쇠한 몸을 이끌고 놓은 지 한참 된 경운기를 끌고 오는 모습… 저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따라올 이유가 대체 뭐란 말입니까? 문득 떠오르는 것은 들어가지 못했던 할아버지의 방입니다. 이렇게 도망만 쳐봐야 아무것도 득이 될 게 없겠죠. 명절은 오늘 말고도 있는데요.
모두 지능 실패 시▶ 저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따라올 이유가 대체 뭐란 말입니까?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젠 억울해서라도 알아야겠습니다.
*할아버지를 따돌렸다면 다시 본가로 향할 수 있습니다. 지능 판정을 스킵하고 KPC가 주도하여 RP로 해당 부분을 이끌어나가 주셔도 좋습니다. 가급적 탐사자들이 다시 본가로 가 할아버지의 방을 조사해야 진상을 알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시고, 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진행을 부탁드립니다! 키퍼님 파이팅!
차를 돌립니다. 다시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우회로를 찾습니다. 날은 점점 더 밝아오고, 민족대명절을 축하하는 듯이 세상은 환하고 맑은데…… 저쪽에 마당이 다시 보이네요. 차를 주차합니다. 본가에 다시 들어서면 아직 남자들은 세상 모르고 곯아떨어졌습니다. 아마 할아버지가 깨우지 않으면 일어나지도 못하겠지요. 경운기 소리가 들려오기 전에 어서, 어서 안방으로 향합시다.
……
주인이 떠난 방은 고요합니다. 안방을 둘러보면, 눈에 띄는 것은 책장 한쪽에 꽂힌 양장본 책들, 책상, 할아버지의 휴대폰입니다.
- 양장본 책들
책등을 훑기만 해도 오싹한 기분이 드는 검은 표지들입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등골의 서늘함…… 식은땀이 흐릅니다. (SANC 0/1)
1명 이상 관찰 성공 시▶ 맨 끝의 책 표지에 메모지가 붙어있습니다. '그것은 산신각 기둥에 잊지 않게 자신의 표시를 해놓았다. 그 표시가 없어지면 아마 그것의 가호도 없어질 것이다.' 할아버지의 글씨체군요.
모두 관찰 실패 시▶ 맨 끝의 책 표지에 메모지가 붙어있습니다. '그것은 산신각…… 잊지 않게 표시를…… 그 표시가 없어지면……' 날려쓴 글씨라 잘 알아볼 수 없군요.
*되도록 강행해서라도 성공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 책상
책상에는 너절하게 종이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살펴보면, 산신각이 표시된 이 근방 뒷산의 지도와 함께,
1명 이상 자료조사 성공 시▶ 우리들의 보험 서류임을 알게 됩니다.
모두 자료조사 실패 시▶ 보험 회사의 로고가 찍혀 있는 것 외에는 별달리 알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 외에 눈에 띄는 것은 한쪽 구석에 혼자 단정히 세워진 탁상용 달력이군요.
1명 이상 관찰 성공 시▶ 달력에는 오늘, 그러니까 명절 날짜에 볼펜으로 동그라미가 굵게 쳐져 있습니다. 옆에 역시 볼펜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3명↑', '산신각'. 할아버지의 글씨체입니다.
모두 관찰 실패 시▶ 달력에는 오늘, 그러니까 명절 날짜에 볼펜으로 동그라미가 굵게 쳐져 있습니다. '산신각'.
- 할아버지의 휴대폰
화면이 커다란 폴더폰입니다. 노인들이 자주 쓰는 옛날 기종입니다. 급하게 나오시느라 두고 가셨나봐요. 폴더를 열면 아직 배터리가 어느 정도 남아있는지 액정에 환하게 불이 들어옵니다. 오, 글자도 잘 보이게 큼지막합니다.
1명 이상 자료조사 성공/휴대폰 메시지함을 살펴본다는 선언이 있었을 시▶ 메시지함으로 들어가봅니다. 임시 저장 메시지가 몇 개 있네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XX.XX 아들아오늘은 그귀신이 나와다. 사람을하나만먹는거는 성에차지 안는모양이더라. 말인즉슨적어도 셋은먹어야되다는거다
XX.XX 내가너거들을 어덕게 키웠는데
XX.XX 우리조상님들다 그럭게해가고 우리집안이잘됀기다 다 잡아물개집애들 갓다바쳐갓고
XX.XX 아들아내를원망마라 그래도너들이다잘되라고 하는거시다. 개집애들은 원래가 사내잘되면그만인거다.
살펴보는 동안 날은 점점 밝고…… 우리는 우선 나와 차에 다시 올라탑니다.
지능 성공 시▶ 산신각. 무엇을 바치는 곳일까요? 무슨 신을 섬기는 곳이었을까요? 우리가 종종 가곤 했던 그곳이 설핏 두렵게 느껴집니다. (SANC 0/1) 그러나 모든 해결책도 어쩌면 그곳에 있겠지요.
지능 실패 시▶ 어쨌든 산신각으로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동을 겁니다. 산신각으로 향합니다.
D-Day, 아침
지도를 따라 덜컹거리는 울퉁불퉁한 산길을 달려 산신각으로 향하는 도중,
1명 이상 듣기 성공 시▶ 덜덜덜덜, 아, 명백한 경운기 소리를 듣습니다. 할아버지입니다. 뒤쫓아오고 있는 겁니다. "서라! 안 된다! 집안이 망한다!" 절규하는 목소리가 산속을 찢습니다.
모두 듣기 실패 시▶ 우리 말고도 산길을 달리는 차가 있는 걸까요? 시동 소리 비슷한 것을 어렴풋이 듣습니다. 무어라 외치는 소리도 들리는데……
그리고 저기에 드디어 산신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덜컹, 차가 한 번 크게 흔들리고,
1명 이상 관찰 성공/관찰하겠다는 선언이 있었을 시▶ 아, 어떻게 저기에 대고 여태 절을 할 수 있었던 걸까요, 이 멍청한 남자들. 흉측하다고 밖에 묘사할 수 없는 모양의 커다란 돌이 산신각의 기둥에 떡하니 박혀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제부터 저걸 부술 겁니다.
*가능한 강행해서라도 성공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제사가 있는, 사람을 잡아먹는, 무엇이라 부를 수 없는 '귀신'이 오는 '오늘 오전 10시'까지요.
*엔딩 분기입니다. 타임 어택 구간이기도 합니다. 30분~1시간 안에 차토구아의 이름이 새겨진 돌, 혹은 돌이 박힌 산신각 기둥을 파괴해야 합니다. 이때의 진행은 전투 룰로 대체합니다.
부득이 탐사자들의 자동차를 전투 무기로 치환하여, 자동차가 입히는 피해를 2d10+1d8+피해 보너스, 기본 거리를 접촉, 라운드당 사용횟수를 1, 고장을 100으로 상정합니다. 기능은 자동차 운전 기능을 사용합니다. 차토구아의 이름이 새겨진 돌의 체구(사실상 체력)는 70입니다.
뒤따라 달려온 할아버지의 경운기는 특별히 피해를 주지는 않으나 이를 막으려 듦으로, 2턴이 지난 후 할아버지의 턴마다 행운을 판정하여 성공할 경우 탐사자들이 입힌 데미지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픽션적 허용으로 차 안의 탐사자들은 무사하다고 칩니다!)
엔딩은 둘로 나뉩니다. 시간 내에 돌을 파괴하는 것에 성공했을 경우, Ending 1. 실패했을 경우, Ending 2로 진행해주세요. 제한 시간은 키퍼분의 재량으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
엔딩
1. 차토구아의 이름이 새겨진 돌을 파괴하는 데에 성공
쩌적, 흉한 문양이 새겨진 돌이 갈라집니다. 기둥은 박살이 나고, 차의 보닛은 찌그러지고, 터진 에어백과 너덜거리는 창문 사이로 우리는 돌이 연기처럼 공중에 녹아 없어지는 것을 봅니다. 할아버지는 눈물을 줄줄 흘리지만, 아마 아실 겁니다. 만약에 저것의 주인이라는 괴신이 행운을 가져다줬더라도, 여태 그런 식으로 거머쥔 것이었다면 그것은 가지느니만 못한 것이라는 것을.
경운기에서 내린 할아버지에게서 모든 사실을 전해 듣습니다. 할아버지는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이 멀었다 대대로 그러하였다 변명을 내놓지만 용서는 우리의 몫입니다. 또한 저 산 아래 있는 남자들에게도 본인들이 얼마나 끔찍한 울타리 안에 있었는지를 알게 해줘야겠지요.
찌그러진 차에서는 기름 냄새가 나고, 산신각은 기둥 하나가 다 무너져가고, 집안은 유사 풍비박산이 났지만…… 어쨌든 좋은 아침입니다. 이제 더이상 가족과 집안의 이름 아래 억울한 일은 없을 테니까요. 더는요.
Ending 1. 자유의 명절
탐사자들 전원 생환.
생환 보상 +SAN 1d10
2. 차토구아의 이름이 새겨진 돌을 파괴하는 데 실패
아, 10시입니다. 들이박는 도중 라디오에서 정각을 알리는 소리가 울리고, 일순 차창 너머로 경운기에 탄 할아버지의 얼굴이 끔찍한 공포로 물들어가는 광경을 봅니다. 어쩌면 우리, 짐작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역시 저런 표정을 짓게 될 거라는 걸요.
쿵,
쿵,
쿵,
진동이 이는 땅, 산신각 주변에 자란 나무들에 일제히 그늘이 지고, 형체를 알 수 없는 덩어리가 게걸스럽게 두꺼비 같은 머리를 들고, 새카만 얼굴, 아, 그걸 얼굴이라 부를 수 있던가요? 침이 뚝, 뚝, 떨어지고 그것은…… 이윽고 거대한 아가리를 벌려 우리를……
Ending 2. 악몽의 명절
탐사자들 전원 로스트.
추천 BGM
양방언 - Frontier :: https://www.youtube.com/watch?v=vDd38LEu48Y (전반부)
The Promised Neverland OST - "Ray’s Retaliation" :: https://www.youtube.com/watch?v=siNFOXwL_3o (추격)
"Aeons" by Mark Petrie & Andrew Prahlow :: https://www.youtube.com/watch?v=Nf-QAh_rJFw (할아버지 방 조사)
Dr. STONE OST - Strong Desire :: https://www.youtube.com/watch?v=xCon20LC14o (산신각~엔딩 분기)
Inferno (feat. Benjamin, mpi) - Promare OST - Hiroyuki Sawano :: https://www.youtube.com/watch?v=XCYkdtF2s9A (엔딩 1)
플레이하신 뒤 여유가 있으시다면 작성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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